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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 파람북 | 2020년 06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7 리뷰 65건 | 판매지수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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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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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4g | 131*192*22mm
ISBN13 9791190052337
ISBN10 119005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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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단단하고 예리한 문장의 힘, 김훈 장편소설] 가상의 두 나라 초(草)와 단(旦)의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만과 문명의 충돌, 그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 작가는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는 두 마리 말을 통해 참혹하고 허망한 전쟁의 그늘진 얼굴을 그린다. 새롭게 창조한 상상의 공간에서 전개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시선을 붙드는 책. -소설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지도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과 말

앞에
·초
·단

달 너머로 달리는 말
1. 초승달
2. 말과 사람
3. 이마가 빛나는 말
4. 안개와 무지개를 토하는 말
5. 재갈
6. 전운
7. 새벽 강물 위로 사라지는 왕
8. 돌무더기
9. 탈출
10. 몸과 몸
11. 즉위
12. 월
13. 잠자는 악기
14. 진짜와 가짜
15. 왕자
16. 유생
17. 바람
18. 삼등마
19. 벌레
20. 불
21. 몰락
22. 꿈
23. 땅의 노래
24. 말터
25. 버려짐
26. 재회
27. 길

뒤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모든 공과 모든 수는 죽음과 삶 사이를 가른다. 그러므로 공에서 수로, 수에서 공으로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엎어지고 뒤집히는 틈새를 사람의 말로는 삶이라고 부른다.
--- p.23

산맥 위로 초승달이 오르면, 말 무리는 달 쪽으로 달려갔다. 밤은 파랬고, 신생(新生)하는 달의 풋내가 초원에 가득 찼다. 말들은 젖은 콧구멍을 벌름거려서 달 냄새를 빨아들였고, 초승달은 말의 힘과 넋을 달 쪽으로 끌어당겼다. 한 마리가 달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모든 말이 소리를 토해내며 달려갔다. 말들의 울음소리는 날카롭게 치솟았다. 말들은 한없이 달렸다. 초승달은 가늘었고 빛에 날이 서 있었다. 초승달이 희미해지면 말들은 사라지는 달을 향해 소리를 모아 울면서 더욱 빠르게 달렸다. 초승달이 지고, 달 진 어둠에서 흐린 별이 보일 때까지 말들은 달렸다.
--- p.48

해가 수평선 쪽으로 내려앉고 바다와 하늘이 붉어지면, 비혈마들은 저무는 해를 향해서 달려갔다. 노을은 빛 속에 어둠을, 어둠 속에 빛을 품으면서 어두워졌다. 비혈마들은 어둠에 잠겨가는 마지막 빛을 향해 더욱 빨리 달렸다. 소멸하는 빛에 비혈마들은 조바심쳤다. 말들의 눈동자에 저무는 빛이 번득였다. 밤에 말들은 해안에 당도했다. 말들은 고개를 들어서 인광이 부서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안에서 말들은 건너갈 수 없는 저쪽을 향해 높이 울었다. 말들의 이마에 박힌 흰 점에서 빛들이 흔들렸다. 새벽에 말들은 초원으로 돌아왔다.
--- p.70

전쟁의 조짐은 신기루와 같았으나, 희뿌연 것이 더 확실히 세상을 사로잡았다. 백성들이 가을걷이를 서둘러서 들을 비웠고, 곡식을 항아리에 담아서 땅에 묻었다. 젊은 군장들은 닥쳐올 싸움에 가슴이 설레었고, 군장의 젊은 아낙들이 그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 p.94

산 자는 죽은 자를 이길 수 없었다. 죽은 자는 이미 죽었기에 죽일 수가 없었고, 죽어 널브러지고 문드러진 자세로 산 자를 조롱했다. 죽은 자는 산 자의 영광에 침을 뱉고 있었다. 적병과 아군의 시체가 뒤엉켰지만, 죽은 자에게는 산 자의 칼이 닿지 않았다.
--- p.115

아기손꽃은 요의 신기로 피어났는데, 영험한 능력이 있어서 이 꽃에 다친 몸을 비비면 상처가 아물고 어혈이 풀렸다고 부락민들의 이야기는 전한다. 팔풍원 전투에서 다친 군병과 말, 개들이 아기손꽃 위에서 한나절씩 뒹굴고 나면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걸어갔다고 한다.
--- p.128

야백은 성벽의 순찰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앞 다리가 땅에 닿기 전에 뒷다리가 땅을 차서 몸은 무게를 버린 듯이 빠르게 흘러나갔다. 네 다리는 몸을 공중으로 띄울 뿐, 몸이 스스로 나아갔다. 재갈과 안장이 없이, 방향도 없이, 사람을 태우지 않고, 야백은 순찰로가 끝나는 상양성의 끝까지 달렸다. 별이 깔려서 눈이 내리는 듯했고, 야백의 이마 빛에 푸른 서슬이 돋아났다.
--- p.148

