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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 수프를 끓이자

바다거북 수프를 끓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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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세이 top20 1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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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80g | 128*190*18mm
ISBN13 9788960906471
ISBN10 8960906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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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추워지면 오뎅을 끓이는 일이 즐거운 이유는 분명 그 시절의 기억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우리 집 아이들은 저녁밥 반찬이 오뎅이라는 것을 알면 표정이 어두워진다. 뭐어~ 오뎅~? 하며 입을 삐쭉 내밀기도 한다.
(…) “오뎅이면 밥을 못 먹으니까 그렇지.”
그 말을 들으니 짚이는 데가 있다. 그렇다, 오뎅이면 밥을 못 먹는다. 어린 시절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다. 오뎅은 간식이었던 것이다.
(…) “어른은 술을 마실 수 있으니까 괜찮겠지!”
아아, 오뎅 하는 날은 행복하다. 옛날에는 간식, 지금은 술안주.
너희들도 얼른 어른이 되면 좋을 거야. 마음대로 만들어서 마음대로 먹을 수 있거든. 오뎅은 행복이란다.
--- p.132~133

만년에 어지간히 쇠약해진 할머니가 좋아했던 것은 의외의 음식이었다. 고향의 화과자, 콩 라쿠간, 쌀 등으로 만든 전분질 가루에 물엿이나 설탕을 섞고 틀로 모양을 잡아서 건조시킨 일본의 과자. 비싸지도 않고 그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것도 아니다. 침대 곁에 간소한 콩 라쿠간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봤을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올해도 이제 곧 할머니의 기일이 다가온다. 불단에는 옛날 그대로의 콩 라쿠간, 그리고 역시 할머니도 놀랄 만한 스콘을 찾아서 바치고 싶다.
--- p.197~198

지금은 다르다. 해가 감에 따라 팥의 깊은 맛을 알게 되었다. 팥의 살포시 아린 맛이 나는 풍미도 좋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초하루를 축하하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반드시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음 초하룻날에는 어쩌면 다 함께 모이는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자, 새로운 달이야. 한 달을 가족 모두가 무사히 보냈어. 조촐할 수도 있지만 확실한 기쁨. 초하루는 그 기쁨을 품고 있다.
--- p.203

마을 목장에서 기르는 소의 덩어리 고기다. 암염을 뿌리고 드럼통 철망에 얹어서 쉬익 굽는다. 덩어리라서 표면이 타도 안은 그대로 레어다. 그것을 칼로 썰어서 간장과 겨자 소스를 살짝 찍어 먹는다. 으헉, 하고 감탄사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
“맛있어!” 나도 모르게 외쳤더니 “당연하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
“공기가 맛있으니까.”
앗, 공기인가. 확실히 맛있었다.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맑고 숲 냄새가 난다. 가슴 가득 들이마시면 세포가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실감이 든다. 고기를 굽는 고소한 냄새. 떠들썩한 사람들의 목소리 너머로 강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 p.213~214

예쁜 접시에 담겨 나온 것은 새하얀 빙수였다.
“사실은 본문에 나온 대로 멜론 시럽을 뿌리고 싶었는데 못 구했어요.”
스푼으로 떠서 입에 넣으니 달착지근했다. 멜론 맛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응? 멜론 시럽? 빙수? 설마!
고개를 들자 오너 셰프는 생긋 웃었다. 책을 참조한다면 내가 산속에서 멜론 시럽을 뿌려 먹은 것은 분명 도카치의 산에 쌓인 새 눈이었다.
“오늘 아침에 마침 눈이 쌓여서 다행이었어요.”
가게의 창문으로 보이는 제방에서는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괜찮아요, 아직 아무도 밟기 전에 눈을 떠왔으니까요.”
그는 자랑스레 가슴을 폈다.
--- p.26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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