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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11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30건 | 판매지수 1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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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8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68g | 130*205*16mm
ISBN13 9788954673952
ISBN10 895467395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1년의 기다림, 달뜬 기대로 만나는 일곱 가지 세계] 2020년대 첫 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책에는 등단 10년 이하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가운데 일곱 편을 선정해 실었고, 대상작은 강화길의 「음복飮福」이다. 오늘의 한국 소설이 어디쯤 와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책. -소설MD 박형욱

2020년, 내일을 상상케 하는 눈부신 터닝 포인트!

등단 10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눈부신 성취를 보여준 일곱 편의 작품에 수여하는 젊은작가상. 지난 10년간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굳건한 신뢰를 쌓아온 이 상이 2020년대로 진입한 첫해 새로이 호명한 수상자는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이다. 다시 한번 젊은작가상을 거머쥔 작가들의 탄탄한 행보와 낯선 기대를 품게 하는 신예 작가들의 신선한 기운이 한 권의 책 속에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들이 각자의 문학세계를 부단히 갱신한 끝에 탄생시킨 수상작들에는 현재를 박차고 새로운 내일로 뻗어나가려는 전복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 한 시절의 전환점에 서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겨누며 쓰인 각각의 단편들에서 한국문학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함께 다가올 미래를 고대하는 작가들의 고요한 열망 또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대상 강화길 음복(飮福) … 007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053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 103
김초엽 인지 공간 … 153
장류진 연수 … 191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 … 237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심사 경위 … 279
심사평 … 281

저자 소개 (6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2020년, 내일을 상상케 하는 눈부신 터닝 포인트!

등단 10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눈부신 성취를 보여준 일곱 편의 작품에 수여하는 젊은작가상. 지난 10년간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굳건한 신뢰를 쌓아온 이 상이 2020년대로 진입한 첫해 새로이 호명한 수상자는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이다. 다시 한번 젊은작가상을 거머쥔 작가들의 탄탄한 행보와 낯선 기대를 품게 하는 신예 작가들의 신선한 기운이 한 권의 책 속에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들이 각자의 문학세계를 부단히 갱신한 끝에 탄생시킨 수상작들에는 현재를 박차고 새로운 내일로 뻗어나가려는 전복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 한 시절의 전환점에 서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겨누며 쓰인 각각의 단편들에서 한국문학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함께 다가올 미래를 고대하는 작가들의 고요한 열망 또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강화길의 「음복(飮福)」은 가부장제하에서 모든 갈등을 간파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아내의 삶을 아무것도 모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남편과 날렵하게 대비하며 전 세대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거대한 구조를 들춰낸다. 새댁으로서 처음 참석한 시가 제사에서 낯설고 비호의적인 상황에 놓여 난처해하는 와중에도 한 가족의 갈등의 내력을 꿰뚫어보는 화자의 기민한 감각은 모든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공통감각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이 작품은 “한 번 읽었을 때보다 두 번 읽었을 때 가부장제 구조의 둔중한 배음(背音)이 서늘하게 들려오는 큰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방황 끝에 꿈을 좇아 대학으로 돌아온 화자가 단단한 관점과 다정한 배려를 보여준 선배 여성 강사와 만나고 헤어졌던 애틋한 시절을 복원해내면서 때로 연한 빛처럼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여성 간의 유대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둘러싸고 뜨겁게 요청되어온 여성의 재생산권에 관한 고찰을 여러 여성들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풀어내며 복합적인 사안을 둘러싼 어떤 사소한 갈등도 놓치지 않고 건져올린다. 김초엽의 「인지 공간」은 오직 상상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는 가공의 공간을 설득력 있게 설정하고, 그 공간으로 상징되는 세계의 동일성으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된 존재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도출한다. 장류진의 「연수」는 앞 세대 여성들에게서 독립하려고 애써왔음에도 문득 그들에게 기대고 싶어지기도 하는 순간 청년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복잡한 감정과, 그 감정들을 소화해낸 끝에 다시 홀로 나아갈 동력으로 삼는 강단을 경쾌한 문체로 그려나간다.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는 촘촘히 짜놓은 구도 안에서 아들의 성 지향성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버지가 아들의 찬란한 일상에 초대받았을 때 겪는 혼란감을 점차 고조시킨다. 우리의 안과 밖을 나누는 한, 어떤 존재든 혐오의 주체에서 그 대상으로 뒤집힐 수 있음을 소설은 차분한 어조로 경고한다.



