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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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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32g | 128*185*20mm
ISBN13 9788954672740
ISBN10 895467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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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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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을 해제하겠다는 것까지가 두 성인의 합의에 따른 선택이었고, 그후부터 우리의 바람대로 흘러간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난임 기간이 길어지자 우리는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초대장을 들고 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아기들이 하늘 어딘가에 모여 자기가 내려갈 집을 고른다길래 남편이랑 “야! 우리집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뭐가 문젠데 왜 우리집에만 이렇게 안 와? 우린 하루하루 늙어가는데 좀 서둘러야 하지 않겠니!”라고 (심리적 피를 토하며) 농담한 적도 있다. 그러니 우리집의 경우, 우리가 아이 있는 삶을 택한 것이 아니라 아기들이 와준 덕분에 우리 부부가 아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 p.6

난임 시기를 거치면서도 아이를 바라는 내 간절함이 사회적으로 주입된 욕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시험관 시술을 거듭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문할 수밖에 없다. ‘그냥 남들이 다 아기를 가지니까 나도 덩달아 갖고 싶은 건가?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아기를 기다리는 이유가 뭘까?’ 그러나 이 모든 의문보다 더 분명했던 사실은,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내 욕망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난임 부부들은 그 포기할 수 없는 마음과 싸우며 시간을 견딘다. --- p.27~8

시험관의 첫번째 주기를 한번 돌아보고 의학적으로 남자가 기여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정말이지 놀랐다. 남자는 채취할 때만 병원에 가도 된다. 스스로 채취를 하는 거니까 마취도 안 하고 약이나 주사도 전혀 처방받지 않는다. 작은 방안에 들어가 알아서 채취해야 하는 상황도 이상한 굴욕감이 들 것 같았지만 상상만 할 뿐 굳이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았다. 병원에 딱 한 번만 가도 임신만 성공한다면 생물학적 아빠가 될 수 있다니! 왜 임신에 관련해서 인간의 몸은 이렇게 불공평하게 설계되어 있을까? 아무리 봐도 남편은 생물학적 로또를 맞고, 나는 생물학적 독박을 썼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p.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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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0년간 난임 환자들을 진료해온 터라 어느 정도는 난임 부부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심리적 변화와 일상적 고충들을 세세하게 잘 표현한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를 통해 난임으로 고생중인 분들이 얼마나 힘겹고 처절하게, 그리고 끝이 안 보이는 싸움중인지를 더욱 깊이 알게 되었다.

자궁근종 개복 수술, 시험관 아기 시술 등의 과정에서 어떤 육체적 증상과 감정 변화를 겪었는지가 잘 기록되어 있는데다 주변 상황들, 즉 직장생활이나 그 밖의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들이 가감 없이 쓰여 있어 난임으로 고생중인 분들에게 큰 위로와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난임인 분들이 ‘남들은 힘들이지 않고 생기는 아기를 만나는 일이 내게는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자책하는 대신 이 부부처럼 믿음을 가지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면 좋겠다.
- 궁미경 (교수,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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