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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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214g | 112*184*17mm |
ISBN13 | 9791186274637 |
ISBN10 | 1186274638 |
발행일 | 2020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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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214g | 112*184*17mm |
ISBN13 | 9791186274637 |
ISBN10 | 1186274638 |
프롤로그 1. 봉황대 신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큰 무덤을 만들었나 봉황대 주변 4개 고분에는 왜 봉분이 없나 2. 국립경주박물관 경주라는 도시를 이해하기 가장 쉬운 방법 국립경주박물관에 들어서다 박물관 속 고분 이야기 금관을 만나다 옥외 전시장에서 원효대사를 만나다 3. 태종무열왕릉 태종무열왕보다 김춘추가 더 익숙한 이유 고분의 주인공은 누구 각간묘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추사 김정희와 태종무열왕릉 서악서원 4. 황룡사와 분황사 신라삼보 중 2개가 황룡사에 국가 사찰은 이 정도는 되어야 장육존불을 만나다 분황사에 남아 있는 전설 5. 경주의 야경 경주역 앞 오래된 탑에게 인사를 하고 야간 경주 구경과 첨성대 계림을 지나 반월성으로 동궁과 월지에서 문무왕과 김인문을 생각하다 6. 문무대왕릉 나만의 특급 호텔에서 쉬어가볼까 보문관광단지 골굴사를 지나며 문무왕을 떠올리다 문무대왕릉과 숨겨진 이야기 이견대에서 본 문무대왕릉과 만파식적 위풍당당한 감은사지 탑 7. 불국사 불국사 가는 길 불국사는 개인 사찰인가, 국가 사찰인가 신묘한 돌의 세계 두 개의 석탑 잘생긴 부처 석굴암은 언제 가는 게 제일 좋을까 신라인이 꾸민 거대한 탑, 남산 8. 황리단길 경주의 새로운 아이템, 황리단길 경주 사람과 대화 드디어 집으로 에필로그 신라가 최종 승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참고문헌 |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을 읽었다. 경주 여행은 여러번 가봤고 유적지들도 매우 친숙하고 잘 기억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도움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역사적 소양은 한계가 있고 또 아는 것이 있다고 해도 다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고 이렇게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여행가는 기분을 느끼는 경험도 흔치 않았다. 새롭게 다시 한 번 경주를 둘러보고, 신라를 느끼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일상이 고고학이면 얼마나 좋을까!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는 <나 혼자 가야 여행>, <나 혼자 경주 여행>, <나 혼자 백제 여행> 등이 있는데 내 눈과 마음에는 경주 여행이 가장 궁금했다. 지붕없는 박물관 경주... 그 곳은 가고 가고 또 가고 싶은 곳이다. 구경했지만 공부하면 또 다른 즐거움이 생겨서 다시 가고 싶은 곳! 경주다.
남들은 수학여행 하면 떠올린다는 경주지만, 학창시절 그곳을 방문한 기억은 흐릿하다. 대신 성인이 되어 포항에서 새해 첫날 해를 맞이한 후 경주로 이동해 불국사에 잠시 머물렀던 건 떠오른다. 너무도 추워서 어마어마한 시간이 깃든 다보탑과 석가탑이 눈에 잘 들어오지가 않았다. 심지어 둘 중 하나는 보수공사로 너저분했으니 감흥이 없었던 건 비단 나만이 아니었을 터다. 너무도 고전적인(?) 장소라서, 최근 유명해진 황리단길에 대해 여러 차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고픈 생각이 크게 들진 않았었다. 책을 읽으며 확실히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라는 걸 깨달았다.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가며 알고자 노력해야 마땅했다. 일정 부분 지식이 차 오른 후에 다시금 경주를 찾는다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싶었다.
서울에서 가기에는 제법 멀다. 몇 해 전 개통한 KTX를 이용하더라도 당일치기 여행은 왠지 숨가쁘다. 유명 관광지 몇 곳을 그야말로 수박 겉핥듯 돌고 오면 하루가 끝나 있을 게 분명하다. 저자의 여행 패턴을 읽기가 무섭게 ‘이게 가능해?’라는 의구심이 솟구쳤다. 기차도 아닌 버스 편으로 간단다. 아무리 아침 이른 시각 출발이라고는 하지만 그토록 긴 시간을 비좁은 좌석에 꼼짝없이 묶여 있어야 한다 생각하니 내키지가 않았다. 기껏 가기로 했는데 예상찮은 교통체증이라도 시작되면 계획했던 바는 물거품이 되고야 말 것이다. 허나 그의 선택에도 나름 일가견은 있었다. 기차역에서 멀어서, 경주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그게 그거라는 그 나름의 판단을 나로서는 존중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장소들 그리고 따분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박물관에 대해 이리도 흥미를 느낄 줄은 몰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비교를 하자면 경주를 비롯한 지방의 박물관들은 일단 규모 면에서 작다. 거기에 국보급 문화재들이 대거 서울로 이전한 통에 지방 박물관에는 복제품이나 모형 등이 진품을 대신하고 있는 경우가 잦다고 알고 있었다. 1975년 완공. 상당히 오래된 건물답게 화장실이 좁고 낡았다. 어딘가 동선이 애매하고 장애인에 대한 고려 또한 부족하다. 그럼에도 기꺼이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그만큼 경주의 정체성을 잘 품고 있는 장소기 때문일 거다. 이미 사라진 황룡사에 대한 부분도 와 닿았다. 불국사의 8배면 대체 얼마나 큰 크기라는 건지, 단지 규모만 큰 건 또 아니었다. 거의 100년 동안 황룡사를 증축했고, 황룡사지 9층 목탑을 세우면서 황룡사 증축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했다. 백제만큼 세련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해서, 고구려처럼 강성대국이 아니라 백성 차출에 어려움을 겪어서는 아닐 거라 본다. 왠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짓고 있다는 가우디 성당이 선사하는 것에 버금가는 숭고함을, 만일 황룡사가 여전히 존재했더라면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아쉬웠다. 신분제가 확고했던 예전이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데, 불국사가 김대성 개인의 사찰인지 국가의 사찰인지를 논하는 대목은 살짝 씁쓸했다. 누군가는 사찰까지 지어가며 자신의 영향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데, 아마 절대 빈곤선 아래 놓인 이들이 상당수였고 그들은 배를 곯아가며 근근이 하루를 버텼을 것이다. 이런 나의 상상력이 부디 과한 것이기를.
신라는 후발 주자다. 귀족 문화의 정점을 찍은 백제, 광활한 대륙의 패자였던 고구려의 꽁무니를 뒤따르기 바빴던 신라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최고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마음에 맴돌았다. 목표한 바를 이루고 나면 왠지 허함을 느끼고 나태해지기도 한다. 신라에겐 그럴 틈이 없었다. 신라로선 그쳐서는 아니 됐다. 저자의 이러한 해석이 주는 교훈은 무얼지. 개인에게도 이는 비슷하게 적용 가능할 거라 생각하니 이유 모를 위안을 느꼈다. 신라가 삼국 중 가장 좋다는 저자 덕에 경주 여행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