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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고자질하고 싶은 게 있어

엄마, 나도 고자질하고 싶은 게 있어

: 초등학교 교사의 지나치게 솔직한 학교 이야기

리뷰 총점9.9 리뷰 31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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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76g | 140*210*15mm
ISBN13 9791158772031
ISBN10 115877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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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만든이 코멘트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안녕하세요. 이책의 저자 입니다.
2020-10-23
이 책은 엄마, 선생님, 학교의 이야기 입니다^^ 선생님으로 살면서 학교에서 느낀 감정들을 엄마라는 통로로 함께 걸고 싶어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고자질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요즘 마음 놓고 이야기 나눌 사람이 부족한 요즘 고자질하고 싶은 데 어디 마땅한 데가 없는 요즘 우리 서로 고자질 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제 책의 내용이 혹시나 독자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거나 무작정 고자질하고 싶은 게 있으신 분들 언제든지 메일 주세요^^ 여러분의 고자질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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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심하게 따뜻했던 크리스마스날 전화벨이 울렸어. 난 직감했지.
‘아이고, 또 싸웠구먼.’
결혼기념일이 크리스마스인 엄마 아빠는 이맘때쯤이면 자주 싸웠지. 겉은 강해 보여도 속은 여린 엄마, 겉은 다정해 보여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 아빠는 아빠대로 나한테 전화해서 속상하다고, 엄마는 엄마대로 나한테 속상하다며 이야기를 털어놓고는 했어.
근데 그날은 좀 달랐어. 엄마가 많이 속상했나 봐. 맥주 한잔도 못 먹었던 엄마가 혼자 소주를 다 먹고 나한테 전화해서 처음으로 옛날 일 꺼내며 미안하다고 했어. 나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들인데, 속상해도 어디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작은아들한테 이렇게 말한다고 이해해달라고 했어. 엄마의 취중진담이라 받아들이기 쉽진 않았지만, 그동안 이렇게 혼자 쌓아뒀을 엄마를 생각하니 나도 마음이 아프더라.
그날 내 마음이 말이야?
아픈데 좋았어.
슬픈데 기뻤어.
걱정은 되는데 행복했어.
미운데 보고 싶었어.
엄마가 나한테 고자질해줘서 너무 좋았어.
이번에는 내 차례야. 무뚝뚝하기만 했던 엄마 아들도 고자질 좀 해보려고.
좀 많아. 괜찮지?
--- p.10~11

체육 시간에 아이가 아프다고 해. 바로 보건실로 보내도 되지만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지. 운동을 하다가 친구랑 부딪혀넘어졌나봐. 아픈 곳을 확인했어. 긁히거나 부은 곳은 없는지, 움직일 수 있는지 물어봤어. 조치 후 친구와 함께 보건실로 보냈어. 우리 반 구급요원은 오늘도 신속하게 출동!
다친 아이를 보내고 수업을 마무리 하니 느낌이 싸해. 요 녀석들 그 사이를 못 참고 싸움을 일으켰어. 더운 날 오후에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면 힘들 만도 한데, 이 녀석들은 지치지도 않나봐. 당장이라도 주먹이 오고 갈 상황이었어. 아이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봤어. 예상대로 별 내용은 아니었어. 같이 축구를 하다가 나름의 판정 시비로 싸움이 붙었던 거지. 내겐 별거 아닌데,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가봐. 적당히 중재해주고 화해시켰지. 우리 반 판사님은 오늘도 솔로몬이 되었어.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것 말고도 많은 일을 해. 아이들이 고민이 있으면 상담가가 되었다가 심심할 때는 놀이교사가 되기도 해. 여행 가서는 가이드가 되고 무거운 짐을 들어 주는 짐꾼이 되기도 해. 가끔 아이들 모습을 찍는 사진사도 되고, 아이들 재롱의 심사위원이 되기도 하지. 정말 슈퍼맨이 따로 없다니까. 그래서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동네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했나봐. 아이들이 그만큼 많은 부분에서 의지한다는 건 아마도 선생님을 믿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집에서 부모님께 의지하듯이 말이야.
엄마. 그러고 보니 나한테도 원더우먼, 슈퍼맨이 있었네. 고마워.
--- p.103~104

선생님으로 살다 보니 ‘잔소리’라는 직업병이 생겨. 하루 종일 아이들하고 있다 보니 생긴 병이야. 좋은 일, 착한 일, 바른 일을 강조하다 보니 은연중에 생긴 거지. 물론 나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야.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혼이 났어. 난 그저 친구들이 길거리에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친구들 입에서 거친 말이 자꾸 튀어나오는 게 싫어서, 없는 친구 험담하는 게 몹쓸 짓 같아서 그러지 말자고 이야기한 것뿐인데 말이야.
아내한테도 혼이 났어. 그냥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물어보거나, 다툴 때도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서로의 잘못을 생각해보자고 하거나, 다정하고 공손한 말투로 자잘한 부탁을 했을 뿐이야.
밖에 나가서도 불편한 일투성이야. 길거리에 침을 뱉는 사람에게도 한마디 해주고 싶고, 무단횡단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 특히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럽게 떠들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잔소리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야.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어쩌겠어. 잔소리하는 것이 내 직업인 걸.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하는 것이 잔소리의 정의래. 아니 한 번에 말을 들으면 내가 필요 이상으로 이야기하겠어? 말을 안 들으니 두 번 세 번 이야기하게 되는 거 아냐. 나도 한 번만 말하고 싶어. 내가 다 잘되라고 하는 거지 나쁘게 되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제 내가 선생님 같다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래. 선생님 같은 게 아니라 선생님 맞는데. 어쨌든 이제는 공과 사를 더 구분해야겠어.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까 엄마한테 괜히 미안해지네. 어릴 적 엄마가 이런 이야기 똑같이 한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해. 이 못난 아들, 이제야 엄마 마음을 깨닫네.
--- p.2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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