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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말

: 이 말이 내게로 스며들었다, 살아갈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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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72g | 140*205*20mm
ISBN13 9791190413121
ISBN10 119041312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2018년 『토지』 읽기의 진수를 선보여 독자들 사이에서 은근한 입소문이 퍼진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의 저자 김연숙(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이 새로운 인문 에세이 『박경리의 말』을 들고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출범 직후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고전 읽기] 강의를 통해 학부 학생들과 함께 『토지』를 읽어온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스물다섯 살 때 처음 박경리와 『토지』를 만났다. 그 후 수십 년간 수많은 제자, 이웃, 친구와 이 책을 읽었고, 강의도 해왔다.

저자는 고전, 특히 문학이 우리 삶을 가치 있게 이끌어갈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 많은 순간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고 적잖은 위기를 만나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토지』 속에 등장하는 600여 명 다채로운 인간 군상으로부터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그 힘을 얻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지』를 처음 만난 그날 이후 『토지』와 “박경리의 말”을 노트와 마음에 아로새겼다. 『토지』와 박경리의 말에서 발견한 인문학적 사유를 삶에 적용하고, 나아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에 구체적으로 활용해봄으로써 더 단단하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는 말

Ⅰ 나에게 스며드는 말

힘겹다, 세상살이
하나이며 둘인, 세상 어디에도 없는 관계
캄캄절벽 앞에서
서러운 사람이 많아 위로가 되고
‘나’의 삶은 어디에서
‘행복을 정복’하는 법
사는 재미―그런 계란, 없습니다
어떤 미래의 현재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당당함
세상의 모든 슬픔
두 번째 긍정

Ⅱ 질문하는 젊은이를 위하여

마음이 너무 바빠서
사로잡히지 않을 자유
살아가는 시간, 살아지는 시간
희망은 위태롭다
철새처럼, 매일매일 연습
일의 기쁨
하는 것과 안 하는 것
눈비 오고 바람 부는, 인생
세상없는 바보들이
‘모른다’라는 확실한 말
‘영광’의 책 읽기, 존재의 증명

Ⅲ 우리 곁에 있는 사람

밤도깨비 아버지
엄마의 ‘밥’
대구이모 안동이모
오토바이 소녀와 친구들
속초 횟집 아주머니
구의역 김군
‘쎈언니’ 문탁쌤
이름 없이 사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나오는 말―글 쓰는 나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토지』에 등장하는 양현을 비롯해 해맑은 아기들과 단순한 아이들, 순수한 청년들은 삶의 본질 한 가닥에 닿아 있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 젊은이들과는 달리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어쩌면 그 예민한 삶의 감각이 무뎌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고통도 슬픔도 있는 그대로 온몸으로 겪어내는 투명함 대신에 필요나 불필요, 유불리 혹은 화폐 이익 여부를 요모조모 따져봅니다. 어쩌면 고통과 슬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감각불능의 상태에 더 가까운 것도 같습니다. 큰 소리로 웃기, 눈물이 날 만큼 웃기, 하염없이 눈물 흘리기, 엉엉 소리 내어 울기… 그런 일이 언제 있었나 싶습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야말로 ‘흥챙이’가 되어 시큰둥한, 그렇고 그런 삶이 내 민낯이지 싶습니다.
--- p.20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는 서른아홉 나이에 심장마비, 마흔에는 암을 겪으며, 자신의 고통과 질병에 대해 깊이 성찰합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인간을 하나의 범주로 묶을 때 그 공통성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고통’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고통인지, 어떤 강도로 경험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의 차이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한복이처럼 존재 자체가 무너져 내릴 고통인지, 혹은 배부른 자의 넋두리처럼 시답잖은 고통인지는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애초부터 고통의 무게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바깥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33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재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펴봤던 리베카 솔닛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흔히 재난이 닥쳐오면 인간은 이기적으로 돌변하고, 극단적 상황에선 야만적인 모습으로 퇴보할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위급할 때 자기생존이 제일 절실한 건 당연하지만, 재난을 겪는 동안 특히 재난 이후에 놀랍게도 그와는 다른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는 겁니다. 지진이나 태풍, 폭격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자기 범주를 뛰어넘는 이타심을 발동합니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만이 아니라 낯선 이웃과 알지 못하는 타인까지 도와주고자 스스로 나섭니다. 재난은 더없이 끔찍한 불행이며 그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에 놓이지만, 리베카 솔닛은 그 폐허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낯선 사람들끼리, 아니 이전이라면 그 어떤 관계 맺음도 거부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눠 주고 서로를 보살피는 가히 ‘혁명적 공동체’를 건설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재난은 지옥을 관통해 도달하는 낙원”이라 지칭하기도 합니다.
--- p.43~44

‘한복’은 아비가 이러하더라도, 형이 저러하더라도, 묵묵히 숫돌 같은 세월을 보내며 자기 삶을 지켜나갔습니다. 그런 ‘한복’이가 내놓은 “나는 여기 살 기다”라는 저 말은, 그래서 자기 삶의 확신이자 자기 존엄의 증명에 다름 아닙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여기 산다고 말하는 인간, 그리고 어디든 찾아가서 여기 인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흑인 음악가. 그들이 보여주는 ‘존엄한 인간’의 모습에 지금의 옹색한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어떤 ‘나’이고 싶은가. ‘한복’의 말, “나는 여기 살 기다”라는 저 말을 나는 어디에서 외칠 수 있을까요.
--- p.54

