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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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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28g | 133*200*17mm
ISBN13 9788954672764
ISBN10 8954672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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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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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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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고 네가 말했잖아. 결국 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완전히 조심하지는 못하면서 살 텐데. 계속 조심하려고 노력만 하면서 살 텐데. 혼자서만 애쓰면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 어렵고 힘든 일이잖아.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번갈아 핸들을 잡는 게 아닐까. 그것부터가 아닐까.
--- 「우리가 운전대를 잡을 때」 중에서

청년에게 역 근처 지역의 배달을 맡기고 다른 지역을 담당하게 된 청년의 사수는 자신의 휴일에 청년의 트럭 조수석에 앉아 잔소리하기를 좋아했다. (…)
그러시는 게 싫다고 하지 그래요.
다미가 그렇게 말했더니 청년은 뜻밖에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외로워서 그러시는 거예요. 말 상대 해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거든. 그걸 알아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가 없지만, 그래도 별수 있나요.
다미는 청년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가 날카로워졌다가 다시 부드러워지는 걸 봤다. 사람의 마음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 「11번 출구」 중에서

치명적인 실수는 익숙한 동작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식탁에 올려두려다 놓쳐버린 유리컵이 하필이면 가장 아끼는 컵인 것처럼.
신입사원 환영 회식 자리에서 정준석이 농담이랍시고 음담패설을 뱉었을 때, 신입사원 중 유일하게 웃은 사람이 미경이었다고 했다. 미경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그때 웃었다면 왜 그랬는지는 알 것 같았다. 그 시간을 견디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 「미션」 중에서

나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멀끔한 방안을 곁눈질로 보며 깨달았다. 책상이, 탁자가, 그리고 그 의자가 모두 제자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K의 집에서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건 나뿐이라는 사실도.
--- 「나사」 중에서

정말 말도 안 돼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서 윤이 가장 많이 한 말일 것이다. 세 명의 매장 직원 중 매일 두 명 이상은 반드시 출근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설명해주었을 때, 윤은 처음 그 말을 했다.
말도 안 돼요!
경이 깔깔대며 웃었다.
말이 돼. 하다보면 다 돼.
--- 「블랙 제로」 중에서

지유는 문득 폐허가 된 마을이 배경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 영화를 보면서 사람이 만든 공간은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쓸쓸해지는지에 대해 생각했었다. 산이나 바다는 저 혼자서도 푸른데 왜 도시는 천천히 퇴색하는지.
--- 「개 다섯 마리의 밤」 중에서

나를 힘들게 하고 내가 힘들게 했던, 그럼에도 다시 나를 웃게 하고 기쁘게 했던 내 소설 속의 모든 여자들에게. 내가 서 있는 자리에 함께 서 있었던 그들에게.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에게. 원하는 대로 행복하길 바란다고,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 「작가의 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조우리의 소설을 읽을 때, 숨쉬기가 편안하다. 다정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비정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적절한 바람길이 있어서 절망으로 가빠지지 않는다. 머리맡 가까이 두고 싶은 다공질의 소설이다. 가만히 귀를 대어보면 들리지 않던 목소리들이 들리고, 그저 스쳐 보냈던 순간들을 곱씹게 된다. 잘 읽히되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은 얼마나 귀한가? 여덟 편은 모두 삶의 생생한 장면들을 포착하는 데에서 나아가, 더딘 세계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이 단단함에는 미래가 있다.
- 정세랑 (소설가)
조우리의 소설에는 ‘자리’를 더듬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이때 ‘나’의 자리는 노동의 영역으로 환원되는 사회적 위치이자 친구나 연인 등 애정을 토대로 구축되는 관계 안에서 드러난다. (…) 이러한 ‘자리’를 탐색하는 소설 속 인물의 특이점은 그들이 전부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 인물이 ‘자신의 자리’에 대해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가는 소설을 가로지르는 주요 문제의식 중 하나다. 인물의 ‘여성’ 젠더는 사회가 그들을 어떤 식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드는지 보여준다.
-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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