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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서

Olive, Again

: New novel by the author of the Pulitzer Prize-winning Olive Kitteridge

[ Paperback ] 바인딩 & 에디션 안내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5건 | 판매지수 192
일본 무크지 & 부록 잡지
1월의 굿즈 : 디즈니 캐릭터 대용량 머그/머그&티스푼 세트/클로버 북백/북파우치 3종 세트/크리스탈 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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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129*198*30mm
ISBN13 9780241985540
ISBN10 024198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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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회원리뷰 (5건) 리뷰 총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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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다시 올리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1.01.1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서로를 돕는 순간들    지난번에 온 눈도 아직 녹지 않았는데 다시 폭설이다. 신던 부츠가 아픈 발에 들어가지 않아 외출을 자제하고 지낸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매일의 번민을 누르는 중인데 발이 묶여버리면 마음도 덩달아 약해진다. 노인처럼 몸 이곳저곳이 아픈 나. 이런 내게 칠십, 팔십대의 올리브는 외면하고 싶은 존재일지 모른다. 소설을 읽으며 그녀보다는;
리뷰제목

서로를 돕는 순간들

 

 지난번에 온 눈도 아직 녹지 않았는데 다시 폭설이다. 신던 부츠가 아픈 발에 들어가지 않아 외출을 자제하고 지낸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매일의 번민을 누르는 중인데 발이 묶여버리면 마음도 덩달아 약해진다. 노인처럼 몸 이곳저곳이 아픈 나. 이런 내게 칠십, 팔십대의 올리브는 외면하고 싶은 존재일지 모른다. 소설을 읽으며 그녀보다는 가급적 다른 인물들을 살피려 들었다. 그런데 대다수의 독자가 <올리브 키터리지>에 이은 인물 올리브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올리브다움을 빼놓고 연작소설을 말하기란 쉽지 않을 테다.

 

 올리브는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다. 한번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 할머니 같다. <다시 올리브>를 읽으며 크로스비로 대변되는 지역 정서가 미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노인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어느 한적한 항구를 연상시킨다. 읽으며 우리 어머니나 그 윗세대의, 어쩌면 지난 달력처럼 벽에서 떼어낼 마지막 세대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드는 공통적인 여운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올리브의 말년 재혼이 크게 부각되는 듯하다. 결혼을 통해서 이전에 속한 가정을 벗어나는 독립의 방식이 여전한 걸까. 전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재혼을 고려한다지만 요즘은 좀 다르지 않나.. 올리브가 원했건 아니건 노년에 재혼으로 신분이 상승하고 부유해진다. 그녀가 잭을 택한 행위는 속물에 대한 거부감을 깨는 몸짓이었을까. 잭이 죽고 얼마 되지 않아 올리브는 헨리는 첫 남편이었고 잭은 진짜 남편이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았던 결혼 기간 때문인지 지내온 계급 차이 때문이지, 노인 전용 거주시설에 지내면서는 헨리에게 더 마음이 가는 듯하다. 물론 잭도 비슷한 심경을 토로했었다. 이런 점에서 <심장>보다 <친구>가 소설의 마지막에 놓이는 게 의미심장하다. 가족이나 사랑보다는 우정에 무게를 싣는다.

 

 <단속>은 잭이 외동딸과의 냉랭한 관계와 경찰관에게 느끼는 성적 모멸감을 통해 아내를 잃고 많이 위축되고 마음 붙일 데가 없음을 강조한다. 부유하고 상류층에 속하는 그가 올리브를 절실해하는 상황 설명을 위한 챕터로 읽었다. <발 관리>는 말년의 재혼도 서로 적응하고 차이를 극복할 시련이 뒤따름(연속)을 직시하게 한다. 잭의 지난날의 허물이, 출세주의자로 차가웠던 시절이 까발려진다. 재혼을 후회하는 잭에게 올리브는 그 여자 정말 별로고 당시의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한 방 먹인다. 외부적인 조건이나 시선과 달리 꿀릴 게 전혀 없이 떳떳하고 자신이 기울지 않는 파트너임을 증명한다.

 

 <청소>는 읽으면서 당혹스럽고 불편했던 챕터였다. 소녀가 아버지의 빈자리를 노인의 요구에 응하면서 달래는 건지, 안 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조숙한 마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이끄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성장기 소녀의 자발적인 탐구와 모험이라 치더라도 노인들이 소녀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기괴하고 이기적이고 병적이다.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함부로 대할 권리가 그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분만>은 경륜을 토대로 갑작스런 친구 딸의 출산을 돕는 올리브를 드러내지만, 과연 이 할머니가 젊은 여성(의 출산)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의문이 들었다. <엄마 없는 아이>에서 올리브가 젖을 물리는 며느리를 바라볼 때의 거북함이나 아들의 재혼 상대와 재혼가정 자녀를 대하는 태도는 여성(의 엄마가 될 자격)과 가족 형태에 대한 그녀의 편견과 적의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이 좋은 엄마/아내가 되지 못했기에 과민하고 날카롭게 굴었음을 뒤따르는 올리브의 성찰과 고백에서 알 수 있지만 말이다. 올리브는 나이와 무관하게 달라질 변화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인물이다.

