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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0년 11월 04일 |
|---|---|
| 쪽수, 무게, 크기 | 155쪽 | 204g | 128*188*11mm |
| ISBN13 | 9788970590820 |
| ISBN10 | 897059082X |
마음의 평균율
[ 리커버판 ]
정진욱 저
|
안그라픽스
|
2020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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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는 1955년 그만의 파격적인 해석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해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1981년에 이루어진 재녹음은 그가 1982년 생을 마감하며 유작이 되었다. 시작과 끝이 맞닿는 원처럼 새겨진 그의 연주와 일생은 마치 처음과 마지막에 반복되는 아리아를 닮았다.
--- p.21, 「『마음의 평균율』에 흐르는 음악들」 중에서
검붉은 하늘을 비행하던 두 마리 새가 잠시 내려앉는다. 아마도 어느 먼 곳에서부터 함께였을 한 쌍은 서로를 구속하거나 배반하지 않고 자유로이 호수를 떠다닌다. 잔잔한 수면 위에 비로소 두 개의 파문이 일렁이고 나는 아주 긴장된 장면을 떠올린다.
--- p.38, 「아리아」 중에서
내가 상대방의 미지근한 감정을 알아차린 날 장조에서 단조로의 조바꿈처럼 갑작스럽게 바뀐 감정의 온도를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우리의 처음과 끝을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은 그곳의 모든 것이 나를 닫힌 시간 속에 가두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더는 어떤 것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었다.
--- p.77, 「마음의 평균율」 중에서
내가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동안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전자 오르간을 꺼냈다. 아무 로고도 버튼도 없는 검은색 미니 오르간이었다. 그녀는 이내 연주를 시작했다. 그 분위기가 매우 스산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했다. 나는 그때만 해도 그 곡이 무슨 곡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곡을 훗날 다시 들으리라는 것도. 우리의 첫날은 아까 본 영화 속 장면들처럼 개연성이 전혀 없었다.
--- p.109,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한쪽 세계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무거운 삶의 의무를 놓아버린다면 무중력 상태처럼 부유하는 마음의 가벼움도 증발해버릴 것쯤은 알고 있었다. 다만 언제라도 한쪽을 포기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욕구가 함께 듣던 음악의 잔향처럼 마음속에서 늘 감돌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와 같이 있는 시간만큼은 모든 일을 내려놓아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홀가분했다.
--- p.124,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에서
이 책 『마음의 평균율』의 제목과 형식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곡집의 특이한 점은 다장조에서 반음씩 올라가 이르게 되는 나단조까지 스물네 개의 모든 조성이 프렐류드와 푸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착안해 저는 마음의 잔상들을 활자로 환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희미한 기억의 단서들은 프렐류드라는 물음이 되었고 저는 그것을 변주한 단상인 푸가로 답했습니다. 이 문답에 맺힌 감정의 흐름을 열두 조성의 절미한 오르내림을 따라 배치했습니다.
--- p.21, 「『마음의 평균율』에 흐르는 음악들」 중에서
검붉은 하늘을 비행하던 두 마리 새가 잠시 내려앉는다. 아마도 어느 먼 곳에서부터 함께였을 한 쌍은 서로를 구속하거나 배반하지 않고 자유로이 호수를 떠다닌다. 잔잔한 수면 위에 비로소 두 개의 파문이 일렁이고 나는 아주 긴장된 장면을 떠올린다.
--- p.38, 「아리아」 중에서
내가 상대방의 미지근한 감정을 알아차린 날 장조에서 단조로의 조바꿈처럼 갑작스럽게 바뀐 감정의 온도를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우리의 처음과 끝을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은 그곳의 모든 것이 나를 닫힌 시간 속에 가두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더는 어떤 것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었다.
--- p.77, 「마음의 평균율」 중에서
내가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동안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전자 오르간을 꺼냈다. 아무 로고도 버튼도 없는 검은색 미니 오르간이었다. 그녀는 이내 연주를 시작했다. 그 분위기가 매우 스산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했다. 나는 그때만 해도 그 곡이 무슨 곡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곡을 훗날 다시 들으리라는 것도. 우리의 첫날은 아까 본 영화 속 장면들처럼 개연성이 전혀 없었다.
--- p.109,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한쪽 세계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무거운 삶의 의무를 놓아버린다면 무중력 상태처럼 부유하는 마음의 가벼움도 증발해버릴 것쯤은 알고 있었다. 다만 언제라도 한쪽을 포기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욕구가 함께 듣던 음악의 잔향처럼 마음속에서 늘 감돌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와 같이 있는 시간만큼은 모든 일을 내려놓아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홀가분했다.
--- p.124,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에서
이 책 『마음의 평균율』의 제목과 형식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곡집의 특이한 점은 다장조에서 반음씩 올라가 이르게 되는 나단조까지 스물네 개의 모든 조성이 프렐류드와 푸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착안해 저는 마음의 잔상들을 활자로 환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희미한 기억의 단서들은 프렐류드라는 물음이 되었고 저는 그것을 변주한 단상인 푸가로 답했습니다. 이 문답에 맺힌 감정의 흐름을 열두 조성의 절미한 오르내림을 따라 배치했습니다.
--- p.151, 「라이너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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