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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 아작 | 2020년 06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12건 | 판매지수 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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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78g | 137*197*22mm
ISBN13 9791165507992
ISBN10 116550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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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2019 SF 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 심너울의 진면목!
우리 사회의 숱한 부조리에 대해 뼈를 때리는 풍자와 해학,
전통 SF 작가로서의 풍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풍성한 소설집!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무관해 보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생업을 잇던 심너울 작가는 2018년 여름 단편 「정적」으로 데뷔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수준 높은 중단편과 장편 소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데뷔 1년 6개월 만에 단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2019 SF 어워드에서 기라성 같은 후보작들을 제치고 중단편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이어 같은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마켓 토리코믹스워드까지 받으며 한국 SF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나는 절대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이미 퇴근을 했어도 퇴근이 하고 싶은 대학원생의 ‘웃픈’ 연구를 다룬 「초광속 통신의 발명」을 시작으로,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10년 가까이 연명 치료를 받고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와 그 기업 산하 연구원들이 벌이는 블랙 코미디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욕실에 물때가 끼는 이유조차 모르는 무능한 이혼남에게 생긴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등 독자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할, 동시대 청년의 눈으로 본, 지금 우리 사회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2019 SF 어워드에서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은 “SF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작품”, “미시적인 동시대성과 규모 큰 SF 테마를 한데 버무린 ‘판교 소설’로서 특유의 풍미가 일품”,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 과학이 손안의 도구인 동시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를 자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고 심너울 작가를 평가했고, 현재 장르를 넘어 한국 최고의 블랙 코미디 작가라 할 곽재식은, “예리한 포착, 생생한 묘사, 흥이 넘치는 서술, 유려한 풍자와 즐거움, 무난한 마무리. 과연 소설은 이렇게 써야돼 라는 생각이 드는 훌륭한 소설”이라며 심너울 작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01 초광속 통신의 발명 7
02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13
03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65
04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 95
05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143
06 감정을 감정하기 171
07 한 터럭만이라도 221
08 거인의 노래 267
09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 287

작가의 말 335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진짜 퇴근하고 싶다.”
--- 「첫문장」 중에서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출근한 미래에서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이 과거로 거슬러 온 것 아닐까?
--- p.10

나 같은 경우에는 심너울이란 작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작가는 2년 전에 작품 몇 개를 발표하고 나름대로 상도 받아서 뭔가 되나 싶더니, 그 후 내는 작품마다 혹평을 면치 목하고 이제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 p.41

“남자한테 그런 근본적인 외로움이 있다는 거 말입니다. 돌봄 문제도 문제지만 정부에서 그런 거에 대한 지원을 좀 해야 하지 않나, 남자가 여자들을 떳떳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행사라든지, 아니면 그런 욕망을 해결할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나 해요.”
다른 모든 남자들이 “맞아, 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p.80

“우리 학교에 학생이 너무 적어서 친구 봇을 설치한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 p.102

애플에서 내놓은 최신 무선 이어폰을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가격이 어마어마했지만, 옛날에 쓰던 보청기에 이어폰 기능까지 더했다 하면 거저나 마찬가지였다.
--- p.145

“모든 꼰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지.”
--- p.161

“걱정하지 마세요. 요새 전자뇌 기술이 발달해서, 운동 기능 쪽은 전자뇌로 완벽하게 대체가 가능합니다.…예, 인공 간이나 안구 이식하듯이요. 뇌 쪽도 이제 이식이 잘 되는 부분이 꽤 많거든요.”
--- p.182

“그러니까 신체의 반응이 먼저라는 거죠. 뇌가 무섭고 설렌다고 생각해서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 놓이면 먼저 심장이 뛰고, 그걸 사람의 뇌가 해석하는 거예요.”
--- p.188

