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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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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48g | 110*190*28mm
ISBN13 9791190885225
ISBN10 119088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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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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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한가운데 있을 때 그것은 격변이지만
멀리서 볼 때 그것은 환멸이 되기도 한다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의 뜨거웠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벌써 3년 전의 일이 되었다. 아니, 아직 생생하다고 섣불리 말해서는 안 된다. 생각보다 금방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으며,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날들이 현재로 도래해 있다. 생생하다고 했지만, 그것은 여전히 붙잡고 싶은 기억의 일부일지도 모르며, 오히려 지금 절실히 확인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생생 운운하는 회고보다 현장의 기억과 이후의 삶 사이의 시차와, 그 시차에 너무나 빨리 적응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똑바로 보는 일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플라스틱맨』은 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 경유하기 좋은 텍스트이다.
--- 서영인, 「작품해설」 중에서

말투와 말의 내용이 무관하게 따로 놀았다. 퇴근하며 마트에 들러 사 갈 장 볼 거리 메모한 것을 읽을 때의 목소리 같았다. 대통령더러 물러나라는 말을 생물 삼치 두 마리, 시민 한 명을 살해하겠다는 말을 크림치즈 한 통 하듯 말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외국어를, 발음기호만 보고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 p.24

모두가 플라스틱맨을 알고 있다고 했다. 내가 살면서 한 번은 플라스틱맨을 만났던 것 같아요.
--- p.71

흉포는 플라스틱맨의 특징이 아니었다. 플라스틱맨은 너무나 흉포해서 누구의 눈에나 띄도록 생겨먹은 놈이 아니었다. 그 정반대였다. 제보자들을 저마다 자기도 안다고 착각하게 만들 만큼 흔하고 평범하고 레디메이드 같을 게 분명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대량생산 플라스틱 마네킹 같은.
--- p.86

“나는 애초에 우리 엄마 같은 여자가 대통령이 되는 걸 반대했다.
우리 엄마를 겪어봤다면 날 이해할 거야.
난 대통령이 여자라서 싫어하는 게 아냐.
하지만 누가 우리 엄마 같은 사람 말을 듣겠어.
대통령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봐야 해.
봤지?
봤잖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대통령은 잠자는 사자의 영혼을 건드린 거야.
다음 주 24일 금요일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애꿎은 시민이 또 죽는다.”
--- pp.147~148

제보 업무를 통해 하 경감이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화가 나 있고, 그들을 얼마나 망쳐놓고 싶어 하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기회만 있다면 교도소에라도 보낼 기세였다.
--- pp.181~182

테러가 일어난 길동 성당으로부터 시작된 높은 파도가, 종로 내자동의 경찰청에까지 밀어닥쳐 고인 물 같았던 작태를 해일처럼 일신했다.
--- p.199

그녀는 광장 끝의 돌 벤치로 가 앉아서는 광화문 앞 대로를 끝도 없이 흘러가는 검은 행렬을 바라봤다. 검고 거대하고 그녀가 제어할 수 없는 것, 그녀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것……. 그녀가 언젠가 꿈에서 본 것이었다, 검은 해일.
--- p.231

지긋지긋한 반복이었다. 플라스틱맨은 지킬 수 없는 주문을 하고, 청와대는 콧방귀도 안 뀌고, 언론은 그 주문을 선정적으로 다루며 정신 나간 소리 취급을 하고, 그리고 꽝, 꽝……. 하지만 전과 달라진 전개도 있었다. 플라스틱맨의 말이 밈meme이 되어 떠돌았다.
“내가 누구야? 난 너희야, 너희 모두라고!”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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