사실, 이전까지는 나 자신이 중심이었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삼아, 가깝고 먼 것을 일렬로 나란히 세워두고 살펴봤으니까요. 그러나 노안이 왔다는 이유로, 세상과 나의 관계가 변했습니다. 내게 가깝고 멀다는 거리 감각이야 여전했지만, 더 이상 내 눈을 기준점으로 삼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내게 가까운 것이 흐릿해 보이고 어중간한 것들이 또렷해 보이는 상황이 마구잡이로 벌어졌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노화란, 나이 들어 세상과 다시 관계 맺으라는 신의 명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 듦이 자연의 섭리라면, 그것은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멀리 바라보라는 그런 도리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싶습니다. 물론 그 이치가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자기 범주를 넘어서 자기 시야를 세계로 확장시키는 일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 p.59

나의 걱정과 결점 그리고 나의 만족과 자랑거리 따위의 일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은 그것들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러셀의 말대로 어느 정도의 자기도취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입니다. 다만 나로부터 이웃에게로, 세상으로 시야를 돌려 세상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이 더 중요함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산 보듯 강 보듯, 가자’는 『토지』의 저 말은, 바로 이런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 p.61~62

크로아티아 여행을 한 지 꼬박 삼 년이 지났습니다. 엄마는 그때의 재미를 깊이 간직한 채로, 다시 두어 번의 다른 수술을 견디어냈습니다. 또한 지금껏 크로아티아 어느 카페에서 먹었던 삶은 계란을 생생하게 떠올리시곤 합니다. 그 동네는 계란 하나 삶는데 오지게도 시간이 걸리드만, 그래도 그 계란이 참말로 맛있드라, 그런 계란은 없지 싶다. 그렇지요, 그런 계란은 없지요. 꼬박 열두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유럽 어느 구석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먹은 계란인데요. 그런 계란, 없습니다.
--- p.75

‘내일이 없는 고난’을 바라보는 이들의 막막함은 비단 역사와 문학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예사로운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들이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답답함도 ‘내일’과 관련될 때가 많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시간에 대한 그 인식은 어쩌면 인간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존재론적 고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79

결국 ‘현실’,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속에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는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과거가 있고, 사건을 현실화하는 데에서 미래가 있는 겁니다. 그것은 자연이 보여주는 순환의 상상력이자 진리의 상상력이기도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내일이 없는 고난” 때문에 막막하다는 사람에게 『토지』는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어서는 안 될 일”이라 했습니다.
--- p.83

배움이 없어서, 가난해서, 변변한 친정 식구가 없어서, ‘난쟁이’ 같은 추물이어서 그렇게 사는 건 아닙니다. 볼품없이 늙은 아낙네, ‘막딸이’는 자신의 삶을 기꺼이 짊어지고 하루하루 살아갔습니다. 거대한 지붕을 사뿐히 얹고 있는 강철기둥처럼, 천 근 같은 삶의 무게를 얹은 채 살아갔습니다. 대단한 쾌거도, 놀라운 사건도 없이, 과시하는 바도 없이 ‘모름지기 짐이란 이렇게 지고 살아가야 한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삶이었습니다. 그러하니 그녀에게는 눈부시게 화려한 겉모습과는 상관없는, 삶의 당당함이 아로새겨져 있었던 겁니다.
--- p.89

이와 같은 공감이 더 촘촘하게 우리들을 에워쌀 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참 좋은 세상이 될 겁니다. 그런 세상을 박경리 선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의 인연이 모두가 그와 같다면 그야말로 이 세상이 극락이지 극락이 어디 따로 있겠나.”
--- p.97

제가 끌려 들어간 곳이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딱히 뛰어난 것도 없다며, 스스로 어정쩡하다 여겨왔던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왜 쓰냐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사냐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 질문을 계속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 글쓰기였습니다. 그로 인해 나 자신과 이웃을, 나를 둘러싼 세계를 조금이나마 더듬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현’ 아니, 박경리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내부, 자신을 둘러싼 외부와의 대결”을 멈추지 않는 것이 ‘글 쓰는 나’였던 겁니다.
--- p.28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 『토지』를 읽으며 차곡차곡 쌓은 “박경리의 말”
― 후마니타스 칼리지 최고의 인기 고전 『토지』에서 찾아낸 사유하는 말들


2018년 『토지』 읽기의 진수를 선보여 독자들 사이에서 은근한 입소문이 퍼진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의 저자 김연숙(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이 새로운 인문 에세이 『박경리의 말』을 들고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출범 직후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고전 읽기] 강의를 통해 학부 학생들과 함께 『토지』를 읽어온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스물다섯 살 때 처음 박경리와 『토지』를 만났다. 그 후 수십 년간 수많은 제자, 이웃, 친구와 이 책을 읽었고, 강의도 해왔다.

저자는 고전, 특히 문학이 우리 삶을 가치 있게 이끌어갈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 많은 순간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고 적잖은 위기를 만나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토지』 속에 등장하는 600여 명 다채로운 인간 군상으로부터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그 힘을 얻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지』를 처음 만난 그날 이후 『토지』와 “박경리의 말”을 노트와 마음에 아로새겼다. 『토지』와 박경리의 말에서 발견한 인문학적 사유를 삶에 적용하고, 나아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에 구체적으로 활용해봄으로써 더 단단하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다.