“이거 사람고기네요.”
“입맛이 정확하시네요. 네, 사람 등심입니다. 저희는 아무래도 인간 유래 배양육 제품이라고 부르는 편을 선호합니다만.”
--- p.223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에서 심우주 유인 탐사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장엄했으나 그만큼 저열했던 한반도 통일 이후 새로운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 p.271

“겨울아, 우리 중에 너만 죽지 않을 거야.…그때 겨울이 DNA를 조절해서, 겨울인 안 늙을 거야. 20대에 멈춰서, 영원히… 살 거라고.”
--- p.27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2019 SF 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 심너울의 진면목!
우리 사회의 숱한 부조리에 대해 뼈를 때리는 풍자와 해학,
전통 SF 작가로서의 풍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풍성한 소설집!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무관해 보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생업을 잇던 심너울 작가는 2018년 여름 단편 「정적」으로 데뷔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수준 높은 중단편과 장편 소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데뷔 1년 6개월 만에 단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2019 SF 어워드에서 기라성 같은 후보작들을 제치고 중단편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이어 같은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마켓 토리코믹스워드까지 받으며 한국 SF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2019 SF 어워드에서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은 “SF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작품”, “미시적인 동시대성과 규모 큰 SF 테마를 한데 버무린 ‘판교 소설’로서 특유의 풍미가 일품”,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 과학이 손안의 도구인 동시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를 자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고 심너울 작가를 평가했고,

현재 장르를 넘어 한국 최고의 블랙 코미디 작가라 할 곽재식은, “예리한 포착, 생생한 묘사, 흥이 넘치는 서술, 유려한 풍자와 즐거움, 무난한 마무리. 과연 소설은 이렇게 써야돼 라는 생각이 드는 훌륭한 소설”이라며 심너울 작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 심너울 작가는 한 권의 장편 소설과 미니 단편집을 단독으로 냈고, 두 권의 앤솔로지에 작품을 수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데뷔 2년 만에 작가 심너울의 진면목을 보여줄 작품들을 모두 모은 본격 중단편소설집이 나왔다.

이미 퇴근을 했어도 퇴근이 하고 싶은 대학원생의 ‘웃픈’ 연구를 다룬 「초광속 통신의 발명」을 시작으로,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10년 가까이 연명 치료를 받고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와 그 기업 산하 연구원들이 벌이는 블랙 코미디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욕실에 물때가 끼는 이유조차 모르는 무능한 이혼남에게 생긴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등 독자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할, 동시대 청년의 눈으로 본, 지금 우리 사회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몇 퍼센트가 기계로 대체되면 안드로이드로 대체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는 「감정을 감정하기」, 서구 황금기 고전 SF를 방불케 하는 우주 탐험기 「거인의 노래」, 타임 패러독스의 대명사라 할 쌍둥이 역설을 새롭고도 감성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 등 전통 SF 작가로서의 풍모 역시 손색이 없다. 가히,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풍성한 소설집이라 할 만하다.

[작가의 말]

내가 써놓고도 뻔뻔할 정도로 스스로 좋아하는 작품들


이 단편집의 소설들은 내가 2018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쓴 것들 중에 출판할 만큼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 다시 다듬어 낸 것들이다. 「정적」으로 데뷔하고 나서 1년 6개월 동안 내가 봐도 꽤 빠른 속도로 썼다. 25년 동안 살면서 모아놓은 생각들이 빵 터진 거라, 앞으로 이 정도의 생산성은 내지 못할 성 싶다. 와중에는 내가 써놓고도 뻔뻔할 정도로 스스로 좋아하는 작품도 몇 편 있는데, 사람들이 읽고 나와 같은 기쁨을 공유할 수 있다면 참 기쁘겠다.

