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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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586g | 150*220*20mm |
ISBN13 | 9791160805031 |
ISBN10 | 1160805032 |
출간일 | 2020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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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586g | 150*220*20mm |
ISBN13 | 9791160805031 |
ISBN10 | 1160805032 |
오늘날 한국인의 입맛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대한제국의 서양식 만찬부터 뉴요커의 채끝 짜파구리까지 세계와 만나 변화해온 글로벌한 100년 식탁을 만나다! 한국 음식과 한국인의 식생활은 지난 100년의 급격한 시대 변화 속에서 다양한 세계문화를 만나 뒤섞이며 변화를 거듭해왔다. 가장 신뢰할 만한 음식문화사를 들려주는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가 이번에도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를 치밀하게 분석해 한반도가 세계 식품체제에 편입되는 개항기부터 현재까지를 여섯 시기로 나누어 추적하면서 한국인의 식탁과 입맛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생생히 들려준다. 대한제국의 서양식 만찬에서 오늘날 K-푸드의 유행까지, 글로벌한 한국인의 100년 식탁을 함께 즐겨보자. |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세계 식품체제의 형성과 한반도 편입의 역사 1부 개항의 식탁─이국 음식과 만남 1 미국인 조지 포크가 묘사한 조선 음식 2 김득련이 세계 일주 중에 먹은 서양 음식 3 엠마 크뢰벨이 서울에서 차린 프랑스식 코스 요리 4 앨리스 루스벨트가 고종과 함께 먹은 조선식 점심 5 황실 원유회에서 마신 맥주와 위스키 2부 식민지의 식탁─조선의 일본식 음식과 일본의 조선식 음식 1 일본식 두부와 빙수의 유행 2 청국우동에서 우동으로 3 식탁에 스며든 일본산 조미료, 아지노모토 4 선일융화를 실현한 일본 장유 5 제국으로 옮겨간 야키니쿠와 가라시멘타이코 3부 전쟁의 식탁─배급, 통제, 그리고 구호의 식생활 1 “총후의 국민은 쌀을 절약하고 대용식을 먹읍시다” 2 소고기 대신 무엇을 먹을까? 3 대용식 장려로 주목받은 호떡과 소면 4 해방공간의 청계천 길거리 음식 5 구호물자 우유죽과 부산의 하꼬방술집 4부 냉전의 식탁─미국의 잉여농산물 유입과 녹색혁명 1 북한의 민족음식 구축 2 치킨라멘과 소고기라면, 그리고 K-레이션 3 밀막걸리와 희석식 소주의 유행 4 콩기름 식용유 생산과 튀김 음식의 증가 5 녹색혁명과 통일벼 5부 압축성장의 식탁─먹는장사 전국시대 1 LA갈비와 삼겹살구이의 등장 2 식품산업, 전쟁 같은 경쟁 3 청량음료, 뜨거운 판촉전 4 건강 추구 속에 꽃핀 횟집 5 강남 개발 완성과 고급 음식점 개업 붐 6부 세계화의 식탁─한국인의 식탁을 장악한 세계 식품체제 1 열대 과일 수입 붐 2 서양 채소의 소비 증가와 씨앗 재산권 3 연어와 랍스터, 대중 수산물이 되다 4 지구화된 매운맛 5 세계화 과정에서 변하고 있는 입맛 에필로그: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성찰 본문의 주|참고문헌|이미지 출처 및 소장처|찾아보기 |
유독 변화가 극심했던 지난 100여 년이다.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거리를 누비던 이들이 사라졌고, 그들에게 생명과도 같았던 상투가 끊겼다. 변화의 이모저모를 살피자면 밤을 새워도 끝이 나질 않을 거 같다. 고로 인간의 삶을 언급할 때면 기본 뼈대처럼 여겨지곤 하는 의식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가 잦다. <백년식사>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번에 읽은 책은 먹거리를 다루고 있었다.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K-푸드까지. 현재는 거의 사용 않는 ‘제국’이라는 용어에서부터 시간의 간극이 느껴졌다. 일제강점기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역사에 제국은 없었을 수도 있다. 변화는 어떠한 형태로든 일어났을 테지만 마치 상투를 자르듯 폭력적으로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과연 먹고 마시는 분야에서의 변화도 그랬을까. 총칼을 앞세운 걸 폭력으로 인지해와서 그런지 음식과 폭력은 왠지 안 어울리지 싶었다. 무엇을 폭력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지난 역사의 해석도 달라질 테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다른 분야보다 부드럽게 진행된 게 이 분야에서의 변화 같아 보였다. 타자의 것을 받아들이는 행위를 변절이라 부르더라도 서양식 음식을 섭취하는 일까지도 변절로 칭할 수 있을까 싶었다. 먹는 건 본능이다. 나도 모르게 이끌린 건 세뇌나 무지의 소산이 아닌 본능에 가깝다.
