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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리뷰 총점9.2 리뷰 10건 | 판매지수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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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486g | 124*195*24mm
ISBN13 9791190885157
ISBN10 1190885158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악몽보다 섬뜩한 현실의 초상
남미 전통 미신과 주술 의식,
부조리한 세계가 공존하는 호러 소설집

“라틴아메리카 고딕 리얼리즘의 여왕”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소설집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소설(nueva narrativa argentina) 세대를 이끄는 70년대생 작가군의 선두 주자로, 지금까지 스페인어 문학 전통에서 없었던 호러 문학 장르의 지표를 제시하고, 나아가 라틴아메리카 환상 문학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발전시킨 작가로 꼽힌다. 2016년 발표된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엔리케스의 이름을 세계 문학계에 각인시킨 대표작이다. 이 책에는 군사 독재, 폭력과 납치, 경제 불황으로 점철됐던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역사와 가정 폭력 및 여성 혐오, 계층 간 차별 등 부조리한 오늘날의 사회 현실을 호러로 풍자한 열두 편이 실려 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더러운 아이
오스테리아 호텔
마약에 취한 세월
아델라의 집
파블리토가 못을 박았다 : 페티소 오레후도를 떠올리며
거미줄
학기말
우리에게는 한 점의 육신도 없다
이웃집 마당
검은 물속
초록색 빨간색 오렌지색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한국어판 저자 후기
작품 해설 | 죽은 자가 꿈을 꾸면서 기다리고 있다 : 공포의 집과 괴물-여성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온 나라가 마약쟁이 주술사들로 우글거리고 있다니까.” 사리타가 말했다. “너는 차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도 못 할 거야. 거기 사람들은 자기를 지켜달라고 의식을 치러. 그래서 사람 머리를 잘라서 왼편에 둔다니까. 이런 식으로 제물을 바치면, 그 머리가 자기들을 보호해줄 테니까 경찰한테 절대 잡히지 않을 거라고 믿는 거야. 그 사람들은 단순한 마약쟁이가 아니야. 더군다나 그들은 여자까지 판다니까.”
“그럼 여기, 콘스티투시온에도 그런 자들이 있다는 거니?”
“그런 이들은 어느 곳에나 있어.” 사리타가 말했다.
--- pp.48~49 「더러운 아이」 중에서

바로 그 순간, 나는 분명 무언가를 느꼈다. 정원에서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무언가가 정원을 휩쓸고 지나간 듯, 풀이 다 타버린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 자라지 못한 채 모두 누렇게 말라 있었다. 그 흔한 잡초 한 포기는커녕, 나무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 한겨울인 데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정원은 황폐할 대로 황폐한 상태였다. 게다가 집 안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귀에 거슬리는 모기 소리, 특히 커다란 모기가 내는 소리와 비슷했다. 그리고 땅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 p.119 「아델라의 집」 중에서

하지만 페티소는 달랐다. 여느 살인자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욕망 외에 다른 동기가 없었다. 어떤 면에서 그의 존재는 우리 현실의 메타포처럼 보였다. 그는 독립 100주년을 맞이한 자랑스러운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이면이자, 곧 도래할 불행과 재앙의 징후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저택과 대농장 뒤에 더 위험한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경고 신호이자, 그들이 꿈에 그리던 화려한 유럽으로부터 좋은 것만 오리라고 믿던 편협한 아르헨티나 엘리트들의 등을 향해 날아가던 비수와도 같은 존재였다.
--- pp.149~150 「피블리토가 못을 박았다 : 페티소 오레후도를 떠올리며」 중에서

그가 떠난 뒤, 나는 앞으로 밥을 아주 조금만 먹기로, 아니 거의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베라가 온전하다면 어떤 모습일지, 또 베라 같은 인간의 육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했다. 잊힌 무덤 속에서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하얀 뼈, 서로 부딪힐 때마다 축제 종소리처럼 달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가녀린 뼈, 숲속의 춤, 죽음의 춤. 남자 친구는 벌거벗은 뼈들이 지닌 영묘하고 숭고한 아름다움과 전혀 관련이 없다. 뼈에 비곗덩어리와 권태만 덕지덕지 붙어 있으니까 말이다. 베라와 나는 앞으로 아름답고 공기처럼 가벼워질 것이다. 베라와 나는 앞으로 이 지상에서 야행성으로 살아갈 것이다. 뼈 위에 부스럼 딱지처럼 달라붙어 있는 흙은 아름답기만 하다. 속은 텅 비어 있지만 즐겁게 춤을 추는 해골들. 우리에게는 한 점의 육신도 없다.
--- p.222 「우리에게는 한 점의 육신도 없다」 중에서

