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기계를 도입한 샌드위치 전문점
실리콘밸리에서 ‘앤디네’로 알려져 있는 ‘실리콘 델리’는 맛이 뛰어난 샌드위치 가게로 유명했다. 점심시간만 되면 기술자들과 사무원들은 어김없이 앤디네 작은 가게 앞에 늘어섰다. 장사가 꽤 잘 됐다.
어느 날 오후, 한 영업사원이 앤디에게 에스프레소 커피 제조기를 팔러왔다. 앤디는 재빨리 에스프레소 커피가 얼마나 이익이 될지를 계산했다. 영업사원은 앤디의 예상보다 훨씬 더 이윤이 많이 남을 것임을 장담했다. 앤디는 생각 끝에 제조기를 샀고, 그러자 가게 앞에는 이전보다 더 긴 줄이 만들어졌다. 겉으로 본다면 그것은 누가 뭐래도 최상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커피제조기를 도입한 뒤부터 샌드위치가 예전보다 적게 팔렸으며, 이익 또한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 p.43

어느 PC 제조업체의 실패
팰러 앨토는 지난 5년간 노트북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들은 기업 등 대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한 판매망을 갖추고 있으며, 제품은 타이완의 한 경쟁사 제품보다 크기가 작고 디자인도 고객의 취향에 잘 맞았다. 이 때문에 그들은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했으면서도 경쟁사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높았다.
그런데 제4세대 노트북이란 신 모델을 개발하기 직전, 팰러 앨토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대형 유통업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비롯된 실수였다. 그들은 신제품 개발 전에 한 설문조사에서 무엇이 핵심 요소인지 알기를 원했다. 대형 유통업자들은 “고객들은 대체로 크기가 작은 모델을 원한다고 봐야죠” 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유통업자들의 확신에 찬 답변을 팰러 앨토는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그에 초점을 맞춰 개발에 들어갔다. 제4세대 노트북은 출시되자마자 단숨에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이 혁신적인 제품은 작은 키보드를 장착한 데다 디자인도 좋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왜 팰러 앨토는 이토록 쉽게 방향을 잃은 것일까? --- p.89

핵심역량은 무엇인가?
기업가들은 스스로 완벽함을 지향해나가는 동안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미 그들은 경쟁적 이점에 집중하는데 실패했다고 보면 된다. 완벽주의자들은 하청 주는 것을 싫어한다. 이 몽상가들은 기존 부품들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것을 맨 처음부터 기획하고 진행한다.
자신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기업가는 필연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게 되어 있다. 제품 단가는 높아가고, 생산은 지연되며, 지나치게 노력하다 보면 현금이 부족해지고 그 후에는 결국 파산이 뒤따르게 된다. --- p.119

IBM 개발팀에서 있었던 일
1990년대 중반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IBM은 발화 인지 시스템 연구?개발팀과 마케팅팀에 12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애초에 단 두 명만이 깊게 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관련 직원들은 그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이 것을 큰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의문을 제기해야 했다.
‘118명의 사람들이 왜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가?’
수백여 개에 달하는 최첨단 회사들은 자주 이 덫에 걸려든다. 그들은 직원들이 가정이나 직장에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결국 비용과 기밀유지에 대한 염려 때문에 사용자 테스트를 할 시간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만일 소비재 개발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면 그것을 사용할 사람들을 관찰하라. 그리고 기술진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주의해라. 제품이나 관리팀에 뭔가 잘못된 점이 있을 것이다. ---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