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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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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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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9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1966778
ISBN10 897196677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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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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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잎싹은 날개를 퍼덕거려 보았다. 그 동안 왜 한 번도 나는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어린 초록머리도 저 혼자 서툴게 시작했는데.
'아, 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 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빈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잎싹은 지독하게 외로웠다.
--- p.189
족제비가 다가가는 줄도 모르고 초록머리는 넋을 놓고 있었다. 잎싹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려, 나는 어미야!'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잎싹은 숨을 들이마시고 벼락같이 달려나갔다.
'꼭꼬댁 꼭꼭꼭! 저리 꺼져라!'
날개를 퍼덕이며 아우성치자 족제비가 홱 돌아보았다. 순간 초록머리도 놀라서 날개를 퍼덕이며 비명을 질렀다. 족제비는 당황했는지 잎싹과 초록머리를 번갈아 보았다. 전보다 훨씬 크고 날렵해 보였지만 잎싹은 물러설 수가 없었다.
겁먹은 초록머리는 계속 날갯짓을 해 댔다. 잎싹은 발톱에 힘을 주고 털을 몽땅 곤두세웠다. 족제비와 눈이 마주쳤다.
'꼭꼬댁 꼭꼭꼭, 가만 두지 않겠어!'
잎싹은 죽을 각오로 말했다. 족제비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잎싹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방해하지 마!'
소름끼치는 말소리였다. 족제비는 오로지 초록머리를 탐내고 있었다. 그래서 잎싹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잎싹은 눈을 부릅떴다.
'그애를 놔 둬!'
그러자 족제비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잎싹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마구 뛰어서 터져 버릴 것 같았고, 분노가 치속아 족제비의 눈초리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족제비가 눈길을 돌리려는 순간, 잎싹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마치 불길 속으로 달려드는 나방처럼 그리고 앙칼지게 쪼았다.
'캬악!'
족제비가 비명을 지르며 초록머리 쪽으로 튀었다. 부리를 단단히 죈 잎싹은 무작정 끌려갔다.
--- pp.129~130
'자, 나를 잡아먹어라. 그래서 네 아기들 배를 채워라.'

잎싹은 눈을 감았다. 순간 목이 콱 조였다. 무척 아플 줄 알았는데 오히려 뼈마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를 물었구나, 드디어......'

눈앞이 캄캄했다. 언젠가 들판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뽀얀 오리의 비명 소리를 들었을 때였던가. 눈앞이 캄캄하더니 아주 서서히 붉은 빛이 느껴졌었다. 바로 지금도 그 때처럼 눈앞이 온통 붉었다.

눈앞이 차츰 밝아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보였다. 정신도 말끔하고 모든 게 아주 가붓했다. 그러더니 깃털처럼 몸이 떠오르는 게 아닌가! 크고 아름다운 날개로 바람을 가르며 잎싹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랬다. 모든 것이 아래에 있었다. 저수지와 눈보라 속의 들판, 그리고 족제비가 보였다. 비쩍 말라서 축 늘어진 암탉을 무고 사냥꾼 족제비가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 p.190-191
따뜻한 바람이 불어 왔다. 저수지에 얼음이 녹자 청둥오리들이 활기차게 헤엄쳐 다녔다. 잎싹은 저수지 가장자리를 거닐었다. 좀더 가까운 곳에서 초록머리를 보고 싶어서였다. 집오리들도 모처럼 나들이를 나왔다. 겨우내 헤엄을 치지 못한 오리들이 물을 보자마자 앞을 다투어 뛰어들었다. 잎싹을 본 우두머리가 점잖게 인사를 건넸다. '겨울 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군. 너무 말랐어. 쯧쯧.' 잎삭은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헛간에서 피둥피둥 살만 찐 오리들이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너그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왠지 좋아 보이는 걸. 내 말은, 모양새는 뭐 그저 그런데,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지 우두머리가 날개를 으쓱했다. '헛간의 암탉과는 다른 것 같아. 훨씬 당당해진 것 같고, 우아하고. 참 이상도 하지. 깃털이 숭숭 빠졌는데도 그렇게 보이다니!' 그 말은 칭찬처럼 들렸다. 우두머리가 물에 들어가려고 깃털을 매만지다 물었다. '그 애는? 안 보이는데 혹시......' 혹시 죽은 건 아니냐고 묻는 거였다. 잎싹은 때마침 힘차게 날아오르는 초록머리를 가리켰다. 우두머기가 놀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초록머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잎싹을 향해 고개를 조금 숙여 존경을 표시했다.
--- pp.176-177
'나에겐 소망이 하나 있었어.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거야. 닭장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엇지. 그래서 더이상 알을 낳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영원히 그럴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잎싹아, 너는 훌륭한 어미닭이야.'