“(…) 그 아이가 강물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을 모두 깨웠단 말이에요. 저 소리 안 들립니까? 죽은 자들을 위한 저 북소리 말이에요!”
“저건 사육제 거리 공연이에요.”
“공연이라고요? 당신 귀에는 저것이 공연하는 소리로 들립니까?”
“신부님은 지금 취했어요. 그리고 임신한 여자아이가 나를 찾아왔던 건 어떻게 알았죠?”
“저건 사육제 공연이 아니에요.”
신부는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해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썩어 문드러진 이 강이 우리의 기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미래 따위는 생각하지도 말자. 쓰레기는 모두 여기 내버리자. 어차피 강물에 다 떠내려갈 테니까! 결과가 어떻든 일절 생각하지 말자, 뭐 이런 식이죠. 모두가 천하태평이라고, 그 정도로만 여겼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마리나. 이 강을 오염시킨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던 거예요. 그들은 무언가를 감추려고 했어요. 세상에 나타나거나 알려져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말이죠. 그래서 기름과 진흙탕으로 그 위를 덮어버린 거라고요!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배로 강을 뒤덮어버렸단 말입니다! 그 많은 배를 거기다 묶어놓았다고요!”
--- pp.296∼297「검은 물속」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악몽보다 섬뜩한 현실의 초상
남미 전통 미신과 주술 의식,
부조리한 세계가 공존하는 호러 소설집

★전 세계 26개 언어권 출간 · RT피처스 제작사 영상화 계약
★록산 게이 · 패티 스미스 추천 소설
★2017년 [글로브앤드메일] 선정 최고의 책
★2017년 바르셀로나시 문학상 수상작


“라틴아메리카 고딕 리얼리즘의 여왕”([라나시온])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소설집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소설nueva narrativa argentina’ 세대를 대표하는 70년대생 작가군의 선두 주자로, 지금까지 스페인어 문학 전통에서 없었던 호러 문학 장르의 지표를 제시하고, 나아가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 작가로 꼽힌다.

2016년 발표된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엔리케스의 이름을 세계 문학계에 각인시킨 대표작이다. 출간 직후 각국 수많은 편집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소설집으로서는 이례적이게도 26개 언어권에 계약된 이 책은 [바르셀로나시 문학상] [아르헨티나 국립 문학상] 3위 수상에 이어, [글로브앤드메일] [보스턴 글로브]와 같이 스페인어권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매체가 올해의 책에 선정하는 등 문학성과 대중성, 시의성을 갖춘 작품으로 두루 인정받았다.

이 책에는 군사 독재, 폭력과 납치, 경제 불황으로 점철됐던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역사와 가정 폭력 및 여성 혐오, 계층 간 차별 등 부조리한 아르헨티나의 현재를 호러로 풍자한 열두 편이 실려 있다. 문화 비평가 록산 게이는 이 책을 가리켜 “인간으로서 처한 크고 작은 비극들과 그 복잡성을 드러낸다. (…) 좋은 공포 이야기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예시하는 단편들”이라고 말하고, 펑크 록의 대모이자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인 패티 스미스는 “평범한 장소의 공포를 깊이 기록하는 소설”이라며 추천한 바 있다.


“우리들의 공포, 그것은 대부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공포다” _마리아나 엔리케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에는 현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 열두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각 편에서는 목이 잘린 시체, 사람의 손톱과 치아가 진열장에 장식된 폐가, 아기만 살해한 연쇄 살인마의 환영, 슬럼가의 오염수 탓에 고양이 코를 가지게 된 아이 등 갖가지 기괴한 소재와 사건들이 등장한다. 놀랍게도 상당수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러한 끔찍한 이야기 이면에는 아르헨티나 정치, 경제, 사회, 환경의 부조리한 문제들과 여전히 남미 대륙의 정신을 지배하는 미신과 흑마술이 연결되어 있다. 복합적인 층위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나아가 공포의 정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과연 목 잘린 시체는 인신매매범의 소행인지 주술 의식의 흔적이었는지, 죽은 자의 환영이 초자연적 현상일지 정신적 환각일 뿐인지 등, 이야기 곳곳에 숨겨진 미스터리한 복선들은 사회적 주제와 섬뜩한 분위기를 융합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한때 부유했지만 군사 독재와 경제 불황의 시기를 겪으면서 빈민의 증가, 약자를 향한 만연한 폭력, 심각한 환경오염까지 겹친 아르헨티나의 현실은 전 세계가 공감하는 사회 문제들이자 우리에게도 민감하게 다가오는 공포이다.


