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6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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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84g | 131*192*22mm |
ISBN13 | 9791190052337 |
ISBN10 | 1190052334 |
발행일 | 2020년 06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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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84g | 131*192*22mm |
ISBN13 | 9791190052337 |
ISBN10 | 1190052334 |
MD 한마디
[단단하고 예리한 문장의 힘, 김훈 장편소설] 가상의 두 나라 초(草)와 단(旦)의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만과 문명의 충돌, 그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 작가는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는 두 마리 말을 통해 참혹하고 허망한 전쟁의 그늘진 얼굴을 그린다. 새롭게 창조한 상상의 공간에서 전개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시선을 붙드는 책. -소설MD 박형욱
지도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과 말 앞에 ·초 ·단 달 너머로 달리는 말 1. 초승달 2. 말과 사람 3. 이마가 빛나는 말 4. 안개와 무지개를 토하는 말 5. 재갈 6. 전운 7. 새벽 강물 위로 사라지는 왕 8. 돌무더기 9. 탈출 10. 몸과 몸 11. 즉위 12. 월 13. 잠자는 악기 14. 진짜와 가짜 15. 왕자 16. 유생 17. 바람 18. 삼등마 19. 벌레 20. 불 21. 몰락 22. 꿈 23. 땅의 노래 24. 말터 25. 버려짐 26. 재회 27. 길 뒤에 |
고대의 나라, 시원(始原)에 대해서는 글자로 만들어진 것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문학에 의하여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적으로 생긴 나라 중에 초와 단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초는 한 곳에 거주지를 두지 않고 떠도는 유목민의 생활이다. 그렇듯 그들에게는 글자가 없었다. 글자를 가르치지도, 글로 남기지도 않았다. 그에 비하여 단은 성곽을 쌓고 건물을 지어 땅에 터전을 두고 살았다. 한 곳에서 생활하는 나라 단에서는 글자로 역사와 노래를 남겼다.
초(草)의 왕 목은 돌무더기를 걷어내라는 유훈을 남기고 돈몰 하였다. 돈몰이라 함은 나이 든 노인들이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 배를 띄워 나하 강으로 흘러 들어가 한 줌의 부스러기로 스러지는 것을 말한다. 노인들이 사라져도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을 찾지 아니하였다. 초의 왕 목의 아들 표는 왕의 유훈을 받들어 단(旦)을 치고자 하였다. 배를 띄워 단을 향하고 단에서는 배가 가까이에 왔을 때에야 적군 임을 알게 되었다. 투석기를 이용해 배를 공격하지만, 배에 사람은 없었다. 초의 표는 허수아비를 태워 그들의 눈을 가렸다.
소설에서는 사람 보다는 말의 이야기가 더 강렬하다. 사람은 말의 이야기를 거들 뿐이다. 초승달을 향해 달려가는 신월마와 달리면서 목덜미에서 피를 흩뿌리며 달리는 비혈마가 그들이다. 본래 이름이 없으나 사람들에 의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말의 내면을 말하는 부분에서 판타지 섞인 역사를 보는 듯하다. 부족장들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쳤던 추와 추의 딸 무당 요가 신월마 총총과 눈이 맞았다. 결국 추에게 칼을 맞고 죽어 요가 백산으로 들어가 무당이 되어 동물들의 언어로 그들을 보살폈다.
초의 왕 표를 태웠던 신월마 암말 토하와 단의 군독 황의 말이었던 비혈마 수말인 야백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초와 단이 전쟁을 할 때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단의 군독 황은 투석기에 자신의 몸을 매달아 튀어 나가 죽었다. 그 장면을 본 야백은 스스로 재갈을 빼 그 장소를 떠났다. 나하 강가에서 토하의 냄새를 맡고 토하에게 향했다. 사람과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말들끼리는 서로를 알아 보았다.
말[言]이 늘어나서 세상에 넘쳐나자 사람들은 이 땅 저 땅의 이름을 부르면서 칼과 활을 들고 싸웠다. (11~12페이지)
말[言]에 홀려서 땅에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며 바람에 밀려다니는 마음들을 목왕은 크게 걱정했다. (18페이지)
현재의 우리는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인류의 시원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말이 없었던 때, 자유롭게 초승달을 향하여 달리는 말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왔으며 인간보다 오히려 그들의 언어로 살아왔던 것임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유목민과 땅에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들은 생각 자체가 다르다. 마음껏 초원을 내달리는 말들과 습성이 같다고 할까. 단나라의 왕 칭이 바람을 이용하여 불태우고자 했을 때 쉽게 정리하고 떠날 수 있었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성을 나와 자기를 닮은 가짜 왕을 내세웠던 칭은 자기가 진짜 왕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의 상상으로 빚어진 인물들이지만 어쩐지 익숙하게 여겨지는 것은 나뿐만 아닐 것이다.
신월마와 비혈마의 후손들은 스스로 어금니를 빼고 재갈을 풀어내었다. 초원의 자유로움 속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이었다. 초승달을 향해 바람처럼 달렸던 그들의 선조들이 품은 땅에서 그들은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말들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는 다를진대 이럴 때는 말들의 언어를 아는 것만 같다.
초(草)와 단(旦)은 커다란 나하 강을 사이에 두고 태어난 나라다.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초(草)와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고 글자로 기록을 남겼던 단(旦)은 여러모로 다른 특성을 가진 나라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나라와 자연과 함께 살아온 나라. 인위의 세계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한 바람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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