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7월 01일 |
---|---|
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14g | 133*200*17mm |
ISBN13 | 9788954672771 |
ISBN10 | 8954672779 |
출간일 | 2020년 07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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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14g | 133*200*17mm |
ISBN13 | 9788954672771 |
ISBN10 | 8954672779 |
MD 한마디
[김연수, 소설이 된 시인 백석의 이야기] 가득 품은 마음을 내보이지도 폐기하지도 못하는 심정은 어떤 것인가.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김연수의 인물이 된 백석은 불안하고 아슬한 듯 묵묵하게 어두운 시절을 건너고, 이제 우리는 고요하게 그의 걸음을 좇는다. 김연수의 문장으로 백석의 생을 더듬어가는 더없이 벅찬 시간이다. -소설MD 박형욱
이루지 못한 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다시 쓰인다 60년 전 그에게서 시작되어 마침내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빛 삼십 년 가까이 작가생활을 하는 동안 김연수는 에너지와 불안으로 가득한 청춘의 눈빛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하는 한편으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그만의 지적인 사랑학 개론을 펼쳐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사실로는 가닿을 수 없는 빈틈에서 개인의 진실을 발견해내는 작업을 해오기도 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이번 장편소설은 청춘, 사랑, 역사, 개인이라는 그간의 김연수 소설의 핵심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그려낸다. 1930~40년대에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전쟁 후 북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써내라는 요구를 받으며 러시아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모습에서 기행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 ‘백석’을 모델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행은 원하는 대로 시를 쓸 수 없는 상황, “희망과 꿈 없이 살아가는 법”까지도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를 붙들려 하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시를 향한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개인을 내리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압도적이라면 그 마음은 끝내 좌절되고야 마는 걸까. 속수무책의 현실 앞에서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버려지지 않는 마음,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일곱 해의 마지막』은 이러한 물음을 안고 한 명의 시민이자 작가로서 어두운 한 시절을 통과해온 끝에 마침내 김연수가 내놓은 대답처럼 보인다. |
1957년과 1958년 사이 009 창작 부진의 작가들을 위한 자백위원회 061 우리가 알던 세상의 끝 109 무아(無我)를 향한 공무 여행 167 일곱 해의 마지막 225 작가의 말 241 |
일곱 해의 마지막
백석을 소설 속 ‘기행’으로 불러내기 위해, 작가는 1950~1960년대 북한 문단과 사회상에 관한 자료를 탐독하고 백석이 북한에서 쓰거나 번역한 글을 모두 찾아 읽었다. 그는 백석이 번역한 러시아 시인 벨라 아흐마둘리나의 시 ‘잣나무’를 읽은 뒤 그가 절필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소설은 기행의 절필이 단순히 ‘시인 한 명을 잃은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거기서 불타는 한 권 한 권은 저마다 하나의 세계였다. (…) 이 모든 세계가 모여 다채롭고도 영롱하게 반짝이는 빛을 발하면 그것이 바로 완전한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 한 권이 불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현실 전체가 몰락하는 것이다. 수많은 세계를 불태우고 남은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들의 현실은 한없이 쪼그라들다가 스스로 멸망하리라.”
안타까웠다. 기행이 짝사랑했던 통영의 여성을 절친이었던 현이 가로채지(?) 않았더라면.
그 짝사랑이 이루어졌더라면, 기행은 통영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시인의 몸과 맘을 가진 그가 북한에서 그 고된 삶을 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린 미당의 시 대신 백석의 시를 아름답다 감탄하며 자랐을지 모른다.
시인에게 시인답지 않음을 강요하는 현실에 내내 안타까움을 느끼는 중에,
삼수로 좌천(?)간 그를 알아보고 그의 앞에서 그가 예전에 썼던 시를 읊어대던 서희.
눈으로 고립된, 사람에게도 세상에서도 고립된, 그 삼수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난 이 부분에서 그런 시를 썼던 백석에게도,
그리고 그 부분에 이런 시를 배치한 작가 김연수에게도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