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10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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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6쪽 | 262g | 122*190*12mm |
ISBN13 | 9791189932824 |
ISBN10 | 1189932822 |
출간일 | 2020년 10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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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6쪽 | 262g | 122*190*12mm |
ISBN13 | 9791189932824 |
ISBN10 | 1189932822 |
서로를 찌르기도 핥기도 하는 관계들 그래도 우리는 마치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황예지는 가족사진과 초상사진 작업을 통해 위로를 전하려는 젊은 사진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모두 사진을 전공했고, 엄마와 언니의 모습을 찍은 졸업 전시 [절기]로 큰 주목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10년 전에 집을 나간 엄마, 그 빈자리를 채운 언니를 찍는 과정을 통해, 이미 부서졌고 엉성하게 이어 붙여진 관계와 화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랑과 증오, 연민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이들과 침묵으로 대치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었고, 그것은 그다음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은 그런 시간을 지나온 황예지의 에세이로, 가족을 중심으로 한 관계에 대한 서사를 정면으로 직시하며 아픔의 근원을 선명하게 담아낸 책이다. 초상사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핵심 주제가 된 가족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은 사진과 더불어 글에도 촘촘히 드러난다. 이 책에 담긴 22편의 글은 나를 슬프고 아프게 만드는 관계들로부터 바로 서려는 용기의 발로다. 황예지는 가장 사랑하면서도 가장 증오했던 존재들을 렌즈를 통해 똑바로 보고 그 찰나를 스친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말하는 대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아픔의 근원을 발견하고자 집중했던 시간들을 쌓으면서, 그럼에도 다정한 세계를 향하고자 한다. |
처음에 부르는 이름들 4 마고 11 피의 구간 17 최초의 사랑 20 언니라는 처지 30 몸이라는 대명사 35 아메리칸 드림 42 산책 53 뭍 57 줄연기 65 섬망 72 장례식장 83 철창 85 현성이 93 몬순 101 광물 수집가 109 노인 116 잘못 121 찬란한 127 우리는 숲으로 가요 134 친애하는 당신에게 142 책 속의 전시 병과 악과 귀 145 |
일상의 이야기를 너무 건조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어 보기 위하여 다양한 형식의 수필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은 가족사진과 초상사진 작업을 통해 위로를 전하려는 젊은 사진작가 황예지의 수필집입니다. 사진작가라는 특정한 분야와 젊은이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읽기를 기대했습니다.
수집과 기록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진을 시작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뜻 모를 편지 한 장 달랑 남겨놓고 집을 나간 어머니가 10년 만에 돌아올 때까지는 사랑하지만 아픔이었던 가족들을 찍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온 뒤부터 가족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진을 통하여 아픔을 직시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입니다. 가족들에 얽힌 이야기들 사이에는 가족들의 모습을 비롯하여 이야기와 관련된 장면을 담은 사진이 곁들여졌습니다.
가족들의 모습이라고 해서 예쁜 모습이 아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이 담겨있어, 읽어가다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역시 작가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원고를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전후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나타나면 읽는 흐름이 흩어지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은 아빠의 얼굴로 빼곡하다(13쪽)’는 부분에서 ‘빼곡하다’라는 단어를 끌어온 이유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빼곡하다’라는 형용사는 ‘사람이나 물건이 어떤 공간에 빈틈없이 꽉 찬 상태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식의 얼굴이 필자의 얼굴에 아빠의 얼굴이 빈틈없이 꽉 차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의 모습이 아빠의 얼굴 그대로 닮았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빼다 박았다’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또한 ‘땅에 박혀 있는 물건을 빼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박았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빼닮다’ 혹은 ‘빼쏘다’라는 우리말을 쓰면 좋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아이를 가졌을 때 누군가를 깊게 미워하면 그 얼굴을 닮는다’라고 했다는 엄마의 말에 이어진 생각입니다. 흔히 자식들의 모습이 부모의 모습을 빼닮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엄마의 얼굴을 닮는 자식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아이의 엄마는 임신했을 때 자신을 깊게 미워한 것일까요?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샐쭉 튀어나왔다는 대목도 ‘샐쭉’이라는 단어가 ‘어떤 감정의 표현으로서 입이나 눈을 한쪽으로 샐긋하고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제자리가 아닐 듯싶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친구와 부하직원의 배신으로 망했을 때도, ‘우리 집은 한순간에 풀썩 주저앉았다’라는 표현보다는 ‘우리 집은 한순간에 폭삭 망했다’라고 보통 말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뭔가 다른 느낌을 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사업실패에 이어 미국 이민, 어머니의 가출, 아버지의 수감생활, 아버지의 교통사고 등등 작가의 가족들이 겪어내야 했던 신산한 삶의 궤적들은 연대기를 꿰맞출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적당히 감추고, 포장하고 싶을 수도 있었겠지만,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적으면서 이를 극복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작가의 생각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후기를 대신하여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 전하는 ‘친애하는 당신에게’라는 글을 말미에 달았습니다. 그 끝을 보면, “이제는 슬픔을 곁에 두고자 합니다. 그 또한 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켰던, 끝내 들리고 싶은 모습을 이 책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저의 시간을 드릴게요. 이 책을 덮으면 당신의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에요. 아린 마음과 함께 우리가 다정한 세계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런 작가의 마음과 달리 독후감을 그리 다정하게 쓰지 못해서 송구합니다.
꽤 오래전부터 작가님 사진을 봐왔어요. 인스타그램에 간간히 적으시는 글들이 너무 좋고 마음에 오래 남아서 여러번 읽기도 했고 작가님이 꼭 책을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책을 내실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내주셔서 바로 구매했어요.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 반복하면서 금방 다 읽었네요. 페이지 수가 줄어가는게 아까워서요. 작가님 사진도 책도 너무 너무 좋아요. 또 다음 책을 내주실거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작가님의 사진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좋아하실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주말에 한번 더 읽어야겠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가장 친한친구가 되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