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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96g | 120*188*11mm
ISBN13 9788932037578
ISBN10 8932037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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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 시 반. 그리고 여름.
그러고 나서 약간의 시간의 흐른다. 드디어 밤이 찾아온다. 그러나 오늘 밤 이 마을에는 사랑을 위한 장소는 없다. 마리아는 이 명백한 사실 앞에 눈을 내리깔고, 그들은 채워지지 않은 갈증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남겨질 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위해 마련된 이 여름밤, 마을이 온통 가득 차 있는 것이다.
--- p.43

저게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일까? 그럴 수도 있다. 저게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라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에 속한다. 그녀가 마리아인 이상, 그가 그녀, 특히 오늘 밤 마리아와 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에 속한다. 그 증거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그것을 증명하는 일은 절박하다. 마리아는 저게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저게 그라는 사실은,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남자, 폭풍우 속의 살인자, 그 고통의 기념비로부터 11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여자를 빼고는 아무도 모른다.
--- p.61

그는 싫증도 내지 않고 언제까지나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멍한, 이제까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무관심한 시선이다. 마리아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녀의 존재를 발견한 뒤의 놀라움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걸까? 이제부터는 더 이상 마리아에게, 아니 마리아에게든 다른 누구에게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걸까? 밤이 숨겨주었던 명확한 새로운 사실이 새벽과 함께 폭로되어버린 걸 깨달은 걸까?
--- p.98

창문 너머의 풍경에는 엄격함이 누그러져 있다. 그는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태양은 약간 비스듬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올리브 나무들의 그림자가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동안 어느새 길어지기 시작했다. 더위가 약간 누그러진 느낌이다. 마리아는 어디에 있을까? 마리아는 죽을 만큼 마셔버린 것은 아닐까? 술과 죽음에 대한 터무니없는 욕망이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덩달아 흉내 내게 만들어, 그녀를 밀밭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장난기 섞인 기분으로 데려갔던 것은 아닐까? 또 한 여자, 마리아는 어디에 있을까?
--- p.58

마리아는 밀밭에서 죽어버린 게 아닐까? 자신을 비웃다가 굳어버린 미소를 얼굴에 띤 채 누워 있는 것은 아닐까? 밀밭 속에서 혼자 흥겹게 웃는 마리아. 이 풍경은 그녀의 풍경이다. 올리브 나무들이 그림자에 살며시 다가오는 이 권태, 갑자기 더위가 누그러지고 석양으로 옮아가는 시간의 흐름, 도처에서 황급히 달려와 중천에 걸린 태양이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것을 알리는 여러 가지 조짐들―이 모두가 마리아에게 결부된 것들뿐이다.
--- p.159

“당신은 내 삶이야.” 그가 말한다. “한 여자의 단순한 새로움 같은 걸로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당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
“우리 이야기는 끝났어.” 마리아가 말한다. “피에르, 이젠 끝났어.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이야.”
“아무 말 하지 마.”
“말하지 않을게. 하지만 피에르, 이젠 끝났어.”
피에르는 그녀 쪽으로 다가가서 양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싼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겁을 내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언제부터?”
“방금 깨달았어.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랬는지도 몰라.”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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