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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단톡방
방미진 글 / 국민지 그림 / 신나민 감수 | 상상의집 | 2020년 10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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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90쪽 | 466g | 185*235*12mm
ISBN13 9791155683705
ISBN10 1155683706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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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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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는 물도 없이 고구마를 씹어 삼킨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분명 예전과 다른데 따질 수 없었다. 확실한 것 하나 없이 모두 애매하기만 했다. ‘이런 걸 뭐라 그러더라? 따돌림인데 왜 따돌리냐고 따질 수 없는 따돌림…… 아 뭐였지? 왕따 비슷한 거. 따, 따…….’ 떠오를 듯 말 듯 떠오르지 않는 단어에 속이 더욱 꽉 막혀 왔다.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려는 찰나! ‘은따! 맞다 은따! 은따다, 은따! 나 은따네!’ 꼭 맞는 말을 찾았지만, 시원하기는커녕 숨이 콱 멎었다. “어이가 없네? 내가 은따라고?” 민서는 자신이 은따라는 사실이 너무 기가 막혔다. ‘왜? 내가 뭐 어쨌다고!’ 차라리 대놓고 욕을 하면 싸워 볼 텐데. 그러면 이유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런 척 사람을 괴롭히니 어째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p.48

아무것도 몰랐던 어제보다 더 끔찍했다. 순간 교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쉬는 시간이 아닌 것처럼 조용한 교실. 민서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눈은 안 보는 척 귀는 바짝 댄 아이들. 이제껏 알던 교실이 아니었다.
--- p.71

그랬다. 루킹. 천하의 악동. 남의 약점을 캡처해 폭로하는 악질 중의 악질 해커! 구경꾼에게는 재미있는 연극이지만 당하는 사람에겐 끔찍한 지옥을 선사하는 악마!
--- p.106

하지만 민서의 무시에도 먹잇감을 노리는 시선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복도를 지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다 불편했다. 점심시간에 민서는 자리에 엎드려 있거나 다른 학년이 쓰는 화장실에 숨어 시간을 때웠다. ‘너무 힘들어. 내가 바이러스가 아니라 반대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아.’ 학교에 있을 때면 민서는 병에 걸린 듯 기운이 없었다. 좁은 우리에 갇힌 고릴라처럼 민서는 점점 지쳐 갔다. ‘밖에 아무도 없나?’ 점심시간이 끝나 가는지 밖이 조용했다. 민서는 조용히 화장실 칸에서 나왔다. 화장실은 텅 비어 있었다. ‘어깨 아파.’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시끄럽다고 핀잔을 들을 정도로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어 댔었다. 언제부터인가 고개를 숙이고 걷는 자세가 익숙해졌다. 거울 속의 민서는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어두웠다. ‘지석이도 그냥 맨날 어두웠지.’ 거울 속에는 그럴 만한, 당할 만한 왕따처럼 생긴 아이가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민서는 이 새로운 모습에 어느 틈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자신이 원래 이런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 p.115~116

“먼저 말 걸어 볼걸. 대꾸 안 하고 무시해도 신경 쓰지 말걸. 쿨하게 넘기고 기 안 죽고…… 그냥 내 식대로 살걸. 뒤에서 수군거리는 거 그까짓 거 다 별거 아닌데. 그때는 교실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어. 애들 말 한마디에 눈빛 한 번에 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어. 나는 그렇게 작은 세상에 살았어.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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