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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시인선-135이동
리뷰 총점9.3 리뷰 24건 | 판매지수 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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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96g | 130*224*9mm
ISBN13 9788954671323
ISBN10 895467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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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기억하고 기다릴 새로운 시, 시인의 발견]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하 시인의 첫 시집. 제목에서부터 시작하는 기대를 배신하는 일 없이, 시집 곳곳은 맑은 울음과 웃음, 푸르고 은근한 제주 냄새로 가득하다. 그에게 바짝 다가간다. 이것으로 우리는 기억하고 기다릴 시인 한 명을 더 얻었다. -시MD 박형욱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이런 재능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을까._신형철(문학평론가)

혜성처럼 등장한 독보적 재능, 독특한 이력의 시인
이원하 첫 시집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하 시인의 첫 시집을 펴낸다. 당시 “거두절미하고 읽게 만드는 직진성의 시였다. 노래처럼 흐를 줄 아는 시였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춤을 추게도 하는 시였다. 도통 눈치란 걸 볼 줄 모르는 천진 속의 시였다. 근육질의 단문으로, 할말은 다 하고 보는 시였다. 무엇보다 ‘내’가 있는 시였다. 시라는 고정관념을 발로 차는 시였다. 시라는 그 어떤 강박 속에 도통 웅크려본 적이 없는 시였다. 어쨌거나 읽는 이들을 환히 웃게 하는 시였다”는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그의 시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라는 독특한 감각의 제목을 달고 있었고, 당선 직후 문단과 평단, 출판 관계자와 새로운 시를 기다린 독자들의 입에 제법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다. 국어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오지 않았고, 미용고를 졸업해 미용실 스태프로 일하고, 영화 [아가씨]에 뒷모습이 살짝 등장하는 보조 연기자로 살아온 이력도 한몫했다. 이십대 중반, 늦다면 늦은 때에 문학을 만나 시를 쓰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 산 것과 신춘문예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형식을 완전히 벗어난 개성 역시.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제 총 54편의 시를 아우르는 첫 시집의 제목으로 독자들을 새로이 마주한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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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005

1부 새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약속된 꽃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묻는 말들/ 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첫 눈물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 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 싹부터 시작한 집이어야 살다가 멍도 들겠지요/ 섬은 우산도 없이 내리는 별을 맞고/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바다를 통해 말을 전하면 거품만 전해지겠지/ 동경은 편지조차 할 줄 모르고 036

2부 싹
초록과 풀잎 같은 것들은 항상 곁에 있는데 보이질 않더라고요 그날부터였을 거예요/ 해의 동선/ 달이 찌는 소리가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니/ 털어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환기를 시킬수록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빛이 밝아서 빛이라면 내 표정은 빛이겠다/ 필 꽃 핀 꽃 진 꽃/ 빈 그릇에 물을 받을수록 거울이 넓어지고 있어요/ 가만히 있다보니 순해져만 가네요/ 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 말보단 시간이 많았던 허수아비/ 누워서 등으로 섬을 만지는 시간/ 깊은 맛이라는 개념은 얕은 물에만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나를 기다리다 내가 오면 다시 나를 보낼 것 같아

3부 눈
선명해진 확신이 노래도 부를 수 있대요/ 눈 감으면 나방이 찾아오는 시간에 눈을 떴다/ 장미가 우릴 비껴갔어도 여백이 많아서 우린 어쩌면/ 투명한 외투를 걸쳤다면 할일을 했겠죠/ 나를 받아줄 품은 내 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그게 아니라 취향, 취향/ 아무리 기다려도 겨울만 온다/ 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다/ 귤의 이름은 귤, 바다의 이름은 물/ 나비라서 다행이에요/ 마시면 마실수록 꺼내지는 건/ 하나 남은 바다에 부는 바람/ 산수국이 나비인 줄 알고 따라갔어요/ 잘 산 물건이 있나 가방을 열어봤어요/ 내가 담근 술은 얼마나 독할까요/ 하고 싶은 말 지우면 이런 말들만 남겠죠

