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묶일 수 없는 사람들은 떠나야 한다. 대조영은 고구려의 유민이다. 그러나 그는 순식간에 재기했다. …… 당시 새로운 땅을 개척하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강단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모습에 속박된 채로 눈물 흘릴 필요가 없다.
--- p.38,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썩지 않는다: 대조영」 중에서
황종희는 인생의 황혼기에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것 빼고는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끝에 그의 사상은 영광의 순간을 맞았다.
--- p.69, 「집도 절도 없지만, 다시 든 붓: 황종희」 중에서
군벌도 싫고, 쑨원의 대책 없는 혁명에 휘말려 희생양이 되는 것도 싫었다. 갓 창당한 공산당의 문도 두드려보지만 나이 든 아편쟁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여는 수밖에 없었다. 주더는 결심한다. ‘좋다. 아무도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제는 떠날 시간이다. 나만의 사상을 갖추고 다시 돌아오겠다.’
--- p.78, 「우직한 농부가 산을 옮기다: 주더」 중에서
홍범도의 일생은 고난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즐겁게 이를 받아들였던 것 같다. ……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불의한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 아닌가. 다른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 p.119~120, 「싸움터를 극락세계 삼은 낙천가: 홍범도」 중에서
범려는 싸움에 패한 주군이 고난을 겪을 때 함께했다. …… 그는 스스로 고난을 받아들인 만큼 그 고난을 매우 냉철하게 대한다. 어떻게 굴욕을 극복하고 후일을 기약할 것인지 늘 고민한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 p.135, 「스스로 굴욕을 받다: 범려」 중에서
최명길은 임금과 백성이 큰 굴욕을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작은 굴욕을 감내했다. …… 이처럼 참된 선각자는 기꺼이 굴욕을 받아들여 백성의 굴욕을 막았다.
--- p.160, 「굴욕을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세상을 구하다: 최명길」 중에서
문공은 상대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받은 은혜는 모두 갚았다. 그리고 눈앞의 싸움에 몰두하지 않고 인내하며 명성을 쌓았다. 특히 곤궁한 상황에서 신뢰를 지켰기 때문에 명성이 배가 되었다. 신뢰가 있으면 사람이 모인다.
--- p.178, 「패자의 조건, 신뢰: 진(晉)나라 문공」 중에서
두보의 인생은 화려하지도 고고하지도 않았다. 그는 생활인의 삶에 충실했다. 그의 철학은 도가도 불가도 유가도 아닌 잡탕이었고,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었지만, 아주 단순한 가치 몇 가지를 들고 삶을 밀고 나아갔다. 그가 품은 단순한 가치는 한마디로 정(情)이었고, 삶을 밀고 나아가는 원동력은 시(詩)였다.
--- p.222, 「진흙탕에서 핀 꽃: 두보」 중에서
이달이 ‘시인’으로서 ‘시’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그것은 프로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다. 삶이 모순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그것이 영원하지는 않다. 이는 살면서 한번 감내해볼 만한 굴욕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
--- p.236, 「아프기에 위로한다: 이달」 중에서
이장곤의 행동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너무나 상식적이다. …… 연산군이나 이장길의 이런 패악은 인간 본성의 어떤 측면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것을 지지하는 것이 과연 도이며 군신의 의리일까. 무뢰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피하거나 저지하는 것이 도가 아닐까.
--- p.250, 「굴욕 앞에 인성을 지키다: 이장곤」 중에서
참으로 깨끗한 사람들은 세상의 쓰임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 이들은 당대의 작은 부름 대신 역사의 큰 부름을 받은 것이다. 정약용은 “해와 달이 밝은 것을 아는 것조차 모두 이 선생 덕분”이라며 이익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 p.264, 「복수 대신 사랑을 택하다: 이익」 중에서
이처럼 인간세계에 다툼과 고난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영남 촌구석의 나무꾼이 스승을 찾아 불같이 떠나지 않았다면 조사선(祖師禪)(조사가 이룩한 선)이 설 수 있었겠는가. …… 마음속에 열정의 불덩어리가 있는 사람에게는 시련이 행운으로 바뀐다.
--- p.280, 「큰 나무는 큰비를 맞는다: 혜능」 중에서
목표가 있고 준비된 사람에게는 시기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기세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도전을 보라. 송곳은 언젠가 바지를 뚫고 나온다.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다.
--- p.304, 「송곳은 바지를 뚫고 나온다: 정도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