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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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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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4.48MB ? |
ISBN13 | 9788936409197 |
KC인증 |
출간일 | 2020년 0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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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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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4.48MB ? |
ISBN13 | 9788936409197 |
KC인증 |
현대의학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최대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에 대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도 준비를 덜 한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법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병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저자 김현아 교수(한림대학교 류마티스내과)는 관절염의 기초·임상연구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다. 30년간 의료현장 일선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저자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늙음과 죽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처럼 호도하면서 오히려 죽음을 덜 준비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며 의학이 죽음을 더욱 외면하는 역설적인 시대에 살게 된 우리가 알아야 할 노화와 죽음의 의미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까지 ‘죽음 공부’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병원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일종의 매뉴얼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
책을 시작하며 프롤로그 어느 하루의 시작 1장 죽음의 장면 1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지 못한 의사 2 생사의 갈림길에서 √ 의료인문학 수업 I 2장 백세시대 3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4 노화에서 죽음으로 5 생로병사의 이유를 찾지 마세요 √ 의료인문학 수업 II 3장 죽음 비즈니스 6 왜 의사들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7 연명의료결정법 사용설명서 8 중환자실에서 생기는 일 9 법률 서커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하며 4장 좋은 죽음, 바람직한 죽음 10 죽음의 미래 11 어떤 죽음 12 집에서 죽고 싶어요 에필로그 나의 엔딩노트 |
잘 죽고 싶다. 죽는 순간까지도 멋지고 싶다. 이러한 오랜 욕망 뒤에는 가장 근본적인 본능이 있었다. '오래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집안 대대로 '살 만큼 살았다'거나 장수했던 인물이 없다. 친가 쪽은 사고사나 심장질환이 많았고, 외가 쪽은 대대손손 암으로 죽었다. 어떻게 살다 죽어야 잘 죽는건지, 죽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삶을 정리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더 살 줄 알고 있다가 죽는 이들로 가득한 집안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해야겠다는 나의 집착은 해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물론 그 형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미디어가 주는 이미지를 통한 고찰의 결과다. 청소년기에는 '벽에 똥칠을 해도 좋으니 일단 오래 살겠다'고 외쳤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니 과연 똥칠하면서 오래 사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혹시 중환자실에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병원비는 어찌해야하나. 남은 여생을 기계에 둘러 쌓여 살 수 있을 만큼 벌어둘 수 있을까? 젊은 나날 고생해서 번 돈을 그렇게 쓰는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아마 나이를 먹어서라기보다 돈이 무서운걸 알게되서 생긴 고민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와중에 ?죽음을 배우는 시간?을 읽게 되었다.
이전에도 죽음과 관련된 책들을 읽은 적이있었으나 조금 더 감성적인 편이었다. 어린 딸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일기로 남겼던 ?남겨진 쪽지?와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의 기록인 ?죽은 자의 집 청소?까지. 하지만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는 더 많은 죽음이, 더 적은 눈물로 기록되어 있다.
한림대학교 류마티스내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의학자가 관찰한 죽음은 상업화 된 죽음이었다. 자연스러운 노화 마저도 치료해야할 질병으로 보는 문화. 그리고 그 문화 끝에 기다리는 공허한 죽음. 떠나는 이에게도 떠나보내는 이에게도 틈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다. 기계를 주렁주렁 달고서 연명하는 생명은 과연 생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보던 극적인 중환자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연명 뿐이었다. 심폐소생술로 호흡이 돌아온다고 의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 채로 가까워지는 죽음이라니. 나는 처음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흔히들 유서를 작성하라던데 유서는 남겨진 이들을 위한 서류에 가깝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보다 내 자신을 위한 서류가 아닐까.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겠다는 나는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을 고쳐잡았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고 죽겠다는 최근의 마음가짐에 부합한 다짐이었다. 인공호흡기로 얼굴을 다 가리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생기가 사라지는 얼굴을, 조금씩 옅어지는 호흡을, 나와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떻게든 호흡만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를. 사실 책을 읽을수록 기계로 사는 것은 호흡도, 심장박동도, 그 어떤 대사도 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오만방자하게 죽음을 피하겠다 하지 않아야지. 이렇듯 죽음에 대해 늘 고민하고, 염려하는 이들에게 있어 최고의 교과서라 부르고 싶다. 이 글을 읽어주는 이름 모를 이들 또한 충실히 살다, 충분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코로나,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라는 표어처럼,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를 유발한 바로 그 현대 문명이 죽음을 물리쳐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자연은 싸워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도 죽음은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가장 첫 메시지다.
도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 중에서
죽음이 병원으로 떠넘겨진 다음 수순은 당연히 죽음이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둔갑하는 거예요. 요즘은 한술 더 떠서 노화조차도 치료가 필요한 병으로 치부되고 있지요. 자본주의 사회는 죽음과 노화를 병원의 일로 만들고 가족들이 그 시간에 노동을 하고 재화를 축척하도록 작동해왔고요.
도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 중에서
옛날 같았다면 할아버지가 이제 돌아가시게 된다는 것을 옆에서 다들 알고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마치 죽을 사람도 살려내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생기면서 이제는 노화에 의한 자연사라는 만고의 진리가 무색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결국 쇠약해진 노인이 사망하는 맨 마지막 단계, 근력 약화에 의한 활동력 저하→식어 섭취부진→영양실조 및 탈수에 의한 장기기능 저하→인두근 약화에 의한 흡입과 폐렴→사망이라는 과정이 모두 처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도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