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9월 09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356g | 130*195*20mm |
ISBN13 | 9788954674492 |
ISBN10 | 8954674496 |
발행일 | 2020년 09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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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356g | 130*195*20mm |
ISBN13 | 9788954674492 |
ISBN10 | 8954674496 |
MD 한마디
[작가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 어린시절 제주의 한 부속 섬에서 만난 두 소녀가 성인이 되어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는 작가의 말처럼, 다치고 상처 입어도 또 연대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그렇게 다음을 살아갈 우리, 『복자에게』는 그런 모두를 향한 위로와 응원의 소설이다. -소설MD 박형욱
복자에게 _007 작가의 말 _239 |
[도서] 복자에게
김금희 저
문학동네 | 2020년 09월 09일
김금희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고 문장과 감성이 좋아서 이 책도 구입하게 되었다.
김금희 작가님의 <복자에게> 라는 작품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고,
간호사로 근무하며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유산을 하게 된 인물이 나온다.
작가님의 섬세한 감성과 문장,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분위기가 좋았던 소설이다.
다만 가볍고 밝은 이야기는 아니며 몰입해서 읽다보면 감정적으로 힘들 수가 있다..ㅠ 난 인물에게 몰입하기 때문이다
인상깊었던 문구 발췌
고모는 우리를 마치 휴게점에 놓인 예쁜 뿔소라 장식이나
종종 빈 화병을 채우기 위해 꺾어오는 들꽃처럼 여겼다.
당연히 거기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당연히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처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보듬음이었는지
나는 그 이후에도 자주 생각했다.
복자에게. 김금희. 출판사 문학동네 111p
누구나 실수를 한다
지만 그 잔영이 어떻게 남느냐는 안생을 좌우할 정도의 변수로 기능하기도 한다.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 이라는 책을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회사에 입사하기전 학위를 마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다녀온 여행에서 오호리 공원은 마지막날 코스였는데 태풍이 지나가던터라 센 바람이 불었지만 조깅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커피 마시는 사람들 옆에 여유부렸던 것 모든 것이 좋았다.
입사후 다시 찾았을때 경애의 마음을 들고 있었다.
작가는 마냥 음울하지도 어둡지도 않고, 팔십년대를 관통하는 주류 작가들의 외부에서 200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와 생활의 변화를 기가막히게 캐치했다.
작가가 문학상에 입상하면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기게 되는 관행에 반대해 수상을 거부한 사실도 참신(?)하고 유동하는 합리성을 표창한다 인식되었다. 그렇게 저항을 내세우던 선배들은 그 권리의식으로도 수상과 타협했다는 것을 따지고 보면 세대의 차이도 느껴진다.
그래서 마음이 가는걸까?
아니 더 중요한건 복자에게 의 배경이 되는 곳이 제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제주 사랑은 첫 직장을 그만두고 떠났던 생의 첫 제주 여행, 자전거로 일주하고 1100도로를 넘었던 추억 이후 계속된 짝사랑도 이 이야기에 빠지게 하는데 한 몫했다.
더군다나 리걸마인드에 구속된 판사가 인물로 등장한다. 복자에게를 읽고 잠든 밤 내가 했던 실수 그리고 풋사랑에 대한 기억과 질투가 내 뇌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노동자의 권리 투쟁, 87민주 항쟁 이후 90년대 학생운동의 변화도 하나의 미쟝센으로 첨가된다. 여성 노동자의 권리 투쟁 그리고 모성에 대한 책임감 그에 대비되는 직업을 갖지 않은 자로서 부조리를 상징하는 여성은 단순히 계급구조와 젠더갈등로 치부할 수 있는 대척점을 세련되게 구축해 놓았다.
이런 장치와 서사는 경애의 마음에서 처럼 지금 40대 혹은 30대를 살아가는 세대의 시대적 감성을 대변한다.
