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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 나를 찾아 떠난 네팔 히말라야 오지 트레킹 194일의 기록

거칠부 | 더숲 | 2020년 05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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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718g | 152*210*25mm
ISBN13 9791190357241
ISBN10 119035724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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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날이 많았던 히말라야에선 대개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 야영지나 로지(숙소)에 도착하면 지도를 보거나 일기를 쓰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일기를 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히말라야를 걷기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산을 배우고, 지리산에서 백두대간으로, 회사를 다니며 주말마다 한국의 수많은 산을 올랐던 건 모두 히말라야에 오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네팔 히말라야 횡단도, 오지 트레킹도 견뎌내지 못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정상에 서자 남쪽으로 참랑Chamlang 7,321m이 보였다. 웨스트 콜 가는 쪽으로는 순백의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마칼루는 아름답고 웅장하게 빛났다. 여길 오다니, 꿈만 같았다. 한 번의 실패를 겪은 뒤라 감회가 남달랐다. 그때는 쳐다볼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 쉽게 와서 기분이 이상했다. 히말라야에선 날씨만큼 큰 복도 없었다. 그다음이 유능한 스태프들인데, 나는 작년엔 둘 다 가질 수 없었다. 산은 1년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게 품을 허락했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과 따뜻한 햇살로 보듬어주었다. 잘 왔다며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배낭에서 타르초를 꺼냈다. 간자 라, 틸만 패스에 이어 세 번째 타르초였다. 그 어떤 곳보다도 이곳에 걸고 싶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산에 들면 저절로 신도가 되었다. 산이라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싶어졌다.
--- 「Chapter 4_위험하고 환상적인」 중에서

겨울 바지를 벗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모레인(빙하가 이동하다가 녹으면서 섞인 암석, 자갈, 토양으로 이루어진 퇴적층) 빙하 지대를 벗어난 것만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러나 길은 끝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0월 중순인데도 벌써 계곡이 얼어서 돌마다 반질반질했다. 포터들은 돌을 들어다 나르고, 얼음을 깨고, 흙을 뿌려서 지나갈 길을 만들었다. 계곡 맞은편으로 실처럼 가는 길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저긴 어디로 가는 길일까. 길을 보면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길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놓은 것만 봐도 그랬다.
여력이 된다면 지도에 그려진 길을 모두 다녀보고 싶다. 뒤돌아볼 때마다 지나온 길이 새삼스러웠다. 얼마 전만 해도 한번 갔던 곳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내가 본 히말라야가 찰나의 히말라야였다는 것을, 한 장소에 10번을 가도 그때마다 다를 거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 「Chapter 6_최후의 오지, 무스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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