 

 <도움>에서 수전이 변호사의 사무실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질시와 도덕적인 평가가 아닌 누군가의 깊은 이해와 미처 보지 못한 자기 돌(아)보기, 그리고 관계 개선의 여지 제공은 실상 우리가 신에게 구하는 것들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심리 상담자의 이론과 전문성보다는 내밀한 앎에서 비롯된 진정한 대화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마찬가지로 <햇빛>도 인간적인 감동과 시적 전율을 선사한다. 말벗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올리브의 행동력과 진심어린 용기가 2월의 빛보다 찬란하게 다가왔다. <산책>에서도 겨울밤 산책길에 나선 노인이 약에 취한 이웃 중년/딸내미 동창을 극적으로 구한다.

 

 <망명자들>에서는 <도움>의 변호사만큼이나 신의 경지와 해탈에 이른 인물이 등장한다. 서로 머물고 싶은 곳과, 함께 하고 싶은 파트너가 다르지만 삶의 이변과 물살에 떠밀려 지금의 터전에서 동반자에 맞춰 감수하는 삶의 무게를 지긋이 다룬다. 변호사가 자폭 직전인 수전에게 했던 안심어를 밥도 형수에게 건넨다. 어디 가지 않고 옆에 있을 게요, 모든 게 곧 괜찮아질 거예요.

 

 올리브의 성격이 강하고 존재감이 뚜렷하지만 그녀는 소설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유명 시인의 신작시에서 불명예스러운 소재가 되길 자초함에도 유명한 사람과의 접점을 찾아 아는 척하는 즐거움은 나이를 앞세우며 흔히 저지르는 영역 침범이기도 하다. 납득하지 못하겠는 지점들이 있음에도 그녀 자신과 삶을 둘러싼 불확신이 그녀를 덮쳐 행여 쪼그라들기라도 할까봐 염려스러운 건 또 왜 일까(그녀 본연의 색을 좋아한다는 결론?!).

 

 <단속>에서 잭이 딸의 취향과 방식을 인정하지 않아 벽이 생겼듯이, <친구>의 이저벨과 올리브도 그렇게 벌어진 자식과의 틈을 지금도 겪고 있다. <마지막이 된 남북전쟁의 날>에서 아버지는 조상의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행진을 나설뿐더러 군복차림으로 야영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큰딸의 변장과 영상 교육 활동은 극구반대한다. 구겨진 군복을 버리러 가던 중 다른 이의 자녀 문제를 듣고 쓰러졌다가 깨어난 이후 그는 아내에게 진한 동지애를 느끼며 오래 멈춰온 대화를 재개할 조짐을 보인다.

 

 누군가의 외로움을 그냥 넘기지 않았던 올리브가 <심장>에서 혼자가 되고 심장마비를 겪은 후 기동성을 잃고 두려워하는 이야기가 담긴다. 멈췄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준 의료진을 향한 사랑(발진)과 방문요양사들의 돌봄 속에 올리브는 잘 모르는 사람을 향한 지속적인 사랑의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에 이른다. 훌륭하게 잘 해내고 있다는 칭찬이 외롭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주는 기적 같은 힘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한다. <친구>에서는 노인 보호시설에 있는 입주자들에게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보다 비슷한 삶의 우여곡절을 겪은 옆집 친구가 더 소중함을 시사한다. 함께 식사하고 잘 있는지 수시로 들여다보는 인기척이 노년에 의지할 최고의 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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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다시 올리브 -끝-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1.01.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9장 Exiles>>  9장을 읽은 시각이 새벽이었는데 술이 아닌, 식은 진한 커피를 주욱 들이켰다. 소설의 모든 챕터가 아름답지만 5장에 이어 심연도 아니고 폭풍우도 아닌데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한 가족의 여러 인물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같이 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는 삼남매를 묶어둔 설정과 동서지간의 냉랭함에 읽는 이의 가슴이 아렸다. 쉬운 관계;
리뷰제목

9Exiles>>

 9장을 읽은 시각이 새벽이었는데 술이 아닌, 식은 진한 커피를 주욱 들이켰다. 소설의 모든 챕터가 아름답지만 5장에 이어 심연도 아니고 폭풍우도 아닌데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한 가족의 여러 인물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같이 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는 삼남매를 묶어둔 설정과 동서지간의 냉랭함에 읽는 이의 가슴이 아렸다. 쉬운 관계가 없고 속사정 없는 가족이 없다지만. 있으면 있는 대로(가지면 가진 대로) 없으면 없어서 제멋대로 살거나 괴팍해지고 찌드는 세상인 것 같다. 나 역시 가족이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고 지금껏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지만 요즘 세대는 크게 얽매이지 않는 분위기인 듯하다. 나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영향을 끼치는 부모와 형제자매와 이웃과 출신환경과 성장배경과 머무는 지역.. 모든 게 고르게 원만하지 못하면 쉽게 툭 끊어지고 손절하며 지내게 되는 한때 가족인 사람들의 이야기.

