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뭘까? 직업이란 뭐지? 그 속에서 내 정체성은?나를 지키면서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프리랜서 N잡러의 일과 돈 이야기박초롱은 ‘프리랜서’이자 ‘N잡러’이고, 모든 사람이 딴짓을 하길 바라는 ‘프로딴짓러’다. 이 책 『딴짓 좀 하겠습니다』는 프리랜서 N잡러인 저자가 프로딴짓러로 살면서 스스로 일을 찾고 만들어 온 과정을 담고 있다.저자는 첫 회사였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작은 사회적기업을 거쳤다. 이후 조직에서 벗어나 A부터 Z까지 홀로 해내야 하는 프리랜서가 된 이유는, 조직이 자신의 평생을 책임지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십수 년간 그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고 안락하게 자라고 나면, 보호막 없는 밖으로 맨몸으로 나왔을 때 살아남을 생존력을 기르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저자가 택한 길은 작고 소소한 ‘딴짓’들이다. 그중에서도 서평, 집필, 첨삭, 연재 등 평소 좋아하는 글을 써서 밥을 벌었고, 출판 강의와 크고 작은 축제 기획을 했다. 책과 술이 좋아 북바(Bar)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배부른 청춘이 부리는 사치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밥벌이’다. 저자 인생의 가장자리에 ‘좋아하는 일’ 정도로 머물렀던 딴짓은, 어느덧 밥과 잠자리를 마련하는 삶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더 좋아하고 행복하기 위한 ‘딴짓’이 책은 직장생활과 자영업을 겪고 이제는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저자가 부단히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규모도 가치도 다른 대기업과 사회적기업을 겪으며 느낀 두 곳의 차이와 조직의 한계를 풀어냈다. 그리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프리랜서가 되어 노동과 휴식 시간을 스스로 설정하고, 어떤 경로로 일을 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팁을 담았다. 또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일을 선택해야 하는지, 여러 군데에서 조금씩 들어오는 돈을 어떻게 쓰고 모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 사이에 잠깐이었지만 북바(Bar)를 운영하며 느낀 자영업의 환상과 현실도 녹여냈다. 젊은 여성 프리랜서로 겪었던 불편한 경험과 함께,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로 살고 싶지만 실행할 용기가 없는 이들을 위한 대안도 제시한다.저자가 일하면서 세운 원칙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숙고할 것, 둘째, 소소한 일이라도 ‘수익’을 얻으려 노력할 것, 셋째, 나에게 맞는 ‘노동의 형태’인지 찾을 것이다. 먹고사는 일에 재미를 논하는 것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요소가 없으면 일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빵 굽는 걸 좋아하면 빵집을 열고, 꽃을 좋아하면 꽃집을 해 보라며 도전하는 것은, 이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들로 생계를 유지하는 N잡러에게 꼭 필요한 자세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거창한 금액이 아니라도, 물건을 만드는 것이 좋다면 에코백이나 드라이플라워 등을 만들어 플리마켓에 파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자신에게 맞는 일의 형태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게 좋은지 혼자 일하는 게 편한지, 정해진 사무실에 나가는 게 효율적인지 노트북 하나 들고 떠돌아다니는 게 맞는지를 파악하라고 조언한다.‘내 일’을 만들어 간다는 것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는 것‘평생직장’이라는 말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내 일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곧 그 일을 하는 내가 누군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축제 기획사에 다니면서 북바를 지키고, 독립 잡지『딴짓』을 만드는 틈틈이 공공기관의 책을 만들었다. 한 달에 두 번은 자신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틈’에서 행사를 열었다. 바 문을 닫는 이틀 동안엔 출판 강의를 했고, 외주로 들어온 일들을 쳐 냈다. 그렇게 정신없이 밀려드는 공을 쳐 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고 말았다. ‘삶에서 중요한 건 뭐지?’ ‘나는 왜 사는 거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물론 프리랜서로 사는 것은 조직에 있을 때보다 더 큰 불안함을 담보로 했다. 첫 회사를 나온 지 만 5년이 된 지금까지도 왜 그 좋은 곳을 나왔느냐는 질문을 듣는 그는 안정적인 회사를 박차고 나온 ‘낭만주의자’란 바깥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또 ‘지금이야 젊어서 그렇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어?’ ‘직업이 여러 개라는 건 결국 일용직 노동자란 뜻 아냐?’ 등과 같이 자존감을 갉아 먹는 내면의 소리와도 싸워야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사는 건 ‘내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즐거움과 자긍심’ 때문이다. 조직에 있을 때와 달리 하는 일 대부분이 그대로 자신의 이름으로 남았고, 보호막이 없어 어디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을 능력을 길렀다. ‘과연 나는 내 일을 하고 있나?’ ‘나는 누굴까?’ 프리랜서든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일하는 형태가 다를 뿐 이 질문 앞에서 모두 똑같아진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걸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은 딴짓들로 이루어진 밥벌이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