“『토지』의 말을, 그리고 박경리 선생의 말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선생의 책을 읽는 동안 제게로 스며든 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밑줄 그은 문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들을 다시 꺼내놓으니, 뛰어난 문장이나 아름다운 표현과는 뭔가 달랐습니다. 온몸이 부서지는 아픔을 겨우 견디며 내뱉는 말, 실 한 오라기 같은 기쁨을 잡으려는 말, 칠흑 같은 어둠을 버티려 안간힘 쓰는 말, 그래서 애달프고 간절한, 그런 말들이었습니다. 대단치 않은 사람들의 예사로운 말도 많았습니다. 이들에게 끌리는 나의 마음이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 「들어가는 말」에서

2. 『박경리의 말』, ‘인간의 삶’을 마주한 ‘인간’에게 전하는 말
― 우리 문학의 진정한 거장, 박경리 선생이 내리는 죽비소리


『토지』는 한말에서 해방까지 60여 년 역사를 배경으로 민중의 고된 삶을 생생히 재현하는 고전이며, 박경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문호’라 할 만한 작가이다. 하지만 『토지』라는 장대한 소설은 어찌 보면 ‘낡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묻는다. 1969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50여 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한 이 옛 시절 이야기를, 왜 2020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같이 읽겠다며 달려드는 것일까. 하고많은 고전 중 왜 하필 『토지』를 선택하는 것일까. 게다가 강의를 듣고 나면 다들 “옛날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책이 재미있다”라고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박경리 스스로 밝힌 바 있듯 『토지』는 ‘연민’으로 가득한 책이다. 힘겨운 세상살이를 이어가는 보통의 인생들에 대한 박경리의 깊은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토지에는 그저 선한 사람도 그저 악한 사람도 없다. 『박경리의 말』은 따라서, 단순히 그럴듯한 말, 선하고 좋은 말, 교훈적인 말을 가려 뽑아둔 그런 책이 아니다. 『토지』를 적어도 30년 이상 매번 다르게 혹은 다른 각도로 읽어온 한 연구자에게 와닿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손이 그 책을 붙잡게 만드는 힘의 바탕이 된 말과 이야기를 올올이 엮은 책인 것이다.

언제 어느 세상을 살고 있을지라도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이고, 내가 내 삶을 살아간다는 그 소박한 사실은 세상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며 달라져도 변함없는 진실이기에, 『토지』의 말과 “박경리의 말”이 오늘날에도 이른바 “뼈를 때리는” 이야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되묻는 책이다.

“일제강점기의 『토지』 속 사람들이,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의 인간이 살아온 모습이자, 인간이 인간인 한 그렇게 살아가야 할 모습일 겁니다. 박경리 선생은 그 인간을, 그 삶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오래된 책을 두고, 거울에 나를 비춰보듯 그렇게 인간의 삶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인간이 인간인 한, 『토지』와 박경리 선생의 말은, 또 세상 모든 책들은, 그렇게 우리 안으로 스며들고 우리를 깨우치고 우리를 이끌어나갈 겁니다.” - 「들어가는 말」에서

3. “박경리의 말”과 함께하는 러셀과 오웰, 신영복과 전태일의 말…
― 또 다른 세상의 책들로부터 길어 올린,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들


이제 저자는 『토지』가 품고 있는, 박경리 선생이 전해주는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길어 올린다. 그리하여 이 책을 만나는 모든 독자가 제 각자의 삶을 『토지』로부터 좀 더 투명하게 읽어내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저 『토지』와 “박경리의 말”만 담긴 것이 아니다. 『토지』와 “박경리의 말”을 음미하는 저자는, 그 수많은 사유의 강물을 따라 또 다른 지류를 향해 노를 저어간다.

그 물길에서 독자들은 예컨대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아서 프랭크와 빅터 프랭클, 리베카 솔닛과 버트런드 러셀과 조지 오웰, 그리고 음악가 돈 셜리까지 만나게 된다. 나아가 신영복 선생과 전태일, 구의역 김군과 “쎈언니 문탁쌤” 등 우리 곁에 있는 그 모든 소중한 존재의 속정 깊은 말 속으로 들어가, 더 넓고 깊은 생각의 강 속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출간하기 전 첫 번째 독자가 되어준 은유 씨는 다음과 같은 추천의 말을 미래의 독자들에게 건넨다.

저자는 박경리 선생이 생으로 벼리고 몸으로 가꿔온 언어의 숲에서 귀한 문장들을 추려 이야기를 풀어간다.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려워” 같은 말은 수시로 “설움이 왈칵 솟는” 약한 몸에 힘을 길러주는 보약 같고,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문학도 종결되는 것”이라는 말은 쓰는 이유를 일깨우는 종소리 같다. 또 박경리의 말이 카프카의 말, 조지 오웰의 말, 아서 프랭크의 말 등으로 연결되고 굽이쳐서 기어이 삶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은 읽는 기쁨을 안겨준다. - 은유(『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저자)

저자 김연숙은 「나오는 말」에서 스스로에게 “왜 쓰는가” 되묻는다. 그러고는 이렇게 답한다. “멈춰 서 있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글을 씁니다. 나와 세계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왜 쓰는가’를 질문하고, 그로부터 ‘나의 투쟁’을 이어가는 것, 그렇게 ‘글 쓰는 나’는 계속 살아가고, 계속 뻗어나가고 싶다고, 이 책 『박경리의 말』은 바로 그러한 저자의 마음가짐이 “박경리의 말”이라는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 것이며, 아마도 그 말들은 독자들 개개의 또 다른 삶의 투쟁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박경리 선생은 『토지』를 마흔셋(1969)에 쓰기 시작해 예순여덟(1994)에 끝냈다. 집필기간이 햇수로 무려 26년. 당시 마지막 16권(솔출판사 판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 가던 날을 기억한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책의 완간을 함께하자니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 큰 기분이 들었다. 그로부터 또 26년이 흐른 지금 나는 『박경리의 말』을 만났다.