'아냐, 그런 말을 듣자는 게 아냐.'

'그래도 말하고 싶어. 나는 날지 못하게 된 야생 오리고, 너는 보기 드문 암탉이야.'

'그래. 그렇다고 해도...'

'그러면 된 거야. 우리는 다르게 생겨서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어. 나는 너를 존경해.'

입싹은 갑자기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가끔 청둥오리는 정말이지 알 수가 없는 친구였다.

'이해하지 못해도? 어덯게 그럴 수가 있어?'

'넌 잎사귀처럼 훌륭한 어미닭이라는 걸 내가 아니까.'

잎싹은 입을 다물었다. 왠지 이제는 알에 대해서 고백한다는게 그다지 중요한 일 같지 않았다.
--- p.81
"모두 알다시피 문제가 복잡해. 암탉이 오리알을 깠어. 그리고 마당에 살려고 찾아왔어. 나는 헛간의 우두머리로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그 전에 오리 의견도 들을 생각이야. 닭과 오리에 대한 문제니까. 꼴볼견 암탉을 어떻게 하지? 저 조무래기는 또 어떻게 하지?"

수탉이 경멸하는 눈초리로 잎싹을 노려보았다.

"헛간에 암탉은 나 하나로 충분해. 게다가 아기가 여섯이나 태어나서 헛간이 비좁단 말이야. 아기들을 가르칠 일도 걱정이야. '어째서 쟤는 암탉한테 괙괙거리며 엄마라고 하지?', '어째서 쟤는 우리와 달라?' 하고 쉬지 않고 물을 게 뻔해. 어떤 아기는 삐악거리지 않고 괙괙 소리를 흉내낼지도 몰라. 나는 무질서한 상태에서 아기를 키울 수가 없어. 그러니 꼴불견 암탉과 아기 오리를 내보내는 게 좋겠어."

암탉이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질서가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잎싹은 날개 밑에서 나오려고 꼼직락거리는 아기를 힘주어 안았다. 마당 식구들이 아기를 보면 더욱 화를 낼지도 모르니까.
--- p.97
"모두 알다시피 문제가 복잡해. 암탉이 오리알을 깠어. 그리고 마당에 살려고 찾아왔어. 나는 헛간의 우두머리로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그 전에 오리 의견도 들을 생각이야. 닭과 오리에 대한 문제니까. 꼴볼견 암탉을 어떻게 하지? 저 조무래기는 또 어떻게 하지?"

수탉이 경멸하는 눈초리로 잎싹을 노려보았다.

"헛간에 암탉은 나 하나로 충분해. 게다가 아기가 여섯이나 태어나서 헛간이 비좁단 말이야. 아기들을 가르칠 일도 걱정이야. '어째서 쟤는 암탉한테 괙괙거리며 엄마라고 하지?', '어째서 쟤는 우리와 달라?' 하고 쉬지 않고 물을 게 뻔해. 어떤 아기는 삐악거리지 않고 괙괙 소리를 흉내낼지도 몰라. 나는 무질서한 상태에서 아기를 키울 수가 없어. 그러니 꼴불견 암탉과 아기 오리를 내보내는 게 좋겠어."

암탉이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질서가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잎싹은 날개 밑에서 나오려고 꼼직락거리는 아기를 힘주어 안았다. 마당 식구들이 아기를 보면 더욱 화를 낼지도 모르니까.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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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장 속에서 알만 낳도록 키워진 암탉 잎싹은 늘 자유를 그리워한다. 가냘프고 온전한 알도 못 낳는 잎싹은 폐계가 되어 버려지지만, 죽지 않고 청둥오리 알을 품어 엄마가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단단한 이야기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문장이 돋보인다.

--- 어린이도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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