김건형, 김녕, 이지은, 한설 평론가가 2019년 한 해 동안 발표된 대상 작품 이백오십여 편을 꼼꼼히 읽고 토론해 선별해주었고, 선우은실, 오은교, 조대한 평론가가 합류해 최종 선고 작업을 도왔다. 그렇게 열여덟 명의 작가가 쓴 스무 편의 작품이 본심 심사위원(강지희, 권여선, 서영채, 오정희, 전성태)에게 전달되었다.

수상작을 뽑아놓고 보니 김초엽, 이현석, 장류진, 장희원 네 분이 첫 수상자들이었다. 믿고 읽어온 작가들의 안정적인 약진과 더불어 이미 눈 밝은 독자들에게 발견되고 있는 신예 작가들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결과였다. 이후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은 수월한 편이었다. 강화길 작가의 「음복(飮福)」은 한 번 읽었을 때보다 두 번 읽었을 때 가부장제 구조의 둔중한 배음(背音)이 서늘하게 들려오는 큰 작품이라는 의견에 다수가 동의를 표했다. 이 작가가 그간 치열하게 쌓아온 소설세계 속에서도 특별한 성취를 이루어낸 작품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많은 분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거라 확신한다. 강화길 작가의 대상작을 비롯해 어디 하나 빠질 데 없이 좋은 작품들을 이렇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충만하고 기쁘다. _‘심사 경위’ 중에서



강화길, 「음복(飮福)」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_권여선(소설가)

나는 늘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부디 너를 위해 이것만큼은 내가 진짜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 그래서 나는 그날 대답했던 거야. 이것이 너의 드라마, 복(福)이 되길 바라며.(『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

■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소설 『다른 사람』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2017년 젊은작가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힘겹게 통과한 청춘의 시간은 곧 욕망과 상처와 죄의식과 분노, 고통의 연대의식, 수치심 들이 온 힘을 다해 살아낸 시간이며 그 아픔과 슬픔과 부끄러움들이 바로 빛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혼탁하고 무기력한 현실을 강한 환기력으로 흔들어 다시금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인간으로서의 예의와 품격을 지켜나가게 한다는 것을 단정하고 예민하고 뜨거운 글쓰기로 보여주고 있다. _오정희(소설가)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릿터』 2019년 2/3월호)

■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2014년, 2017년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후의 뜨거운 논쟁들을 섬세하고 엄정한 시선과 감수성으로 갈무리해낸 소설이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이 모성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 있다. 삶의 층위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간단히 처리하지 않은 균형감도 돋보였다. _전성태(소설가)

당신이 없는 지금 이곳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동생 해수가 나와 함께 정동길을 걸으며 서로가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때와 다름없이, 우리가 나란히 각자의 두 발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문학동네』 2019년 겨울호)

■ 2017년 단편소설 「참(站)」으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김초엽, 「인지 공간」 한 개인을 세계에서 지워버리는 무신경함이 곧 우주의 무한함을 감각하지 못하는 무지함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를 기이한 전율에 잠기게 한다. 세계가 깜박할 만큼 작고 사소한 존재에게 온 우주의 무게를 실어 그 존재 증명을 해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걸 김초엽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알려준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공동체의 미덕은 잊고 보내주는 것이었다. 한정된 인지 공간에 세계의 모든 기억을 남길 수는 없었다. 기록되는 것은 짧은 생을 살다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변하는 것, 자연적인 것, 법칙과 이치들이어야 했다. 이브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는 인지 공간을 떠나야 했다.(『오늘의 SF』 2019년 1호)

■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장류진, 「연수」 장류진씨의 서사는 어떤 장식도 우회도 없습니다. 너절한 것은 너절한 대로 고급진 것은 또 그대로, 삶이 날것 그대로 살아 있어서 신통하게 느껴집니다. 장차 장인이 될 작가의 풋풋한 젊은 시절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신기함은 놀라움으로 바뀌었습니다. _서영채(문학평론가)