저자인 인문학자 김연숙은 박경리 선생이 생으로 벼리고 몸으로 가꿔온 언어의 숲에서 귀한 문장들을 추려 이야기를 풀어간다.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려워” 같은 말은 수시로 “설움이 왈칵 솟는” 약한 몸에 힘을 길러주는 보약 같고,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문학도 종결되는 것”이라는 말은 쓰는 이유를 일깨우는 종소리 같다. 또 박경리의 말이 카프카의 말, 조지 오웰의 말, 아서 프랭크의 말 등으로 연결되고 굽이쳐서 기어이 삶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은 읽는 기쁨을 안겨준다.

고백하자면 이십 대였던 나는 『토지』를 연애소설처럼 읽었다. 서희와 길상을 중심으로 이상현, 봉순이가 나오는 분량을 기다리며 책장을 넘겼다. 사랑의 일도 사람의 그것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쓸쓸하고 허망하던지. 그 연애 서사 저변에 흐르는 장대한 삶의 진실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박경리의 말』을 읽고 나니 『토지』를 다시 읽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구한말에서 1945년 해방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주막 늙은이와 보부상까지 거의 600여 명이 나오는 품 넓은 작품을 온전하게 느끼고 싶다. 그럴 때라야 “언제나 불행이 깔려 있는 삶”을 용케도 살아내는 이들을 내세워 ‘박경리의 말’이 들려주는 ‘인간의 말’에 조금이라도 가닿을 수 있으리라. 이 책은 『토지』라는 순례의 길을 한번 떠나보라고, 무수한 타인의 삶에 자신을 비춰보라고 속삭인다.
- 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저자)

회원리뷰 (3건) 리뷰 총점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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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박경리 말, [토지]의 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march | 2020.06.30 | 추천29 | 댓글46 리뷰제목
   읽으리라 큰 다짐을 하고 구입을 했던 <토지>는 10년동안 책장 한 켠에 자리잡고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맘이 들어서였을까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토지를 2017년 6월에 시작해서 10월까지 읽었다. 이후, 2018년에 저자의 <나, 참 쓸모있는 인간>을 만났다.  <토지>를 읽었다는 뿌듯함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던 때에;
리뷰제목

 

 읽으리라 큰 다짐을 하고 구입을 했던 <토지>는 10년동안 책장 한 켠에 자리잡고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맘이 들어서였을까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토지를 2017년 6월에 시작해서 10월까지 읽었다. 이후, 2018년에 저자의 <나, 참 쓸모있는 인간>을 만났다.  <토지>를 읽었다는 뿌듯함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던 때에 만난 이 책은 다시금 <토지> 속으로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저자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고전 읽기:박경리 <토지>읽기' 를 2012년부터 현재까지 강의해오고 있다.  전작 <나, 참 쓸모있는 인간>에는 <토지> 안팎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897년 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600여명이 만들어가는 <토지>에서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 있을까?  그리고, <박경리의 말> 로 다시 한번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토지> 속 인물들의 대사로써 박경리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함께 그 느낌을 나누고자 했다. 독자와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은 어떤 문장들일까? 오랜만에 만난 그들의 이야기들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내사 머어를 믿는 사람은 아니다마는 사는 재미는 사람의 맘 속에 있다 그 말이지. 두 활개 치고 훨훨 댕기는 기이 나는 젤 좋더라." - 1권 126쪽  

 

 목수 윤보의 말이다. 기술은 좋았지만 내킬때만 일했고, 혈혈단신이고 소작농이 아닌지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으며 정말 자유로운 인물이었다. 자유로웠기에 무책임하고 방종한 인물이었을까? 아니었다. 대한제국 군대해산으로 벌어진 항일 투쟁에 참여하고 의병 활동도 했으며, 동학당도 열심이었다. 최참판댁 재산을 가로챈 조준구에게도 당당히 맞서는 그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자유롭게 살지만, 인간의 도리는 하고 사는 사람. 마음이 가는대로 행하는 것으로 사는 재미를 아는 사람. 현실의 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지만 사는 재미라는 것이 우리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한번 더 되새겨 보았다.

 

 누구나 알고 있고, 알아야 하는 상식이나 사회적 잣대는 우리의 공통감각을 형성해주는 힘이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은 우리를 고정시키는 거푸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이렇다는 기준은 우리 삶을 이끄는 지침이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은 우리를 옭아매는 끈이 될 수도 있습니다.- p 74

 

"가는 시간의 슬픔보다 멈춰진 무의미한 시간이야말로 그것은 삶이 아닌 것이다." 18권 24쪽

 

 행동하지 않는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임명빈이란 지식인이 있었다. 저자는 그에 대해서 나름의 고민은 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해결하려고 찾아나서지도 않은채 멈추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우리 모두에게 박경리 선생이 했던 말이 아닐까라고 했다. 일본어를 같이 배우고 있는 86세의 할아버지와 새 교재를 사기 위해 서점에를 갔었다. 일본어 능력시험 책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한 말씀 하셨다. " 이제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자격증 시험을 친다고해도 뭘 할 수도 없으니, 시간도 없고 ······". 현재를 열정적으로 살고 계시는 분도 나이에 발목 잡히고,뭔가를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아차싶었다. 시간을 잡을 수는 없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이라면 무의미하게 멈춰서 있지는 말아야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책은 그에게 구원이었고 숨 쉴 통로였으며 외롭지 않았다. 동굴 속과도 같이 차단된 세계 속에서 유일한 벗이었다." 16권 99쪽

