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은 병에 걸린 후 치료하는 것을 넘어, 병을 예방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까지 담고 있는데요. 이는 서양보다 먼저 예방의학에 눈떴음을 의미합니다. 모든 병을 백신 예방 접종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검사 기술도 발달했지만, 눈에 보이기 이전 단계의 병까지 모두 다 찾아내지는 못합니다. 《동의보감》 에서는 단순히 수명만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자연의 변화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최근 트렌드인 웰빙(wellbeing)과도 맞닿아 있죠.
--- p.18
한의학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검증된 의학임에도 여전히 숱한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오해는 일제가 서양의학 중심으로 의학을 재편하고 의도적으로 한의학을 밀어내면서 비롯된 부분이 많은데요.
--- p.22
한의학에서는 ‘어느 한쪽이 무너져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가 깨진 상태’를 질병으로 봅니다. 그럼 질병을 치료하려면 기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면 되겠지요? 그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침입니다. 침은 기혈이 잘 순환하지 못하고 한곳에 정체되어 있을 경우 이를 소통시켜 줌으로써 인체가 스스로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 p.26
요즘은 다이어트에도 부항을 응용합니다. 살이 찌면 아무래도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고 그 결과 순환이 특히 안 되는 부분에 더욱 살이 찌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팔이나 어깨
혹은 허벅지, 종아리 등 특정 부분에 살이 자꾸 붙는다면 부항 다이어트를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p.56
타고난 기 자체가 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침을 놓으면 힘이 부족해 경락이 조금밖에 뚫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약침을 놓으면 타고난 기에 약의 효과가 더해져 힘이 훨씬 강해집니다. 이것이 약침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 p.62
왜 유독 한약이 간에 나쁘다는 인식이 생긴 걸까요? 한약이라고는 부르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이 큰 이유입니다. “뭘 드셨길래 간 수치가 올라갔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한약이요”라고 대답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실상 자세히 들어 보면 한약이 아닌 겁니다. “인진쑥이 간에 좋다고 해서 약재시장에서 구해서 먹었어요”, “가시오가피가 관절에 좋다고 해서 마트에서 사 먹었는데…” 등등을 모두 한약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는 것이죠.
--- p.86
사실 서양의학에서는 예방의학 분야도 최근에 생겼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은 생기고 난 후 고치는 것이지,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반면 한의학은 예방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서양의학은 이런 한의학만의 장점을 오랫동안 평가절하해 왔습니다. 예방은 의학의 영역이 아니라면서요.
--- p.93
요즘은 삼계탕에 넣는 약재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요, 이때의 한약재들 역시 일반식품으로 유통된 겁니다. 안전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거지요. 식품용 한약재는 의약품용 한약재에 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검사를 거치지 않고, 유통되고 판매되니까요.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애용하는 홍삼도 그중 하나고요.
--- p.103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험 한약은 주로 가루약 형태였는데 요즘은 짜 먹는 연조제 형태도 있어 먹기가 더 수월해졌습니다. 약 종류도 꽤 많아졌고요. 소화제, 감기약 외에도 몸을 보해 주는 팔물탕, 자음강화탕 등 다양한 효능과 효과가 있는 약들이 있습니다.
--- p.113
사상의학의 특징 중 하나는 사람의 마음과 체질이 깊이 관련 있다고 본다는 건데요. 즉 정신과 육체의 관계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체질마다 타고난 성격과 감수성, 욕심이 다르고 이러한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감정을 잘 다스릴 때 건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p.126
자궁 하수나 방광 탈출을 비롯해 위 하수, 탈항 등 내장이 아래로 처지거나 빠지는 증상에는 혈을 보해 주는 약보다 기를 올려 주는 처방이 활용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입니다. 기력이 있으면 장기들이 밑으로 처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특히 비장의 기운이 중요합니다.
--- p.153
난소와 자궁 건강을 위해서 평상시에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여성 생식기인 난소, 자궁이 위치한 곳이 하복부이지요. 특히 아랫배 주변의 기혈이 잘 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노폐물이 생기기 쉬우니까요. 어혈은 생리통, 자궁근종, 암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식기 주변의 기혈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복부를 조이는 보정속옷 등을 너무 자주 입지 않는 것이 좋고, 속옷도 되도록 면 같은 천연섬유로 된 것을 입으시길 권합니다.
--- p.184
사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정기를 보태 주기 위해 부족한 신음 혹은 신양을 더해 주는 것은 정기가 허한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이야말로 한의학만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픈 곳을 고치려고 공격적인 치료만 한다면 체력이 약한 사람은 버티지 못할 수 있습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 p.256
비장은 소화뿐 아니라 사람의 전체 건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책임지는 중요한 장부라 할 수 있는데요. 밥맛이 없는 아이, 잘 먹는 것 같은데도 기운이 없는 아이, 팔다리에 힘이 없고 자꾸 눕고 싶어 하는 아이라면 비장이 약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세요.
--- p.299
감기에 걸린다는 건 지금 어떤 특정한 질환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후에 약해질 가능성이 있는 부위를 알아낼 기회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고 몸이 허약해졌을 때 말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감기에 걸리면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계 질환이 자주 나타났다면 폐와 기관지 건강을 미리미리 신경 써서 관리할 수 있겠지요.
--- p.304
“이병동치, 동병이치”는 언뜻 비과학적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소화기 문제에 비위의 기운을 보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비위와 생식기 · 비뇨기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납득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학이 보지 못한 부분을 보고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한의학에는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입니다. 절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처럼 근거와 기준 없이 마음대로 갖다 붙이는 주먹구구식 치료를 하지는 않습니다.
--- p.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