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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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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24g | 115*188*15mm
ISBN13 9791196645465
ISBN10 119664546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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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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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만 영화. 읽다 만 소설. 풀다 만 문제. 가다 만 숱한 길들과 맺다 만 우리의 이야기. 멈춰 선 시간 속 사라진 기억의 조각은 우리, 그냥 그대로 두고서 언젠가 서로에게 조금 더 단단해질 때 새로운 조각을 가지고 만나자.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색과 형태로 다시 새로운 노래를 시작하자.
--- p.22, 「하다 만」 중에서

당신과 내가 사는 삶은 종이 위에 있지 않아서 모든 선과 면이 선명할 수는 없다. 선명해질 때 흐려지는 것, 흐려져야만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저편의 당신이 선명하려면 이편의 나는 반드시 흐려져야 한다. 망각은 선명하지 못한 것들이 밟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 p.36, 「망각」 중에서

넘겨진 이름들을 쥐고 달리느라 내 이름을 놓쳐버렸다는 사실을 몰랐다. 돌아갈 자리를 잃고 의미 없는 롤 플레이가 반복되는 지금에서야 나는 마주했다. 누군가를 닮아가면서 닳아져 버린 내 모습을.
--- p.55, 「이름」 중에서

창문을 닫아도 계절은 오고 늦은 새벽에서야 잠에 들어도 눈 부신 햇살은 언제나 이르게 찾아온다.거르는 법도 거스르는 법도 없이 찾아오는 섭리가 멈춰 있는 당신을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기다려주는 품처럼 다정히 다가올 것이다. 계절은 다시 낮밤은 여전히 오고야 만다고.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 p.59, 「섭리」 중에서

내 접시 위에 놓인 메마른 음식이 당신 의 기름진 식사를 위해서 희생된 것이 아니라면, 단출한 식사를 하고 있는 내 곁에 자리를 잡은 당신이 성대한 만찬을 즐긴다 하여도 내게는 당신께 항의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식사를 할 뿐이다.
--- p.126, 「각자의 식사」 중에서

일발의 총성 소리와 함께 나란한 출발선에서 시작되는 경주가 아닌 산책하듯이 시작한 혼자만의 마라톤에는 느린 것도 빠른 것도 없다. 앞서가는 뒷모습을 바짝 추격해야 할 의무도, 새로운 기록을 경신해야 하는 목적도 없이 그저 제 속도로 나아갈 뿐이다.
--- p.194, 「나만의 산책길」 중에서

멀미나는 길 위에서 98과 100은 다르다는 사실을 배웠다. 거의 다 왔다는 것과 온전히 다 온 것은 결코 같은 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마침내 채워지지 않는다 하여도 남겨진 2를 찾아가는 여정의 가치를 더는 의심하지 않는다. 어느 길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해서, 무수한 갈래길을 헤매며 비로소 완성되기도 한다. 미완으로만 보이는 내 삶의 진행형을 지금 당장은 아무도 몰라도 괜찮다. 머지않은 날에 나,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며 옅은 웃음으로 당신들께 전할 날이 올 테니까.
--- p.207, 「당겨내는 시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성숙이란 당시에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이 있는 순수, 가랑비의 글이 그렇다. 더 부족해 보이려고도 더 가득차 보이려고도 하지 않고 굳건해 보이려고 하지 않고 나약한 심성에 화장을 덧칠하지 않는다. [섭리]라는 페이지에 담긴 그녀의 고백처럼 단상집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속 가장 성숙한 모습으로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가랑비의 진심이 당신에게 참된 위로를 전해줄 것이라 믿는다. 제주의 외로운 서점 한 귀퉁이에서 내가 받았던 그 따스한 위로처럼 말이다.
- 카이 (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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