 

 송영광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백정의 손자라는 꼬리표때문에 결국 학업도 중단하고 유랑극단 연주자가 되었다. 정말 명민한 그가 그런 삶을 사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었다. 학창시절의 책과 시 습작 노트를 우연히 발견한 그가 책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했던 말이었다. 저자는 아무런 효용가치도 없었던 책 읽기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인간임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같은 맥락으로 2차 세계대전중에 책을 읽었던 병사들이 책은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끼게해주었으며, 살아있는 인간임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였다는 증언을 들려주었다.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분명 책을 읽는 그 순간,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소설을 왜 읽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소설 읽기를 멀리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백마디의 말보다 소설 속 한 구절이 마음을 울리는 경험을 하게 된 이후, 등장인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이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등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저자의 이 책을 읽는 동안 새삼 '문학의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경리 선생이 전해주는 인간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 지금 여기의 삶을 길어 올리고자 합니다- 책날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토지>.  지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시대적 배경이지만 소설 속 사람들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숨쉬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은 변했다고 하지만 인간으로서 지켜할 덕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토지>는, 박경리 작가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이 책을 통해 <토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껴보면 어떨까? 저자는 자기 삶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한복'을 이야기하며 영화 '그린 북'을 ,"사시장철 갠 날만 이따믄 그기이 어디 극락이겄나"라는 말과 함께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 희망을 이야기할 때는 리베카 솔닛의 '어둠 속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읽는 재미를 더했다.

 

"쓰는 행위 이상의 절실한 무엇과의 대결 상태, 문학은 하나의 방패였었는지 모른다. 싸움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래도 좋은가. 이래도 좋은가. 수없이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면서 낫질도 도끼질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내부, 자신을 둘러싼 외부와의 대결은, 그러나 언제 끝날지, 과연 끝날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0권 55쪽

 

 청백리 이부사댁의 후손이며 독립투사 '이동진'의 아들 '이상현'의 글쓰는 마음을 통해, 박경리 작가의 글쓰기를 보고, 저자는 앞으로 어떤 글쓰기를 해나갈지를 생각했다. 왜 쓰냐고, 왜 사냐는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자신의 글쓰기라고 하는 저자,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ps  권, 쪽수는 마로니에북스 판본.

      나는 나남출판사 책을 가지고 있는데 찾아보니 페이지가 조금씩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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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육화된 언어, 설운 삶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필리아 | 2020.07.04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가끔 어떤 책은 그것과의 적정거리를 둘 수 없을 때가 있다. 가슴에 쿡 들이미는 육화된, 몸의 언어들이 발산하는 헤아릴 수 없는 의미들 탓이다.  『토지』의 인물들이 토해내는 켜켜이 체득된 언어들을 화두로 하여 세상, 사람, 관계들을 새삼스럽게 바라보고 이해케 하는 저자의 반추로 다져진 곡진한 이야기들은 그대로 좁아터진 내 이해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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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책은 그것과의 적정거리를 둘 수 없을 때가 있다. 가슴에 쿡 들이미는 육화된, 몸의 언어들이 발산하는 헤아릴 수 없는 의미들 탓이다.  『토지』의 인물들이 토해내는 켜켜이 체득된 언어들을 화두로 하여 세상, 사람, 관계들을 새삼스럽게 바라보고 이해케 하는 저자의 반추로 다져진 곡진한 이야기들은 그대로 좁아터진 내 이해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 틈새로 깊숙히 스며든다.


" 어 가자. 간장 녹을 일이 어디 한두 가지가. 산 보듯 강 보듯, 가자!"『토지』 6권 370쪽에서


언젠가부터 책을 읽기위해서는 안경을 벗어야 하고,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맞추기위해서는 다시금 안경을 써야하는 노안이 저자 김연숙 교수처럼 내게도 찾아왔다. 이 현실을 "세상과 다시 관계 맺으라는 신의 명령"이라고, 그래서 "지금껏 바라보던, 세상 모든 것들과 다시금 거리를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이해는 그대로 내 이야기가 된다. 가난한 살림의 어미와 여동생을 두고 독립 운동을 떠나며 가족에 대한 연민으로 독립운동을 향한 발 걸음을 차마 떼지 못하는 석이를 향한 관수의 말에서 비롯된 배움의 사유이다. 이 호기로움의 말, 집착을 벗어나 새로운 거리 감각을 지닐 줄 알게되는 담대함 앞에 또 하나의 산 언어를 배운다.


이렇게 공감의 문장들을 열거하다보면 책을 모두 베껴야 할 성싶다. 「나에게 스며드는 말」,「질문하는 젊은이를 위하여」,「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3장으로 구분되어 있는 이 책에서 노화가 한창인 내가 '젊은이를 위한' 장(章)의 글들에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빠져 든 것은 어쩌면 여전히 삶의 미숙함에 허우적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여기서의 '젊은이'는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려 하는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련다. 대체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왜 지금껏 마치 전방만 있다는 듯이 급하게 질주하기만 했었나, 주변을 보지 못하는 편협과 외곬, 조바심에 이은 성급함, 어쩌면 삶 내내 정말의 생각이란 것을 하기는 했었나를 자문하게 된다. 이러한 감상은 철새의 날개짓에 경외의 감탄을 쏟아내는 토지의 문장에 가닿게 한다.