자신이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 초창기 이 땅을 밟은 외국인들의 시선에 우리의 음식은 어찌 보였을까. 여전히 해외 여행 시 김치와 고추장 등을 챙기는 이들이 존재한다. 하물며 어떠한 정보도 보유치 못한 채 대한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사정은 더욱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탈이라도 날까 염려하며 온갖 식품을 싸 갖고 온 이들이 있는 반면, 마치 모험하듯 낯선 음식을 향해 손을 뻗은 이들도 있었다. 메밀국수가 파스타의 한 종류인 베르미첼리로 돌변하고, 국화전은 ‘모찌’로 불리었다. 푸른 눈을 지닌 외국인들은 대개가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므로, 그들이 맛본 음식 역시 일반 민중의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록은 권력을 손에 쥔 자의 방식대로 이루어진다더니 이 분야에서도 예외란 없었다.
영향은 어느 한 방향으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서양식 요리법을 받아들여도 우리의 식재료를 이용해 우리의 요리에 변형을 가하다 보면 어디에도 존재 않는 우리만의 음식이 탄생하곤 한다. 저자는 골동면과 파스타의 만남이 색다른 묘미를 선사할 수도 있었는데, 일본 제국주의가 그와 같은 가능성을 앗아갔다고 보았다. 고종과 앨리스 루스벨트가 함께 먹었다는 골동면으로 추측되는 음식의 사진을 보니 맛이 상상이 가질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맹해 보이는 게 자극을 탐하는 오늘날에 왠지 살아남기가 힘들 듯한 모양새를 지녔다. 바람 앞 촛불 마냥 위태로운 상태에서 앨리스 루스벨트를 맞이했을 고종의 속마음을 헤아려본다. 이 골동면이라는 음식이 얼마나 값비싼지는 잘 모르겠으나, 지극정성으로 대접함으로써 한 명이라도 더 내 편을 만들고자 그는 애썼을 것이다. 이미 세계 열강의 땅따먹기 게임은 시작됐는데, 우리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굴었다는 사실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일본의 음식이 서민의 식탁까지 잠식해 들어간 건 당연한 일이다. 당대 일본은 강국이었고, 조선인들에게는 제 정체성을 부정하면서까지도 닮고 싶은 존재처럼 여겨지고는 했다. 일본식 옷차림을 지향하고 일본인들이 먹는 음식을 찾아 먹으면서 일본인보다도 더 일본인이 되고 싶었을 사람들을 떠올리니 기분이 묘했다. 조미료 아지노모토를 첨가하면 평양식 냉면조차도 일본 음식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았을지 이를 장려하던 세력에서는 성공이라며 만세를 불렀을 것만 같다. 권력의 양상이 뒤바뀌어도 가난에 허덕이는 삶까지 180도 달라지지는 않았다. 무엇을 금지하고 다른 무엇은 애써 보급하는 인위적 움직임이 반복된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예전과 같은 전략이 통할 리 없지만, 건강에 좋다 등의 이유로 유행처럼 각광받는 식품이 존재하는 걸 보면 변화의 폭이 우리의 생각만큼 거대하지는 않은 것도 같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에서 인정 받고, 한식이 건강식인양 널리 보급되는 모습이 기쁘면서도, 다국적 기업이 우리의 종자들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현실이 뼈아프다. 외국산 농산물을 이용해 지은 밥이 우리의 밥이 맞는지, 국적의 유효성이 예전만 못하다곤 하지만 그 결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니 어딘가 모르게 아찔했다.