공포와 환상의 언어로 들려주는 불가사의한 현실 세계

이번 소설집의 「한국어판 저자 후기」에서 엔리케스는 왜 공포와 환상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변으로 소설가 템Tem 부부가 한 말을 인용한다. “‘내가 어둡고 음울한 소설을 쓰는 이유는 세상에서 괴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엔리케스가 직접 밝혔듯이 그의 호러 문학은 H. P. 러브크래프트와 스티븐 킹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현실이 꿈과 악몽으로, 초자연적 세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기법에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이 일궈낸 아르헨티나 환상문학의 유산을 계승한다. 그는 현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나, 독자들에게 종종 이야기의 무대가 지난 세기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과거와 현재 시점이 모호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독특한 서사 흐름을 통해 환상의 세계를 실재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침투시킨다. 그럼으로써 형체가 없이 존재한 공포와, 묻혀 있던 과거의 되살아나는 기억들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 불안과 두려움의 실체와 직면하게 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게 된다. 세상의 괴물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두려움의 실체를 읽어내는 것. 이는 곧 불가사의한 현실 세계를 공포와 환상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엔리케스의 문학적 시도가 지니는 하나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수록 작품 소개]

더러운 아이 El chico sucio

거리의 아이들이 넘쳐나는 옛 부촌에 사는 나의 집 앞에는 더러운 아이와 마약쟁이 엄마가 길거리에 매트리스 하나만 깔아놓은 채 살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더러운 아이에게 해골 성상 제단이 있는 건너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다음 날 아이와 엄마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얼마 뒤, 인근 주차장에서 목이 잘린 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고, 나는 죽은 아이가 더러운 아이일 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오스테리아 호텔 La Hosteria
플로렌시아의 친구인 로시오의 아버지는 오스테리아 호텔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한다. 그런데 이 호텔이 과거 군사 독재 시절에 경찰학교였다는 사실을 관광객들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해고당하자, 앙심을 품은 로시오는 플로렌시아에게 한밤중 호텔에 같이 몰래 들어가자고 부탁한다.

마약에 취한 세월 Los anos intoxicados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정부가 전력난을 이유로 전기 공급을 제한하던 시절에 우리 셋은 무능한 부모들을 비웃으며 마약과 음악에 취해 청춘을 보낸다. 영원히 함께하자는 우정의 맹세도, 언젠가 부자가 될 거라는 꿈도 차츰 희미해져갈 때, 우리는 한밤중 아무것도 없는 공원 숲으로 사라졌던 여자아이를 찾아 나선다.

아델라의 집 La casa de Adela
왼팔이 없는 소녀 아델라와 나, 파블로 오빠는 우연히 인근 폐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뒤 매일같이 폐가 앞을 서성이다가 결국 마지막 여름밤, 그곳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폐가에 도착하자, 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려 있고 불이 켜진 채로 그 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블리토가 못을 박았다 : 페티소 오레후도를 떠올리며 Pablito clavo un clavito: una evocacion del Petiso Orejudo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인기 관광 상품인 ‘범죄 및 범죄자 투어’의 가이드인 파블로의 앞에 어느 날부터 어린이 연쇄살인마 페티소 오레후도의 환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얼마 전 첫아이가 태어난 후 집에서 겉돌던 파블로는 아내에게 환영을 본다는 것을 털어놓지 못한 채, 점점 그 환영에 사로잡힌다.

거미줄 Tela de Arana
권태로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나는 사촌 나탈리아, 남편 후안 마르틴과 함께 파라과이 아순시온에 있는 저렴한 시장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종일 남편의 불평에 시달리면서 돌아오던 중, 인적 없는 숲에서 차가 멈춰버리고, 오도 가도 못하던 그들 쪽으로 트럭 한 대가 질척한 길에 기이하게도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달려온다.

학기말 Fin de curso
우리 반에서 아무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평범한 아이였던 마르셀라가 수업 시간에 갑자기 자기 손톱 하나를 쑥 뽑아버린다. 그날 이후로 상처가 나을 때쯤 다시 자해하는 그 아이에게 나는 묘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한 점의 육신도 없다 Nada de carne sobre nosotras
나는 집으로 걸어오던 길에 나무 아래서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두개골 하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소중히 주워 온다. 두개골에게 ‘칼라베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금발 가발에 형형색색의 구슬 목걸이를 걸어 아름답게 꾸며주는 나를 보던 뚱뚱한 남자 친구는 집을 떠나가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웃집 마당 El patio del vecino
운 좋게 괜찮은 집을 구해 이사 온 나는 이웃집 마당에서 발목에 쇠사슬이 묶여 감금된 남자아이를 발견한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해고된 뒤로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는 나의 말을 남편 미겔은 믿지 않고, 나는 감금된 아이가 있다는 증거를 잡으려 이웃집 마당에 숨어들어 간다.

검은 물속 Bajo el agua negra
몇 달 전 부패 경찰관들이 소년 두 명을 강물에 빠뜨려 죽인 사건을 수사하던 피나트 검사에게 빈민굴의 임신한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아직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던 소년 에마누엘이 2주 전 강물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 수상한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는 오염수로 썩은 강물 탓에 기형아들이 태어나는 빈민가로 홀로 찾아가는데, 그곳에 도착하자 어디선가 사육제의 큰북 소리가 들려온다.