복자의 승리도, 경주마 처럼 달리는 영초롱의 삶의 변주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질만 하지만
어린시절 오세의 맑은 연정과 호기심, 복자의 리더십과 순수성, 영초롱이의 두려움과 편협함 모두가 귀하고 또 귀여웠다.
실수가 많은 나는 되려 실수를 줄이려하기 보다, 그 철 없음에 철들지 않음에 남고 싶어 하는것 아닌가 싶다.
내가 제주에 내려가 살게 된다면 오세처럼 무던하게, 복자처럼 농담을 잃지 않고, 영초롱이 처럼 츤데레로 살고 싶다.
복자에게는 우정을 다룬 성장 이야기 이면서 넓게는 70-90년대 생이 살아온 사회의 궤적을 훑는 역사서이고,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또 그 상처를 함께 보듬고 아물게 하는 인간의 치유를 얘기 하는 위로의 메세지이다.
누군가의 선의를 알아채지 못해 상처받고, 믿지 못하고, 과거에 계속 머무르는 건 나를 끊임없이 아프게 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던 오세의 말과 실패가 아니라 인생을 더 깊이 용인하는 거라던 영웅의 말,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도 냉동고에 넣으면 얼마든지 우리가 누릴 수 있게 된다던 복자의 말은 내게 오래 남는다. 위로가 되는 그 말들을 품에 안고, 실패를 미워하면서도 차가운 바람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야지. 누군가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가득 보내줘야지. 수많은 복자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줘야지.
제주에는 아예 그렇게 가여운 애기들을 가리키는 설룬애기라는 말이 있고 서럽고 불쌍한 엄마를 가리키는 설룬어멍이라는 말도 있다. 슬픔이 반복되면 그렇게 말로 남는 거야. (18p)
결국 분노의 목적과 명분은 사라지고 그냥 분노라는 상태만 남아 활활 탔다. 화는 눈덩이처럼 뭉치고 뭉쳐져서 차가운 불면의 밤이 왔고 병원의 처방약이 없으면 잠들기가 힘들어졌다. (37p)
“사람을 한번 만나면 그 사람의 삶이랄까, 비극이랄까, 고통이랄까 하는 모든 것이 옮겨오잖아. 하물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억울하고 슬프고 손해보고 뭔가를 빼앗겨야 하는 이들이야. 이를테면 판사는 그때마다 눈을 맞게 되는 것이야. 습설濕雪의 삶이랄까. 하지만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39p)
고통은 그렇게 단련되기는커녕 어느 면에서는 더 예각화되었다. 노출되면 될수록 예민하게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워졌다. (40p)
사장은 바구니에 담긴 귤을 가리키며 공짜니까 가져가라고 했다. 귤들은 푸릇했고 점무늬가 있기도 했지만 싱싱해 보였다. ‘비닐봉지 제공 불가. 손에 쥘 수 있는 만큼만 욕심내기’라고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나는 누가 비닐봉지까지 달라고 하냐고 사장에게 물었다. 아주 양심이 불량하네, 하고. 맞장구를 칠 줄 알았는데 사장은 주방 쪽을 향해 “패마농 주문허카 말카?” 하더니 “네네”하고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들이 있고 그런 게 사람이죠.” (47p)
나중에도 도시 곳곳에 흔하게 놓여 있는 음료 자판기들은 내게 아주 복잡한 고통 같은 것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어느 때에는 그렇게 가족들이 어떤 곤경과 맞서보려고 했던 때가 대책 없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66~67p)
농담은 우리에게 일종의 양말 같은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의 보잘것없고 시시한 날들을 감추고 보온하는 포슬포슬한 것. 농담을 잘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면 하루가 활기차다고도 했다. (81p)
왜 뭔가를 잃어버리면 마음이 아파
왜 마음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아파
나는 일기장에 이런 말들을 쓰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100p)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메스를 든 의사와 같다’는 말이었다. 의사들에게 인체를 찢는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역시 타인의 삶을 찢고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자가 필연적으로 짊어지게 되는 무게와 끊임없이 유동하는 내면의 갈등과 번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110p)
사람들은 말이다. 맘이 있지? 그러면 절대적으로 반응이라는 것을 해. 그리고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늘 범위 안에 있어.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니? 콘택트, 연결, 접속이 항상 있어야지. (123p)