4부 물
눈물이 구부러지면 나도 구부러져요/ 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눈동자 하나 없는 섬을 걸었다/ 하늘에 갇힌 하늘/ 저녁 먼저 먹을까, 계절 먼저 고를까/ 그늘을 벗어나도 그게 비밀이라면/ 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 물잔에 고인 물/ 조개가 눈을 뜨는 이유 하나 더/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투명해진다/ 노을 말고, 노을 같은 거/ 꿈결에 기초를 둔 물결은 나를 대신해서 웃는다

해설│자연에서 자유까지-웃는 사람 이원하
│신형철(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마음이 두 개이고
그것이 짝짝이라면 좋겠어요
그중 덜 상한 마음을 고르게요

덜 상한 걸 고르면
덜 속상할 테니깐요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

가로등 불빛 좀 밟다가 왔어요
---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중에서

나는 밝은 곳에 갇혀 살면서도
바라는 것이 많아요
빛이 나를 뒤흔들었으면 좋겠어요

주머니에 갇혀 살면
과일이 되고 싶을 거고요

소원이 이루어진 다음날 아침에는
또다른 소원을 빌 것 같아요

아픔도 거뜬히 원해요
---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중에서

나요
오랜 미련에 색이 남아 있다면
손바닥으로 전부 문지를 거예요

왜냐하면요
그 미련들은 현재의 나와
함께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문지르다가 손에 색이 옮겨붙으면
새끼손가락만 빼고 다 버릴 거예요

약속은
현재에서도 살아야 되니까요
꿈자리처럼 지켜야 하니까요
--- 「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 중에서

낑깡을 얼마나 크게
한 입 베어 물어야
얼떨결에 슬픔도 삼켜질까요

그리고 어찌해야 그 슬픔은
자신이 먹혀버린 줄 모를까요

노을이 추운지
희끗희끗 몸을 떠네요
--- 「싹부터 시작한 집이어야 살다가 멍도 들겠지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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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이런 재능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을까._신형철(문학평론가)

혜성처럼 등장한 독보적 재능, 독특한 이력의 시인
이원하 첫 시집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하 시인의 첫 시집을 펴낸다. 당시 “거두절미하고 읽게 만드는 직진성의 시였다. 노래처럼 흐를 줄 아는 시였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춤을 추게도 하는 시였다. 도통 눈치란 걸 볼 줄 모르는 천진 속의 시였다. 근육질의 단문으로, 할말은 다 하고 보는 시였다. 무엇보다 ‘내’가 있는 시였다. 시라는 고정관념을 발로 차는 시였다. 시라는 그 어떤 강박 속에 도통 웅크려본 적이 없는 시였다. 어쨌거나 읽는 이들을 환히 웃게 하는 시였다”는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그의 시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라는 독특한 감각의 제목을 달고 있었고, 당선 직후 문단과 평단, 출판 관계자와 새로운 시를 기다린 독자들의 입에 제법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다. 국어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오지 않았고, 미용고를 졸업해 미용실 스태프로 일하고, 영화 [아가씨]에 뒷모습이 살짝 등장하는 보조 연기자로 살아온 이력도 한몫했다. 이십대 중반, 늦다면 늦은 때에 문학을 만나 시를 쓰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 산 것과 신춘문예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형식을 완전히 벗어난 개성 역시.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제 총 54편의 시를 아우르는 첫 시집의 제목으로 독자들을 새로이 마주한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시집을 펼치면 차례 페이지부터 신선하다. 4부로 나뉜 구성에 각각의 부제목이 ‘새’ ‘싹’ ‘눈’ ‘물’이다. 한 음절로 된 단어들인 동시에 ‘새싹’과 ‘눈물’로 읽어도, ‘새싹눈물’로 읽어도 각각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는 짤막한 부제목 아래 다소 긴 편인 시의 제목들.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털어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나를 받아줄 품은 내 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등등의 제목은 글인 동시에 말 같고, 혼잣말인 듯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 듯하다.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혼자 살면서 나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내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
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
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훔치진 않을 거예요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_「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전문