 

 짐과 밥 형제는 어린 시절 장난치다가 아버지를 치여 죽게 한 죄의식에 평생 시달린다. 아버지의 죽음이 아들들의 정체성의 두터운 외투가 되어버린다. 떨쳐내야 하지만 벗을 수 없는 질긴 장막 같은. 공부를 잘했던 짐은 일찌감치 뉴욕에서 자리 잡고 성공가도를 달린다. 원래부터 부자였다고 착각할 정도로 넉넉하게 살았다. 아내 헬렌은 부유함에 익숙하고 어린 손주가 너무 일찍 여름학교에 보내졌다고 걱정하는 다소 한가한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 별로인 그림도 전시회에서 한 점 구입하고 크루즈여행에서 갖은 노역에 시달리는 일꾼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접하고는 여행을 더는 즐길 수 없었다고 술회한다. 애석하게도 이 모든 말이 마거릿에게는 그저 있어 보이려는 속물로 비칠 뿐이다. 그 판단이 틀리지 않은 것이 헬렌은 속으로 시동생의 전처와 현재 아내를 은근히 비교하며 못마땅해 하면서도 러블리라는 단어로 진심을 삼킨다.

 

 짐은 항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예전과 달리 무디고 살이 찐 상태이다. 상권이 죽고 사람들이 빠져나가 황량한 곳이지만 남매들이 가까이에 있는 고즈넉한 해안가에 와서 지내고 싶다. 하지만 세련된 아내는 뉴욕의 저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밥은 인생의 전반부를 대부분 보낸 뉴욕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목사인 아내는 뉴욕을 불편해한다. 불임으로 전처를 떠나보내고 꾸린 두 번째 가정이라 그는 아내가 익숙해하는 곳에서 살기로 했다. 자신에게 맞는 곳과 꿈꾸는 곳이 따로 있음에도 그들은 인생 기차가 이끄는 대로 갈아 탈 수밖에 없다. 그들이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양보하고 타협하며 살아간다. 때론 망명자처럼 외롭지만 감수한다. 죽는 게 터무니없이 두렵고 또 반대로 별 상관없는 두 가지 상반된 마음으로 오늘을 산다. 그러다 보고 싶은 가족들을 잠시 만나 회포를 풀며.

 

 삼남매가 막내 수전의 집에서 차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묻는 안부와 대화할 수 있음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너무나 현실적이게도 헬렌과 마거릿은 그들 가족 모임에 합류하지 않는다. 서로 내켜하지 않는 그들이 한나절을 같이 보내고 헬렌이 과음으로 내달릴 때 불안했다. 결국 헬렌은 취해 계단에서 구르고 그들의 일정은 서둘러 마무리된다.

 

 수전은 헬렌을 내켜하지 않고 마거릿은 헬렌을, 헬렌은 마거릿을 불편해한다. 사람은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까지 사랑하지 못한다. 싫어하는 것을 귀신 같이 알아챈다. 밥은 아내가 헬렌이 너무 부유하여 남의 어려움을 모르고 자기중심적이라고 평함에 대해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반경이 너무 다른 나머지 빚어진 차이와 좁힐 수 없는 거리라고. 뉴욕에 적응 못하는 아내나, 메인에서 끔찍한 경험만 하는 형수나.. 가급적 덜 만나야 좋은 관계를 인정하며 슬퍼한다. 이 지독한 사실에 밥은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다.

 

Jim would live the rest of his life as an exile, in New York City. And Bob would live the rest of his life as an exile in Maine. He would always miss Pam, he would always miss New York, even though he would continue to make his yearly visits there. He was exiled here. And the weirdness of this-how life had turned out, for himself, and Jim, and even Pam-made him feel an ocean of sadness sway through him. (193-194)

 

 밥은 낯선 숙박업소의 의자에서 다쳐 불편하게 자야 하는 형수에게 곧 괜찮아질 거예요,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어디 가지 않고 여기 있을 게요라고 안심시킨다.

 

10The Poet>>

Elizabeth Strout | Olive, Again - YouTube

 폭설과 한파로 인해 며칠 산책하지 못해서인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갑갑한 마음으로 10장을 읽다가 인간혐오가 생길 것만 같았다. 내가 아직 노인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그들의 엉뚱함과 고집스러움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아니면 자꾸 뭔가를 잃기를 반복하다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조차 내려놓고 망가지는(저무는) 노년의 상태가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남편이지만 진짜 남편인 잭을 떠나보내고 올리브는 그가 남긴 흔적과 변화와 말들과 함께 사는 중이다. 제어능력이 떨어지면서 운전도 한산한 아침에만 한다. 집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전부고 전에 없이 감탄하는 일상이다. 종업원이 쌀쌀맞은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던 중 고향 출신의 유명 시인을 알아보고 그녀에게 서슴없이 다가간다. 한때 제자였지만 심지어 국어 교사도 그녀의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학생이다.