그전에도 엄마의 삼십 평생, 사십 평생에 가장 기쁜 순간들은 나로 인해 만들어졌다. 내가 반에서 일등을 하고,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고, 장학금을 받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회계법인에 입사할 때마다,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 차례로 갱신되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겨우 이런 일이, 결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끝에서 결정되어버리는 일이, 일생의 가장 기쁜 순간씩이나 되는 그런 삶은 결코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창작과비평』 2019년 겨울호)

■ 2018년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 어떤 묘사 하나도 넘치거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완벽하게 제자리에 놓여 있는 축조술이 놀라운 소설이다. 어떤 주체라도 타인에게 경멸과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하나의 몸뚱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영리하게 보여준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마당엔 가로등도 하나 없었다. 건너편에서 집집마다 노란 불빛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아들이 저런 곳 중 한 곳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너무나도 저쪽으로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절히 저쪽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꼴이 우스웠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그래, 난 분명히 용기를 냈어. 그는 들릴 듯 말 듯 작게 중얼거렸다.(『Axt』 2019년 3/4월호)

■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폐차」가 당선되어 등단.


*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판에 수록되었던 김봉곤의 소설 「그런 생활」에 자신의 사적인 생활이 동의 없이 사용된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있어 6쇄부터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수정하였으나 그 사실을 명시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문제가 공론화된 뒤 작가가 상을 반납하였고, 심사위원들과 협의해 2판에서 해당 작품과 해설 및 심사평의 해당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피해자분과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강화길, 「음복(飮福)」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_권여선(소설가)

나는 늘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부디 너를 위해 이것만큼은 내가 진짜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 그래서 나는 그날 대답했던 거야. 이것이 너의 드라마, 복(福)이 되길 바라며.(『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힘겹게 통과한 청춘의 시간은 곧 욕망과 상처와 죄의식과 분노, 고통의 연대의식, 수치심 들이 온 힘을 다해 살아낸 시간이며 그 아픔과 슬픔과 부끄러움들이 바로 빛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혼탁하고 무기력한 현실을 강한 환기력으로 흔들어 다시금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인간으로서의 예의와 품격을 지켜나가게 한다는 것을 단정하고 예민하고 뜨거운 글쓰기로 보여주고 있다. _오정희(소설가)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릿터』 2019년 2/3월호)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후의 뜨거운 논쟁들을 섬세하고 엄정한 시선과 감수성으로 갈무리해낸 소설이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이 모성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 있다. 삶의 층위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간단히 처리하지 않은 균형감도 돋보였다. _전성태(소설가)

당신이 없는 지금 이곳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동생 해수가 나와 함께 정동길을 걸으며 서로가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때와 다름없이, 우리가 나란히 각자의 두 발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문학동네』 2019년 겨울호)


김초엽, 「인지 공간」 한 개인을 세계에서 지워버리는 무신경함이 곧 우주의 무한함을 감각하지 못하는 무지함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를 기이한 전율에 잠기게 한다. 세계가 깜박할 만큼 작고 사소한 존재에게 온 우주의 무게를 실어 그 존재 증명을 해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걸 김초엽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알려준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공동체의 미덕은 잊고 보내주는 것이었다. 한정된 인지 공간에 세계의 모든 기억을 남길 수는 없었다. 기록되는 것은 짧은 생을 살다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변하는 것, 자연적인 것, 법칙과 이치들이어야 했다. 이브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는 인지 공간을 떠나야 했다.(『오늘의 SF』 2019년 1호)


장류진, 「연수」 장류진씨의 서사는 어떤 장식도 우회도 없습니다. 너절한 것은 너절한 대로 고급진 것은 또 그대로, 삶이 날것 그대로 살아 있어서 신통하게 느껴집니다. 장차 장인이 될 작가의 풋풋한 젊은 시절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신기함은 놀라움으로 바뀌었습니다. _서영채(문학평론가)

그전에도 엄마의 삼십 평생, 사십 평생에 가장 기쁜 순간들은 나로 인해 만들어졌다. 내가 반에서 일등을 하고,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고, 장학금을 받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회계법인에 입사할 때마다,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 차례로 갱신되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겨우 이런 일이, 결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끝에서 결정되어버리는 일이, 일생의 가장 기쁜 순간씩이나 되는 그런 삶은 결코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창작과비평』 2019년 겨울호)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 어떤 묘사 하나도 넘치거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완벽하게 제자리에 놓여 있는 축조술이 놀라운 소설이다. 어떤 주체라도 타인에게 경멸과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하나의 몸뚱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영리하게 보여준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마당엔 가로등도 하나 없었다. 건너편에서 집집마다 노란 불빛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아들이 저런 곳 중 한 곳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너무나도 저쪽으로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절히 저쪽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꼴이 우스웠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그래, 난 분명히 용기를 냈어. 그는 들릴 듯 말 듯 작게 중얼거렸다.(『Axt』 2019년 3/4월호)