『토지』 7권 274쪽에서


결과에 맞추어진 삶의 태도가 아니라 과정자체에 정성스런 날개짓을 하는 삶의 방식, 몸에 새기는 그것이 곧 배움이며 삶의 영원한 태도임을 다시금 확인케 된다. 어, 배움의 이야기는 여기서 그쳐야 하겠다.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야말로 '스며드는' 이야기를 놓칠까 우려되니 말이다.  일본 홋카이도 탄광에 강제징용 당했던 이가 탈출하며, 낯선 일본인 할머니로부터의 도움을 받으며 그이를 묘사하는 문장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조건 중 으뜸"이라는 '공감'의 의미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데 마음속으로 늘 울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토지』 20권 154쪽에서


인간과 인간이 이어져 있음을 증명하는 이 말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 줄 아는 능력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네 모두에게 요구되는 유대와 연대의 요구성으로 어두워졌던 눈을 밝게 해주는 듯하다. 옮겨 적고 싶은 문장이 한 둘이 아니다. 이제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와 삶의 태도를 요구하는 그런 분기점에 도달해 있다. 노동가치의 재정의를 비롯해 자본주의적 무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두 변화되어야 하는 그런 지점에. 그런데 사람이 단지 비용의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굴러가게 하는 노동자들은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라는 비정규, 외주계약,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방식으로 자본이익의 희생물이 되어버렸다. 


『토지』 10권 417쪽에서


세상의 일상을 굴러가게 하는 노동자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우리와 함께 있는 사람, 우리 뒤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아니 보지 않으며, 그들이 내지르는 비명조차 듣지 못하고, 듣지 않으며, 그들의 죽음을 통해야만 겨우 볼 따름"이라는 말은 위협과 폭력에 시달리던 경비원의 죽음,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청년의 죽음이라는 사건에서 무엇을 보고 깨우쳐야 하는지를 생각케 한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공포가 지속되는 오늘, 우리의 사회, 그리고 나와 너인 우리들의 책임임을 통감하여야 함을.


이 책의 띠지에 써진 문장으로 마쳐야 겠다. "'설움이 왈칵 솟는 삶'을 용케 살아내는 이들에게",  "'박경리의 말'이 전하는 '인간의 말'"이라는 문장만큼 이 책을 잘 설명할 수는 없기에 말이다. 책은 감각되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는다고 오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말처럼 어떤 사태를 현실화하는 시선을 갖추게 해주는 그런 여정이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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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삶의미소 | 2020.07.03 | 추천3 | 댓글4 리뷰제목
『토지』는 2019년 나의 독서의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나 방송인들이 모두 토지를 몇 번씩 읽었다고 하니 나도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나름 도전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책이 주는 감동과 깊이에 압도당했고 여운도 지속되었다. 2019년 나에게 최고의 책이었고 주변 분들에게 정말 꼭 읽어보라고 추천을 했었다. 20권이라는 책의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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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2019년 나의 독서의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나 방송인들이 모두 토지를 몇 번씩 읽었다고 하니 나도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나름 도전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책이 주는 감동과 깊이에 압도당했고 여운도 지속되었다. 2019년 나에게 최고의 책이었고 주변 분들에게 정말 꼭 읽어보라고 추천을 했었다. 20권이라는 책의 분량도 그렇지만 토지가 가진 그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이런 책을 집필한 박경리라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한국에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 책의 작가 김연숙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고전읽기: 박경리 토지읽기2012년부터 현재까지 강의를 해오고 있으니 김연숙 작가가 가진 토지의 의미는 얼마나 큰 것인지 사실 가늠조차 힘들다. 그런 분이 전하는 토지의 인문학적 접근은 어떠할지 무척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이 분이 가진 토지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산다는 거는참 숨이 막히제?” (17359)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 자체는 인간의 공통경험이지만 그 고통 자체는 그때 그 당시의 내 몫일 뿐인 것이지요. 그래서 많은 학자가 인간에게 중요한 윤리 덕목으로 공감을 손꼽았나 봅니다. 내가 겪는 고통이 아닌데도, 그 감각을 직접 느낄 수 없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상상하고 짐작하여 함께하려는 노력, 그 노력이 가닿은 곳에서 공감이 만들어지는 것일 테니까요.(p.36)

더불어 사는 것에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 중에 공감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각각 다르게, 그러나 인간이라며 누구나 크고 작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고통을 이겨내는 각자의 자세도 다양할 것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 없을 수 없으니 자신이 놓여진 상황과 환경을 이겨낼 것인지 아니면 환경에 굴복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고통의 깊이가 똑같지 않다고 해도 다른 이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노력하는 자세인 공감도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선택에 의해 사회가 더 따뜻해 질 것임을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목이 메어 강가에서 울 적에 별도 크고오 물살 소리도 크고 아하아 내가 살아 있었고나, 목이 메이면 메일수록 뼈다귀에 사무치는 설움, 그런 것이 있인께 사는 것이 소중하게 생각되더라.” (12122)

재난 속에서 폐허 속에서 새로운 배움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절망적인 재난일 것입니다. 나라를 빼앗긴 재난으로부터, 식민지라는 폐허로부터 새로운 배움을 얻는 자는 그 배움으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자신의 눈물 속에서 길을 찾아나갔습니다.(p.47)

어떤 재난이 닥쳐오면 재난 이후엔 분명히 사람들의 마음속엔 본인의 생존만 생각하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만들어지는 것이라 추측들을 하겠지만 서로 돕고자 하는 이타심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려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우리가 일제시대, 6·25 전쟁,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더 잘되고 이겨낼 수 있는 긍정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 어떤 고난에도 긍정의 마음을 지켜내야겠다.