이 유역의 눈은 물기가 많이 배어서 촐싹거리지 않았다. 눈송이는 무겁고 알이 굵어서 땅에 내려앉을 때 갈잎에 바람 스치는 소리를 냈고, 눈 쌓이는 소리가 설원에 가득 차서 밤새 수런거렸다. 눈 오는 저녁이면 아이들은 일찍 잠이 들었는데 사람들은 눈 쌓이는 소리가 아이들을 쓰다듬어 재운다고 말했다.
--- p.169

말을 타고 달릴 때 말이 몰고 가는 모든 힘은 말 탄 자의 창끝에 한 점으로 집중되었다. 집중은 빛나고 강력했다. 닥쳐오는 힘이 지나간 힘을 끌어당겼고, 지나간 힘은 닥쳐올 힘과 합쳐지는 순간에 다시 살아나서 창끝의 힘은 늘 살아 있는 현재였다.
--- p.196

근본 없는 백성들이 버섯처럼 돋아나서 마을들을 이루었다. 다스림이 헐거웠으나 풍속은 순했다. 땅 힘이 두텁고 비바람이 부드러워서 초목의 결실이 넉넉했고 짐승들이 때맞추어 털갈이를 하였다. 문자가 없어서 쓰거나 읽지 못했으므로 말로 전하는 이야기들이 어지러웠으나 지나간 일들이 살아 있는 자들을 가두지 않았다. 월은 나라가 아니므로 월의 지경(地境)이 어디까지인지를 말할 수 없다.
--- p.246~24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달의 뒤편을 탐사하듯, 긴장으로 가득한 문장과 경이의 상상력!

이야기의 무대로 가상의 시대와 공간, 그것도 아득하고 막막한 시원(始原)의 한 지점을 설정했다는 것 자체가 이전의 소설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제까지 김훈의 소설이 ‘역사’가 아닌 ‘존재’에 초점이 맞춰있기는 하지만, 그 존재는 대게 당대에 발이 묶인 자들이었다. 이 소설은 당대성의 족쇄가 풀린 채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찍이 고유하고 확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는 파격이라 할 시도이며, 문학적 도전이기도 하다.

시원의 공간은 역사를 신화로 환원한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 이병주의 말을 빌자면, 이 이야기는 햇빛에 드러난 지나간 사실로서의 세계가 아니고 달빛이 어른거리는 상상의 세계이다. 작가는 상상의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고 이야기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완전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노년에 이른 작가의 상상력은 그 어떤 젊은 작가의 소설보다 활달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물론 자연과 동물에 대한 묘사까지 살아 숨 쉬듯 정교하다. 우리가 본 적이 없는 달의 뒤편을 그려내듯, 작가는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강의 이름은 나하(奈河). 이 강을 사이에 두고 북으로는 초(草), 남으로는 단(旦) 나라가 소수부족들을 통합해 지배 세력을 형성한다. 초는 초원에서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 집단이다. 문명의 부산물들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문명을 등진 채 육체의 힘에 기대어 야생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성을 쌓지 않고 신전과 무덤이 없으며, 문자를 배격한다. 반면, 단은 땅에 들러붙어 소출에 기대어 사는 농경 집단이다. 문자를 숭상하며 거대한 왕궁을 짖고 전각을 세운다.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이 두 세력 사이에 전쟁과 일상은 구분되지 않는다. 전쟁은 숙명과도 같고 잔혹했다.

문명과 야만의 뒤엉킴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

작가의 작품 속에서 전쟁은 생소하지 않다. 임진왜란(『칼의 노래』), 병자호란(『남한산성』), 신라의 가야정벌(『현의 노래』) 등이 그 예다. 이 소설에서도 전쟁은 매우 주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수평적 세계관과 수직적 세계관으로 상징되는 유목과 농경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야만과 문명의 화합할 수 없는 이념이 부딪치는 처절함 속에서 세상과 인간은 공허한 민낯을 드러낸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문명과 야만은 지금도 뒤엉켜 있다”고 했거니와, 이 전쟁을 문명의 탈을 쓴 현대의 야만성에 빗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근사한 이념으로 포장되건 인간의 욕망이 발흥하는 곳에 아수라가 펼쳐지기 마련이다. 작가는 그것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을 그리려 했다.

