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의 인류사』는 인류 진화에 대한 저자만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고고학의 최신 성과를 함께 담아낸 책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근래에 인류의 기원을 주제로 출간된 여러 책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복잡한 인류 진화의 이야기를 쉽고 적절한 비유로 풀어내어 출퇴근길에 책의 어디를 펼쳐 읽어도 좋을 만큼 간결하고 부담 없다. 영장류에 밀려 숲에서 쫓겨난 인류의 조상, 다산으로 경쟁을 이겨 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현생 인류보다 뇌 용량이 컸지만 결국 멸종된 ‘연비가 나쁜 자동차’ 같은 네안데르탈인 등, 인류의 기원을 다룬 기존의 책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인간은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았기에 강해졌다는 단순하지만 울림이 큰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이제껏 ‘만물의 영장’이라는 환상을 배워 왔다. 반면 이 책은 그 말의 헛됨을 지적한다. 인간의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다. 하지만 미약했기에 지혜로웠고 협력하여 자손을 양육하며 살아남았다. 수많은 멸종을 피해 살아남은 현생 인류의 자손인 만큼 다음의 성경 구절이 우리에게 사뭇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내던져진 우리는 멸종을 피해서 살아남은 우리 조상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절멸된 수많은 초기 인류와 그 사이에서 살아남은 현생 인류의 이야기는 그동안 세계를 파괴하며 자신만의 시대를 건설했던 우리 모든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겸손하면서도 분명한 경고가 될 것이다. 인류 문명의 큰 위기를 맞은 현재,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 책을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다.
- 강인욱 (경희대학교 교수,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저자)
모든 역사는 망한 것들의 기록이다. 세계사는 패망의 역사다. 찬란했던 로마 제국도 망했고, 아시아와 유럽을 주름잡던 몽골 제국도 망했다. 고조선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존재했던 그 많던 왕국들도 모두 망했다.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방책을 찾기 위해서다. 자연사는 멸종의 역사다. 3억 년 동안 바닷속을 지배했던 삼엽충도 멸종했고 중생대 육상 세계를 지배했던 공룡들도 결국 멸종하고 말았다. 우리가 자연사박물관을 세우고 자연사를 연구하는 것 역시 멸종을 조금이라도 늦추게 할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자연사박물관에서 인류를 반추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 생물의 거대한 크기와 기괴함에 압도되는데다 인류가 자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기 때문이다. 인류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목적으로 자연사와 세계사의 중간 단계에 인류사가 존재한다. 인류사 역시 망한 것들의 역사여야 한다. 『절멸의 인류사』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 책이다. 7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침팬지와 인류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 사이 침팬지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500만 년 전 침팬지나 현생 침팬지나 그게 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류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였다. 사헬란트로푸스에서 아르디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등장한 호모속의 다양한 인류종은 혁신의 결과다. 그런데 모두 멸종하고 말았다. 그중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분자고생물학자이며 뼈 전문가인 저자는 인류의 진화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 주면서 인류 혁신의 요체를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인류 진화에 관한 최신 이론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 복잡한 과정을 명확하게 설명한 책을 나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더불어 지구 가열로 인한 기후 위기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윤리나 도덕이 아닌 과학의 역사와 절멸의 역사를 통해 처절하게 보여 준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용기를 꽤 얻었다.
-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저자)
위험에 처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을 만난 동물의 반응은 셋 중 하나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숨거나. 초기 인류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포식자와 싸우기엔 너무 약하고, 네발짐승으로부터 달아나기엔 너무 느렸다. 아프리카 초원에는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인류는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지구상 그 어떤 종도 선택하지 않았던 직립 이족 보행이 그 답이다. 수렵 채집으로 먹을 것을 구할 때, 운이 좋은 쪽은 배가 터지게 먹을 수 있고, 운이 나쁜 쪽은 쫄쫄 굶어야 한다. 원시 인류가 두 발로 서서 걸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남은 식량을 들고 돌아가 함께 나눠 먹기 위해서다. 부족한 자원을 골고루 나눈 덕분에 우리는 함께 살아남았다. 인류가 똑똑하다고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우리보다 더 크다. 사람보다 신체적으로 강하고 정신적으로도 뛰어났던 네안데르탈인은 왜 절멸한 걸까? 혼자 똑똑한 것과 무리의 성공은 별개다. 홀로 생각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성공에는 협업이 필수다. 먼저 깨달은 이가 자신이 아는 것을 쉽게 설명하고, 변화를 위한 다수의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머리를 맞대 궁리했고, 그렇게 찾은 답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후손에게 전함으로써 집단의 경쟁력을 키웠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도시를 건설하고 말로 소통하는 인간의 장점을 치명적인 약점으로 바꿔 놨다. 바이러스로부터 도망치거나 숨거나 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 무엇을 해야 할까?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쉽게 점칠 수 없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일이다. 이 책은 사람이 특별한 존재가 된 두 가지 이유를 파헤친다. 왜 사람이라는 생물의 독특한 특징이 진화했을까? 왜 수많은 원시 인류 가운데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은 것일까? 그 답 안에 인류의 절멸을 막아 낼 해법이 있기를 소망한다.
- 김민식 (MBC 피디,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