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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 견디는 힘에 관하여 정신과 의사가 깨달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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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22g | 135*205*14mm
ISBN13 9791197024139
ISBN10 119702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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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었고 우리는 평생 그 이야기를 들으며 살 운명이었다. 답은 간단하다. 글은 항상 내러티브가 관건이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한데 의술도 마찬가지다. 의술의 중심은 인간이고 인간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다.
--- p.27

사람은 응급실 바닥이나 수술에서만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병동의 조용한 구석에서도 살릴 수 있었다. 마당에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남들은 모두 떠난 텔레비전 시청실 소파 위에서, 살아온 과거 속에 숨겨져 있는 어떤 것을 포착함으로써 살릴 수도 있었다.
--- p.33

이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하는 말에는 저마다의 무게가 있고 이 사람에게는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감당 못할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인간은 각자 다른 저울로 말의 무게를 잰다.
--- p.39

아무 소용없었다. 울부짖음은 그칠 줄 몰랐다. 나는 그런 울부짖음을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 야수 같고 절박하며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곳에서 비집고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아무리 훈련과 지식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도 줄 수 없는 해방이 필요한 사람의 마지막 절규였다. 절대 지울 수 없는 기억이다. 나는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스탠드 불빛을 맞으며 앉아 있는 동안 그 소리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 p.125

환자에게 자신감을 되찾아주고 인생을 살 만한 수준으로 복구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사람들. 나는 워낙 순식간에 휙 하고 지나가 못 보고 지나치기 십상인 소소한 연민의 순간을 얼마나 자주 목격했는지 모른다. 병동이나 휴게실에서 그 순간을 직접 목격하면 숨이 막혔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생면부지의 인간에게 어떤 친절을 베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런 식의 친절은 유니폼이나 청진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자세이고, 정신과에서 나는 기본자세가 가장 잘 갖추어진 사례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 p.180

의사들은 불행과 고통을 맞닥뜨렸을 때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설정이 된 기계처럼 무감각하게, 아무 감정 없이 행동하도록 요구될 때가 많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식의 감정적인 반응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의사들은 인명에 대한 감정과 반응을 흡수하고, 그것을 쓰고 있는 껍데기 밖으로 멀찌감치 떨쳐버려야 한다. 그래야 모두를 위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는 그것이 거의 의무로 여겨진다.
--- p.214

선택권을 지키는 것은 의학계 안팎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지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정신과일지 모른다. 이곳에서는 선택권을 아주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 잃어버렸던 선택권을 마침내 되찾을 때 삶이 회복되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보람과 희열을 느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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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하나!
- 케이트 모스 Kate Mosse
우리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단절과 고립 속에 병원을 찾는 이들은 더 깊은 마음의 병을 호소하고 있다. 위기는 이렇듯 느닷없이, 또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책에서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의사이기 이전에 공감과 연민이 담긴 인간의 아픔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환자에게 자신의 삶의 선택권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신의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스포츠 경기에 출전 자격이 안 되지만, 특별히 출전을 허락받는 경우를 와일드카드라고 하는데 뒤늦게 의사의 길로 들어선 저자는 자신을 와일드카드라고 부르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가 진료를 하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어서 같은 일을 하는 의사로서 공감하는 한편,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지금 이 순간, 정신질환과 심리적인 고통으로 깊은 어둠의 터널에서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 그 누구보다 용감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책이다.
-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0만 구독 유튜브, 닥터 프렌즈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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