어깨에 힘을 뺀 자연스러운 그만의 문법을 차례 페이지에서 우선 맛본 뒤 본격적으로 읽게 되는 첫 시가 등단작이자 표제시인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다. 제주에 핀 수국과 바람 등 서정적인 소재에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같은 묘한 매력의 경어체 활용,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같은 천진한 듯한 단호함까지. 이원하 시의 힘이 모두 담겨 있다. 그러나 시집의 해설을 맡은 신형철 평론가는 이 시 한 편만 읽고서는 “어떤 마음의 역사가 이 시를 쓰게 하였는지를. 이 웃음 뒤에 어떤 세월이 있으며, 이 아름다운 경어체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를” 알 수 없으리라 예고했다. 요컨대 이 시를 시작으로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의 ‘끝이 없다는 정체’를 하나씩 만나고 난 뒤, 다시 돌아와 이 시를 한번 더 읽을 때 비로소 이 시를 완전히 갖게 되리란 것.
분명 시집을 읽어갈수록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또렷해진다. 그는 훌쩍 제주로 떠나 살기로 한 사람, 자주 바다를 바라보고 자주 나가 걷는 사람. 날이 차가워지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 남은 미련을 곱씹는 사람, 혼자 몰래 울고, 그 울음은 숨기고 덮으려 웃는 버릇을 들인 사람이다.

바람은 차갑거나 뜨겁고
나무는 키가 작거나 크고
한 시절은 머물거나 건너가며
말 한마디는 사람을 달래거나 그 반대인데
너는 하나예요
_「그늘을 벗어나도 그게 비밀이라면」 부분

추억하는 일은 지쳐요

미련은 오늘도 내 곁에 있어요

내가 표정을 괜찮게 지으면
남에게만 좋은 일이 생겨요
(…)

속은 한번 상하면 돌이킬 수 없어서
아껴야 하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어서
목요일은 잔뜩 풀이 죽어야 했어요
_「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부분

하도리 하늘에
이불이 덮이기 시작하면 슬슬 나가자
울기 좋은 때다
하늘에 이불이 덮이기 시작하면
밭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혼자 울기 좋은 때다

위로의 말은 없고 이해만 해주는
바람의 목소리
고인 눈물 부지런하라고 떠미는
한 번의 발걸음
이 바람과 진동으로 나는 울 수 있다
_「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부분

빛을 비추면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싶어서
웃기만 했어

얼마나 오래 이럴 수 있을까
정말 웃기만 했어
_「빛이 밝아서 빛이라면 내 표정은 빛이겠다」 부분

낮이란 낮은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낮에는 자꾸 다짐하게 되니까 새 마음 먹게 되니까
내가 잘 보이니까

자주 무섭다가
그 상태 그대로 매번 웃는다

섬에 살다보니
섬과 처지가 같아진 것이다

혼자 한가해서 매번 혼자 회복하는 것이다
섬이 되어버린 것이다
_「동경은 편지조차 할 줄 모르고」 부분

미련이 남아 괴롭고, 용서하지 못할 것이 있어 괴로운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너’를 향해 하는 말들은 속삭임인 듯 편지인 듯한 경어체로, 습관적으로 웃기를 택한 나와 혼자 울기 좋은 나의 속내는 읊조림인 듯 일기인 듯한 평서문으로 만날 수 있다. 문체에 따라 어느새 독자가 화자의 표정을, 마음의 안부를 살피며 읽게 되는 기묘한 독서 경험.
웃는 것으로 자신의 결여를 가려온 화자가 “바다 한가운데 놓인 화분 같은 섬”(「필 꽃 핀 꽃 진 꽃」)에서 자기만의 꽃을 피우는 과정을 담은 것이 이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제주라는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 속에서 자신의 마음의 서사를 탐구해온 이의 기록 말이다.

