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마음의 발걸음

마음의 발걸음

: 풍경, 정체성, 기억 사이를 흐르는 아일랜드 여행

리뷰 총점9.8 리뷰 25건 | 판매지수 240
베스트
인문/교양 top100 2주
정가
19,000
판매가
17,1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528g | 130*210*22mm
ISBN13 9791190403276
ISBN10 1190403277

이 상품의 태그

삼체 1~3 세트

삼체 1~3 세트

60,300 (10%)

'삼체 1~3 세트' 상세페이지 이동

긴긴밤

긴긴밤

10,350 (10%)

'긴긴밤' 상세페이지 이동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14,400 (10%)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상세페이지 이동

홍학의 자리

홍학의 자리

12,600 (10%)

'홍학의 자리' 상세페이지 이동

죽이고 싶은 아이

죽이고 싶은 아이

11,250 (10%)

'죽이고 싶은 아이' 상세페이지 이동

프로젝트 헤일메리

프로젝트 헤일메리

19,800 (10%)

'프로젝트 헤일메리' 상세페이지 이동

순례 주택

순례 주택

13,500 (10%)

'순례 주택' 상세페이지 이동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12,600 (10%)

'작별하지 않는다' 상세페이지 이동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재가 노래하는 곳

14,400 (10%)

'가재가 노래하는 곳' 상세페이지 이동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12,420 (10%)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상세페이지 이동

밝은 밤

밝은 밤

13,950 (10%)

'밝은 밤' 상세페이지 이동

지구 끝의 온실

지구 끝의 온실

13,500 (10%)

'지구 끝의 온실' 상세페이지 이동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2,600 (1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상세페이지 이동

듄 신장판 전집 세트

듄 신장판 전집 세트

108,000 (10%)

'듄 신장판 전집 세트' 상세페이지 이동

선량한 차별주의자

선량한 차별주의자

15,300 (10%)

'선량한 차별주의자' 상세페이지 이동

아침 그리고 저녁

아침 그리고 저녁

11,250 (10%)

'아침 그리고 저녁' 상세페이지 이동

천 개의 파랑

천 개의 파랑

12,600 (10%)

'천 개의 파랑' 상세페이지 이동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12,420 (10%)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상세페이지 이동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15,750 (10%)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상세페이지 이동

당근 유치원

당근 유치원

11,700 (10%)

'당근 유치원' 상세페이지 이동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행은 마음의 발걸음이기도 해서, 다른 장소에 가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이 여행에서 내 마음의 발걸음도 한번 뒤따라 가보고 싶었다. 내 주관적, 개인적 경험을 적어나갔지만 내 평범한 삶을 미화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글자 그대로의 땅을 걸어가는 것이 어떻게 마음의 구석진 곳들을 탐험하는 것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내 경험을 이용한 것뿐이었다. 이 책의 장르는 통상적 의미의 여행서가 아니라 여행을 계기로 구상되고 배열된 연작 에세이다. 이 책의 글 한 편 한 편이 다양한 모양의 구슬이라면 이 책의 계기가 된 여행은 그 글들을 한데 엮는 실이었다.
--- p.7

하나의 장소는 한편으로는 고정되어 있는 곳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힘들이 모이는 곳이다. 예컨대 아일랜드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열대의 나비 앞에 있다 보면, 어느새 그 나비가 날던 페루의 푸투마요 정글에 들어서게 되고 그 나비를 잡은 퀴어 독립영웅 로저 케이스먼트와 마주치게 된다. 나를 어딘가로 이끄는 것들이 뭐든지 간에, 그곳에 가면 또 다른 것들이 나를 또 다른 곳들(다른 장소, 다른 시간)로 이끈다.
--- p.11

해결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solution의 어원은 묶인 것을 풀거나 뭉친 것을 녹인다는 뜻이다. 고체화가 아니라 액체화다. 어떤 장소에서 원주민이 된다는 것이 먼저 그 장소에 들어와 있었던 것들을 잊어버리는 일이듯, 여행의 완성은 과거에 맺었던 관계들을 끊어버리는 일이다. 원주민 되기를 뜻하는 귀화는 적응한다는 것이 그렇게 잊어버리고 끊어버리는 과정임을 일러주는 용어다. 먹구름과 분리됨으로써 생겨나서 땅에 흡수됨으로써 사라지는 빗방울 같은 정체성에 더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임을 일러주는 용어인 것 같기도 하다.
--- p.28