등장인물의 사사로운 감정에 개입하지 않는, 자칫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간결한 문장은 역설적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대상에 대해 모자르지도 초과하지도 않는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고 단호하며 비장한 문체와 긴박한 구성, 속도감 있는 전개는 독자를 종횡무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작가는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야만과 문명, 신념과 현실, 생명과 자유에 대해 탐색한다. 책장을 덮고도 시원의 초원을 달리던 말들이 들려주는 땅의 노래가 깊은 울림을 남기는 소설이다.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말〔馬〕’을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말은 힘이 강하고 성품은 강인하며 외모는 아름답다.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였다. 나는 인간에게서 탈출하는 말의 자유를 생각했다. 말 두 마리, 야백과 토하의 최후는 미리 설정했다. 이 말 두 마리는 인간에게 끌려다니면서도 저항한다.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여러 번 철거와 재공사가 있었다.

초(草)와 단(旦)은 문화와 풍습, 사람들의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정반대다. 두 나라를 구상할 때 참고한 역사 속 나라가 있는가?
모델로 삼은 고대국가나 시대는 없다. 거칠게 말해서, 초는 유목적이고 단은 농경적이다. 세계를 인식하는 바탕도 다르다. 인간집단 사이 적대의식의 뿌리와 전개 과정을 나는 늘 의아하게 여긴다.

무엇을 더 쓸 작정인가?
여생의 시간을 아껴서 사랑과 희망, 인간과 영성, 내 이웃들의 슬픔과 기쁨, 살아 있는 것들의 표정에 관해서 말하고 싶다.

회원리뷰 (65건) 리뷰 총점8.7

혜택 및 유의사항?
역사인듯 아닌듯. 그 아득한 이야기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바* | 2023.01.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달 너머로 달리는 말-김훈>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그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이야기가 상형문자 형태로 남겨지고 그 후 옛 글자로 기록에 쓰인 <시원기>를 바탕으로 쓴 두 나라 전쟁 이야기이다.문자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이러했다."칼이나 활을 쓰는 법, 말을 타고 낙타를 모는 방법을 문자로 기록해놓으면, 어리석은 자들이 곳간에 고기가 쟁여 있는 줄 알고 더;
리뷰제목
<달 너머로 달리는 말-김훈>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

그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이야기가 상형문자 형태로 남겨지고 그 후 옛 글자로 기록에 쓰인 <시원기>를 바탕으로 쓴 두 나라 전쟁 이야기이다.

문자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이러했다.

"칼이나 활을 쓰는 법, 말을 타고 낙타를 모는 방법을 문자로 기록해놓으면, 어리석은 자들이 곳간에 고기가 쟁여 있는 줄 알고 더 이상 익히려 하지 않아서, 몸은 나른해지고 마음은 헛것에 들떠, 건더기가 빠져나간 세상은 휑하니 비게 되고 그 위에 말의 껍데기가 쌓여 가랑잎처럼 불려가니, 인간의 총기는 시들고 세상은 다리 힘이 빠져서 주저앉는다."

어느 것 하나 우세할 것 없는 두 나라가 부딪쳐 두 나라가 함께 전쟁으로 소멸해 갔다.

있은 듯 없었던 듯 한 흐릿한 기록이 뒷날 화석으로 뒷받침되어 전혀 없었던 일도 아닌, 그렇다고 그 모두가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도 없는 신화의 시대.

나는 오늘도 "인간의 총기를 시들게 한다"는 문자에 빠져 읽고 쓰는 행위를 하고 있다.

글자가 지나간 자리에 상념이 남겨졌고 쓸데없는 생각은 몸을 나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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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김훈의 역사 판타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닥**마 | 2021.09.0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김훈 작가의 오랜 팬이다. 펜으로 꾹꾹 눌러 쓰면서 형용사와 부사의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그의 건조한 단문을 사랑한다. 조사 하나에 전체 문장의 느낌이나 의미가 완전히 바뀌는 우리말의 특성 때문에 늘 조사의 사용을 고민한다는 그의 치열함도 존경한다. 「칼의 노래」속 영웅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통과 고뇌 속에 작가 김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러나 「남한산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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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오랜 팬이다. 펜으로 꾹꾹 눌러 쓰면서 형용사와 부사의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그의 건조한 단문을 사랑한다. 조사 하나에 전체 문장의 느낌이나 의미가 완전히 바뀌는 우리말의 특성 때문에 늘 조사의 사용을 고민한다는 그의 치열함도 존경한다. 「칼의 노래」속 영웅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통과 고뇌 속에 작가 김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러나 「남한산성」에서도 이어지는 전쟁 속에 처참한 상황을 맞이하는 민중들에게 보내는 그의 따뜻한 시선도 느껴졌다.

