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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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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20g | 128*188*30mm
ISBN13 9791197038716
ISBN10 11970387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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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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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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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45분, 조용한 집안. 어김없이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에두아르의 ‘취침시간’을 알리는 휴대폰 알람 소리이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알람을 끈 후 하던 일에 계속 몰두한다. 처음엔 ‘어차피 잘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취침 알람을 왜 맞춰 놓는 거지?’생각했다. 그런데 에두아르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한밤중이 되어도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그가 잊어버리는 것은 취침시간만이 아니다. ‘그 일’ 이외엔 대부분의 것들을 잊어버린다.--- p.4

행운으로 위장된 다행을 하루에도 열두 번 겪는 남자. 이 남자와 살려면 내가 그의 몫까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 정신 차리기도 버거운 나한테 이건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닌가!
결혼은 없었던 일로 하기엔 매우 번거로운 제도다. 작가 이만교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했던가? 나는 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이다.--- p.9

손님이 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더 책으로 거실을 어지럽히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안 돼 짜증이 난다고 소리쳤다. 이번엔 그가 펄쩍 뛰었다. 본인은 거실을 결코 어지럽힌 적이 없으며 책을 ‘진열’해 놓은 것이지 ‘저지레’한 것이 아니라며 열을 올린다.--- p.52

“예전에 어떤 소설에서 집에 책을 놔둘 공간이 부족해서 처자식을 죽인 남자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 주영아, 너무 열받지 말고, 무엇보다 조심해! ㅋㅋㅋ.”
이것은 또 무엇인가? 나의 목숨을 걱정해 주는 친구가 고맙긴 하지만 옆에 있었으면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책을 놔둘 공간이 없어서 처자식을 죽였다고? 대체 누가 그런 황당한 소설을 쓴 거야? 바로 검색 들어간다.--- p.94

에두아르가 ‘상도덕에 대한 설교’를 시작하자 정육점 주인은 이내 빈정이 상했다. 곧이어 싸움이 시작되었다. 손님에게 억지로 물건을 사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시작된 말은 ‘동물학대와 채식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로 번졌다. 늘 그렇듯 에두아르는 신문이나 잡지의 기획기사, 관련 서적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대로 두면 ‘지구의 환경 문제’가 거론될 판이었고 싸움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될 것이었다. 나는 에두아르를 힘으로 끌고 나와야 했다. 정육점 주인에게 나는 ‘재수 없는 꼰대’와 사는 불쌍한 여자다.--- p.104

지난 칠 년간의 감성적 거리의 서러움은 아마도 나를 에두아르 옆에 ‘아주 심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에두아르도 그를 내 옆으로 ‘아주 심는’ 칠 년의 서러움을 견뎌냈을 것이다. 서로 다른 감성의 서러움을 겪은 관계는 처음부터 같았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한 감성으로 서로를 연결해 줄지도 모른다.--- p.174

내려야 할 역이 다가오자 에두아르는 열변을 마무리하고, 한국인들에게 짧게라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한국어로 알려 주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떠오르는 한국어라고는 나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인 “시끄럽고”와 “그만!”, “조~용” 따위밖에 없었다.
한국인들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지하철은 정차했다. 급한 대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한마디를 남기고 내렸다.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오면서 에두아르는 뜬금없이 “감사합니다”라고 한 게 너무 창피했다. 한국인들이 자신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 뻔하다.--- p.232

대체로 프랑스인들은 오지랖이 넓은 편이다. 이런 국민성이 뒷받침되어 있기도 하지만, 에두아르의 오지랖 수준은 일반 프랑스인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오지랖이란 남의 일에 쓸데없이 발 벗고 나서 참견하고 상관하는 것이다. 어떤 일에 나서서 간섭하려면 그 일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오지랖은 학습을 동반해야 한다.--- p.233

오랜 외국 생활이 나를 욕쟁이로 만들었다. 아무도 내가 하는 한국 욕을 알아듣지 못하는 환경에서 살다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마음껏 한국말로 욕을 할 수 있다.
내 표정이 수상쩍은지 에두아르가 “방금 뭐라고 한 거냐?”고 묻는다. 나는 엉뚱한 말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오버하면 들통 난다. 그동안 내가 했던 욕들을 에두아르가 모두 알아들었다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헤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는 비록 욕쟁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습관적 욕쟁이는 아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욕이 우러날 때만 욕을 한다. 방금 그에게 욕을 한 것도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내 진심이다. 에두아르는 가끔, 정말이지, 졸라 재수없다.
--- p.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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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웃기고 지적인 [부부의 세계]라니.
"이런 '미친놈'은 얼른 차버려!" 부추기려다 킬킬 웃고 만다.
역시 이주영! 유머 감각이 압권이다.
- 마녀체력(이영미) (《마녀체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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