 

 합석한 자리에서 시인에 대한 뒷조사를 하는 기자들에게 말을 아꼈다고 전한다. 올리브가 보기에 시인 안드레아는 유명세와 달리 슬퍼 보이고 외로워 보인다. 올리브는 자신의 말을 시에 써도 된다며, 노년에 이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 투명인간 대접을 받아 뜻밖에 자유롭다는 궤변도 얹는다. 안드레아는 고백파 시인으로 자신의 경험을 시의 소재로 삼는다. 시인을 만나고 돌아와 올리브는 연락 가능한 모든 이들에게 그날의 만남을 자랑한다. 미용실에서 시인의 버스 사고 소식을 듣고는 그녀가 자살 시도한 거라고 확언하기도 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버스기사가 음주 운전했던 것이다. 그냥 사고였으며 올리브의 억측이 드러난다. 올리브는 제자가 프랑스계 캐나다 출신(차별어)이고 흡연자라는 점에서 내심 상대를 깎아보았었다. 문득 잭과 함께 했던 오슬로 여행이 생각난다. 올리브는 그가 끊은 일등석 비행기 좌석을 거부한다. 잭은 올리브에게 힘든 여자라며 자신과 있을 때는 조금 덜 올리브였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그리고 속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에서 당신은 속물이야. 속물의 반대처럼 구는 것도 속물인 거 몰랐지라고 꼬집는다.

 

 첫 남편 헨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요양원에 입원했을 당시 그녀는 그의 옷과 신발을 빠르게 정리했었다. 아마도 혼자 살아가야 할 시간에 대비한 다급한 정리였을 것이다. 이제는 모든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죽음의 공포가 드리운 가운데 모든 걸 그대로 둔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포스트잇까지 붙여 두고 간 안드레아의 시 위협적으로 다가와 말거는을 읽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분개와 모멸감에 시 계간지를 공중쓰레기통에 내다버린다. 올리브는 사람들이 자신과의 대화를 기꺼이 즐긴다고 착각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 잘 안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그렇지 않은 듯하다. 자신이 안드레아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아는 척 해댔는지, 서로의 동떨어진 삶의 경험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데 생각이 이른다. 씁쓸하지만 자신의 외로움을 시인에게 덧씌워 섣부른 판단의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쓰레기!”라고 쏘아붙였던 말이 부메랑이 되어 똥오줌 못 가리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듯하다. 헨리나 잭이나 자신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나 싶은 자괴감에 빠진다. 그녀가 그녀 인생을 조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급적 악감정을 끊어내고 오직 상대의 안녕을 담백하게 빌어줄 수 있을 뿐이다.

 

11The End of the Civil War Days>>

 11장에서는 남편의 불륜으로 틀어진 부부관계를 이혼으로 종식하지 않고 한 집에서 박스테이프로 선을 긋고 지내는 노부부가 등장한다. 애완견이나 자식들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해야 할 말을 은근히 전한다. 부부는 이혼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는 작은딸과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부모의 지속적인 분리 생활이 자녀교육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나가산다. 아버지 퍼거스는 큰딸을 좀더 편애하는데 한미모하는 딸은 아직 미혼이다.

 

 한 번씩 들르는 큰딸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여성이 성행위를 주도하는 영화를 찍어 인간 행동에 대한 교육과 이해를 돕겠다는 포부를 알려온다. 동생은 언니가 하는 일에 길길이 날뛰며 반대하고 나선다. 동생의 눈에 가족들이 죄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사실 퍼거스 씨는 딸의 영상물 출연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친다.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용납이 안 되던 차에 작은딸이 격분한 틈을 타 큰딸에게 폭언을 날린다. 리사는 자신을 나치에 비유하는 아버지의 말에 눈물을 쏟으며 아버지의 무지를 안타까워한다.

 

 퍼거스 씨는 매년 군복과 모자를 꺼내 입고 시민전쟁 행사에 참여한다. 쇼핑몰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밤새 야영을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는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치마를 입곤 한다. 그렇게 차려입고 거리행진하며 드럼을 치는 것을 즐긴다. 그런 그가 딸이 변장하고 연기하는 행위는 철저히 다르게 본다. 개인의 의지와 꿈보다는 가족을 불명예스럽게 하는 곤란함에 초점을 맞추고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의 일에는 냉정을 잃지 않는 우리도 막상 내 가족 일이 되면 튀지 않고 조용히 살기를 내심 바란다.