「초광속 통신의 발명」은 가벼운 소품이다. 여름에 모기 잡다가 모기가 자꾸 시선에서 벗어나는 걸 경험한 어떤 대학원생이 모기가 차원을 도약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초공간 도약 이론을 개발하게 되는 소설과 또 한 편을 더 써서 ‘위대한 발명 3부작’을 쓰려고도 했는데, 남은 하나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은 곽재식 작가님의 「다람쥐전자 SF팀의 대리와 팀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초임계 참기름 비리 사건은 어떤 국책연구소에서 진짜로 일어났던 일을 각색했다. 초임계 참기름과 초임계 콜드브루는 실제로 상품화가 되어 있다. 초임계 참기름은 정말로 그 품질이 좋다고 한다. 나도 책을 많이많이 팔아서 그냥 참기름 말고 초임계 참기름을 사 먹으면서 살고 싶다. 헛된 꿈을 꾸지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 초임계 추출법으로 라면에서 기름 짜서 파는 것도 실제로 내 모교에서 한 일이다. 라면에서 기름을 쭉 빼면 칼로리가 줄어드니까 다이어터들이 즐겨 찾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었다. 이 아름다운 발상은 필연적인 파멸을 맞았다. 이 ‘기름 없는 라면’은 최근에 여러 회사에서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 굳이 라면을 튀기고 나서 첨단 기술로 기름을 빼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용됐던 ‘건조’라는 놀랍고 획기적인 기술로 건면을 만든다. 초임계 소동과는 달리, 오스쿠스는 순수한 창작의 산물로, 딱히 존재하는 기업을 본뜬 것이 아니다. 오스쿠스는 한국의 어느 회사와도 관련이 없으며, 만약 실제와 비슷한 점이 있으면 그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는 생물학적 환원주의의 견지로 쓴 한 편의 농담 같은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억압의 기반에는, 특히 젠더 문제에 있어서는 사회문화적 원인이 생화학적 원인보다 훨씬 커다란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남자가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일반적으로 더 많겠지만, 모든 남자의 고환을 긁어낸다고 해도 사회가 갑자기 유토피아로 변하지는 않겠지, 당연히. 가끔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을 때가 있다.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를 말하려면 내 친구의 놀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는 사람 얼굴처럼 보이는 것들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의 ‘얼굴첩’에 올린다. 예를 들면, 건물의 창문 두 개와 문이 각각 두 개의 눈과 입처럼 보인다든지, 콘센트의 구멍들이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든지. 하하, 사람들은 세 개의 구멍이 있으면 그걸 두 눈과 입 같다고 느낀다. 나는 사람의 그 특성이 좋다. 생명이 없는 사물에서 사람을 연상해내는 작용이. 물론 그것은 사람이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고 해석하기 위해 나타난 진화적 적응이겠지만… 나는 거기서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에서 사람의 속성을 본다는 것은 사람의 정신이 그만큼 다른 것도 포용할 수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평범한 착즙 가지고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냐 물을 수도 있다. 맞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이 단편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이다. 내가 쓴 다른 소설에서 묘사된 미래의 모습이 실현될 것 같으냐고 어떤 사람이 물어본다면, 나는 당혹한 표정을 지으면서 “글… 글쎄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늙어서 다음 세대에게 경멸받는 것은 필연이다. 조카를 볼 때마다, 조카와 그 세대의 사람들이 훗날 나를 너무 경멸하지만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파탄 나고 있는 세상 꼴을 보고 있자면 너무 큰 바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감정을 감정하기」는 내가 언젠가 생물심리학을 공부할 때에 잠금 증후군 환자들의 사례에 대한 연구를 보고 생각한 것이다. 잠금 증후군 환자들은 의식은 있지만 전신 마비로 인해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일반적으로 척수로 이어지는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그런 상태에 놓이게 된다. 환자들은 의식이 있지만, 오직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만 외부와 소통이 가능하다. 사실 상당히 고통스러운 질병일 것 같은데, 놀랍게도 일부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의 정서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Bruno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표본 집단의 환자들 중 72퍼센트가 행복하다고 대답했고, Kubler의 2001년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 대부분 차분한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는 정서를 느끼는 데 있어 신체의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된다. 그러니까, 아무리 무서운 상황에 있어도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내 심장이 뛰지 않는다면 공포감이 없다는 말이다. 그 내용에서 흥미를 느낀 나는 그것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발달시켜 소설로 완성했다. 우리의 감정과 정서가 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협응하여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매력적이다. 우리의 몸뚱이는 단순히 우리의 영혼이 입은 옷가지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의 생물심리학이나 신경과학에서 정서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꼭 개인적으로라도 더 공부해보고 싶다.

