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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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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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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82g | 148*210*30mm
ISBN13 9788970652672
ISBN10 8970652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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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마시다 남긴 됫병 소주를 담장 밑에 숨기고 허위허위 마을길로 사라진다. 섬에서 나서 섬 밖으로 한 번도 나가 보지 못한 사람도 뭍의 사람들이 겪는 일을 다 겪으며 살아간다. 온갖 세상 풍파에 떠밀려 다니던 저 사내도 끝내 섬이 되지 않았는가. 섬에 있어도, 섬을 떠나도 사람은 삶에서 터럭만큼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삶이란 것이 오늘은 외딴섬으로 숨어들어 한 세상 살다 가는 사내처럼 외롭다. 「“남의 자식들이 와도 그냥 맘이 설레요”-신안 가거도」 중에서

숙소가 있는 도초항까지는 아직도 5킬로미터나 남았다.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무릎 아픈 것을 핑계로 차를 얻어 탈 생각을 했다. 네 대째, 지나가는 차에 손을 들었지만 아무도 세워주지 않는다. 여러 번 거절당할수록 자꾸 자동차 앞에서 비굴해진다. ‘무릎 좀 아프다고 이러면 쓰나.’ 퍼뜩 정신이 되돌아온다. 그래 천천히 쉬엄쉬엄 가자. 급히 가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차 얻어 탈 생각을 버리니 나그네는 다시 길의 주인이 된다. 풍경의 주인이 된다. 밤길인들 어떠랴.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구경삼아 싸득싸득 걷는 길 - 신안 도초도, 비금도」 중에서

탄항도 산비탈에 자리잡은 집은 네 채. 하지만 상주하는 가구는 한 집뿐이다. 나머지는 미역철에만 들어와 작업하고 나간다. 탄항도 해변에도 미역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곡식 심을 밭 한 뙈기 없는 그야말로 절해고도다. 오로지 바다밖에 의지할 곳 없는 섬. 처음 저 섬에 정착한 이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고독을 견디고 살아온 자들의 후손들. 조상들이 외로움과 고통을 견디며 섬을 지켰던 보람을 이제 후손들이 얻는다. 한 달 벌어 일 년을 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큰 음덕인가. 「지독하게 고독한 섬 - 진도 독거도」 중에서

다예는 풍도가 마냥 좋기만 하다. “맑은 공기도 마실 수 있고, 꽃게 잡을 때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어요. 봄이면 꽃들이 많이 피어요. 가을에는 달래도 많이 따 먹어요. 컸을 때도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다예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학생이 한두 명만 남으면 학교가 없어진대요.” 다예는 고구마 순을 벗기는 엄마 곁에 앉아 저도 껍질을 벗긴다. “애가 풍도를 너무 좋아해요. 커서도 여기 살겠대요. 그래서 여기 살려면 여기 사람하고 결혼해야 한다고 했더니 발전소 사람하고 결혼해서 살겠대요, 글쎄.” 섬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에는 젊은 사람들이 근무한다. 그런데 다예가 클 때쯤이면 발전소 사람들이 다들 나이가 들어 늙을 텐데, 걱정이군. 어쩌지!
「“풍도가 2번 고향이에요.” - 안산 풍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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