 

 큰딸은 작은딸에게 전화를 걸어 오해를 풀고자 한다.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며. 남자는 구겨진 군복을 이제 그만 내다버리려 가던 길에 아내의 직장 후배이기도 한 애니타를 만난다. 차가 고장난 그녀에게 짠돌이인 그는 견인비를 대신 내줄 뿐 아니라 애니타가 겪고 있는 남편의 실직과 아들의 일탈 문제를 애석해한다. 그가 보기에 정말이지 세상이 점점 미쳐 돌아가는 듯하다.

 

 귀가한 그는 자신의 텔레비전으로 큰딸의 촬영물을 나머지 가족들이 감상하는 것을 보고 눈앞이 흐려져 쓰러지고 만다. 온몸을 말고 이 세상을 하직하고 싶은 심경인 듯하다. 그는 무사히 깨어나고 그의 곁에는 아내가 있다. 그들은 애니타의 문제 많은 아들에 대해 퇴원해 더 이야기 나누기로 한다. 자신들의 자녀와 달리 속 썩이는 남의 집 아이들에 대해!

 

12Heart>>

 소설의 각 장 제목이 상징(고리)이 되어 인물이나 사건을 한데 엮는 구조이다. 12장의 제목은 심장마비로 죽었다 살아난 올리브의 이야기이면서 가슴이 뛰는 사랑에 의지하는 인간의 기저 심리를 다룬다. 어디든 가고, 가진 이야기를 쏟아내던 올리브의 활()력이 줄고 휘청댄다. 네 바퀴 달린 삶이 어느 순간 운행력을 잃고 바퀴가 제멋대로 빠져나가는 심경이다. 남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때가 오듯 자신의 삶에서 두 손 떼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두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남겨진 올리브. 바깥활동과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그녀와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대다수 이미 죽어 말이 없다. 겹겹이 두터워지고 환기되지 않는 외로움에 그녀는 몹시 힘겹다.

 

She realized it was as though she had-all her life-four big wheels beneath her, without even knowing it, of course, and now they were, all four of them, wobbling and about to come off. She did not know who she was, or what would happen to her. (260)

 

 사람들은 지금 주어진 삶을 사느라 바빠 멀리 떨어진 먼 시간을 내다볼 겨를이 없다. 사망 원인 1위가 심장마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특정인의 불행이거나 유전적인 질병으로 치부하고 넘긴다. 올리브의 경우 기억나지 않지만 심장마비로 쓰러져 맥박이 멈췄었다. 잠시 죽었던 것이다. 응급조치와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겨우 생명을 되찾는다. 몸에 철심을 박아보니 외부 물체가 몸에 들어갔을 때의 부자연스러움과 불편을 알겠다. 올리브는 항생제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용변 실수를 하고 만다(전에도 몇 번 했지만). 내 경우에는 위로 솟구쳤다. 모든 장기의 기능이 제자리를 찾는 데는 집도 후 일정 시간과 운동과 약물처방과 식이요법이 요구된다. 몸의 문제를 제거하는 일은 의료진이 맡지만 그 외의 관리와 개선 의지는 전적으로 환자에게 달려 있다.

 

 빛과 소리에 예민한 나는 병원살이가 두 배로 힘들다. 거의 불면 상태로 지내며 타인의 손에 도움을 받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내키지 않아 고스란히 스트레스가 된다. 겨우 목숨을 건진 올리브가 남자 간호사나 의사와 사랑에 빠질 때 의지할 곳이 필요한 절박한 마음(생존본능)을 읽을 수 있었다. 부드럽게 대해주는 사람이 좋은 것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보호자의 출입이 금지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의료진에게 마음을 뺏겼다가 서서히 마음을 거두는 심리도 이해된다.

 

 죽었다 깨어나니 아들이 곁을 지키고 전에 없이 대화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늙고 피곤해 보이는 아들을 제집으로 돌려보내고 싶다. 이제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누군가의 보호와 지켜봄이 절실한 환자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있을 때는 그렇게 돌아가고 싶은 집이었는데 막상 돌아오니 집은 잭의 집이지 그녀의 공간이 아닌 것 같다. 죽음과 상실의 그림자들이 드리우니 더 휑하게 느껴진다. 올리브는 처음으로 혼자 있는 데/남겨짐에 극심한 공포와 외로움이 물집처럼 자리를 잡는다. 의사는 이제 혼자 지내도 된다고 하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어느 날은 진료 중에 눈물을 터트리고 만다. 더디게 나아지는 몸과 이전 같지 않은 삶의 질에 우울한 것이다. 이전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이제 늙고 불안정한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플 때 안 괜찮은데 연신 오케이나 파인을 말하는 의사는 정나미 떨어지지만, 나의 상태 양호함과 잘 견뎌냄을 칭찬하면 새로운 힘이 나기도 한다. 방문 요양보호사가 다른 환자들과 달리 씩씩하다거나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면 일순 빛이 보이는 게다.