「한 터럭만이라도」는 영화 [옥자]와 에세이 「천재 앵무새 알렉스와 나」를 보면서 생각했던 이야기다. 이야기에서 제시했던 약간은 비관적인 전망과는 다르게, 나는 배양육 기술에 대해 대단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분명히 나보다 훨씬 훌륭한 결론을 제시할 테니까. 나는 이런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해당 소설의 초고는 트위터에서 박종관 님, 신가인 님, 이서 님, 미네나인 님이 먼저 읽어주시고 의견을 주셨다.

「거인의 노래」는 나름대로 고전적인 느낌으로 써본 SF다. 나는 혹독한 우주 공간 속에서 조용하고 외롭게 떠 있는 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 취향 탓에, 언젠가 소설로 쓰고 싶은 소재 중 하나로 ‘Rogue planet’이란 별이 있다. 일반적으로 행성은 항성의 중력에 붙잡혀 그 궤도를 빙빙 돌며 항성의 끝없는 여행을 함께하는 식구가 된다. 그런데 어떤 행성은 중력 섭동 등의 이유로 항성의 중력권에서 튕겨 나가 홀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라, 그 무한한 고독 속에 놓인,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상을. 그 이미지를 마음속에 품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저릿거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천문학적인 객체들 중에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저릿거리지 않는 게 있을까? 모든 행성과 위성과 혜성과 항성과 은하와 기타 등등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는 쌍둥이 역설에 대한 나름대로의 변주다. 나는 일반적으로 인물의 성별을 글을 쓰다가 필요할 때마다 마음 가는 대로 정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쓸 때는 시작부터 자매의 이야기를 쓰고자 마음을 확고히 먹었다. 중요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위로 형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이 이야기를 형제의 이야기로 만들 수가 없었다. 형이 나랑 같이 영원히 살려고 굳이 우주선을 만들 것 같지도 않고, 설령 그러더라도 내가 거기에 보답하려고 굳이 의학을 배울 것 같지도 않아서.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 정도로는 사랑하지 않는다. 물론, 소설에 쓰인 것 같은 자매나 남매 관계도 거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본 적이 없는 관계니 감정적으로 거리감을 두고 쓸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소설은 불멸 시술의 도입을 제하고는 놀라울 정도로 사회의 모습이 현대와 비슷하다. 미래 사회에서 사람의 DNA를 뒤틀어서 영원히 살 수 있게 할 정도로 분자생물학이 발달했다면 다른 과학기술도 무시무시하게 발달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혼자 발전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기술이 존재하는 사회는 우리가 아는 사회와도 전혀 다른 모습이겠지. 전통적인 가족이 존재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당장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었고, 따라서 이 세계를 그릴 때 나는 다른 과학의 발달을 통제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20년 3월 29일로,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친 재난이 된 때다. 올해는 세계 전체가 코로나로 신음하리라는 예측이 가득하다. 비교적 사태를 일찍 맞은 우리 동아시아 사람들도 세컨드 웨이브의 불길한 전조에 덜덜 떤다. 유럽 연합을 하나로 묶던 셍겐 조약은 심너울이 떠벌리고 다니는 로또 당첨 공약같이 무의미한 것이 된다. 각 국가는 전시 체제로 전환하여 공장을 징발해 의료기기를 생산한다.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들던 물리적 연결은 꽁꽁 얼어붙고 온갖 항공사의 주가가 폭락한다. 민족주의, 제노포비아가 산불처럼 세상에 퍼져나간다. 나는 세계가 하나가 된 시대에 태어난 밀레니얼이다. 코로나는 세계화와 그 공고한 질서에 영원히 남을 깊은 상처를 실시간으로 새기고 있고, 이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세상은 우리 밀레니얼 세대가 알던 세상과 크게 다를 것이다. 이런 커다란 전환점에 미래를 상상하는 SF를 쓰는 것은 나름대로 큰 모험이다. 어쩌면 벌써 우습게 되어버린 이야기들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면 참 고맙겠다. 그리고 작가 후기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지만 관련된 몇몇 사람들 빼고는 크게 흥미가 없는 말을 하겠다. 책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힘들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내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나의 첫 번째 독자인 육아리 누나와 내 가족에게, 항상 지지해준 데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난잡하고 피로한 세상을 무단 횡단하는 얼빠진 우리들