영원히, 말고
잠깐 머무는 것에 대해 생각해
전화가 오면 수화기에 대고
좋은 사람이랑 같이 있다고 자랑해
그 순간은 영원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 자랑해
이렇게요
_「환기를 시킬수록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부분

그는 노을과 함께 곧 이 섬을 떠나죠
그뿐이고 그러니 오늘뿐이고
모든 것들은 원래 다 그렇죠

봄날의 꽃처럼
한철 잠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죠

올해는 오늘까지만 아름답다,

이렇게요
_「노을 말고, 노을 같은 거」 부분

다시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로 돌아온다. 이제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어하는 나. 수국의 꽃말은 진심과 변덕으로, 그것은 감추는 말인 동시에 드러내는 말일 것이다. 제주의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힌 새 같은 나이지만, “발전에 끝이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기도 하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라고 말하는 이의 얼굴은 역시 웃음기를 머금고 있으리라. 이렇듯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 이제 여러분이 이 사람을 만날 차례이다.

그는 이제 울지 않기 위해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을 수 있어서 웃는 사람이 되었다. 이 웃음은 그가 쟁취해낸 것이지만 그는 이것이 제주의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자, 그러니 시집 전체가 아니라 이 시만 읽은 사람이 어떻게 알겠는가. 어떤 마음의 역사가 이 시를 쓰게 하였는지를. 이 웃음 뒤에 어떤 세월이 있으며, 이 아름다운 경어체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를. 시집은 여기서 끝나고 그는 계속 가야 할 길이 있다. 자연에서 자유로 가는 길, 우리도 그 길 위에 있고, 시는 오로지 그 길 위에만 있다. 이원하의 시는 자유를 바라보는 자연의 노래다.
_신형철, 해설 「자연에서 자유까지―웃는 사람 이원하」에서

시인의 말

편지 아닌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그 편지의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해요.

저 아직도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2020년 4월
이원하

회원리뷰 (24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읽**람 | 2021.08.2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제주도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좋은 단어들과 효과적인 낱말들과  운뮬과 행갈이를 통해 여과없이 이미지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침대 맡에 두어 자기 전 2편씩 읽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코로나 시국에 어디 잘 가지도 못하여 답답한 제 일상을 이 시집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시집;
리뷰제목

 

제주도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좋은 단어들과 효과적인 낱말들과 

운뮬과 행갈이를 통해 여과없이 이미지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침대 맡에 두어 자기 전 2편씩 읽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코로나 시국에 어디 잘 가지도 못하여 답답한 제 일상을

이 시집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시집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원하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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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너무 좋아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p********2 | 2021.05.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원하 작가님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리뷰입니다. 우선 포장을 딱 뜯었을때 책 표지가 예쁜 연보라였어요.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sns 감성 시집인가 했습니다. 제 오만한 착각이었어요.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들과 잘 어울립니다. 이원하 작가님의 시집은 처음이였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작가님의 다른 시집도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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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작가님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리뷰입니다.
우선 포장을 딱 뜯었을때 책 표지가 예쁜 연보라였어요.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sns 감성 시집인가 했습니다. 제 오만한 착각이었어요.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들과 잘 어울립니다. 이원하 작가님의 시집은 처음이였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작가님의 다른 시집도 궁금해졌습니다. 박준 시인님을 좋아한다면 아마 이원하 시인님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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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결핍을 채워주던 색들이 이 비에 떨어져 씻길까 걱정 중...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 2021.03.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시작이 어렵지,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시작만 어려울 뿐, 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시작은 어렵지, 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면 보다 다양한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도 어렵다, 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시작 다음부터는 괜찮아, 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시작도 어렵지, 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면 시작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라는 의미로 직진하면 된다.;
리뷰제목

