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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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96쪽 | 236g | 108*190*20mm |
ISBN13 | 9791160262063 |
ISBN10 | 1160262063 |
펜슬케이스 증정(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20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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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96쪽 | 236g | 108*190*20mm |
ISBN13 | 9791160262063 |
ISBN10 | 1160262063 |
‘현실’ 그 자체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작법 스타일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김이설의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이 ‘소설, 향’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가족을 둘러싼 절망과 좌절,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통해 오늘날의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모색한 첫 장편 『나쁜 피』로 2009년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오르며 크게 주목받은 김이설 작가는 당시 “간결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첫 문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솜씨가 일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가장이자 어머니이자 여자인 윤영의 고군분투를 담은 『환영』, 외형상의 흉터로 인해 가족과 불통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 『선화』까지, 그의 소설들은 우리가 가족에게 기대하는 환상과 허위를 적나라하게 들추고, 개인의 삶과 존엄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져왔다. 『선화』 이후 6년 만의 신작 경장편인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에서는 가족이라는 혈연 공동체의 족쇄에 발이 묶인 한 여성의 숨 막히고도 진저리나는 일상들이 펼쳐진다. 때론 고통스럽고 참혹하기까지 한 삶을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이러한 현실 직시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몇몇 문장과 장면에서 눈길이 멈출 때마다, 잊은 척했던 환멸이 속에서 치받쳐 오른다. 그런 상태를 감내하고 통과해본 사람이 알 수 있는 감각”이라는 구병모 소설가의 말처럼, 지리멸렬한 일상의 파편들과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주는 극명한 대비는 우리의 가슴을 파고들며 잊을 수 없는 감각을 새겨 넣는다. 그러니 오늘 밤에도 써야겠다. 오늘도 달리고 있는 당신들의 흙먼지와 흙먼지 속에서 기어이 피어오르는 우리의 언어에 대해서. _김이설, 「작가의 말」에서 |
우리의 정류장 7 목련빌라 17 필사의 밤 53 치우친 슬픔이 고개를 들면 95 여름 그림자 123 시인의 밤 153 우리의 문장을 싣고 달리자 - 구병모 175 작가의 말 189 |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맞다 생각하여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도 택하고
자신의 꿈인 시, 아니 필사 조차 못한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온전히 나를 위해, 나로 살기 위한 선택을 한다.
물론 도망치는 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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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이란 단어로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최소한의 고맙단 소리를 듣고 싶었던 주인공
중간중간 주인공에게 답답한... 하지만 이해되는
그리고 막막과 먹먹... 복합적인 마음이 울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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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니었다.
작가님의 간결하고도 섬세한 문체에 나는 반했고,
순간순간 에세이였나 싶어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만큼 감정이 깊고 진하여 경험한 내용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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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손가락이지만 분명 더 아픈 손가락이 있나보다.
아버지에겐 첫째가, 엄마에겐 둘째가 그런 의미였나...
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최악의 상황은 주인공 스스로가 만든 건 아닐까.
주인공의 정류장이 종착지가 되기를 바라본다.
16쪽
왼손 약지에 너무 딱 들어맞아서,
반지가 너무 밋밋해서,
창밖의 그 사람은 이미 보이지 않아서
너무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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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친구들에게 배려와 양보를 잘하는 착한 아이라는
선생들의 칭찬이 나는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착한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제 몫 잘 챙기는 야무진 아이로 컸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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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쪽
인생의 얕은 경험은 세상을 편협하게 바라보게 했고,
좁은 시야로는 너른 세상을 생생한 삶의 언어로
압축하지 못했다.
표지와 제목이 너무 잘 어울려서 읽어보게 되었어요. 책을 구매한 시기가 마침 시험 기간이라서 이 정류장이 저에게 쉼터와 힘이 될 것만 같았죠. 일에 찌들어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계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이 소설의 주인공과 오버랩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들도 아니고 여동생의 아이들을 대신 봐주게 되면서 주인공은 자신만의 시간을 빼앗겨요. 명색이 시인인데 (물론 아직 정식적으로 시집을 출간한 건 아니지만) 자신만의 시는 쓰지도 못하고 필사까지 하지 못하게 되죠. 주인공은 이런 삶에 싫증을 느끼고 독립적인 '나'가 되기로 해요. 저도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속 시원했어요. 한 번쯤 꼭 읽어보면 좋을 듯한 소설이에요. 추천합니다.
세상은 무섭고, 사람들은 더 믿을 수 없으며, 자연은 매 순간 황폐해지고 있었다. / p.125
원래 스타일처럼 읽고 끝내기만 하면 굳이 할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글로 옮기는 작업들을 하면서 하나의 습관이 생겼다. 바로 제목만 보고 내용을 유추하는 것이다. 말도, 글도, 전체적으로 생각이나 상상력을 키우는 일에 조금 어려움을 겪는 편이라 이렇게 제목으로 나만의 생각을 하는 것이 블로그에 리뷰를 적는 작업에서 하나의 틀이 되었다. 제목을 보면 적어도 두 문장 정도는 적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내 손에 들어오는 책들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실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생각하거나 예상하지 않았던 내용들로 전개가 되어가는 소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에세이, 관심 없는 분야의 어려운 내용들이 그렇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완독하기는 한다.