초록색 빨간색 오렌지색 Verde rojo anaranjado
2년 전, 남자 친구 마르코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와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인터넷 채팅창뿐으로, 그의 존재는 점점 깜빡거리는 글자에 지나지 않게 된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Las cosas que perdimos en el fuego
남편, 남자 친구, 아버지 등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불을 지르는 일이 끊이지 않자, 많은 여자들이 [불타는 여성들]이라는 조직을 형성해, 스스로 불길 속에 몸을 던지는 분신 의식儀式을 거행하기 시작한다. 이제 언제 제 몸에 불을 지를지 모르는 미친 아르헨티나 여자를 인신매매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며, 불에 탄 육체는 새로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엔리케스의 이야기는 어떤 엄밀한 리얼리즘보다도 더욱 심오하고, 더욱 불안한 진실을 추구한다. 기괴한 것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블랙유머가 가득한 매혹적인 이야기.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엔리케스의 유령은 인습적인 유령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그 유령은 거리의 노숙자 아이들이며, 분신(焚身)을 둘러싼 집단의 역사를 가진 여성 무리이자, 그녀가 악마에 쫓기는 곳으로 써낸, 바로 그 장소들이다.
- [파이낸셜 타임스]

세련된 기이함으로 가득한, 충격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들. 셜리 잭슨에게 그러했듯, 독자들은 분명 엔리케스에게 압도당하고 당황할 것이다.
- [북 리스트]

현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 열두 편의 섬뜩하고 기괴한 소설. 이야기의 골목마다 새로운 일상의 공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커커스 리뷰]

너무도 실감나서 독자 자신의 악몽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 [가디언]

열두 편의 이야기는 끔찍한 트라우마의 기억에서 불안스럽게 벗어나고 있는 한 나라의 고딕적 초상화를 보여준다.
- [보스턴 글로브]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지난 10년간 내가 읽은 단편소설 중에 단연 최고다.
- 호르헤 에랄데(스페인 작가, 편집자)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21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와 같은 존재다. 독자는 순진하게도 겉보기에 친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이야기 속으로 발을 들이지만, 곧 그녀의 세계에 가망 없이 갇혀버렸음을 깨닫는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그 생명체들은 당신을 뒤로하고 그림자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지기 전, 당신을 뒤흔들고 혼란에 빠뜨린 채, 페이지들에 꼼짝없이 붙들어놓는다.
- 넬레케 힐(네덜란드 편집자)

날카로운 이야기 저변에서 엔리케스는 여성, 세상에 속하려고 애쓰는 소녀들과, 불운한 결혼 생활의 속박, 가난과 중독의 황폐함을 말한다. 좋은 공포 이야기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예시하는 단편들이다.
- 록산 게이(문학 교수, 문화 비평가)

오염된 강, 타락한 거리, 썩은 고기, 살해된 아이들, 평범한 장소의 공포를 깊이 기록하는 단편소설들. 엔리케스는 사실적인 분위기에 기초해, 시적 전환을 맞는 어두운 묘사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모든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생명, 생물종들, 숲, 가난한 아이의 신발, 아이가 사랑하는 인형.
- 패티 스미스(뮤지션, 시인)

회원리뷰 (10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포토리뷰 호러 소설보다 끔찍한 현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g | 2020.08.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친구들과 때때로 이런 농담을 했다. "세상이 범죄 스릴러인데, 누가 범죄 스릴러 책을 읽으려 들겠어." 그런데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를 보면 마리아나 엔리케스가 느끼는 세상은 '공포'이다. 목이 잘린 시체, 사람의 손톱과 치아가 진열장에 장식된 폐가, 아기만 살해한 연쇄 살인마의 환영, 슬럼가의 오염수 탓에 고양이 코를 가지게 된 아이 등 갖가지 기괴한 소재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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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때때로 이런 농담을 했다. "세상이 범죄 스릴러인데, 누가 범죄 스릴러 책을 읽으려 들겠어." 그런데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를 보면 마리아나 엔리케스가 느끼는 세상은 '공포'이다. 목이 잘린 시체, 사람의 손톱과 치아가 진열장에 장식된 폐가, 아기만 살해한 연쇄 살인마의 환영, 슬럼가의 오염수 탓에 고양이 코를 가지게 된 아이 등 갖가지 기괴한 소재와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상당수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한때 부유했지만 군사 독재와 경제 불황의 시기를 겪으면서 오갈 곳을 잃은 빈민들이 급증하고, 강도와 살인 등 약자를 향한 폭력이 만연해진 아르헨티나 사회는 우리 모두가 지닌 사회적 문제들을 직시하게 한다. 진짜 공포가 무엇인지.


