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그 관성의 힘은 같아서(혹은 나쁜 습관의 경우가 더 커서) 금방 끊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습관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할 때 우리의 허락 없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옵니다. 그야말로 ‘나도 모르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당연히 우리 아이들도 예외가 될 수 없지요. 순수한 아이들이야말로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아이가 양말을 아무 곳에나 벗어놓는 것이 나쁜 습관인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더라도 그 나쁜 습관을 단번에 매몰차게 끊어버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이에게 체화된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니까요.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하루에 1cm씩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여유 있고 너그러운 부모의 시점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 p.32~33
인간에게 있어서 모방의 영향은 아주 크기에, 모방은 사회화의 기초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모방하며 배웁니다. 습관이 어떤 모습으로든 형성되는 것은 모방효과, 모델링효과 덕분인 것입니다. 필통을 정리하는 습관이나 각종 학용품을 관리하는 습관, 외출 후 손 씻는 버릇 등과 같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비교적 사소한 습관들을 바로잡아주고 싶다면 아이에게 습관을 고치라고 단순히 지시, 명령하는 것보다 함께 해보려는 태도를 취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런 사소한 모습들은 어쩌면 내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나도 작은 변화를 위해 힘써보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함께 해보는 것이지요.
--- p.39
아이에게 글씨를 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게 하고 싶다면 새 공책을 바꿀 때가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헌 공책보다는 새 공책을 시작할 때 바른 글씨를 쓰고 싶은 마음이 더 샘솟을 겁니다. ‘이 공책에는 글씨를 바르게 써야지. 새 공책은 더럽히지 말아야지.’ 이렇게 미리 다짐을 하고 새 공책을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책상 정리를 하는 습관을 확실하게 가르치고 싶다면 책상을 바꿀 때가 효과적입니다. 방을 바꿀 때, 새 옷을 입을 때, 새 집으로 이사할 때 등 분위기 전환이 가능한 시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분으로 새 출발을 할 때가 나쁜 습관을 고치기에 적기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습관을 형성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터닝 포인트가 되는 시점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p.58~59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아이가 어떤 가치에 마음을 쏟는지 잘 모르고 있나요? 아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편안해하고 아이가 어떤 가치를 따를 때 자유로움을 느끼고, 그 속에서 충만함을 찾는지 관찰해보길 권합니다. 아이와의 속 깊고 풍성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이의 가치관을 알아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대화가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준의 겉핥기식이라면 특별한 성과를 거두긴 힘듭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주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갔을 때 어느 날 물꼬가 터질 수 있습니다. 아이와 쪽지나 편지를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가치관은 행동의 범위를 결정합니다. 자녀의 행동을 잘 관찰해보면 아이가 편하게 대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 p.70~71
보상제도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와의 충분한 사전 교감과 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보상제도를 왜 하는 것이며, 아이는 어떤 보상을 원하고, 끝까지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사전에 아이와 합의를 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무조건 스티커 판을 들이대며 시작하는 보상제도는 의미 있는 성공으로 이어지기 힘듭니다. 사전합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중간 과정에서 아이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검사하고 스티커만 주는 것이 엄마와 교사의 역할이 아닙니다. 보상제도를 진행할 때 엄마나 교사는 단순한 확인자의 개념을 넘어선 동행자의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 p.78
끈기 있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아주 작은 미션부터 시작해보기를 권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10분 책 읽기’와 같은 미션을 시작해보십시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끈기를 기르는 데 최고의 방법이므로 미션의 내용은 가급적 적은 노력으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쉬운 것이어야 합니다. 힘에 부치는 미션은 단기간에는 달성하기 쉬우나 끈기 있게 오래 하기에는 버겁습니다. ‘화목토 줄넘기 50번’, ‘하루에 명언한 개씩 소리 내어 읽기’와 같은 미션도 끈기를 기르는 데 참 좋아서 추천합니다. 한 권의 책을 끈기 있게 끝까지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슬로우 리딩’을 권합니다. 한 달에 한 권, 슬로우 리딩으로 읽을 책을 선정합니다. 이 때 책은 아이들이 혼자서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이틀에 한 챕터씩 함께 읽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책을 읽도록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는 것입니다. ‘끈기’라는 생각 습관은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부모님도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 p.94
아들: “엄마, 다음 주 수요일까지 ‘가족’과 관련된 사진이나 물건을 가져오는 게 숙제인데요. 어떤 걸 가져가는 게 좋을까요? ”
엄마: “음… 글쎄? 그냥 대충 아무거나 네가 찾아서 가져가렴.”
내게 맡겨진 것이라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습관이 곧 성실입니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합니다. ‘대충’이라는 부모님의 말은 ‘성실’이라는 생각 습관을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생활 속에서 우리가 ‘대충’이라는 말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는 노력만 해도 아이들은 절대 대충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대충하도록 부추기는 모습이 나에게도 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p.106
담임선생님이 과학 과제물을 내주며 2주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 숙제를 언제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아이에게 “과학 숙제 내주신 것을 미루지 말고 지금 해”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의 선택권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지요. 위와 같은 말은 저학년에게는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지만 고학년에게는 적용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며 감정이 상하기 때문이지요. 마침 지금 숙제를 하려고 했더라도 부모님의 그 말 한마디 때문에 괜한 반항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숙제가 다다음주 월요일까지구나? 언제 숙제를 하는 게 제일 좋을까? 달력을 함께 보자”라고 말하며 아이가 스스로 날짜를 정할 수 있게 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런 다음 독촉하지 말고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 p.112~113
딸 : 엄마, 우리 마트 같이 가요. 나 준비물을 좀 사야 해요.
