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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0년 04월 29일 |
|---|---|
| 판형 | 양장? |
| 쪽수, 무게, 크기 | 194쪽 | 360g | 138*198*20mm |
| ISBN13 | 9791160946628 |
| ISBN10 | 1160946620 |
-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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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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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대리만족이 필요하다면
박형욱 (kaeti@yes24.com)
매일 주어지는 시간을 변함없이 걷고 걸어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을 보내는 일, 반복하는 동안 나는 사라진다. “다른 암탉처럼 살았다면, 그랬다면 사는 게 쓸쓸하고 지겹지 않았을걸. 이제는 모르겠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양계장에 있으면 배는 부르고 마당은 그 나름의 울타리가 되지만 그렇게 ‘행복한 암탉’으로 남으면 그걸로 좋은 걸까. 이대로 안된다는 것은 눈치챘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당장의 변화가 두렵고 어렵다면, 용기의 대리만족이 필요하다면, 여기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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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암탉처럼 살았다면, 그랬다면 사는 게 쓸쓸하고 지겹지 않았을걸. 이제는 모르겠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 p.52
“나그네를 생각해 봐. 자기 족속이 떠난 뒤부터 죽 외톨이였어. 야생 오리도 아니고 집오리도 아닌 채로 산다는 건 고달픈 일이야.”
--- p.106
잎싹은 쓸쓸한 날이 많았다. 나는 재미에 푹 빠져 버린 초록머리가 온종일 저수지에만 있어서, 잎싹은 갈대숲을 거닐거나 비탈에 올라가서 초록머리가 헤엄치고 나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 p.131
“아가, 나는 닭장에서 알만 낳아야 하는 암탉이었단다. 단 한 번도 내 알을 품어 보지 못했어.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도 말이야. 알을 낳지 못하게 되자 닭장에서 끄집어내졌지. 그때 이미 죽을 목숨이었어. 하지만 너를 만났고, 나는 비로소 엄마가 되었단다.”
--- p.137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 p.148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 p.157
초록머리는 무리에 끼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들이 무관심해도 열심히 따라다녔고, 함께 잤다. 맨 바깥쪽 위험한 곳도 마다하지 않았다.
--- p.159
잎싹은 퀭한 족제비 눈을 보면서 물컹하던 어린것들을 떠올렸다. 부드럽게 느껴지던 살덩이. 왠지 그 살덩이가 잎싹이 마지막으로 낳았던 알처럼 느껴졌다. 단단한 껍데기도 없이 나와서 마당에 던져졌던 알. 너무나 가엾어서 가슴이 긁히듯이 아프던 기억. 또다시 온몸이 뻣뻣해지려고 했다.
--- p.52
“나그네를 생각해 봐. 자기 족속이 떠난 뒤부터 죽 외톨이였어. 야생 오리도 아니고 집오리도 아닌 채로 산다는 건 고달픈 일이야.”
--- p.106
잎싹은 쓸쓸한 날이 많았다. 나는 재미에 푹 빠져 버린 초록머리가 온종일 저수지에만 있어서, 잎싹은 갈대숲을 거닐거나 비탈에 올라가서 초록머리가 헤엄치고 나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 p.131
“아가, 나는 닭장에서 알만 낳아야 하는 암탉이었단다. 단 한 번도 내 알을 품어 보지 못했어.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도 말이야. 알을 낳지 못하게 되자 닭장에서 끄집어내졌지. 그때 이미 죽을 목숨이었어. 하지만 너를 만났고, 나는 비로소 엄마가 되었단다.”
--- p.137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 p.148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 p.157
초록머리는 무리에 끼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들이 무관심해도 열심히 따라다녔고, 함께 잤다. 맨 바깥쪽 위험한 곳도 마다하지 않았다.
--- p.159
잎싹은 퀭한 족제비 눈을 보면서 물컹하던 어린것들을 떠올렸다. 부드럽게 느껴지던 살덩이. 왠지 그 살덩이가 잎싹이 마지막으로 낳았던 알처럼 느껴졌다. 단단한 껍데기도 없이 나와서 마당에 던져졌던 알. 너무나 가엾어서 가슴이 긁히듯이 아프던 기억. 또다시 온몸이 뻣뻣해지려고 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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