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광고는 1949년에 시작되었다. 바니싱크림, 스페시알크림,콜드크림 등이 각각 개별 광고로 선을 보였는데, 광고의 레이아웃과 보더라인(border line) 등에서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해 이른바 시리즈광고 제작 기법을 채택하였다. 카피 중에는 해방 후에도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에 구매욕구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 실려 있는데, “동보화장품은 일본제보담 절대 우수하오니 시험하야 보시오. 좋지 못하면 매상하신 상점에 반환하시오. 책임지고 받겠습니다”라는 부분이다.
또한 이들 제품을 한데 모아 종합 광고도 게재하였다. “동보화장품, 세계에 자랑! 외국품이면 덮어놓고 좋다는 우리의 폐습을 일소합시다”라는 카피와 각 제품의 특징을 적어 놓았는데 그 형태가 마치 오늘날 브랜드 슬로건과 흡사하다. “미발(美髮)은 여성의 생명, 동보향유”, “바를수록 피부가 하여지고 영양이 된다, 동보바니싱크림”, “외국품을 경시할 존재, 동보스페시알크림”, “일적(一滴)의 향기가 수일발산(數日發散), 동보향수” 등이 그것인데, 제품마다의 정체성이나 우수성을 핵심 내용으로 삼아 설득력 있게 구성하였다. 그밖에도 “전국 유명 화장품 약방에 있음. 화신, 동화백화점에서 특설 판매중”이라는 구매 정보까지 넣어 광고의 목적과 기능을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산 화장품의 이러한 자부심은 잠시 침체국면으로 접어든다. ---「태동기: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중 ‘한국전쟁과 아메리칸드림, 그리고 포마드」중에서
“내 피부가 원하는 아름다운 가치”, “시선을 사로잡는 매혹의 컬러”라는 카피는 앞서 살펴본 1981년 “고운 피부 환한 얼굴에 시선이 머문다”라는 광고의 카피와 대조적이다. 1981년 광고에서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시선이 머무는 대상이었다면, 2002년 광고에서 여성의 외모와 신체는 시선을 ‘사로잡고’, 아름다움을 ‘원하는’ 유혹과 욕망의 주체로 표현된다. 즉, 여성이 적극적인 성화의 주체로 목소리를 가지고 등장하게 된 것이다.더욱이 미디어와 포스트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주장하듯, 1990년대 중반 이후 광고에서 여성의 몸은 이전 시기보다 한층 더 여성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전 시기 광고에서 여성성의 주요 측면으로 남성의 보조자로서 요구되는 사랑스러움, 조신함, 배려, 의존성 등이 섹슈얼함과 함께 다루어진 반면, 1990년대 중반 이후광고에서는 여성의 섹슈얼한 신체가 여성성을 구성하는 중심으로 등장한다. 즉, 여성의 몸, 특히 섹슈얼한 여성의 몸이 여성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자 여성 파워의 근원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다(Gill,2007). 여성의 신체가 정체성의 근원이 되면서, 여성의 몸은 이제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 자신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평가, 감시, 해부되는 대상이 된다.
---「"아름다움과 젠더” 중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의 욕망으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