  시작이 어렵지,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시작만 어려울 뿐, 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시작은 어렵지, 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면 보다 다양한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도 어렵다, 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시작 다음부터는 괜찮아, 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시작도 어렵지, 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면 시작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라는 의미로 직진하면 된다.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중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을 종종 보았고, 제주에 사는 선배 부부의 사는 모양을 살피곤 한다. 얼마 전까지 동네 사람이었던 이의 인스타그램에 떡하니 제주 집에서의 생활이 올라와서 놀란다. 동생의 후배였던 작가는 개랑 고양이와 함께 한동안 제주살이를 하였던 것 같다. 아내의 긴 휴가가 있어 제주에서 얼마간 있어볼 작정을 한 것이 작년이었다. 코로나는 물러날 기미가 없고, 아직 우리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불빛 아래서 / 마음이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뒤졌는데 / 단어는 없고 문장은 없고 /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삶만 있었어요 // 한 삼 개월 / 실눈만 뜨고 살 테니 // 보여주지 못하는 / 이것 / 그가 채갔으면 좋겠어요” -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중


  내리는 봄비는 간절해 보인다. 휴일 저녁은 미세하게 떨린다. 어느 순간에는 과거보다 미래가 그립다. 산등성이로 해가 넘어가고 있고, 다리 네 개가 모두 성한 의자의 다리 두 개를 허공에 띄운 채, 나는 상체를 벽에 기대며 눈을 가늘게 떠 시간을 피하며 옆자리를 바라본다.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고 미소를 짓는 것도 아니고 찡그리는 것도 아니고 소리 내는 것도 아니고 침묵하는 것도 아닌 나를 짐작한다.  


  “봄에 태어났으니 봄에만 살면 좋을 것 같아서 / 일 년 내내 꽃이 핀다는 섬으로 이사를 갔다 / 바다 한가운데 놓인 화분 같은 섬이었다” - <필 꽃 핀 꽃 진 꽃> 중

  
  형체가 없는 것들은 서럽다. 모질지 못하다. 성실하게 비가 내린 날이다. 참담한 발설들이 차에 실려 거리를 떠도는 것을 목격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형체를 가진 것들은 모질다. 그리움을 따라 윤곽을 그리면 형체가 갖추어질까. 눈대중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꿈결처럼 살다보니 표정이 실종되었다. 내 표정이 가리키던 형상들도 따라서 스러졌다. 몰락조차 구체적이지 않아 희미하게 이러고 있다.

  
   나비라서 다행이에요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가 맞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광대 근처에, 낯선 구멍 하나


  어쩌다 눈이 세 개가 되셨냐고 물으니
  내가 보고 싶어 그러셨단다


  아프지 않으셨냐고 물으니
  나비가 앉았다 날아간 정도라며 웃으신다


  내가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해
  침만 삼키고 있으니

 
  까닭을 알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한동안의 결핍을 채워주던 색들이 이 비에 떨어져 씻길까 걱정한다. 순서에 맞춰 움트고 꽃 피우던 것들이다. 그 자연스러운 정연함이 경이로워 많은 이들이 그 주변에서 두리번거렸다. 우리는 모두 소란스러운 목격자였다. 모든 인공의 사물들은 스스로의 엉성함을 이미 자백하였다. 허락받은 참관자가 되어 한 생을 살아 내는 중이다. 현재는 뒤돌아본 미래이고, 나는 우두커니 멈춰있다, 다시 봄이므로. 


이원하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문학동네 / 160쪽 / 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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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0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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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좀 청승맞지만 나중에 다시 읽는다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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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f***g | 2022.05.20
평점5점
문득 일상에서 싯구절이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이 시집이 더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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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 | 2021.11.23
구매 평점5점
시인님이 평안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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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돌 |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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