상황과 환경이 엉망진창인 곳이야말로 희극의 천국이라고들 한다. 혼돈과 고통은 웃음의 진원지다. 이 점을 생각하면 희극에서 책상은 일견 별로 매력적인 장소로 보이지 않는다. 책상 앞에서 일어나는 일은 조용하고 지루할 뿐, 극적이거나 다채로운 고통이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많은 작가가 증명했듯, 책상은 충분히 ‘골 때리게’ 다양한 혼돈과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도 이를 증명하는 책이 될 듯하다.

화이트칼라 직군의 인물들이 이렇게 줄줄이 등장하는데도 다들 어딘가 얼이 빠져 있는 소설집을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다. 이 책의 인물들은 그런대로 제 몫을 하며 잘 살고 있으면서도 그렇지 못하다. 머릿속에 퇴근 생각밖에 없고, 도대체가 입이 방정이고, 타인에게 사랑받기 어려운 인격의 소유자로 살았고, 내 구역을 침범한 똑똑한 기계가 무섭고, 젊음이 이미 지나갔음을 인정하기 무섭고, 천재 애완동물이 실은 애완동물이 아님을 알지 못하고……. 각 단편의 인물들이 서로에게 퉁명부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보시오, 나도 이게 좀 이상한 건 아는데… 그런데 이미 그렇게 살아버린 걸 어쩐답니까? 당신은 이러지 마십시오… 그런데 당신도 이미 그렇게 살고 있군요.”

물론 그들만 외롭게 얼이 빠져 있지는 않는다. 가장 얼빠졌고 얼이 빠지게 만드는 사건과 환경과 세상이 그들에게 눈웃음을 짓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씁쓸하고 때론 오싹한, 혹은 감동적인 결말을 보며 동질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 기괴한 세상에서 우리도 이미 어느 정도는 얼이 빠진 채 살고 있으니.

소설집의 곳곳엔 씁쓸하고 골 때리는 유머가 가득한데, 그와 함께 여러 단편에서 보이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신기술에 대한 미묘한 거부감, 특히 사람 같은 기계와 사람의 자리에 끼어든 기계를 향해 은은한 적대감을 가진 인물이 바로 그것이다. SF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치곤 의외지만, 그들이 우리처럼 얼빠져 있는 걸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그들은 기기묘묘한 주인공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기보다는, 현실의 우리를 더 닮았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결말 역시 현실적이다.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감정을 감정하기」의 인물들이 특정 종류의 기술에 오싹함이나 불편함을 느끼든 말든 작가는 가차가 없다. 인물들은 기계와 기술을 못마땅해 할 수는 있어도 모르는 척하거나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신호등에 불은 들어왔고 그들은 미래로 걸어가야 하니까. 아니, 그들이, 우리가 건너가지 않으려 해도 미래가 자꾸만 우리를 향해 횡단해 오니까.

