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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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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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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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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8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06g | 128*188*20mm
ISBN13 9791196756949
ISBN10 1196756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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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 현재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을 쓴다. 이런 상태로 계속 정신과 의사로 일한다는 것은, 분명 윤리적으로나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좋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맹세컨대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조금이나마 믿어줄 수 있는 여러분에게 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내게 이 일은 인류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다.

이렇듯 정신 병동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모든 병원에는 꼭, 반드시, ‘그 환자’가 있기 마련이다. 정신병원임을 감안하더라도 유독 이상한 환자.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꺼리게 되는 인물 말이다. 그런 환자는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지만,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어찌 됐든 그런 환자는 모른 척하는 게 상책이라는 사실이다.

토머스의 편지 뒤에는 앞으로 조에 대한 모든 치료가 중단될 거라는 공문만 남아 있었다. 문서에 따르면 조는 병실을 혼자 쓰게 됐지만 그 대가로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을 방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선별된 소수 조무사만 침대보를 갈거나 식사를 갖다 주러 병실 출입이 허용됐고, 가장 노련한 간호사가 조의 투약 업무를 맡게 됐다. 게다가 전 직원에게는 조의 곁에 가지 말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이 기록을 보기 전까지 조에 대한 관심이 호기심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완전히 집착하게 되어버렸다. 정신의학 역사상 진단된 적 없는, DSM에도 기재된 적 없는 완벽히 새로운 질병을 내가 발견하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최초 발병자가 우리 병원에 있다니, 이 병원을 택한 것이 마치 하늘의 뜻처럼 느껴졌다.

“네시가 죽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수백만 마일이나 떨어진 것처럼 힘없이 들렸다.
“어젯밤 병실 순회를 마치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대요. 이유야 아무도 모르지만, 어떤 환자 말로는 네시가… 그러니까, 그 환자의 병실에서 나온 직후에 그랬대요.”

병원 직원들이 조를 두려워하고 경멸하는 것에 비해 그의 병실은 공포를 유발하는 상투적인 모습이 거의 없었다. 30년 넘도록 입원시킬 수 있을 만큼 부자 부모를 둔 환자의 특권이었던 것인지, 평생 갇혀 지낼 환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였는지, 오히려 그의 방은 그 어느 병실보다 넓고 빛이 잘 들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나는 겨우 정신을 추슬렀다. 하긴 이제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이고, 조에게 제기된 혐의는 수두룩했다. 결론을 내리기 전에 적어도 한 달은 그를 만나 심리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어쩌면 오늘 유독 조의 상태가 좋았을 수도 있고, 얼마 안 있어 그가 서류에 묘사된 것처럼 악몽을 꾸게 하는 악귀로 돌변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 꿈은 모든 것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시작된다. 나는 세인트 크리스티나 병원의 음침한 대기실에 앉아 있다. 대기실에는 나뿐이다. 사실 꿈에서는 어찌 된 일인지 병원에 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 내가 어머니라 부르던 그놈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폭발하듯 그동안의 생각들이 하나로 모아지던 순간, 나는 정신이 아찔해지며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순간 나나 로즈나 토머스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비참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며 여러분이 내 이야기를 믿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니, 솔직히 이제는 믿지 않아도 괜찮다. 나 자신도 이 이야기를 믿고 있는 건지, 아니면 심각한 정신병을 잠시 앓았던 건지 잘 모르겠으니까. 하지만 여러분이 만약 부모나 정신과 의사이고, 누군가 조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나는 의사로서 그리고 보편적 인간성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경고해야 할 것 같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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