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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이면 항쟁이다

탄압이면 항쟁이다

: 제주 4·3항쟁의 오래된 오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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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1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55222379
ISBN10 1155222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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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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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은 민정이 들고 오는 음식을 보고 상념에 잠겼다. 피죽도 못 먹던 그때에는 그저 한 끼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아침저녁 굴뚝에 연기가 오른 집은 그나마 있는 집이었다. 아이들은 먹을 게 없어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한라산으로 올랐다. 아카시아꽃, 쑥, 칡뿌리, 진달래꽃은 허기진 배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었다.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배고픔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친일했던 인간들은 삼시 세끼마다 윤기가 자르르한 흰 쌀밥이 밥상에 올랐다. 그 가난했던 시절, 승진은 아이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착한 사람들이 하루에 한 끼도 먹지 못하고, 주린 배를 움켜쥐는데도 말이다.
그런 세상은 올바른 세상이 아니었다. 부당함에 불의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어 항쟁의 횃불을 들었다. 그 횃불은 삽시간에 제주도 전역으로 활활 타올랐다.
--- p.90

화면에 노인들이 서청의 무참한 학살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여성들도 치를 떨며 서청이 저지른 악행을 말한다. 해설자는 제주4·3항쟁에 아픈 역사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이야기한다. 증언했던 사람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할머니의 웃는 모습이 오랫동안 화면에서 머무르고 처음 흘렀던 남자의 노래가 굴방을 가득 채운다.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죽은 어미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아이를 그린 그림이 화면을 채우고, 눈 덮인 한라산이, 바람에 흔들리는 유채꽃이, 제주도 앞바다 파도가 일렁이면서 화면이 점점 어두워진다. 엔딩 크레딧이 위로 올라가고 “감독 정민전”을 끝으로 “악몽(惡夢)”이란 큰 글자가 화면에서 움직이지 않고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 p.226

“세 사람이 우리를 초대한 것은 우리 때보다 더 치열하게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의 앞날을 걱정해서라고 생각되어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문제는 자기가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제주4·3항쟁의 진실도, 자주통일국가 건설도 결과적으로 우리의 문제이니,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줬으면 합니다. 내가 오랫동안 군에 있었던 선배로서 국군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국군이 군의 위엄이나 조직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결코 역사를 배반하거나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국가가 아니라 권력자에게 충성하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반문해야 합니다. 국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이것은 국군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 조직에 임하는 사람에게 해당합니다. 정치적 도구가 아닌 국가 주축으로서 군인이 되어주기를 소망합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어주십시오. 그것이 군인의 명예입니다. 마지막으로 초청해준 세 분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면서, 역사로서 제주4·3항쟁이 제대로 규명되기를 소망합니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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