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만 엔, 청소는 교대, 세 끼 식사 제공. 단, 전과자일 것?!독특하고 수상쩍은 셰어하우스 ‘플라주’ 입주를 환영합니다!술기운에 휩쓸려 딱 한 번 각성제를 주사했다가 적발된 ‘다카오’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유죄가 확정된다. 직장에서는 해고된 데다 출소 며칠 만에 화재 사고로 집까지 다 타버리고 만다. 다카오가 겨우 마련한 새 거처는 전과자만 입주 가능하다는, 어딘지 특이한 셰어하우스 ‘플라주’. 직업도 성격도 알기 힘든 다섯 명의 기존 입주자, 집주인 ‘준코’ 그리고 플라주에 매일 드나드는 동네 불량배들까지, 모두의 어두운 과거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 『짐승의 성』 등 특유의 역동성과 잔혹성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온 작가 혼다 데쓰야. 『셰어하우스 플라주』는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잔인함보다는 따뜻함에 집중된 전혀 다른 질감의 작품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버디무비-로맨스영화-누아르 무비의 강점만을 녹여낸 듯 ‘관계와 감정의 이야기’를 통해 때론 유쾌하게, 때론 찡하게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동시에, 데뷔 이후 경찰소설과 추리소설을 다수 집필한 작가답게 장르소설적 매력 또한 놓치지 않았다. 챕터별로 각 등장인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구성이 분위기를 점진적으로 고조시키는 한편, 이질적 인물 ‘프리랜서 기자’와 그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이용해 시종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야기는 결말부에 이르면 모든 복선을 단숨에 회수하며 대반전을 이루는데, 독자로 하여금 장르소설적 쾌감을 느끼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기존 팬에게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가의 필력을, 혼다 데쓰야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천부적 이야기꾼의 재능을 느끼게 만들 작품이다. 호시노 겐 주연의 TV 드라마로도 또 한 번 주목받았다. 범죄와 처벌, 가해자와 피해자, 낙인과 딜레마……제도와 현실의 격차를 관통하는 강렬한 드라마 각성제 사용, 마약류 소지, 교통사고, 상해, 살인…… ‘플라주’에 거주중인 입주자는 모두 저마다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인생을 살아온 만큼 내내 서로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밀도 높은 휴먼 드라마로 다가오는데, 실제로 작품을 먼저 접한 현지의 서평 사이트에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읽기 잘했다” 등 감동을 나누려는 리뷰가 앞다투듯 올라와 있을 정도. 작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른바 ‘전과자’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전과자에게 동일한 낙인을 찍어도 되느냐’라고 거듭 질문을 던진다. 법으로써 한 사람의 죄를 온전하게 처벌했다면 사회는 그를 차별 없이 수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 제도와 사회적 현실의 간극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시선은 무게감 있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데, 경쾌한 리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천연덕스럽게 묵직한 메시지를 녹여내는 솜씨만 보아도 왜 혼다 데쓰야가 현재 일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범죄 관련 보도마저 연예 기사처럼 소비되는 현 세태에서, 작가가 꺼내놓은 ‘단죄’의 문제 또한 잠시 곱씹어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