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남긴 한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터키 풍자 문학의 거장 아지즈 네신의 작품 15편을 모은 우화집이다. 이 책에 실린 열다섯 편의 우화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신랄하면서도 재치있게 비판한다. 갖가지 동물 이야기로 포장된 작품의 이면에는 허망한 권력욕과 허위 의식, 외모 지상주의와 허장성세, 위정자들의 도덕적 불감증 등의 다양하고 진지한 주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학교에서 영웅의 아들이자 뛰어난 학생으로 촉망받던 사샤는 아빠가 비밀경찰에게 끌려가면서 하루아침에 아무에게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교실 뒷자리 아이로 전락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따랐던 체제가 거짓과 공포로 만들어진 세계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완벽한 교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배우는 것보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해져 버린 우리 시대 교실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진실을 따르는 사샤의 선택을 통해, 수많은 선택 앞에 놓인 우리 청소년들에게 옳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보여 준다.
열혈 돼지 전설
많은 학부모들이 뉴스 보기가 두렵다고 한다. 날이면 날마다 전하는 소식이 근심 걱정을 유발하는 내용뿐이기 때문이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강력 범죄는 더욱더 기승을 부린다. 이렇게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청소년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가지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올바른 가치관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려 주기 위해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상에 내재된 욕망이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마구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열혈 돼지 전설》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무거운 고민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고 명랑하게. 이 책은《열혈 수탉 분투기》로 이미 국내에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창신강의 야심작으로, 인간의 탐욕에 의해 가족 전체가 위기를 겪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 돼지의 열정적인 모험담을 그리고 있는 풍자 소설이다.
사춘기 그놈
‘사춘기’라고 대변되는 내면 성장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은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워한다. 또한 아이들은 자기 안에 통제가 불가능한 괴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 괴물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과시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곤 한다.『사춘기, 그놈』은 내 안의 괴물 같은 존재를 마주한 열네 살 소년 파블로의 이야기로, ‘그 놈’의 실체와 정면으로 마주한 파블로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파블로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급기야 파블로는 미친놈 취급을 받게 되고, 아빠, 엄마,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그러나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믿어 주는 덴치 박사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으며, 그놈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면서 아빠와도 화해를 한다. 표면적으로 파블로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괴물과도 같은 ‘그놈’이지만, ‘그놈’은 사춘기 소년의 불안한 심리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분노와 외로움 등의 감정을 대변한다. 청소년들이 현실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으며,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대화의 방향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말한다. 그놈을 피하지 말고 정면 대결을 하라고. 그리고 어른들은 설교자가 아닌, 아이들의 진정한 ‘대화 상대’가 되어 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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