그런 김훈이 고대 우리 조상을 연상시키는 기마민족과 농경민족 사이의 투쟁을 그린 역사 판타지로 찾아왔다니, 기다릴수 없이 바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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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말(言)과 말(馬)의 기원에 대하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블* | 2021.05.24 | 추천8 | 댓글2 리뷰제목
고대의 나라, 시원(始原)에 대해서는 글자로 만들어진 것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문학에 의하여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적으로 생긴 나라 중에 초와 단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초는 한 곳에 거주지를 두지 않고 떠도는 유목민의 생활이다. 그렇듯 그들에게는 글자가 없었다. 글자를 가르치지도, 글로 남기지도 않았다. 그에 비하여 단은 성곽을 쌓고 건물을 지어 땅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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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나라, 시원(始原)에 대해서는 글자로 만들어진 것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문학에 의하여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적으로 생긴 나라 중에 초와 단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초는 한 곳에 거주지를 두지 않고 떠도는 유목민의 생활이다. 그렇듯 그들에게는 글자가 없었다. 글자를 가르치지도, 글로 남기지도 않았다. 그에 비하여 단은 성곽을 쌓고 건물을 지어 땅에 터전을 두고 살았다. 한 곳에서 생활하는 나라 단에서는 글자로 역사와 노래를 남겼다.

 

()의 왕 목은 돌무더기를 걷어내라는 유훈을 남기고 돈몰 하였다. 돈몰이라 함은 나이 든 노인들이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 배를 띄워 나하 강으로 흘러 들어가 한 줌의 부스러기로 스러지는 것을 말한다. 노인들이 사라져도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을 찾지 아니하였다. 초의 왕 목의 아들 표는 왕의 유훈을 받들어 단()을 치고자 하였다. 배를 띄워 단을 향하고 단에서는 배가 가까이에 왔을 때에야 적군 임을 알게 되었다. 투석기를 이용해 배를 공격하지만, 배에 사람은 없었다. 초의 표는 허수아비를 태워 그들의 눈을 가렸다.

 

 

 

소설에서는 사람 보다는 말의 이야기가 더 강렬하다. 사람은 말의 이야기를 거들 뿐이다. 초승달을 향해 달려가는 신월마와 달리면서 목덜미에서 피를 흩뿌리며 달리는 비혈마가 그들이다. 본래 이름이 없으나 사람들에 의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말의 내면을 말하는 부분에서 판타지 섞인 역사를 보는 듯하다. 부족장들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쳤던 추와 추의 딸 무당 요가 신월마 총총과 눈이 맞았다. 결국 추에게 칼을 맞고 죽어 요가 백산으로 들어가 무당이 되어 동물들의 언어로 그들을 보살폈다.

 

초의 왕 표를 태웠던 신월마 암말 토하와 단의 군독 황의 말이었던 비혈마 수말인 야백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초와 단이 전쟁을 할 때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단의 군독 황은 투석기에 자신의 몸을 매달아 튀어 나가 죽었다. 그 장면을 본 야백은 스스로 재갈을 빼 그 장소를 떠났다. 나하 강가에서 토하의 냄새를 맡고 토하에게 향했다. 사람과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말들끼리는 서로를 알아 보았다.

 

[]이 늘어나서 세상에 넘쳐나자 사람들은 이 땅 저 땅의 이름을 부르면서 칼과 활을 들고 싸웠다. (11~12페이지)

 

[]에 홀려서 땅에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며 바람에 밀려다니는 마음들을 목왕은 크게 걱정했다. (18페이지)

 

현재의 우리는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인류의 시원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말이 없었던 때, 자유롭게 초승달을 향하여 달리는 말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왔으며 인간보다 오히려 그들의 언어로 살아왔던 것임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유목민과 땅에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들은 생각 자체가 다르다. 마음껏 초원을 내달리는 말들과 습성이 같다고 할까. 단나라의 왕 칭이 바람을 이용하여 불태우고자 했을 때 쉽게 정리하고 떠날 수 있었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성을 나와 자기를 닮은 가짜 왕을 내세웠던 칭은 자기가 진짜 왕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의 상상으로 빚어진 인물들이지만 어쩐지 익숙하게 여겨지는 것은 나뿐만 아닐 것이다.

 


 

 

신월마와 비혈마의 후손들은 스스로 어금니를 빼고 재갈을 풀어내었다. 초원의 자유로움 속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이었다. 초승달을 향해 바람처럼 달렸던 그들의 선조들이 품은 땅에서 그들은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말들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는 다를진대 이럴 때는 말들의 언어를 아는 것만 같다.

 

()와 단()은 커다란 나하 강을 사이에 두고 태어난 나라다.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초()와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고 글자로 기록을 남겼던 단()은 여러모로 다른 특성을 가진 나라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나라와 자연과 함께 살아온 나라. 인위의 세계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한 바람이었던가.

 

#달머너로달리는말 #김훈 #파람북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댓글 2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한줄평 (52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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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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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5 | 2022.12.14
구매 평점5점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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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m****2 | 2022.05.24
구매 평점5점
말과 대화를 할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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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펜**기 |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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