 

 몸이 좋아져 혼자 지내던 올리브는 포치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한다. 미심쩍어하며 꽁초를 줍다가 그만 앞으로 넘어지고 만다. 일어나야 하는데 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지 그녀는 마지막이 되지 않기 위해 어서 일어나라는 주문을 왼다. 누운 채 기어가 수도꼭지를 잡고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이 사건으로 올리브는 노인 전용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아들의 결정에 반대할 기력도 없다.

 

 올리브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기질대로 요양방문사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소말리아 출신의 조무사는 자기가 속한 문화에서 노인을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올리브는 결혼한 아들은 떠나 다시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그런가하면 자신과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한때 제자였던 조무사의 힘겨운 삶의 레퍼토리를 듣고 애석해한다. 학창시절 응원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교장을 평생 사랑한 제자의 사연에서 올리브는 사랑을 다시 생각한다. 잘 모르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사랑하는 놀라운 힘에 대해. 여성 흡연자와 보수주의 대통령을 극혐하는 올리브지만, 더욱이 담배꽁초가 시설에 들어가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지만 따져 묻지 않고 덮는다(그깟 범퍼스티커쯤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올리브는 아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고 참는, 조금은 나은 그녀가 되어간다.

 

13Friend>>

 독거사 하지 않으려면 살아있는지 서로 들여다볼 상시 친구가 필요하다. 인간인 이상 노년에도 사교성이 요구된다. 자기기준이 확실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데다가 말을 가려하지 않는 올리브에게 주거 노인시설은 별도의 적응이 요구되는 공간이다. 눈치 보고 남한테 맞추는 거라면 딱 질색이지만 그래도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혼자 밥 먹고 떠도는 시간이 제법 지속된다.

 

 다행히 다인용 식탁에 마주할 고정 멤버들이 생긴다. 올리브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신참 이저벨에게 먼저 합석을 제안한다. 여장부 같은 스타일인 올리브에게 이사벨의 작은 목소리는 처음에 어필하지 못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방을 드나들며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 의지하기에 이른다. 별 거 아니지만 특별한 연계들이다. 자가운전이 가능한 올리브가 노인용 기저귀를 대신 사다주고 열쇠를 나눠 가지고 정해진 시간에 잘 있는지 서로의 방문을 열어본다.

 

 올리브가 쓰러진 이후 철이 든 아들은 어머니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챙긴다. 이저벨에게도 각별한 사연이 있는 딸이 있다. 둘은 좋은 엄마들이 아니었지만 자식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올리브는 이저벨의 딸을 실제로 보고 엄마에게 잘 하지만 어딘가 차가움을 느낀다. 그것은 나중에 이저벨의 솔직한 고백에서 실체가 드러난다.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지고자 자주 올 수 없는 곳으로 가 삶을 꾸린다는 것이다. 부모를 원망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받은 상처와 부딪힘이 벽으로 남아 찰싹 가까워질 수 없다.

 

 올리브는 안부를 챙기는 일정상 이저벨의 집에 갔다가 소스라친다. 그녀가 일인이역의 모녀놀이를 하고 있었다. 조현병이 왔나 싶어 불안하던 차에 그런 불러내기를 통해 이사벨은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고 또 지금의 딸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이해한다. 올리브도 시도해보지만 예상대로 그녀와는 맞지 않는다. 주거 노인시설에 있다 보니 올리브보다 젊은 입주민이 쓰러져 먼저 가는 일도 생기고, 둘이던 커플도 혼자 남게 됨을 드물지 않게 겪는다.

 

 두 명의 남편을 먼저 보내고.. 올리브는 이제 자신도 떠날 때가 됐음을 직감한다. 그녀는 아들에게 전동타자기를 부탁해 회고록을 찍어나간다. 더디게 찍어나가던 글들이 제법 쌓일 무렵 어쩌면 마지막일 듯한 유서 비슷한 문구를 끝으로 작성한다. 오래 살았고 그 시간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르겠고 그런 모름의 상태로 간다는 짧은 후기이다. ‘다리 건너중증시설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녀는 오늘의 임무인 친구를 챙기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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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다시 올리브 ~8장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21.01.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6장 Light>>  2월의 빛에 관한 이야기는 듣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그즈음 길어지기 시작하는 낮시간에서 기약을 읽는 이는 시인이나 진배없다. 비록 신의 오른팔인 시인은 되지 못했지만 신디와 올리브는 그 빛(의 가치)을 알아본다.    모르겠다. 죽음 앞에 당면한 외로움을 말해서인지 혼자 감당해야 할 시간 때문인지 울컥하던 마음이 끝내 눈물의 홍수;
리뷰제목

6Light>>

 2월의 빛에 관한 이야기는 듣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그즈음 길어지기 시작하는 낮시간에서 기약을 읽는 이는 시인이나 진배없다. 비록 신의 오른팔인 시인은 되지 못했지만 신디와 올리브는 그 빛(의 가치)을 알아본다.