마리오와 동거하던 아파트에서 그녀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 그녀는 몸의 70퍼센트에 화상을 입었다. 싸움을 벌이던 중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그가 그녀의 몸에 불을 붙인 것이다. 지하철 여인과 마찬가지로 마리오도 침대에 누워 있던 그녀의 몸 위로 알코올 한 병을 다 부어버렸다. 그런 다음 성냥을 그어 그녀의 벌거벗은 몸에 불을 붙였다. 그녀의 몸에서 벌겋게 타오르던 불길을 몇 분간 지켜보던 그는 마침내 이불로 그녀를 덮었다. 지하철 여인의 남편처럼 그도 그녀가 자기 몸에 불을 붙인 거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중


2011년 아르헨티나에서 한 남성 의사가 병적인 질투심으로 대학생이었던 열한 살 연하의 여자친구의 몸에 알코올을 붓고 불을 지른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이 소설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의 몸에 불을 지르는 일이 끊이지 않자, 많은 여자들은 '불타는 여성들'이라는 조직을 형성해 스스로 불길에 몸을 던지는 분신 의식을 거행한다. "앞으로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남자들은 습관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르게 될 겁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나처럼 되고 말 거예요. 목숨을 건진다면 말이죠. 그렇게 되면 꽤나 멋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시대의 아름다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p.331) 작가는 만연한 여성 혐오 범죄에 더욱 극악한 방식으로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만연한 여성들의 공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드디어 속보가 올라왔다.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는 살갗이 벗겨진 채 뼈가 훤히 드러났지만, 머리카락은 그 주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의 눈꺼풀은 실로 꿔매져 있었고, 혀는 심하게 깨물린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게다가 시신에서 고문을 당한 흔적이 다수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상체가 온통 담뱃불로 지진 자국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이다. 현장 조사한 검시관들의 1차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행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범행 시간은 새벽 2시경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 「더러운 아이」 중


창밖 거리에는 임신을 한 채 마약에 취해있는 엄마와 아이가 길거리에 매트리스 하나만 깔아놓은 채 살고 있다. 다섯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지하철 승객들에게 엑스페디토 성인 판화를 주면서 돈을 구걸한다. 어느 날, 늦은 밤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문을 두드린 더러운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아이는 해골 성상 제단이 있는 건너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얼마 뒤, 인근 주차장에서 목이 잘린 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고, 나죽은 아이가 더러운 아이일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내가 왜 아이를 데리고 있지 않았던 걸까? 그 불쌍한 것을 엄마에게서 떼어낼 방법을 왜 생각하지 않았던 거지? 아니면 왜 아이를 씻겨주지도 못했던 걸까?"


이 이야기들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접수된 데이트 폭력 2만 건, 담뱃불로 손등 지지고 테이블로 머리를 가격해도 벌금형이 그쳤던 사건들. 부모에 의해 쇠사슬에 묶인 채 갇혀있다 탈출한 창녕의 아이와 7시간 넘게 여행 가방에 갇혀 숨진 천안의 아이. 호러 소설보다 끔찍한 현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잃은 것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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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김*철 | 2020.07.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이 단편집 마지막에 수록된 작품의 제목입니다. 하지만 이 단편집에 실린 모든 작품들은, 어떤 종류의 불 속에서 무엇인가를 잃은 우리의 상실, 좌절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불은 대개 "공포"이며, 혹은 믿었던 누군가에 대한 큰 실망, 좌절, 어디에서도 안식을 찾을 수 없는 공동체 성원들의 절망, 가난과 범죄, 불신이 빚은 무기력, 증오 같은 것으;
리뷰제목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이 단편집 마지막에 수록된 작품의 제목입니다. 하지만 이 단편집에 실린 모든 작품들은, 어떤 종류의 불 속에서 무엇인가를 잃은 우리의 상실, 좌절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불은 대개 "공포"이며, 혹은 믿었던 누군가에 대한 큰 실망, 좌절, 어디에서도 안식을 찾을 수 없는 공동체 성원들의 절망, 가난과 범죄, 불신이 빚은 무기력, 증오 같은 것으로 이어집니다. 