우리는 시대와 세월에 선을 여럿 그어놓고선, 선 너머 맞은편이 마치 정해진 순간에 다 함께 건너야 할 도로인 것처럼 굴지만, 그건 착각이고 단순한 바람일 뿐이다. 우리가 걸음을 멈추더라도 우리 발 앞의 길은 이미 바뀌어 있다. 때론 아무리 빨리 걷더라도 길은 우리보다 더 빨리 변해 있을 것이다.
얼빠져 사는 우린 대체 어찌해야 하나? 지금도 이미 충분히 피곤한 세상인데, 새롭게 피곤한 세상이 온다니 어쩌겠는가? 눈앞에 뭐라도 뵈는 게 있으면 닥치고 그곳을 향해 무단 횡단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울상을 짓고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결국은 걸음을 내디딘다. 내 옆으로 무엇이 달려드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일단은 미친 척 농담을 지껄이면서. 내 곁에 있던 이들이 함께 길을 건너는 중이길, 행운이 함께하고 있길 기도하면서.

소설의 인물들에겐 그런 행운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안전하게 자기 자신과 화해하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세상을 무단으로 횡단하다 큰 상처를 받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완벽하게 홀로 고립시키지 않으려는 굳센 고집이 작가에게 있는 모양이다. 상처는 아물고, 삶은 계속되고, 한심한 사람에게도 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고, 함께 배우고, 뒤늦게라도 깨닫고, 배려를 주고받고, 갚아나간다. 건강한 희극이다. 희극은 비록 고통으로 시작하더라도 고통으로만 끝나진 않는 법이다.

배움은 그러나 느리다. 사람은 어리석어서 깨달음에 시간이 걸린다.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의 교사는 어린 학생 앞에서 펑펑 울 정도로 마음고생을 해야 했고, 「감정을 감정하기」의 주인공은 애인을 떠나보낸 데다 끔찍한 진실을 알고 나서야 생각을 바꾸었고, 표제작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에서 주인공은 두렵고 외로운 하나의 깨달음을 얻기까지 젊음을 다 써야 했다. 심지어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에선 평범한 사람들 기준의 반평생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비록 느리고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변화는 온다.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이 소설집의 유머러스함에 버금가는 강한 힘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순간에 같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진 못하겠지만, 각자 삶을 횡단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번은 통과해야 할 지점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앞서 나간 누군가의 뒤에 곧잘 남겨진다. 그러나 늦더라도 그들은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향해 나아간다. 소설 속 인물들의 한숨 섞인 기행에 웃다가, 이리저리 꼬인 삶에 혀를 차다가, 작은 성취와 발견에 미소 짓다 보면, 단편을 읽었는데도 미래 이웃들의 인생살이를 오래 들은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아무리 낯선 기술이 구현된 세상이라도 그곳엔 낯익은 이야기가 있다. 작가가 펼쳐놓은 건강한 희극을 한 줄 한 줄 따라가다 보면, 이 정도쯤은 얼빠져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들처럼 적당히 안전하게 세상을 횡단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도 반드시 저렇게 추하게 늙게’ 될 테니까.
― 문목하, 소설가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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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각과 과학 지식을 잘 이끌어 낸 단편집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J**e | 2021.03.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printf("Hello, world!\n");   작가는 분명 코딩을 해 보았을 것 같다. 독자에게 인사를 보낸다. 안녕! 다른 책에 나오는 긴 제목의 소설에서 stack과 memory leak을 소개하는 부분을 보면서 program language에 상당한 소양을 가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작가 소개에 프로그래밍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그 소설이 매우 사실적인 것을 알 수 있다.  &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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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ntf("Hello, world!\n"); 

 작가는 분명 코딩을 해 보았을 것 같다. 독자에게 인사를 보낸다. 안녕! 다른 책에 나오는 긴 제목의 소설에서 stack과 memory leak을 소개하는 부분을 보면서 program language에 상당한 소양을 가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작가 소개에 프로그래밍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그 소설이 매우 사실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읽어 것은 표제작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였다. 책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 제목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된 것이다. 내용은 아주 보편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 나는 그렇게 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아야 하고 어릴 때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결국은 아버지와 별다른 인생이 없다는 것을 아주 짧은 단편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늙은이가 이야기할 것이다. "너 나랑 다를 것 같아. 살아봐” 

 

 두번째로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를 읽었다. 정말 좋아하는 용어들이다. 컴퓨터 공학, 교육학, 통섭, 어떤 내용이 나올지 기대하면서 읽었다. 좀 시시했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이런 식이면 모든 것이 다 융합이고 통섭이다. 