엄마: 그럴까? 지금이 몇 시지?
딸 : 지금 4시예요.
엄마: 그래. 그럼 우리 지금 마트에 다녀오자. 마트에 다녀와서 할 일
이 뭔지 미리 생각해놓고 출발하자.
딸 : 마트에 다녀와서 영어 학원 숙제랑 일기쓰기 하면 될 것 같아요.
엄마: 엄마는 마트에 다녀와서 다림질을 좀 해야겠다.
위의 대화에서처럼 할 일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고 말하는 연습은 아이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그리고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 순서를 정하는 대화도 자주 나누길 적극 추천합니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능력은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 p.114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는 자신이 사용한 욕을 ‘유행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학원에 함께 다니는 형들이 그 말을 한 뒤, 웃는 모습을 보고는 그렇게 생각했었나봅니다. 욕의 뜻과 욕이 가지고 있는 좋지 않은 파급력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욕을 처음 썼는데 그것이 전혀 의도성이 없는 사용이었다면, 아이에게 과하게 꾸중을 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이해시켜가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점은 아이가 그 말을 한 그 즉시 이야기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이야기해주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이때 부모의 말투는 격앙된 말투보다는 진지한 말투여야 합니다.
--- p.133
우리 어른들의 일상이 그렇듯이 아이들의 일상도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울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날도 있지만 아무리 노력하는 아이더라도 선생님에게 꾸중 받는 날도 생깁니다. 친구들에게 박수 받는 날도 있지만 친구들로부터 마음에 상처를 받는 날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님은 아이가 즐거웠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기를 바랍니다. 아무도 자신의 아이가 속상하기를 바라지는 않지요. 그래서 아이에게 이렇게 자주 묻습니다."오늘 재밌었지?" "오늘 선생님에게 어떤 칭찬 받았어?" 아이가 실제로 재밌었던 날에,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날에 저런 질문을 듣는다면 아이는 너무나 신이 나서 이야기해주겠지요. 그런데 하필 재밌지도 않았고, 칭찬도 받지 않고, 오히려 꾸중을 받은 날에는 참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니 실망할 부모님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 수 있어요. 가끔은 아이에게 “오늘 혹시 속상한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도 봅시다.
--- p.152~153
깊은 수면으로 질 좋은 충전의 시간을 가진 아이는 누가 억지로 깨워서 기상하지 않습니다. 지난밤의 수면으로 완벽하게 피곤을 떨쳐낸 아이는 아침에 가볍게 눈을 뜹니다. 이런 아침을 365일 중에 며칠을 유지하는가가 공부 습관을 잡는 기초 작업입니다.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찍 잠자리에 누워서 일찍 수면에 빠져야 합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1, 2학년은 저녁 9시 취침을 권합니다. 3, 4학년은 적어도 저녁 9시 30분에는 취침해야 합니다. 양적 수면은 질적 수면을 이끕니다. 잠자리에 누울 시간을 정했다면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저녁 9시에 취침을 계획해놓고는 8시 30분에 저녁을 먹는 일은 곤란하겠지요. 8시 30분부터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9시에 취침을 할 수 있습니다.
--- p.176
달력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시간과 관련된 말들을 많이 쓰게 됩니다. 시간의 양적 감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동시에 시간의 소중함도 느껴봅니다. 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저는 이 달력을 머리맡에 붙여두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마다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오늘 날짜에 색연필로 엑스 표시를 하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기분 좋은 일은 무엇이었고, 속상하거나 당황했던 일은 없었는지, 누군가에게 고마웠거나 미안했던 일이 있었는지도 대화합니다. 물론 아이의 말만 들어서는 안 됩니다. 엄마 또한 오늘 하루 중 기분 좋았던 일, 속상했던 일, 고마웠던 일을 말해줘야 합니다. 엄마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아이들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 날짜에 색연필로 엑스 표시를 하면서 일곱 살 둘째아이하고는 “3월 11일 안녕”이라고 인사도 해줍니다. 아이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신이 깊은 잠에 든 사이에 3월 11일은 지나고, 3월 12일이 온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 p.187
엄마표 공부에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동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공부를 도와주는 엄마에 대한 존중, 엄마는 아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배움이 이루어지는 학교나 학원에서도 교사에 대한 학생의 존중, 학생에 대한 교사의 존중은 기본이지요. 가정에서의 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도, 엄마도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엄마표 공부가 문제없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위의 고민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엄마표 공부에서 가장 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은 서로가 주고받은 ‘말’입니다. 엄마표 공부를 할 때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높임말 사용을 추천합니다. 평소에는 존대하지 않았던 엄마와 자녀라도 공부에 임할 때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남남이 만난 것처럼 어색하게 서로 존중하며 공부하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 p.195
우리 아이의 책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당연히 필통과 알림장, 가정통신문 파일, 일기장 등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책가방에 수시로 읽을 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 자투리 시간이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자투리 시간이 별 볼 일 없는 시간 같아도 1년 동안 그 시간이 쌓이면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 됩니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수학 익힘책을 푸는 과제를 내주었다면, 이 과제를 끝마치는 시각은 아이들마다 다르겠지요. 먼저 일찌감치 끝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다 풀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딱히 다른 할 일이 없으면 멀뚱거리다가 이내 지루해집니다. 아이는 자투리 시간을 무료함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미술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술과목은 특히 아이들마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속도 차이가 엄청나서, 일찍 작품을 완성한 친구들에게는 꽤 긴 자투리 시간이 생깁니다.
--- p.227~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