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집에 사실 분이 다시 오시게 되어서요. '황태자의 숙소'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래? 난 옛날부터 '월계수 저택'이라고 불려온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에요. 그 이름은 이번이 처음인걸요. 이 부근에서는 집 이름이 꽤 자주 변하더군요. 사람이란 집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기 좋아하나 보지요?''
''정말 그래''하고 터펜스가 말했다. ''우리들도 한두 가지 새 이름을 생각해 보았지. 그런데 비어트리스에게서 들었는데, 아가씨는 전에 이 마을에 살았던 메어리 조던이라는 사람을 안다고?''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는 들었어요. 전쟁 무렵의 일입니다. 아니, 지난 번 전쟁 말고요. 훨씬 전의, 체펠린 비행선이 날아왔을 때의 전쟁 말입니다. 1915년 이었던가 16년이었던가 - 런던을 공습했다더군요.''
''어느날 작은 할머니와 함께 육해군의 매점에 있을 때 공습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는데 말이지.''
''밤에 날아오는 때도 있었다지요? 꽤 무서웠겠군요.''
--- p.54
'아닙니다. 집에 대해서가 아니에요. 네, 사실은 사람에 대해서지요. 물론, 그-세상 체면으로는 좋지 않은 이야기지요. 어떤 의미로는 말이에요-제 1차 대전 중의 일이었답니다. 아무도 곧이 듣지 않았지요. 우리 할머니가 가끔 이야기해 주곤 했는데 무슨 해군의 기밀이라나- 신형잠수함과 관계가 있는 일이라나 하는 이야기예요. 파킨슨 집안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던 아가씨가 있었는데, 그 아가씨가 문제에 말려들었다나봐요'
'그 아가씨라는 사람이 메어리 조던인가요?'
'네 맞아요 뒤에 가서야 그것은 본명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 나오긴 했지만요. 꽤 오래 전부터 그 아가씨를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어요. 알렉산더라는 남자아이이지요. 좋은 아이였어요. 머리도 좋고'
--- p.53
'방금 커피를 올려다 드렸습니다.'갑자기 모습을 나타낸 엘버트가 말했다. '그리고 멀린스 양에게도 컵을 가져다 드렸습니다. 원예에 대한 책을 마님께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그래?'하고 토미가 말했다. '그렇군. 그래, 만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잇군. 하니발은 어디 있지?'
'욕실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문고리는 제대로 걸어두었겠지? 녀석은 갇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
'네, 분부대로 해두었습니다.'
토미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바로 뒤에서 크리스핀도 따라갔다. 토미는 침실 문을 가볍게 두드린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 안에서 다시 하니발이 사생결단으로 문을 보고 짖어대며 덤벼들었다. 그 바람에 문고리가 벗겨지자 하니발은 침실로 뛰어들었다. 크리스핀을 흘끗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서 맹렬한 기세로 으르렁거리며 멀린스 양에게 달려들었다.
---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