 

 처음부터 읽었다. 역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작가가 첫번째 작품을 잘 배치하여 독자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번째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을 읽었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기술적인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부회장님"이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소개되는 내용들이 현란했다. 재벌 3세와 곽재식 작가를 모델로 이 단편을 읽었다. 최고로 재미있는 챕터였다. 

 

 소설을 읽다가 문장들이 한번씩 튈 때가 있다. 굳이 이런 문장들을 왜 사용하나 생각이 들었다. 젊은 작가가 참신한 문장을 사용하는 느낌도 있지만, 구어체가 강하고 리뷰를 한번만 하면 조금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랐다. "여전히 우주여행에는 돈이 더럽게 많이 드는 일이었다." 가 서술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엄격하게 작품을 보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겨우 한편 읽고 작가를 평해본다. 문장 자체가 가볍고 경쾌하다. 과학적으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설명하는 것에 매우 뛰어나다. 기괴해 보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주제가 선량하다. 젊은 사람들의 언어와 문화를 잘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몰입과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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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심너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키* | 2021.02.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요즘 나는 SF에 푹 빠져 있다. 소설도 SF 소설을 주로 읽고, 드라마도 SF 드라마를 주로 본다. SF라는 장르의 문법에 이제 많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어려운 작품은 어려운데, 이 소설집은 아주 많이 쉽고 재미까지 있다. 'SF 소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제부터 읽고 싶다' 하는 분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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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SF에 푹 빠져 있다. 소설도 SF 소설을 주로 읽고, 드라마도 SF 드라마를 주로 본다. SF라는 장르의 문법에 이제 많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어려운 작품은 어려운데, 이 소설집은 아주 많이 쉽고 재미까지 있다. 'SF 소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제부터 읽고 싶다' 하는 분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이다.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모 대기업이 배경인 듯한(듯한?) 내용인데, 해당 기업의 비리라든가 권위적인 조직 문화 등을 재치 있게 돌려까는 스킬이 대단하고, 풍문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소설로 박제할 생각을 한 작가님의 용기가 놀랍다.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중성화 수술이라는 해답을 제시하는<저 길고양이들과 함께>도 좋았다. 수술까지는 안 받더라도 자발적으로 비혼, 비연애를 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 이미 중성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표제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도 좋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같은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지 걱정되고 두렵다. 편한 것,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낯선 것,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틈만 나면 SF를 읽고 보는 이유도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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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없는 시대여, 부디 천천히 오길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0.11.1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창의적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나의 생각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독서를 많이 하면, 경험의 폭을 넓히면 사고의 영역 또한 다양해지려나. 약간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지금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어느 분야건 출중함은 타고 나야만 한다. 노력으로는 천재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는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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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나의 생각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독서를 많이 하면, 경험의 폭을 넓히면 사고의 영역 또한 다양해지려나. 약간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지금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어느 분야건 출중함은 타고 나야만 한다. 노력으로는 천재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는 긴 제목을 가진 책을 집어 들었다. 나이 듦을 향한 평상시의 두려움이 본능적으로 내 손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제목의 길이와 어울리지 않게 작품은 명쾌했다. 일종의 경의로움을 느끼며 나는 다짐했다. 아무리 평균 수명이 늘어나더라도 2100년이 되기 전에는 세상을 필히 뜨리라. 어찌 보면 고작(?) 80년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내일 일도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80년은 머나먼 미래에 속했다. 그 즈음 시간이 흐르면 소설 속 이야기가 마냥 허황되다 평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과연 사람 사는 게 사람 사는 거 같을까.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라도 되듯 나의 사고는 일정 영역 안에서 맴돌았다. 입을 벌리기가 무섭게 “기상천외하다” 외침이 쏟아질 거 같아서 잘근잘근 입술을 씹었다. 