<더러운 아이>는 빈민가에서 온갖 사회악과 범죄에 노출된 어느 아이, 아주 어린 아이에 대해 주인공 여성이 느끼는 타자의식(죄의식 가득한)을 담습니다. 처음에 주인공은 이 아이가 어느 여성의 소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상상도 못할 잔인한 방법으로 죽고 그 시신이 발견된 후 조금 다른 진상을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접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알게 됩니다. 자신만의 편안한 안식처에서 듣고 보게 되는, "바깥 세상의 온갖 끔찍한 소식"들이란 사실 실감이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아이가, 한때 잠시나마 바깥 세상(가난이 지배하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마주친 누군가였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잠시, 이웃 대부분이 고생 중인 지옥이야말로 현실이고, 편안한 곳에 고립된 자신이 혹 환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난 아들이 없단 말이야!" p54에는 역주를 통해, 원문의 se는 복수일 수도 단수일 수도 있다고 설명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단수, 즉 산 라 무에르테에게 이 미친 여인이 아이를 바쳤다는 뜻이라면, 범죄자는 그 어머니(혹은 큰이모일 수도 있습니다)이겠습니다. 끔찍한 가난은 여인을 광신으로 내몰며, 인륜의 기본을 까맣게 망각하고 짐승만도 못한 범행을 저지르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혹 이게 마약조직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도, 어떤 초월계의 악마가 아닌 현생의 마귀들에게 비슷한 공양을 했다는 뜻이겠죠. 사실 se는 단수든 복수든 별 뜻의 차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스테리아 호텔>에서 개인적으로 저는 몇 년 전에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 <신데렐라>가 떠올랐습니다. 오래된 호텔, 투숙객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호텔은 동네에서 볼 때 살짝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어린 여자아이는 "담배 연기 때문에 구역질이 난다"고 하지만(p57), p64에서는 "낙엽을 태우면서" 그 고소한 향기를 즐기기도 합니다(이 대목에서 이효석의 어떤 수필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낭만적인 후각적 심상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 호텔은 금세 공포의 발원지가 됩니다. 


주인공은 행실이 나쁜 여동생 랄리 때문에 약간의 고민거리를 가졌는데, 로시오라는 (이름도 남자 같은) 친구가 생기면서 다소의 탈선을 시도합니다. 이 건물이 과거(대체로, 이 작품집에 등장하는, 혹은 언급되는 군사 독재 시절은 "과거"일 뿐입니다)에 경찰학교로 쓰였다는 설명이 있지만(p66), 아마 그날밤 두 꼬마가 마주친 무서운 군중은 그 시절 희생된 민중의 원혼이 아니었을까 저는 짐작했습니다. 사장 엘레나는 아이들의 설명에 귀도 기울이지 않고 혼을 내는데, 저는 읽으면서 행여 엘레나가 아이들의 환각에 공감했다면 많이 김이 샐 뻔했다고 안도했습니다. 호러, 고딕에는 인물 사이에 개연성 없는 공감이 과하게 이뤄져서는 안 되니 말입니다. 


<마약에 취한 세월>에서는 1인칭 화자가 (앞 작품들과는 달리) 빈민층에 속한 가망 없는 밑바닥 인생입니다. 독특하게도 화자는 1980년대말~90년대 초를 회상하는데 그만한 지성이 없어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인 구성이고 언급입니다. 앞의 "대통령"은 알폰신이겠고 뒤에 전화를 깔아준다는 공약을 한 후임자는 메넴이겠죠. p90에서 주인공은 아무 무서운 눈빛을 한 아이를 만나는데 "...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여자아이가 누군가의 딸이었다고 믿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습니다(즉 악령 비슷한 존재였다는 뜻이겠죠. 자신에게는). 이 아이는 p104에 어떤 비유의 보조관념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어떤 불량 청소년 집단에서 유치한 비행에 몰입할 수 있는 건 그 또래들끼리 같이 지내다 보면 수치심과 객관화를 깡그리 잊을 수 있어서입니다. 그러다가 멀쩡한 이성친구라도 생기면 여태까지의 모습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는데, 나머지 멤버들에게는 친구의 이성친구가 죽이고 싶도록 밉겠죠. 결말에서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은 이처럼 단순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주제는 빈곤이 자연스럽게 빚어내는 구조적 타락과 그로 인한 공포이겠습니다. p93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여러 약품"은 과거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겠습니다(마약류까지는 아니지만). p96에서 나스카 유적 어쩌구는 읽으면서 고개가 갸웃했는데 역시 의도된 유머였습니다. 


p99에서 낙태가 금지된 시절 오히려 미혼모들이 길에 영아를 버리거나 아예 개한테 먹이로 준다는 끔찍한 풍속도(작품에서도 소문일 뿐이라고 합니다만) 같은 서술은 민주화 이행 후에도 여전히 혼란에 싸여 있던 아르헨티나의 암울한 사회상을 드러냅니다(심지어 지금도?). p101에 "쐐기풀에 베여 다리에 피가 송송 맺힌다"는 묘사는 한국에서도 공감할 만한 풍경의 묘사겠죠. "드라곤시토"가 일종의 애칭을 만드는 축소사라는 역주 설명이 있는데 저 뒤 다른 작품의 p333 "실비니타"라든가, p236에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부르는 "파울리타" 같은 예도 나옵니다.


