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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겨울빛

베네치아의 겨울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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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64g | 118*188*20mm
ISBN13 9791161110561
ISBN10 1161110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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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겨울은 추상적인 계절이다. 겨울은 색채가 칙칙하고 이탈리아에서조차 춥고 해가 짧다. 이런 조건들은 저녁 시간에 당신의 이목구비를 볼 때나 쓸모가 있을 전구보다 더 치열하게 바깥으로 눈이 향하게 만든다. 이 계절이 당신의 신경을 늘 가라앉히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 신경보다 당신의 본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저온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진짜’ 아름다움이다.
--- p.29

베네치아는 이방인이든 현지인이든 남들의 시선에 노출될 운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 p.35

나는 단순하게 물이 시간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약간은 이교도적으로 보이지만 훌쩍 물가로 떠난다. 되도록 바다나 대양이 가까운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롭게 만끽할, 새로운 시간 한 컵이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려고 한다. 벌거벗은 처녀가 조개를 타고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고대하는 모습은 구름 한 조각이나 자정의 해안가에 부딪히는 파도다.
--- p.54

우리가 만들어낸 것들은 우리의 고백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 p.71

이 안개의 시기는 독서의 시간이자, 온종일 전기를 켜두는 시간이자, 자기비하적 생각이나 커피에 관대해지는 시간이자, BBC 월드 서비스를 듣는 시간이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간단히 말해서 보이지 않게 된 도시에 의해 생겨난 자기 망각의 시간이다.
--- p.73

전지전능한 신처럼 우리도 자신의 상상대로 모든 것을 만든다. 더 믿을 만한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들어낸 것들은 우리의 고백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 p.75

대체로 사랑은 빛의 속도로 온다. 그리고 소리의 속도로 떠나간다. 빨랐던 속도가 느려지니까 우리의 눈에 물이 차오른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 도시를 떠날 때면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도시를 두고 떠나는 것은 영원히 떠나는 것이다. 왜냐면 떠남은 다른 감각의 지역으로 눈을 추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27

나는 베네치아를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은 새로운 피를 끌어와 이곳을 재생하고 싶은 충동만큼이나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피로 통하는 것은 언제나 끝에 가서는 평범한 오래된 오줌이다. 게다가 이 도시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으로, 우리 인간이 만들어 낸 최대의 걸작이기에 박물관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조각상은 말할 것도 없이 회화를 되살리지 마라. 그들을 그대로 두고 기물파괴자들-그 무리에 당신이 포함될지도 모른다-로부터 그것들을 보호하라.
--- p.134

사랑은 자아가 없는 감정이고 일방통행로이다. 그래서 도시나 건축 그 자체를, 음악이나 죽은 시인들을, 또는 특별한 기질이 있는 경우 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반영과 그 반영의 대상 사이의 연애이기 때문이다. 이 반영이 결국 당신을 이 도시로 향하게 한다. 조류가 아드리아해를 몰고 오고, 더 나아가 대서양과 발트해를 몰고 오듯이.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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