인터뷰를 하는 간호사가 복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부분은 복자인 듯했고 어느 부분은 복자가 전혀 아닌 듯했다. 불행의 표피가 너무 단단해서 말이 그 안을 드러낼 수 없을 듯한 부분은 복자의 것이면 안 될 것 같았고, 유채꽃처럼 예쁘잖아요 할 때는 당연히 고고리섬 풍경이 떠오르면서 복자일 듯했다. (130p)
“별은 불변이구나”라고 한 건 복자였고, 그 느리고 느린 인공위성이 만드는 작은 움직임이야말로 인간의 힘처럼 느껴진다고 말한 건 오세였다. 위대한 건축이란 인간이 위대하다는 가장 위대한 증거라는 어느 건축가 말을 반복해서 믿게 된다고. 저기 인공위성 역시 인간이 우주공간에 지은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자기는 그것이 조금씩 어둠을 밀며 움직일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139~140p)
복자의 엄마가 복자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어른이란 사실 자기 무게도 견디기가 어려워 곧잘 무너져내리고 마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1999년 내가 복자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복자는 그걸 잘 알고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그래서 씩씩하고 많이 웃고 더 진취적인 아이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속일 수 있기를 바라는 힘으로 어른이 되는 아이들이. (143p)
여름이 한창이었다. 생선 가게 주인이 한 팔을 내밀거나, 선풍기 바람이 비닐봉지들을 펄럭일 때마다 매대에 내려앉았던 파리떼가 와하하 일어났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생선을 토막 내고 오징어를 손질하는 주인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 파리떼가 그의 유일한 아우라 같았다고 고모는 적었다. 오직 그것만이 토막 난 생선처럼 종결되지도 않고 차양 아래 오징어처럼 다 물러지지도 않은 채 생이 계속된다고 증언하는 듯했다. 그 비린 것에 달라붙는 파리떼처럼 칼과 도마와 고무장갑에 내려앉았다가도 공기 중으로 와락 떠오르며 우리도 산다고, 우리가 이렇게 구차하고 끈질기게 기꺼이 산다고. (163p)
많은 기억들이 흔들리고 부유했다. 기억을 되살린다는 건 그렇게 한없이 풍성해지는 일인 듯했다. 통제를 벗어난 많은 것들이 나의 재단을 훼방하고 흐트러뜨려놓는 상태,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여름을 닮은 시간들이었다. (167p)
오세는 드론을 띄워서 찍은 고고리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바다 위에 그 작은 고고리섬이 떠 있는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연속해서 몰아치는 파도를 견뎌가며 섬은 마치 가지를 뻗듯 선착장과 부두를 만들고 꽃처럼 다채로운 지붕의 집들을 피우고 보리밭과 해바라기밭을 보듬으며 거기에 있었다. 해안의 거친 바위들, 섬의 유일한 공장인 보리 도정공장과 밭둑의 고인돌들까지, 그렇게 위에서 보니 모든 것이 한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드론이 점점 내려앉아 지붕의 시점이 되고 잠자리들의 시점이 되고 우리의 눈높이가 되고 갯강구들의 자리까지 내려와 착륙하면 슬픔이 먼지처럼 피어올랐다. (181p)
제주 속담에 ‘속상한 일이 있으면 친정에 가느니 바다로 간다’는 말이 있다. 복자네 할망에게 들었지.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 (189p)
선배는 실무관실에 연락해 일정을 조정한 다음, 예약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물론 법복을 가져가지는 않았다. 옷 안섶에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그 옷을 선배는 유독 아꼈으니까. 그걸 입고는 사무실 의자에도 앉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입는 사람에게도 그 옷의 권위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법정을 나와 일상으로 돌아오면 당연히 벗어서 그 권위가 일상의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스스로 삼가는 것. 자신을 롤 모델로 삼지 말라는 선배의 말과는 달리, 나는 그런 선배에게서 어떤 마음을 옮겨 받고 있었다. (201p)
“영초롱아, 저기 나무 보이니? 저게 새별오름에서 요즘 제일 유명한 ‘나 홀로 나무’다. 사람들이 그렇게 사진을 찍어 올린다더라, 오세가. 왕따 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나 홀로랑 왕따랑 느낌이 참 다르지? 어쩌면 그게 그거처럼도 느껴지고.”