<아델라의 집> 역시 어떤 건조물이 빚는 공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델라는 나면서부터 한쪽 팔이 없는 아이인데, 주인공의 오빠 파울로와 친해지고 나중에 미스테리어스한 사건을 겪게 됩니다. 제 생각에 이 작품집에 수록된 중 고딕 호러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작품 같았습니다. p102에 "캘리포니아에 가면 머리에..."는 역주 설명에도 나오는데, 이건 작가의 착오일까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작품 중에서 그렇게 바꾼 걸까요? p114에 "자기 아내를 토막내서 냉장고에 숨긴..."에서는 정말로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p125의 "누렇게 말라죽은 정원", p118의 "누런 이", p119의 "누렇게 말라 있었다" 등이 비슷한 느낌을 환기합니다. p110에서 "뇌가 뼈에 눌려 광기로 발전하는 도베르만"과, p119의 "무엇인가 안에 갇혀 못 나오고 있는" 같은 문장 들을 잘 연결하여 읽어야 작가의 의도를 따라갈 수 있겠습니다. p131 가면, 빈껍데기가 스페인어로 서로 비슷한 발음임을 이용한 말장난도 흥미롭습니다. 


(이하 내용 누설이 조금 있습니다)


<파블리토가 못을 박았다>는 약간의 반전(제 생각에)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성실한 가이드이며, 최근에 결혼도 하고 아내는 갓 아이도 낳은, 행복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아내와의 사이는 예전 같지 않고, 어려서 많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돌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이 와중 그는 관광객들에게 과거의 어느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며 흥미를 돋우는데, 불필요하게 그 끔찍한 인간들에 과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당황합니다. 어느 순간 그는 이 과몰입을 직업에의 헌신 모드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며 안도하는데 독자의 입에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는 유일한 결말이더군요(제가 잘못 읽은 게 아니라면 - 혹은, 이 가이드의 전생이라는 소린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 어차피 선량한 일상인들일 듯한 그들 관광객은 왜 그렇게 "시그니처 액션"이니 뭐니 하며 오버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아마 이게 우리들 평균의 자화상이겠죠. p156의 각주에 나오는 빠른 발음 말장난은 우리 식이라면 "간장 공장 공장장"이라든가 "쇠창살" 어쩌구 하는 놀이와 같겠죠.


<거미줄>은 이 책에서 유일하게 배경이 아르헨티나 북쪽 국경 파라과이인 작품입니다. 아르헨티나가 비록 여전히 경제와 사회상이 불안합니다만 일찌감치 민주화로 이행한 데 반해,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파라과이는 여전히 군사 독재의 상흔을 말끔히 떨치지는 못한 모습입니다. 저 뒤 <검은 물속>은 배경이 아르헨티나이긴 하나 공권력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잘 표현됩니다. 


마지막의 그 "실종"은, 아내와 처제에게 완전한 환멸을 느낀 남편의 자발적인 행동("결별")일까요, 아님 그 트럭 운전수들과 여인들이 공모한 일종의 범죄일까요? p175에서 "여기엔 모두 범죄자들뿐이라고!"라며 소리지르는 남편은, 여성들이 영원히 거리감을 느끼는 타자적 남성상, 압제자, 소통 불능의 이미지를 표현합니다. 


p164에는 과라니어(語)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본디 남미는 원주민들이 오랜 세월 살았고 스페인 정복자들이 몹쓸 짓을 한 역사가 있죠. 작가가 다분히 이를 의식하여 삽입한 코드이겠으며, 앞 <오스테리아 호텔>에는  p73의 역주에 "케추아어로 물에 젖게 하다라는 뜻"이란 설명도 나옵니다. 


일본 애니나 드라마, 소설을 보면 "자해하는 여고생" 테마가 자주 등장합니다. <학기말>도 기괴한 분위기의 어느 왕따 학생이 얼굴과 사지에 자해를 하는 이야기가 주된 줄기인데, 피해자에 대한 일종의 죄의식이 과한 반응을 일으켜 주인공 역시 "무엇인가에 홀려" 같은 패턴으로 자해를 한다는 결말이 충격입니다. 저 뒤에 나오는 <초록색 빨간색 오렌지색> 역시 서두에 일본 문화 코드 몇을 언급하는데 결국 히키고모리의 사이버 범죄 이야기로 이어지는 게 충격이었습니다. 본래 남미에는 일본인 이민자들이 많이 살았죠. 특히 <초록색...>은 최근 한국에서 터진 손 아무개의 다크웹(이 작품에는 "디프웹"이란 용어가 나옵니다) 범죄라든가 N번방 사건을 연상시키는 묘사가 등장하기 때문에 시사적이기까지 합니다(시기는 이 작품집이 훨씬 먼저지만).