어 가자. 간장 녹을 일이 어디 한두 가지가. 산 보듯 강 보듯, 가자!”(6370)

노화란 나이들어 세상과 다시 관계를 맺으라는 신의 명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 듦이 자연의 섭리라면, 그것은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멀리 바라보라는 그런 도리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싶습니다. 물론 그 이치가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자기 범주를 넘어서 자기 시야를 세계로 확장시키는 일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p.59)

얼마전부터 책보는데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결국 돋보기를 맞추며 우울해 했다. 나의 나이듦을 그저 생물학적 관점에서 한탄했다. 그런데 돋보기를 사용해 이 책을 읽는 내게 이 구절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내가 왜 나이 듦을 부정적인 면만을 생각한 건지 부끄럽기까지 했다. 나는 나이듦을 이렇게 멀리 바라보며 세상과 다시 관계를 맺어 내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눈은 비록 글씨를 읽어내는 능력은 줄었을지라도 내가 가진 좋은 영향을 주위에 전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이대로가 좋다! 나는 이렇기 사는 것이 몸에 맞은 옷 입은 것겉이 좋단 말이다.”(13322)

자신의 능력을 긍정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긍정하는 것이 첫 번째 긍정이라면, 두 번째 긍정은 그렇게 자신이 긍정하여 선택한 삶으로 야기되는 어떤 결과도 긍정하는 것입니다.(p.103)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두 부정하기 보다는 그 상황을 바로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결과까지 인정하는 긍정의 삶을 살라는 의미인 것 같다. 현재 코로나 장기화 사태로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나의 일상도 너무 많이 변했기에 우울한 날들이 많았다. 그러다 모스크바의 신사를 얼마 전에 읽었는데 러시아 백작의 호텔에서 감금된 상황에서 백작은 한순간 죽음도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이 처한 환경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아갔다. 그 책이 전하는 주어진 환경에 굴복할 것인지 환경을 지배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인데 그 선택의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음이 궁극적인 긍정일 것이다. 이 코로나도 나에게 선택을 하라고 하는데 지금 내 선택들이 모두 정답일 수는 없지만 정답이 되도록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가는 시간의 슬픔보다 멈춰진 무의미한 시간이야말로 그것은 삶이 아닌 것이다.”(1824)

내가 그 시간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고유하고 신성한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는 일일 겁니다. 그때야 비로소 내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을 테지요. 삶을 살아가는 시간, 그리고 나의 시간으로부터 말입니다.(p.132)

토지에는 일제 강점기에 사람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여러 군상들이 나온다. ‘임명빈이란 사람은 지식인이지만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고민만 가득한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누군가를 독립운동을 누군가는 일에 매진하거나 누군가는 하루하루 먹고 살는 것이 하루하루 힘든 나날들을 보내지만 그는 그냥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듯이 지낸다. 내게 큰 인상을 준 인물이 아니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사실 이 사람도 참 가엾은 사람이었다. 자신의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닌 물리적인 시간만을 흘려보내니 가엾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슬픔에 처할 수도 있고 고통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들 뒤엔 반드시 내가 일구어야 하는 시간들도 있는 것이다. 그런 시간들을 만들지 않고 그냥 그냥 내 시간이 안닌 양 흘려보내는 것은 어쩌면 삶을 사는 것이 아닌 주어진 시간에 맞춰진 시계침 같은 삶이라 생각된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의 시간들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살아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려워.”(11296)

책을 읽는 일 또한 자신의 삶을 바꾸는 일로 이어져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책을 읽고 난 후의 가히 혁명과도 같은 놀라운 변화라고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그 놀라운 변화 때문에, 앎과 삶을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나 또한 아는 것은 많으나 실천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귀찮아서, 어려워서, 시간이 없어서 등등의 여러 가지 핑계거리를 만들어 실천하지 않고 머리속에만 담겨 있으면 그것은 단지 머릿속에 입력된 이미지일 뿐이다. 책을 읽고 그것을 실천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당장 실천하고자 마음먹지만 내일부터 모레부터 이렇게 실천하지 않는 쉬운 길로 가는 경우들이 많았다. 이 글귀를 보며 내가 얼마나 쉬운 삶에 빠져있는지 반성을 했고 앎과 삶을 일치시키도록 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사시장철 갠 날만 있다면 그기이 어디 극락이것나.”(4316)

고통은 고통대로, 밝음은 밝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 모든 것이 함께 흘러가는 삶 말입니다. 그러하니 사시장철 갠 날만 있다면 그것이 어찌 극락이겠냐는 토지속 윤보의 저 말은, 어리석은 우리들을 가르치는 박경리 선생의 목소리인가 봅니다.