“그래, 그게 그거 같다. 자의냐, 타의냐의 차이일 뿐.”
“근데 그러면 엄청난 차이 아니냐? 스스로 하는 것과 시켜서 하는 것.” (213p)
우리 할망이 물질을 오래해서 귀가 안 좋았잖아. 그래서 크게 크게 소리를 질러서 말할 수밖에 없었어. 그러다보면 마냥 우울하고 슬플 수가 없었어. 할망! 나! 슬! 펏! 저! 소리치고 나면 슬픔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듯하고 그냥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면 괜찮은 듯하고. (215p)
“그래, 세상이 그럴 수 있지. 세상이 그렇게 보이고 그렇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 그런데 영초롱아, 너가 보는 것이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늘 생각했으면 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에 불과하다고 네가 내게 멋진 말을 알려주지 않았니. 그렇다면 법을 통해 볼 수 있는 인간의 면면도 최소한에 불과한 거야. 회사는 자본이니까 너가 말한 대로 흘러갈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나란 사람도 그렇게 흘러간다고 너가 말할 수 있니? 주민들 중에 이참에 땅이고 집이고 다 비싸게 팔고 가버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섬을 지키기 위해 연륙교 착공을 힘 모아 저지한 일은 어떻게 설명할 거니? 몸 지지러 갔다가도 섬의 고넹이돌을 단번에 알아본 그 마음은 어떻게, 싹 무시하면 되는 일이니? 너는 최소한의 도덕을 다루지만 나에게는 너가 최선의 사람이라서 나는 늘 너가 좋았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도 들어. 어쩌면 한번 기울어진 채로 시작된 관계는 복구가 되지 않을지도.” (220p)
보낼 수 있다면 복자야, 나는 너에게도 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넘치도록, 자꾸 넘쳐서 네 머리맡에 그것이 고이도록, 그렇게 해서 너가 파도가 치나 아니면 태풍이 올 참인가 싶어서 잠결에 잠깐 눈을 뜨도록. 그러면 태풍이 올 리가 없으니 이 밤 아주 편안하게 자고 있던 흰둥이가 귀찮은 듯 네 방문을 잠깐 보고. (230p)
“그래, 실패는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면 뭐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이름을 붙인다고?”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사표를 낸 것과 너가 더 이상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를 하지 않는 것.”
영웅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한동안 생각하더니 “글쎄, 그런 건 인생을 더 깊이 용인한다는 자세 아닐까?”라고 결론 내렸다. 영웅의 그 말은 그 무렵 읽고 있던 볼테르의 책과 함께 내가 힘껏 잡고 놓지 않는 것이 되었다. (233p)
내가 놀라웠던 건 볼테르의 마지막 물음이었다. “이렇듯 가장 거룩한 신앙심도 지나치면 범죄를 낳는다. 해서 어떤 이들은 자비나 관용, 그리고 신앙의 자유란 사실상 기만이라고 냉소하지만, 그러나 진정으로 반문하건대 자비나 관용, 신앙의 자유 자체가 과연 그같은 재앙을 초래한 적이 있었던가?” (235p)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도 냉동고에 넣으면 얼마든지 다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던 현명한 나의 친구, 복자에게. (237p)
소설을 다 쓰고 난 지금, 소설의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 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242~2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