회원리뷰 (30건) 리뷰 총점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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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소수자들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이야기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k*********2 | 2022.01.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소설을 읽으며 한 번에 와닿는 내용 외에 더 깊이 있는 사유를 하지 않아 그런가, 각 소설에 대한 해설이 달려있어 매우 편했다. 내가 놓쳤던 부분이나, 이렇게 해석한 것이 맞나 싶었던 부분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건 편리한 것 같다. 물론 소설의 해석에 답은 없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주제 의식을 비껴 이해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내 평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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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으며 한 번에 와닿는 내용 외에 더 깊이 있는 사유를 하지 않아 그런가, 각 소설에 대한 해설이 달려있어 매우 편했다. 내가 놓쳤던 부분이나, 이렇게 해석한 것이 맞나 싶었던 부분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건 편리한 것 같다. 물론 소설의 해석에 답은 없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주제 의식을 비껴 이해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내 평소 관심사와도 많이 닿아있던 내용들이라 조금 더 정확히, 작가의 의도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한 권의 책이 얼마나 많은 분할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지와 관계없이, 그 이야기들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한 권에 담긴 모든 내용을 꾸역꾸역 읽어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어, 책을 펼치기 전에 적잖은 걱정을 했었다, 몇 단편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책을 중간에 놓아야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기우였다. 서로 다른 여섯 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내놓았음에도,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몰입하기란 쉬웠고 덕분에 해설까지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음복]_강화길

  이미 작가가 드러낸 여성의 삶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어서 그런가, 내게는 스릴러보다는 지독한 현실 드라마 같았다. 무지가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서 너무나도 잘 드러난다. 여성이 매일 겪는 부당한 대우나 익숙해진 공포감, 두려움 등은 권력자의 입장인 남성에게는 공감할 수 없는 이상이다. 또는 머리로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일부러 무지를 택하기도 한다. 혹은, 진실을 가리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허구들을 믿으며 앎을 가장하거나. 그런데, 가부장제 구조가 존속되는 세상 속에서 여성이 무지를 누릴 수 있는 미래가 오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실을 냉정히 비추어내는 것으로는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지나친 앎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진취적인 비혼 여성들의 길잡이가 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생각한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_최은영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해야만 하는 여성의 삶과 글쓰기에 대한 고뇌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분명 어떤 길에서든지 앞서간 여성들이 있을 텐데, 남은 건 바닥의 먼지 한 톨까지 낱낱이 뒤져보아야 나오는 희미한 빛뿐이다. 그만큼 여성들의 길은 동일한 남성들의 길보다 훨씬 울퉁불퉁하고 불친절하다. 그래서 반짝이는 빛을 마음 놓고 내비치지 못하고, 희미한 흔적에 그쳐버리고 말기 쉽다. 그러나 희미한 빛이라도 어떤가, 티끌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좀비처럼 일어나 나는 더 나아가야지, 나는 더 오래 살아남아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러한 마음은 권력자가 아닌 짓밟히는 쪽에서 더욱 처절하고 끈질기게 일어날 수 있다. 더불어, 누군가에게 보이게 될 글을 쓸 때 내 글을 읽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름에도 여러 관중을 상정하곤 스스로의 글을 이리저리 재단해 대단히 중립적인 시선을 보여주도록 애썼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래, 글은 아무런 의견도 내포하지 않을 때 가장 무가치하다 생각한다. 의견이 있다면 그에 반하는 말들도 있기 마련인데, 그런 당연한 사실을 두려워하다 소신을 지키지 못하고 지레 꼬리를 마는 바보 같은 행동은 다신 하고 싶지 않다.