 

 모르겠다. 죽음 앞에 당면한 외로움을 말해서인지 혼자 감당해야 할 시간 때문인지 울컥하던 마음이 끝내 눈물의 홍수가 되어버렸다. 5장을 읽으며 변호사와 같은 남자 노인 대신 촛불처럼 녹아내리지 않을그 나이대의 여성 멘토가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해보았더랬다. 작가는 예상했다는 듯이 올리브라는 카드를 꺼내 보인다. 할머니임에도 체구가 크고 교사였던 그녀는 지금도 한 카리스마 하는 듯하다.

 

 올리브는 주말 쇼핑센터에서 장보기를 힘겨워하는 한때 자신의 학생이기도 했던 신디와 마주치고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돕는다. 그 후, 생존율이 반반인 암과 사투를 벌이는 신디의 집을 예고 없이 방문한다. 미리 전화하면 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 그랬다는데 사실 신디는 말벗이 무척 그리운 상태이다. 아무 일 없을 거라는 남편의 낙관도 그냥 짜증이 나고, 분한 마음에 터뜨린 울음 앞에 가족들이 자신을 슬슬 피해 섭섭하다. 신디는 남편에게 버림 받은 엄마가 홀로 가정을 꾸리면서 힘겨워 소리치고 울부짖던 기억이 선명하다. 돌아가시기 전에도 원망과 회한에 통곡했던 엄마처럼 굴고 싶지 않으나 쉽지 않다. 어린 아들들을 언제나 안아 안심시켰던 자신이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괴롭고 한없이 외롭다.

 

 옆에서 나름대로 돕는다지만 2월인데도 문 앞 크리스마스 화환을 떼지 않은 남편이 밉다. 힘겨운 항암치료를 받고 돌아와 쓰러진 자신의 옆에서 사과를 아삭아삭 씹는 소리도 듣기 싫다. 신디가 남자들은 아픈 사람을 도통 돌볼 줄 모른다고 속상해하자 올리브는 그것은 성별을 떠나 아픈 사람을 옆에서 간호하는 일은 힘들다고 답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나니 그에게 잘 못해줬던 일만 생각나 가슴이 찢어진다고도 덧붙인다. 긴 병 앞에 효자 없다고, 그녀도 끝까지 한결같지 못했던 점을 후회한다.

 

 다행히 신디에게는 내원하는 날에는 일을 쉬고 동행하는 남편이 있고 문자에 바로 답하는 두 아들이 있다(물론 감정을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리고 꾸준히 들여다보는 시누이와 올리브와 요양보호사가 있다. 짧게라도 그들과 나누는 일상대화가 그녀에게 무척 소중하다. 모든 책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사서였던 그녀는 이제 집중하지 못하고 핸드폰에서 나오는 음악만 겨우 듣는다. 의욕 없이 침대 위에서 보내는 긴 시간은 앞으로 죽는 일만 남은 것 같다.

 

You know, Cindy, if you should be dying, if you do die, the truth is-we’re all just a few steps behind you. Twenty minutes behind you, and that’s the truth. (128)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되지 않고 무엇보다 두렵다는 말에 올리브는 모두가 그녀 뒤를 따라 가고 있으니 너무 외로워말라고 위로한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이미 당겨진 화살이라는 햄릿의 대사처럼 전부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디 뿐 아니라 남편도 정신없이 혼란스러운 상태임을 일러준다. 담백한 진실들이 신디의 사나운 마음 정리를 돕는다. 학생 시절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정기적인 방문이 먹구름을 뚫고 나오는 2월의 햇살 같다.

 

 신디가 병과 죽음에 집착하지 않도록 삶의 일반적인 고통과 문제를 상기시키는 시누이의 방문도 그녀에게 도움이 된다. 한참 말썽부리는 자식들 때문에 속을 썩는 그녀를 위로하며 역으로 무사히 지나온 과정에 안도하고 순간일지라도 정상성을 회복한다. 소설에서 지적하듯 대부분의 환자, 그것도 죽음을 앞둔 환자를 방문하는 데는 많은 용기와 진심이 필요하다.

 

 신디는 남편이 혼자 남겨져도 걱정이고, 그가 자기가 없는 다른 삶을 추구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재혼한 입장에서 살아보니 앞선 결혼생활과 전남편의 기억이 새출발과 함께 모조리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는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항변한다. 지금의 남편과 싸운 뒤 예전 집으로 차를 몰았던 올리브는 이제 자신의 집은 그곳이 아님을 깨닫고 새 남편과 여전히 부딪히며 긴 대화로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7The Walk>>