반대로 내 예상과 다른 책이 손에 쥐어졌으나, 만족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스토리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현실적이거나 마음에 드는 소설, 알고 보니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저자의 에세이, 처음에는 에세이로 시작했으나 알고 보니 관심이 많은 분야의 서적. 특히, 마지막은 심리학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나름 만족도가 높았다.
이 소설은 후자에 속한다. 처음에 제목에 등장하는 정류장과 필사와 밤의 관계성에 대해 깊이 생각했었다. 머리를 아무리 쥐어 짜내도 나에게는 관련성이 없었다. 한 사람이 '정류장에서 밤에 필사를 했나?' 이런 생각으로 미리 보기를 봤더니 두 사람의 이별 내용이 나와서 정류장에 앉아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필사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카드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면 어느 정도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왜 바보같이 안 봤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요즈음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는 K-장녀와 그의 가족, 사랑, 꿈에 관한 내용이다. 전에 소설에 관한 내용을 적으면서 K-장녀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이웃집의 첫째 딸이라면 이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지 않을까. 사연 없는 집은 없으니 돌려 보면 은근히 많을 것 같다.
등장하는 모든 이들을 나에게 몰입해서 읽게 되었던 소설이었다. 나이 마흔의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의 첫째 딸이다. 현재는 조카 세 명과 집안일을 돌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시인이 되고 싶어 많은 필사 노트와 창작 노트를 가지고 있으나, 정작 자기의 작품 하나 없는 시인 지망생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 하나 없이 청춘을 보내고 이십 대 후반이 되어 시에 눈을 뜨게 된다. 동생의 도움으로 야간 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다. 그 안에서도 학점은 좋게 나왔으나, 실력 없는 자신의 능력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동생은 자기 스스로 꾸준히 꿈을 위해 노력한 결과, 번듯한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서른하나의 나이에 열 살이나 많은 남자와 속도 위반으로 결혼하게 되어 살다 가정 폭력으로 별거 중이며, 현재는 두 아이와 친정으로 돌아와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회사원이자 학원 강사이다. 그리고 야간 경비 일을 하시는 아버지와 청소 일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첫째 딸이 포기하는 많은 것들과 시인으로서의 열망, 양육에 관한 내용들이 나온다. 마치 햄스터가 쳇바퀴를 도는 일상처럼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면서부터 아침이 시작되어 조카 두 명을 재우는 것으로 일과가 끝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하고도 평범한 일상. 그 안에서 시를 쓸 시간이 없어 필사 노트만 쌓여가고, 심지어 어떤 날에는 의자에 앉을 시간조차 없어 필사도 하지 못하는 날이 있다.
첫째 딸은 글 쓸 공간을 포기하고, 꿈을 포기했고, 사랑을 포기했다. 가족들마저도 집안일과 조카의 양육은 암묵적으로 첫째 딸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피붙이 동생은 자녀의 양육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관한 내용을 전달했을 때에도 주인공 마음대로 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와중에 다른 남자와 연애까지 했다. 매일 자정이 넘는 시간에, 그것도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동생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조카의 양육을 위해 자신의 꿈과 삶을 포기하는 첫째 딸에 이입이 되었다. 과연 나라면 그 희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이를 좋아하지 않은 나의 성격이라면 불가능에 가깝다. 내 피붙이는 다르다고 주위에서 말하고는 하지만, 물음표가 많이 달리는 질문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가정 자체가 나의 환경과 비슷하기에 자석에 끌리듯 첫째에게 가장 큰 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읽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첫째만 희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 편안한 노년을 보내야 할 나이에 궂은 일을 하시는 부모님도 희생했고, 언니의 꿈을 응원해 뒷바라지를 했던 동생도 희생을 했다. 주인공도 시인의 꿈을 꿀 수 있게 도왔던 동생의 희생을 알고 있기에 아마 쉽게 돌봄 노동을 멈추지 못했으며, 조카의 상처에 죄책감으로 더욱 아파하지 않았을까.
결국 주인공은 집을 나가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주인공에서 등을 돌렸고, 동생도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고 답한다. 그러나 돌봄 노동에 찌든 주인공은 현실보다는 꿈을 생각했다. 시인이 되고자 한걸음 더 나가게 되었고, 시 한 줄을 적겠다는 생각으로 독립을 하게 된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나를 위로해 주는 시의 문구에 울컥하게 되었다. 특히,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마음으로 깊이 울고 또 울었다. 많은 위로가 되었다. 진심이 담긴 무뚝뚝한 한마디. 취업 준비생으로서 불확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어쩌면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는, 머리보다 눈물이 먼저 반응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내 생각과 예측은 다 빗나갔다.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도, 정류장에서 필사를 했던 사람의 일기도 아니었다. 내 예상 시나리오와 다르게 흘러가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보다는 왜 내 마음을 알아준 소설을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던 , 마음 한구석에 깊이 새길 수 있는 소설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