<이웃집 마당>에는 체구가 작은, 마치 고양이 같은 남자아이가 공포를 유발하는데 아동학대 이슈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남성의 성*가 대체로 일관된 심상을 유발하는 듯합니다. "발*한 성*가 18cm나 되었다"라는 묘사라든가(<파울리토가 못을 박았다> p152), 앞 <거미줄>에서 "어딘가 남성의 성*를 연상시키는 살잠자리(p168)", 또 바로 이 작품에서 "남자아이의 고추가 보였다(p241)"는 문장 같은 건, 남성기가 여성을 향해 자아내는 이질감, 공포감 등을 드러냅니다. 반면, 역자 후기 중 특히 p365에서 "집"을 두고 바기나 덴타다를 언급하는데 오타이며, vagina dentata가 맞습니다. p249에 "트럭 운전수들"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가 나오는데 앞의 <거미줄>에서도 그랬습니다. 광활한 대륙에서 도로 위의 난폭자 노릇을 하는 이들에 대한 나쁜 인상은 북미나 남미나 비슷한 듯합니다.


살찐 몸에 대한 어떤 불편한 의식이 드러나는 문장으로는 p219의 "걸을 때 허벅지가 서로 스칠"이라든가, p84의 "걸을 때마다 살이 쓸려 짜증.."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중세의 마녀사냥과 현대의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듯한 "아내 혐오 범죄"를 연결하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어머니, 진취적인 행동파에 키 큰 여성이었던 분을 일종의 롤 모델로 삼습니다. 앞의 다른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그 부모와 불편한 관계이기도 했던 점과는 대조적입니다. 사회적 약자로서 "불에 타는 의식"으로 부당한 혐오의 대상이 되고 박해를 받는 여성들의 분노를 담았습니다. p200의 <거미줄>에 보면 주인공이 그전날밤 꿈에서 본 "불에 타는 노파" 심상과도 이어 생각해 볼 만합니다.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에서 빚어지는 공포는, 등장인물, "작품 자체"와 그 배후에서 작가인 포가 협업하여 빚어내는, 그야말로 순수 공포의 원형입니다. 반면 이 작품의 호러는, 비참한 가난과 사회적 폭력 따위가 인위적으로 지어낸 것에 가깝습니다. 아무튼 온갖 사회악 때문에 고통 받는 이웃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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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북*더 | 2020.07.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워낙에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좋아해서 유럽 여행을 가게 된다면, 또는 어딘가에서 살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또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가정을 생각해봐도 남미의 어느 나라는 없었던것 같다. 그건 아마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대한 기대보다도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나 그보다 더 심각하게 와닿는 치안 상태 때문일 것이다.  종종 뉴스를 통해 듣는 남미의 소식도 이와 별반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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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좋아해서 유럽 여행을 가게 된다면, 또는 어딘가에서 살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또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가정을 생각해봐도 남미의 어느 나라는 없었던것 같다. 그건 아마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대한 기대보다도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나 그보다 더 심각하게 와닿는 치안 상태 때문일 것이다.

 

종종 뉴스를 통해 듣는 남미의 소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TV 속 남미 여러 나라의 모습을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멋지거나 신기해도 역시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섣불리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나라나 주술적인 면모는 고대부터 존재했고 현재도 소위 미신이라 불리는 부분은 없어지지 않은게 사실인데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보면 지금까지의 상황들이 그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내 상상이나 우려에만 속한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동시에 정말 이 정도인가 싶은 궁금증도 들게 한다.

 

책 속에는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작가인 마리아나 엔리케스 (Mariana Enriquez)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소설가인 동시에 언론인으로 이미 그녀는 전작들을 통해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표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첫 작품에서부터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사회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데 약물 중독자, 그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과 아이들, 특히 고스란히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 중 한명과의 인연을 통해 그 아이를 돕지 못한 여주인공의 후회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자신은 그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기에 그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안다고 생각했던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게 한 작품이다.

 

또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시절과 연관된 한 호텔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연쇄살인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곳곳에 등장하는 약물 중독 이야기나 경찰의 부패, 범죄로부터 무방비한 사람들의 모습들은 정말 현재의 아르헨티나의 모습인가 싶은 의문과 함께 이야기 곳곳에서 묻어나는 암울하고도 절망적인 분위기가 아르헨티나라는 나라에 대한 역사를 궁금하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여성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소중하게 대우받지 못한 채 오히려 그들로부터 가학적인 폭력을 당하는 가운데 그 여성들이 '불타는 여성들'이라는 조직을 통해 그들의 폭력에 항거하는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작품이다.

 

폭력, 절도, 약물중독, 인신매매, 살인, 부패 경찰 등등....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사회 문제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그 어떤 미스터리 스릴러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던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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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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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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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밥 | 20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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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고 충격적이긴한데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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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 20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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