음식 요리 관련 책을 많이 내시는 주영하 교수의 책이다.
윤덕노 아재와 더블어 엄청나게 음식 관련 책을 내신다.
윤덕노 아재의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로마사 처럼 한국음식에 대한 히스토리형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주영하 교수가 내어 주셨다.
책 제목은 백년 식사 이지만,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조선의 문이 열린 시기부터 2020년 까지의 식문화를 담았다.
강화도 조약 이후 조선에 들어온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식과 그 반대로 세계로 나간 조선인의 눈에 비추어진 서양음식의 비교가 마음에 들었다.
쇄국으로 닫혀 있던 조선 사람들과 그 쇄국을 비집고 들어온 외국인들의 시점에서 오는 차이가 재미있다.
그리고, 식민지가 된 일제 강점기 시절의 한식과 일식 그리고 그 둘이 섞이게 된 이야기도 마음에 든다.
이후 6.25 전쟁으로 인한 배고픔의 시절과 미국과 UN의 지원 물자로 만들어지게 된 호떡과 소면의 이야기.
냉전 시절 북한과 남한의 상황에 따른 음식들.
수확량을 위해 맛을 버리고 재배하기 시작했던 통일벼 이야기 등등.
뭔가 어르신의 '우리때는 말이야' 하는 라떼는 말이지 급의 옛날 이야기 같지만, 재미가 있다 ㅎㅎ
개화기 조선에서 부터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여 K-푸드의 매운맛의 유행까지 히스토리 형식으로 음식역사문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개항에서 대한제국 시기까지는 한국인의 식탁이 세계 식품체제에 개방된 때로, 이미 세상은 주도권을 쥔 서양을 표준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는 서양화의 길로 출발하기도 전에 제국 일본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식민지 시기, 제국의 힘을 내세운 일본인들은 농수축산물과 식품 유통을 장악했다. 조선인은 가정과 음식점에서 조선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일본식으로 변하고 있던 식재료와 음식을 거부할 수 없었다. 서양 음식에 일본의 맛을 입힌 카레라이스와 돈가스 같은 화양절충음식을 서양 음식으로 이해하고 소비했다. 장유라고 불리는 일본식 공장제 간장은 지금도 음식점에서 한국 음식을 요리할 때의 필수품 중 하나다.
1950~70년대 한국인들은 분식 장려의 시대를 살았다. 간신히 배급 받은 미국산 밀가루로 수제비 김칫국을 만들어 끼니를 때웠던 사람들 중에는 밀가루 음식에 질려버려 쌀이 넉넉해진 1980년대 이후에는 수제비에 눈길도 주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등장한 인스턴트 라면은 밥과 국을 갖춰먹던 한국인에게 아주 반가운 음식이었다.
1980년대 중반, 공산물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권력층 엘리트들은 농업 분야를 더 많은 무역과 더 높은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고 인식했다. 이후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식량 주권은 바닥으로 내려 앉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전통 음식이 최고라는 `음식 민족주의`는 지난 IMF 위기 이후 잃어버린 농수축산물의 종자 재산권을 되찾아오는 데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폐쇄적인 음식 민족주의가 지난 100여 년간 숨 가쁘게 시대를 헤쳐온 한국인의 식생활과 음식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를 거둬낼 해답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