여행이 몸의 위치뿐 아니라 기억의 위치, 상상의 위치를 바꾸어놓는다는 것, 처음 가본 곳들, 몰랐던 곳들이 주로 망각 속에 묻혀 있는 묘한 연상들과 욕망들을 끄집어내준다는 것, 그러니 여행자가 가장 많이 걷게 되는 길은 마음의 길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실감했다. 여행은 내가 나라고 생각지 않았던 나를 발견할 기회가 되어준다. 나의 무너지는 정체성이 내가 가보고 싶은 땅으로 이어지는 것이 여행이기에.
--- p.32

작고 매력 있고 가난한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에서도 관광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총인구가 350만인 이 나라에 연평균 관광객은 300만 명이다. 오코널 스트리트 중앙은 아일랜드의 과거사를 기리는 구조물들, 기념비들, 조각상들로 가득하지만, 길가의 상점들(패스트푸드 체인, 기념품 가게 등등)은 외국 방문객을 위해 열려 있다. 관광객들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침입자들이 미친 것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다 해도 어쨌든 문화에 독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침입자들과 마찬가지다. 관광지에 가는 공식적 이유는 이국적 문화, 상이한 문화, 예전의 문화를 구경하는 것이지만, 관광지가 된 곳에서는 새로운 경제가 출현하고 결국은 관광객 문화라는 림보가 만들어진다.
--- p.47

아일랜드 관광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들이 있다. 아일랜드의 역사에서 침입의 역사에 대응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해외 이민(아일랜드라는 가난한 섬나라를 떠나 전 세계 영어권 지역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람들)의 역사다. 아일랜드 방문객 중 연평균 50만 명 이상이 미국에 살면서 조상의 나라를 찾아오는 아일랜드 이민자의 자손인데, 아일랜드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관광으로 창출하는 나라이니만큼 그들의 입맛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소형 문장(紋章)을 비롯해 성씨와 문장이 담긴 여러 기념품을 판매하고, 아일랜드 국립도서관에서는 가문의 혈통을 조사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광객을 만난 대부분의 현지 주민들은 한번은 꼭 아일랜드계가 아니냐고 물어보고, 상대의 조상이 이민을 떠났던 막연한 정황을 경청해준다.
--- p.50

영문학 그 자체가 영국 시골저택 같다. 영국 문학은 고색창연한 중앙 건물이고, 영어권의 다른 문학들은 헛간이나 신축 부속 건물이다. 서사시, 서정시, 소설은 중앙 건물의 중심 공간을 차지하는 익숙한 가구들이고, 에세이는 사이드 테이블들과 캐비닛들이다. 내가 영문학 전공생일 때 읽은 교과서들을 보면 아일랜드 문학도 섞여 있었지만, 가장 비중 있고 가장 중요하고 가장 익숙한 작품은 거의 항상 영국 문학이었다. 밀턴은 어두운 왕좌였고, 셰익스피어는 파티장이었고, 시드니에서 셸리까지의 소네트는 파티를 장식하는 부케였고, 영국 소설은 커다랗고 희고 푹신해 보이는 깃털 침대였다. 반면에 스위프트의 작품은 통로에 놓여 있는 딱딱한 의자이고(그곳에 앉으면 벽면의 틈새를 통해서 바깥의 전망이 보인다.), 조이스의 작품은 하인의 방에 걸려 있는 거울이다.(“금이 간 하인의 거울”이 “아일랜드 예술을 상징”할 수 있다는 스티븐 디덜러스의 말은 거울의 예속된 상태를 암시할 뿐 아니라 거울에 비치는 균열된 모습, 의외의 모습을 암시한다.) 물론 조이스는 밖으로 나가서 새 집을 지은 작가였고, 그 집에 들어가보면 더블린을 기리는 기념비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 p.57

아일랜드에 와서 로저 케이스먼트(Roger Casement)의 나비를 발견한 곳은 자연사박물관이었다. 부활절 봉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몇 달 뒤 반역죄로 교수형에 처해진 로저 케이스먼트에게 매력과 경이를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일랜드에 오기 전부터였다. 그는 아일랜드의 영웅들 중에서 가장 사려 깊은 영웅이었고, 그를 기념하는 청동이나 대리석을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로 복잡한 인물이었다. 내가 그를 기념하는 유일한 물건이 아닐까 싶은 나비 표본을 발견한 것은 자연사박물관 1층 유리 상자에서였다. …… 세월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생생한 표본이었다. “로저 케이스먼트 경이 자연사박물관을 위해 수집한 남아메리카 나비. 1911년 전후.”라는 설명이 달린 연약한 기념비였다.
--- p.85