[다른 세계에서도]_이현석

  다양한 여성의 삶이 겹쳐질 듯하다 제각기 흩어져 서로 다른 갈래로 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화자는 간곡한 낙태죄 폐지 주장이 자칫하면 여성에게 당위성을 요구하게 되는 한계를 낳으리라 우려하는 비혼주의 레즈비언 여성이지만, 그 외에도 도덕성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여성성을 수용하여 들어가야 한다는 선배가 있고, 화자를 이해하지만 아이를 낳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되어 살아가기를 원하는 동생의 삶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 다양한 시각에서의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나는 화자가 살아가는 삶의 결과 맞닿아 있어 그에게 더욱 공감을 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동생의 아이가 없는 세상이 올지라도 그를 사랑하겠다는 말은 낙태를 죄로 치부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잘못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인지 공간]_김초엽

  사실상 이 수상작품집을 고민 없이 사게 된 이유는 김초엽 작가님 때문이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작가님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는 팬이 되었던 탓이다. 다만 [지구 끝의 온실]이 선사한 세계가 너무 이상적이었던 탓인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인지 공간을 그려봐야 했던 이 작품은 살짝 어려웠다. 격자 모양의 인지 공간 자체는 참신했으나 이브와 제나의 관계가 살짝 식상한 느낌도 있었고. 그래도 작가님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이 빚어낸 세계는 늘 새롭고 매력적이다. 기존에 수많은 작가들이 상상했던 허구의 세계와 비슷한 면모가 있는가 싶다가도, 금세 색다른 가지들을 뻗어내어 지루하지 않은 세계를 그려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과학적인 설명들만 배치되어 있어 금속성의 차가운 느낌만을 주기보다는, 그 세계에서 살아갈 존재들의 현실적인 삶을 상상하게 해주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연수]_장류진

  빠른 속도로 지나쳐가는, 숙련된 차들이 점거한 도로 위를 운전하는 것이 두려워 나는 대중교통을 타며 돈을 절약할 거라는 방패 뒤에 숨어 수능이 끝난 후에도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다. 작년 여름쯤에 친구가 분 바람에 실려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하고 내 이름과 얼굴이 박힌 면허증을 발급받은 다음에야, 나는 겁쟁이여서 도전하지 않았던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혼자 운전하지 못한다. 운전에 빠삭한 아빠를 옆에 태우고 나서야 안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는 쉬이 몰입해 읽을 수 있었고, 주인공이 홀로 차를 운전하게 되었을 때에는 나까지 숨을 참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맘카페에서 활동하는 중년 여성과 비혼주의 여성의 교류를 이렇게 재미나고 제멋대로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든다.


[우리의 환대]_장희원

  나도 나름 열려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아버지의 시선에 어느 정도 이입하는 스스로를 보고 좀 놀랐다. 작가가 그의 시선과 집착을 정교하게 설계해두고 아들의 부모가 느끼는 불편함, 의구심을 이야기 곳곳에 심어둔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가 생각해 본 적 없는 가족의 형태, 노출되어본 적 없는 삶의 형태를 다양한 방식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랑 지내다 보면, 피를 나눈 사람임에도 함께 사는 것이 질리고 서로에게 아픈 일이 될 때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기도 하고, 또 피하나 섞이지 않은 친구임에도 같은 집에서 공동의 재미난 것들을 즐기며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이 꼭 과학적, 논리적 근거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형태 또한, 사회적 근거에 기반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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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d**j | 2021.12.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리뷰입니다. 리뷰에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유의해주세요. 읽으면서 감동도 받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의 작품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해석까지 좋았던 작품입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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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리뷰입니다.
리뷰에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유의해주세요. 읽으면서 감동도 받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의 작품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해석까지 좋았던 작품입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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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c******y | 2021.09.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내가 구입한 건 김봉건의 소설로 이 소설집이 회수되었다가 재판매 된 후에 구입한 것이다. 사실 그 사건 이후 김봉건의 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어봤는데,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소설만으로는 누군가를 특별히 모욕주기 위한 소설로 읽히지는 않았다. 아무튼 요즘 한국 소설의 트렌드처럼 이 작품집에도 딱 한 명의 작가를 빼곤 모두 여성 작가들이다. 김봉건이 있었을 때는;
리뷰제목

내가 구입한 건 김봉건의 소설로 이 소설집이 회수되었다가 재판매 된 후에 구입한 것이다. 사실 그 사건 이후 김봉건의 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어봤는데,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소설만으로는 누군가를 특별히 모욕주기 위한 소설로 읽히지는 않았다.