첫 번째 배치된 작품 <초광속 통신의 발명>은 일종의 워밍업과도 같았다. 직장인들은 출근하기도 전에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다는 걸 저자는 어찌 안 걸까. 속내를 들킨 나는 자발적으로 저자의 연구에 동참해야만 할 거 같은 충동을 느꼈다. 내 마음에 깃든 Hello, world 라는 글자 탓에 오늘도 난 아침부터 미치도록 퇴근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본격적으로 나는 저자가 펼쳐놓은 세상에 빠져들었다. 

얼마 전 유수의 기업 총수가 세상을 떠났다. 이를 염두했을 리는 없을 텐데도 난 자꾸만 오래도록 병상을 지켰던 한 인물을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을 읽으며 떠올렸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들 줄 모른다더니,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난감했다. 어쩐지 너무 잘 나간다 싶어 불안감이 가중되는 찰나에 저자는 굴러 들어온 복을 제 발로 차버리고야 말았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굴며 쉬쉬했던 사실을 술의 힘을 빌려 발설하고야 만 저자에게 드리워진 미래는 암담했다. 한 편으로는 언젠가는 맞이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대인의 핏발 서린 눈을 매일 마주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의 전개는 혀를 내두르고도 남을 만치 기괴했다. 소위 제 잘난 맛에 취해 살던 저자에게 급작스레 중년의 초라함이 찾아왔다. 직위에 기대어 제 못남을 얼마든지 감출 수 있다 믿었지만 가정을 잃은 후로 더는 그간 착용해온 가면의 도움을 얻기 힘들어졌다. 아무 짝에 쓸모 없어 보이던 정부 모처가 드디어 남성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는구나 싶어 환호를 지르려는 찰나에 아무나 상상할 수 없는 해결책이 주어진다. 저자가 ‘건강한 사회적 접촉’이라 칭한 게 무엇인지는 이 책을 찾을 다른 독자들을 고려해 말하지 않으련다. 

사람과 관계 맺음이 어려운 상황에 주어지는 로봇 친구, 모두가 두려워하는 노화로부터 자유를 선사할 것만 같은 애플사의 새 에어팟 따위가 계속해서 등장했다. 그야말로 신문명이었다. 심지어 저자는 사람의 고기를 배양해 식용으로 즐기는 시대를 제시하기까지 했다. 육식을 위해 동물을 학대해가며 키우고 도살하는 끔찍한 과정을 더는 거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이상적인가 싶으면서도 내가 내 세포를 배양해 구워 먹는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묘했다. 뇌 세포까지도 얼마든지 교체가 가능하다면 치명적인 마비 등을 유발할 질환이 찾아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임이 분명했는데, 딱히 이상적일 거 같지는 않았다. 감히 평하건데 “저렇게 추하게”까지 세상을 진보케 할 필요는 없지 싶었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듯하니 지레 겁을 먹고 부정적인 평을 하는 것일지도. 

여러모로 두려움을 자극하는 작품들의 연속이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이름조차 잘 기억을 못 하기 시작한 나에게 이토록 기가 막힌 세상이 다가온다면 원치 않아도 도태를 경험할 것만 같았다. 한껏 즐겨놓고 ‘SF 소설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니, 내 자신이 우스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외쳐야겠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20세기, 21세기가 전부다. 나에게 추함을 선사할 22세기는 부디 천천히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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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5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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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과학을 싫어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b**********3 | 2021.03.06
구매 평점5점
재밌습니다. SF 소설 입문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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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 2021.02.15
평점5점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의 작품세계가 넓고 깊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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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울 |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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