밀림의 케이스먼트를 상상해본다. 그에게는 책임져야 할 정부가 있었고, 그의 마음에는 양심이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더없는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푸투마요 사람들이 있었다. 그가 느꼈을 책임의 무게, 죽음과 고통의 무게를 상상해본다. 열대림, 수풀과 진흙의 수렁, 습한 공기, 강력한 중력에 짓눌리는 느낌, 아니면 어느 거대하고 낯선 행성 위에 불시착한 느낌과도 비슷했을 그의 세상을 상상해본다. 바로 그런 세상에서 너무나 가볍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상상해본다. 언젠가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시가 존재할 수 없다고 했지만, 참상 속에 나비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우리는 세상의 좋은 것을 맛보면 안 되는 것일까? 혁명가들과 활동가들이 줄곧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케이스먼트는 대답한다. 좋은 것을 맛보자. 청옥색과 유황색 나비를 잡으러 다니자. 강에서 수영을 즐기자. 일기를 쓰자.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끝없는 과업에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 p.103-104

특히 남성 동성애는 주류 사회의 현상태(status quo)에 위협이 된다. 남성이 욕망의 주체인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라는 사실, 남성이 꿰뚫는 존재인 동시에 꿰뚫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권력과 젠더가 일방향으로 작동하리라는 주류 사회의 상상을 무너뜨린다. 남성성은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인종이나 제국이라는 요소보다 훨씬 중요했다는 것, 남성성 개념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재정의가 가능하리라는 것을 케이스먼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당대의 반응은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다. 그는 공무와 성애를 통해 권위 스펙트럼의 양극, 곧 제국의 권위와 침실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었던 동시에 남자라는 생물체를 다양성을 가진 존재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잔혹하면서 더 취약한 존재로, 더 달라질 수 있는 존재로 재창조하고 있었다.
--- p.116-117

시간 그 자체가 탄력적이라서, 똑같이 먼 과거라고 해도 어떤 과거는 이야기가 되어 살아 숨 쉬고 있고 어떤 과거는 침묵 속에 묻혀 있다. 한 사람의 기억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과거는 150년 전 정도(노인이 아이였을 때 만난 누군가가 겪은 일까지)가 아닐까. 걸인의 이야기는 내게 기억이 얼마나 먼 과거까지 가닿을 수 있는가를 처음으로 가르쳐주었다.
--- p.132

아일랜드의 진짜 트라우마, 곧 아일랜드인이 침묵 속에 묻은 경험은 해외 이민 그 자체였다. “아일랜드 근대사에서 식민화 다음으로 중요한 독특한 경험은 해외 이민이었다. 해외 이민 그 자체가 아일랜드의 독특한 현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해외 이민은 성격 면에서 그리고 영향 면에서 독특한 현상이었다. 해외 이민이 사회구조와 신분제도 유지의 필수조건이 된 나라는 유럽에서 아일랜드밖에 없다. [……] 농가의 부모가 가산을 보존하고 싶을 경우, 또는 노동자의 자녀들이 살아남고 싶을 경우, ‘잉여’ 자녀의 해외 이민은 대기근 이후로 필수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해외 이민은 공동체의 오점 같은 것, 국민을 부양할 능력이 부족한 국가의 부끄러운 낙인 같은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에서 모종의 국민의식이 생기기 시작할 때였다. [……]"
--- p.143

유년기가 처음 느껴본 감각들, 처음 당해본 고통들로 이루어진 세계라면, 우리에게 유년기는 잃어버린 세계일 수밖에 없다. 유년기가 집이라면, 우리는 집을 잃은 난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집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 안에 한번 뿌리내린 집은 영원히 우리를 놔주지 않는다. 나라는 존재가 몸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는 물체라는 식의 생각은 내면이라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집을 은폐하는 픽션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집은 최초의 판단 기준이다. 다른 모든 대상의 가치는 집을 기준으로 가늠된다. 우리가 간 곳이 더운 곳인가 추운 곳인가, 붐비는 곳인가 조용한 곳인가, 윤택한 곳인가 각박한 곳인가는 우리가 어디서 왔느냐에 좌우된다.
--- p.174-175

아일랜드가 식민지였다면 내가 유년기를 보낸 미국 서부도 식민지다. 단 아일랜드가 실제적, 구체적, 정치적 의미에서 영국의 식민지였다면, 미국 서부는 문화적 의미에서 유럽과 미국 동부의 식민지다. 식민지란, 한마디로 이곳이 중심이 아니라 주변이라는 생각을 주입당하는 곳이다. 기억과 역사가 일치하지 않는 곳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식민지 주민은 역사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우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주입당한다.
--- p.197