아무튼 요즘 한국 소설의 트렌드처럼 이 작품집에도 딱 한 명의 작가를 빼곤 모두 여성 작가들이다. 김봉건이 있었을 때는 남성 작가가 두 명이었을텐데, 한 명으로 줄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혹은 문제)는 시간이 흐르고 재점검 또는 재토의해볼 여지가 많지 않을까 싶다.

 

강화길, 「음복(飮福)」

 

이 소설가가 글을 잘 쓴다는 평가는 몇 번 들었는데 실제로 소설을 읽은 건 처음이다. 페미니즘은 한동안 큰 흐름이 될 것 같다.

다 알다시피 음복은 제사 후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인데,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제사와 관련된 이야기다. 결혼 후 처음으로 시댁에 가 제사를 지내게 된 한 여성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아내의 시선이나 감정을 간접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하면 『내게 무해한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내게 있어 최은영이라는 작가도 '무해한 사람'이다. 작가도 작품도 매우 무해한 느낌인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더욱이 그녀의 작품은 언제나 동어반복 혹은 자기 복제처럼 읽혀서 새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마치 여고생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랄까.

좋게 말하면 자기만의 언어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니아층 이상의 저변 독자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소설을 읽는 느낌도 그랬다. 무해하고 젊은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 그러나 동어반복이나 자기복제적인 소설.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읽는 내내 어쩌면 작가가 여성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남성 작가가 여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어색함이나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유일하게 남성작가인 이현석이 왜 이 작품집에 수록되었는지 알겠다.
낙태를 윤리적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않고 '낙태죄'의 문제와 관련하여 균형감 있게 접근한 것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산부인과 의사인 '나'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동생의 태아에게 보내는 글의 형식을 띠고 있다.

참고로, 이현석은 의사인데, 오늘 읽은 소설을 표제작으로 한 소설집이 이미 출간됐다고 한다. 남성인 것도 희귀한데 문창과 출신이 아닌 소설가라니, 궁금해진다.

소설 속의 문장을 옮겨 적는다.

 

이 조용한 외면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많은 사람들이 끝났다고 여겼던 이 싸움은 사실,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김초엽, 「인지 공간」

 

SF적인 소재이지만, 결국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한 사람이 우주보다 큰 존재라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그 표현을 소설로 형상화한다면 바로 이 소설이 될 것이다. 김초엽은 휴머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근래의 젊은 작가들이 개인에 국한되어 있다면, 김초엽은 우주로까지 시선이 열려 있는 것 같아 보기 드문 경험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등의 화두는 최근 몇년간 문학계에서 끊임없이 생산되어 온 콘텐츠인데, 김초엽이 이 소재나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여타 작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어떤 '정당한' 소재를 다루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 PC해지고, 그것이 그 소설의 퀄리티를 부여해주는 건 아닌데, 종종 젊은 작가들이 이 부분에 대해 착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컸는데, 김초엽의 소설은 소재를 푸는 방식이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아주 맘에 든다.

아주 마이크로한 것에서부터 매우 매크로한 것까지 모든 것을 잘 포착하고 캐치하는 능력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상을 받고 명성을 얻은 뒤의 부담감이 클텐데, 일종의 소포모오 징크스도 없어 보인다.

 

장류진, 「연수」

 

김초엽과 장류진은 최근에 가장 핫한 작가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텐데, 이렇게 둘이 나란히 붙여 놓았다. 의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두 작품이 비교가 될 수밖에 없겠다.

예전에 다른 소설집에서 장류진의 소설을 몇 편 읽었는데, 내 인상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이었다. 한때 한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귀여니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어 소설을 쓴다면 이런 소설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었다면 솔직할 것이다.

그 소설들에 비하면 이 소설은 많이 차분해졌다고 할까. 그래서 작가의 장점을 잃었다고 평가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은데, 내 경우엔 이 소설의 경우가 읽기에 훨씬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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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6건) 한줄평 총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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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사기전에 고민 많이 했는데 1회 부터 사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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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 | 2021.12.30
구매 평점5점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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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 2021.12.12
구매 평점5점
모든 작품이 다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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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0 | 202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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