극락이라 하면 너무 평화로운 고요한 곳이라 생각되는데 박경리 선생님은 그게 극락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라 한다. 극락이라는 것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여기 고통과 슬픔, 기쁨과 행복이 함께 존재하는 이 곳이야 말로 극락이라 가르치시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의 마음가짐도 바뀌는 것이니 이 현실이 어찌 극락이 아닐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더 해빙이란 책에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라고 그 감사하는 맘이 나의 삶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극락은 특별한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감사함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극락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잘난 사람은 일 못한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파는 게야.”(9394)

오늘의 꿈이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다 했고, 오늘 일어나지 않은 일이 내일 혹은 내년 아니면 백 년 후에라도 일어날 수 있다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눈앞에는 자신들이 이 일을 할까 말까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만이 존재하고,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들보다는 똑똑하다는 우리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구분하는 데 능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할까 말까 대신 지금이 일이 될까 안 될까를 구분하려 합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기 때문에 그러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종종 내가 하지 못하는이유를 찾는 데 열심입니다. 우리들의 분별력은 나를 합리화하기 위해, 나를 변명하기 위해 작동하는 셈입니다.(p.179~180)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모두 다가 그 사회에서 배운사람 잘나가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힘들지만 독립운동을 통해 일본의 지배에서 반드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비천한 신분이었어도 독립운동을 한 인물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일제통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입에 맛는 사람으로 변절한 사람들 또한 많다. 그들은 당연히 독립이라 헛된 꿈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희망과 간절함이 없었다면 독립운동가들이 그런 힘들고 고된 길을 걷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몫일 것이다. 내가 꿈꾸지 않은 미래는 미래가 아니고 계속해서 변치 않는 머물고 있는 오늘일 뿐일 것이다.

 

책은 그에게 구원이었고 숨 쉴 통로였으며 외롭지 않았다. 동굴 속과도 같이 차단된 세계 속에 책은 유일한 벗이었다.”(1689)

백정 자손인 영광과 전쟁터의 병사들의 책 읽기는 결국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습니다. 책 읽기로부터 정보를 얻고 배움을 구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이전에 내가 인간임을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백정의 세계와 전쟁의 세계가 아닌, 인간으로 살아야 할 세계와 전쟁의 세계가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 세계가 그 어딘가에 있음을 그들은 믿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 믿음 때문에 그들은 삶을 버티어나갈 수 있었던 겁니다.(p.197)

영광에게 책 읽기란 자신이 가진 신분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다. 독서란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독서의 순간은 우리에게 주는 여행이라 생각된다. 책과 내가 같이 만난다는 것 그리고 글자 속을 떠다닐지라도 그것조차 우리에겐 의미 있는 것이다. 나도 힘이 들때나 내가 잊고 지냈던 순간들을 책을 통해 새롭게 느끼는 경우들이 많고 반성하고 다짐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매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렇게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내가 인간임을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우는 소중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개미 뫼 문지듯이, 일이란 그렇기 혀야제잉. 세월이란 것도 개미 뫼 문지듯 가는 거 아니더라고?”(1497)

하루하루 아니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하나를 알려준 것입니다. 하나하나 옮겨놓는 모래알로부터 내 삶이 쌓이고, 차곡차곡 쌓인 모래알들이 높은 산을 이룬다고 말입니다. (p.223)

개화된 집안의 외동따로 남부러울 것이 없이 살다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하려다 기독교 전도에 힘쓰며 독립운동까지 참여하다 모진 옥살이를 겪은 여옥이라는 인물에게 조밭을 매던 할머니가 혼잣말처럼 툭 던진 말이다. 뭔가 한순간의 변화된 오늘과 다른 삶이 갑자기 펼쳐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한순간, 한걸음,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여야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내가 매 순간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세상이 한순간 날 위해 변화해주길 바라지 말라는 말이다. 내가 벗어나고 싶은 현실을 차근차근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미래를 하나하나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인 것이다.

사람이 사람 아니게 되어가는 공포.”(681)

노동자가, 사람이 비용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규정되는 것입니다. 이 연장선상에 위험의 외주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는 방식이 생겨납니다. 그것은 사람을 보지 않고,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비용을 일으키는 요인을 최대한 줄여 나가는 것에만 집중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p.247)

우리곁에 있는 사람과 우리 위에 있는 사람을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잘못된 것은 우리들, 사람들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p.248)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일제 앞잡이가 되어 자신이 동포들은 한낱 물건처럼 취급되는 것을 당연히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현재 또한 물질 만능주의 시대로 인간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닌 모든 게 돈과 연결이 되어 어느 순간 돈이 더 우선시 되고 사람의 목숨이나 삶의 질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뭐든지 비용을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인간의 목숨 따위는 한낱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것이 돈인데 어느 순간 돈이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이처럼 사람이 사람 아니게 되어가는 것이 공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건비라는 단어아래 숨겨진 깊은 의미를 단순히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정규직들, 저금임자들 등의 가지지 못한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감됨임을.

 


 친근함과 위대함을 가진 작가 박경리. 그의 글에 표현되는 삶이 아무리 소소할 지라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위대한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이라면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인간의 삶을 살아가야할 것이다. 박경리의 말이 전하는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소개된 모든 글귀들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그 글귀들 하나하나가 참 소종한 말들이었다.  김연숙 작가의 토지에 대한 깊은 인문학적 고찰은 다년간 하나하나 쌓아온 깊이 있는 생각이며 작가의 삶 한 부분을 깊이 있게 차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토지를 한 번으로 부족하고 여러 번 읽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토지속 하나하나의 말들이 내 마음과 삶 속에 차곡차곡 쌓여 어제보다 나은 인간이 되고자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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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에게 한마디 말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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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DOR8848 |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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