걸음은 몸 전체를 깨어나게 한다. 쉴 때 깨어 있는 곳은 피부뿐이니, 쉴 때 할 수 있는 일은 감각뿐이다. 몸을 움직일 때 비로소 몸속을 감각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라면 몸속 또한 여행을 통해 탐험할 수 있는 곳들 중 하나다.(보이는 피부 밑에 보이지 않는 뼈와 근육과 장기가 있다는 말은 몸이 쉬고 있을 때는 그저 신앙고백일 뿐이다.) 하지만 여행은 나라는 존재를 내 피부까지로 좁히는 면도 있다. 여행하는 나에게는 내 피부 바깥의 모든 것이 내가 알 수 없는 낯선 대상, 낯선 타인들의 세계로 느껴진다는 뜻이다. 나라는 존재가 나의 세계, 나의 것이라고 칭해질 수 있는 세계로 넓어져 있었다는 것을 나는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서 비로소 배울 수 있었다.
--- p.210

아일랜드는 정치적으로 신대륙과 제3세계를 닮은 곳이었고, 아일랜드의 전통적 부족사회는 문화적으로 식민지를 개척하는 상업적, 도시적 국민국가들과의 공통점보다는 전 세계 피식민지들과의 공통점이 많은 곳이었다. 아일랜드인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닮았다는 말은, 유럽인(European)은 이런 존재이고 원주민(Native)은 이런 존재라는 정의가 자의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말, 아니, 모든 정의가 자의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 이 사람은 유럽인이라는 말, 또는 이 사람은 원주민이라는 말은 특정한 맥락 속에서만 할 수 있는 말, 유럽인이라는 용어와 원주민이라는 용어가 온갖 이질적인 속성들을 연결시키기도 하고 온갖 연결되는 속성들을 나누기도 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말이다.
--- p.254

망각이 기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아일랜드인의 정체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일랜드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려면 켈트족이 항상 아일랜드인이었던 것도 아니고 아일랜드인이 항상 켈트족이었던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해야 하고, 옛날에는 목축 부족이었던, 그리고 그 후에 몇 번이나 크게 변해온 아일랜드인들에게 지금의 보수적이고 완강한 전통은 임의의 선택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야 한다.
--- p.304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는 고정과 기억과 문학이 중요한 나라인 것 같았는데, 이 나라에 와서 만난 사람들은 과거가 역사로 고정되는 것을 막아온 이들이었고, 이 나라에 와서 경험한 문화는 조이스의 작중인물 ‘떠돌이 유대인’에서는 물론이고 가톨릭 공화국 아일랜드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내는 문화였다. 이 나라를 떠나가는 것도 이 문화가 열어놓은 한 가능성이었다. 고정과 유동, 기억과 망각, 순종과 혼종, 뿌리와 날개는 그 후로도 풀리기와 얽히기를 되풀이했지만, 그 순간의 나는 그 불안한 현재의 상태를 자축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해결(resolution)이란 불가능한 동시에 불필요한 목표다, 평생 이런 미완의 상태들 사이를 떠돌게 된대도 상관없다, 나는 돌아다니는 게 좋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게 좋다, 결론을 내리면 판결 후의 법정처럼 침묵이 흐를 뿐이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런 기분이었다.
--- p.43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처럼 지적이고 매혹적인 여행기라니! 이건 아일랜드 여행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찾아 나선 모험일지도 모르겠다. 대기근에도 살아남은 아이의 부러진 다리에서 한 사람의 기억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과거는 150년 전 정도라고 추측하거나, 고문과 절단과 고통의 몸과 사랑의 몸을 함께 기록한 한 남자의 삶을 뒤쫓으면서, 그가 수집한 나비를 떠올리며 이렇게 질문을 던질 때, 나는 전율했다. “참상 속에 나비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아일랜드의 자연과 역사와 인물에 익숙해졌을 무렵, 리베카 솔닛은 여행이라는 것, 떠돈다는 것, 이주한다는 것의 의미 속으로 더 깊이 ‘걸어’ 들어간다. 움직이는 한, 세상과의 대화는 계속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으므로. 그러므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 김연수 (소설가)
나는 아일랜드는커녕 유럽도 가본 적이 없지만, 늘 지인들에게 버킷 리스트로 아일랜드 여행을 권한다. 이 책은 나의 주장을 증명한다. 솔닛의 글은 인구 350만 명에 연평균 관광객 300만 명인 아일랜드에 대한 이야기이자 세계사, 영문학, 여행에 관한 최고의 문장이다. 읽기로서의 여행, 여행하기 위한 읽기의 정석이다.
이 시대, ‘집’에서 여행하고 싶다면 이 책 이상이 없다. 여러 번 읽고 필사할 책이 있다는 기쁨. 역시 솔닛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

회원리뷰 (19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6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7점 9.7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7,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