 칠순이 가까운 데니는 한겨울밤에 집을 빠져나와 홀로 걷는다. 제대로 챙겨 입고 나오지 않아 추위를 느낀다. 장성한 자식들에 대한 걱정이 돌연 들이닥친다. 걸으면서 배움이 짧고 일찍 결혼한 자신과 달리 대학을 나온 세 자녀들은 왜 그리 서둘러 결혼했는지 갑자기 의문스러워진다. 물론 고향에는 그들이 구할 일자리가 없어 떨어져 산다지만 두 부부 모두 은퇴 후 대화 시간도 줄고 집이 한없이 조용하다는 데 생각이 이른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너무 예뻤던 동창을 떠올리고 그녀가 아버지의 줄기찬 성적 학대에 자살하게 된 사연을 회상한다. 형제자매가 많은 그의 집을 부러워했던 아이를.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니 벤치에 쓰러진 남자가 보여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가 출동해서 보니 딸내미 동창이다. 소설에서는 약물에 찌든 환자들이 여럿 등장하고 심각성을 예고한다. 동사할 뻔한 녀석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의 곁에는 그를 기다리는 아내가 있다. 삶이 폭포(낭떠러지)로 향해가는 돛단배 같고, 자꾸 저무는 느낌이 드는 그는 아마 아내의 품에서 언 몸을 녹이며 자식들의 무사함과 망가진 이웃의 자녀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을 것이다.

 

8Pedicure>>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하는 질문이지만 동향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하염없이 뻗어나가는 사연들이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의 공감을 살 수 있을까. <다시 올리브도 거의 노년에 관한 일화들이어서 부모나 조부모에 대한 회상과 이해가 아닌 이상 젊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머무는 지면 공간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리브가 아들내외가 잭 앞에서 펼친 언쟁을 보며 수년간 그녀가 보통 사람들이 영위하는 삶에서 떨어져 정감(교유) 없이 살아왔음을 깨닫고 괴로워했었다. 요양원에 있는 남편을 매일 면회하며 살폈지만 끝까지 잘 대하진 못했노라고 고백하기도 했었다. 관계 속에 있을 때는 팽팽하고 생각할 겨를 없이 자신의 입장만 관철하는 인간의 한계를 그녀도 품고 있다. 그런 회한도 잠시, 암 치료 중인 제자를 방문하며 근래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노라고 수줍게 말한다.

 

 8장에서는 재혼 이후 잭의 대혼란과 시련과 과거사가 밝혀진다. 나이 들어 만난다는 건 그만큼 서로가 지니고 오는 과거가 두텁다는 소리일 텐데 잭과 올리브의 재혼생활도 유사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함께 나눌 이야기가 풍성한 것까지는 좋지만 둘에게는 이전의 경험과 비교대상이 언제든 출몰할 위험이 있다. 늙고 뚱뚱한 모습이 둘만 있을 때는 문제로 불거지지 않으나 과거 연인의 출현 앞에서는 모든 걸 되짚어 보게 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고 함께여도 외롭고 결핍만 도드라지는 것 같다.

 

 함께 한지 6년째로 접어들면서 처음의 어색함과 불편함도 사라지고 이제는 두 사람 모두 즐거워할 활동을 찾게 되었다. 드라이브로 다른 지역까지 다녀오는 일. 서로 알고 있는 바와 기억들을 쏟아내며 신나게 잘 달리는 듯하다. 그러다 들어간 유명 식당에서 잭은 하버드 교수 시절 자신을 위험에 빠뜨렸던(유년기에 자전거에서 떨어졌던 기억만큼이나) 여자와 재회한다. 혼자 발톱 손질이 어렵던 올리브에게 페디큐어를 받게 한 뒤 이어진 만남이라 더 당혹스럽다. 그에게 옛 애인은 예쁜 발과 색칠한 발톱으로 기억에 박제되어있기 때문이다.

 

 바람을 피웠던 당시 그는 애인과 헤어지기 싫어 수업도 휴강 했었다. 그와 달리 여자는 학과장과의 미팅을 챙겨 그는 그녀를 출세주의자로 보게 되었고 이후 그녀가 하버드에서 정년을 따는데 다른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반대표를 던졌다. 배신감에 애인은 그가 성적으로 그녀를 농락했다고 고소한다. 학과장의 연구년 제안으로 자리를 피하고 아내도 그녀가 그를 직업적으로 간교히 이용한 것으로 합의금을 주고 일을 덮었었다.

 

 한 시절 사랑했었던 연인이 그와 지금의 아내를 아래위로 훑는 시선에 그는 감정적으로 들쑤심을 당하고 만다. 올리브도 상황 파악을 하고 그의 여자 취향을 저격하며 맹비난한다. 누구에게 끌렸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나중에 그도 끼리끼리 만났음을 인정한다. 갑자기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탕진했다는 통탄이 휩쓴다.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며(미안해하다가 그녀의 불륜과 부재를 애석해하다가) 술기운에 잠이 든 그는 홀로 남겨지는 악몽을 꾼다. 다행히 그의 곁에는 지금의 안사람이 있다. 노년을 함께 보내기에 올리브만한 벗이 없음을 다시 복기한다. 늙어도 끝나지 않는 곁눈질은, 살아있는 한 계속 감행되는 존재 행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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