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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

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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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28g | 130*200*30mm
ISBN13 9791159315466
ISBN10 1159315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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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암이 있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죽어가고 있다는 거다. 이 말을 폴에게 한다면, 폴은 우리는 모두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내가 말했듯, 난 아직 폴에게 핵폭탄급 선언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건 그의 정신적인 안녕뿐 아니라 나의 안녕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전에 척박한 사막과도 같은 내 정신을 가다듬을 며칠이 필요하다.
--- p.32

“알아.” 난 그녀를 안심시켰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했는데….”“사실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 아무것도.”
--- p.90

“게다가 저 별들이 저기 없다는 걸 생각하면.” 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다수의 별은 우리가 보기 오래전에 불타고 없어졌다는 걸 아빠가 처음 내게 알려주었다. 남은 건 창공을 가로지르는 그들의 빛뿐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죠.” “어째서요?” “엄밀히 말해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인 수십 억 년 전에 생긴 핵융합 덩어리를 지금 보고 있는 거니까요. 그러나 내가 알기론 지금 이 순간 저것들을 보고 있으니 저 별들은 현재에 존재하는 겁니다. 그들은 과거에 있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있어요.” “음.” 난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와 시간과 내 과거이자 현재이며 지금 저기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을 우리 엄마를 생각했다.
--- p.194~195

잊는 건 엄청나게 쉬웠다. 내 피부가 반짝였고 위에 있는 하늘은 과거의 잔해로 반짝였으니까. 엄마가 여기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바로 이 물에서 수영을 하고 이 하늘을 본 거야! 이렇게 직접 경험할 수 있을 때까지 살아 있는 것이 엄청나게 감사한 일이라고 느꼈다.
--- p.196

“운명과 죽음에 대해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지 들었으니 난 당신이 그걸 정말로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아니.” 그가 고백했다. “우리는 그걸 알 길이 없다고 난 믿어요. 하지만 완전히 죽을 준비가 되기 전까지 산다고 믿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준비가 되었다고 내게 확신시킬 수 없잖아요, 리비.” …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존엄성이에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항암 치료를 하면서 낭비하는 대신 자연의 순리대로 흐를 수 있도록 내 권리를 위해 싸우는 중이라고요.”
--- p.221~222

“솔직히 네가 우는 소리를 들어서 안심이 돼. 이 일이 너한테 얼마나 끔찍한지 난 알아. 계속 참고 있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 “으흐흐흐흑!” 난 서럽게 울었고, 폴이 톰 이야기를 해서가 아니라 내가 끔찍한 일을 겪고 있다고 말해주니 안심이 되어서다. 그랬다. 배에 난 상처가 아픈 만큼 가슴도 아팠다. 종양처럼 내 속에 남은 일말의 희망이 찢겨나가고 그 자리에 입을 크게 벌린 구멍과 말할 수 없는 욱신거림만 남았다.
--- p.241

“참 긍정적이군요.” “뭐, 그런 거죠. 알지 못하는 것을 두고 안절부절못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해요. 어쨌든 중요한 건 그쪽이니까.” “현재가 엉망이라면 어떡해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가지 않고 거기에 희망을 걸 수 없으면요?” 그의 숨소리가 뜨겁게 내 목을 데웠다. “그래요? 당신은 안 좋은 일을 겪고 있어요, 리비.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이 엉망인가요?”
--- p.286

“치료를 다 끝내고 나서는 어쩔 거야?” “한 발을 디디고 다른 발을 내딛고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내며 톰이나 제 병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그 이후로는 잘 모르겠어요.” 그녀가 내 뒤쪽을 잠시 쳐다보더니 다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자긴 똑똑해. 과거를 너무 돌아보지 마, 알지? 그쪽으로 갈 게 아니잖아.”
--- p.309~310

“그런 현실이 안타까워요, 리비. 내가 그 점을 아주 속상해한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폴과 그의 동반자, 조카들이 있어요. 당신 아버지도 아마 당신 인생의 큰 부분에 기꺼이 참여할 거예요. 당신 친구 제스는요? 그녀는 당장에라도 옆에 있어줄 거예요. 당신은 그걸 알잖아요. 나도 있고.” 목구멍에 큰 덩어리가 걸린 것 같았다. 그가 이렇게 말하니 혼자 모든 것을 다하려고 애썼던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에게 최소한 노력을 하게 했죠. 자신을 위해 할 수 없다면 엄마를 위해 해봐요. 엄마가 그러길 바라는 걸 당신은 아니까.”
--- p.342

“근사하지 않니?” 엄마가 책을 다 읽고 난 뒤 내게 물었다. 엄마가 날 팔로 감싸며 꽉 안아주었다. “지금이야, 리비 루. 바로 우리의 시간이야.” 그해 이후 좋지 않은 기억들이 쉴 새 없이 밀려든 것만 빼면 다른 날과 다름없이 평범한 저녁이었다. 더 이상 지금은 없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간이다.
--- p.380

엄마를 제대로 기리는 방법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선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드디어 깨달았다. 의지가 약해지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열정을 가져야 한다. 내 마음이 아플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스스로를 보여주어야 한다. 엄마가 말한 것처럼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제대로 완전하게 인생을 살아야 한다.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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