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의 구성 원리로 부각되고 있는 삶의 질, 행복, 사회적 연대, 호혜성, 참여 등은 어떤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려면 제도의 변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회성(the social)’의 변화가 중요한 관건인데, 이것은 제도주의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경제의 비경제적 요인, 즉 신뢰, 협동, 사회자본, 공정성 등의 사회적 요인들과 맥을 같이한다. 신고전경제학에서는 경제와 사회가 서로 분리된 것으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사회학적 시각에서 보면 경제적 가치는 사회적 가치 없이 달성될 수 없다. 오히려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 p.18~19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목적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국제협력개발기구(2007)의 정의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는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면서 사회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모두 가진 조직들”이다. 혹자는 사회적 가치나 공동체의 목표를 충족시키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지만,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고용을 창출하고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하며 다방면에서 경제에 기여함을 전제로 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Goldenberg, 2004; 최석현 외, 2015).
--- p.62
최배근은 ICT의 발전으로 인해 가능해진 경제의 네트워크화로 자원배분과 경제활동에서 호혜성의 원리가 부활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최배근, 2012). 그에 따르면 네트워크로 인해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성을 때때로 저해하기까지 하고, ‘가격’에 의한 거래가 ‘관계’에 의한 거래로 대체되고 있으며, 경쟁과 사유재산권보다 협력과 공유가 가치 창출과 혁신 등 경제 운영의 원리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의 네트워크화, 혹은 네트워크 경제의 핵심은 기존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공재, 공유자원 등과 질적으로 다른 디지털 공유재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디지털 공유재의 특수한 성격에서 우리는 사회적 경제와 네트워크 경제의 결합(articulation)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 p.128~129
공유경제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 용어는 아직도 낯설고 생경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아마도 공유라는 단어가 지니는 특유의 모호함 때문이 아닐까? 예컨대 왜 ‘기여/증여경제’가 아니고 ‘공유경제’일까? 게다가 경제는 ‘사고파는 현상’인데(이론상 맞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단순히 ‘등가 가치 교환에 기반을 둔 화폐적 시장’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한 현대인들의 일반적 인식을 잠시 대변해본 것이다) 왜 ‘공유’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것일까? 공유경제는 단순히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들을 일컫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공유경제에서) 빌려주는 행위를 애초에 허락한 재화의 첫 소유자는 누구인가? 아니면 반대로 더 많은 재화를 같이 소유하는 형태를 일컫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왜 그냥 ‘경제’가 아닌 ‘공유경제’인가?
공유경제는 그 개념이 포괄하는 경제활동과 거래 양태들의 종류가 다양하여 학자들과 언론인들도 서로 다른 정의를 내려왔고, 이는 때때로 사회적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그나마 가장 포괄적인 정의를 내려보자면, ‘재화나 자원을 소유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화나 자원이 제공하는 경험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대여와 차용을 중심으로 한 협업소비의 모든 경제활동’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다(Lessig, 2008).
--- p.154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경제성장 위주의 발전 모델이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반성과 성찰에서 비롯된다. 나아가 오늘날 세계화가 초래하는 고용 없는 성장과 사회양극화의 문제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지속적 성장의 잠재력을 위협하게 되면서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관심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종속되었던 사회적 가치와 이슈들의 중요성을 재발견하여 새로운 발전 모델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며 경제의 ‘비경제적·사회적 요인들’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는 현실 속에서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주목은 매우 유의미하다. 최근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주요 원인으로 불평등과 빈곤 문제가 지목되고 있기에(IMF, 2014) 공정성이나 형평성 같은 사회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들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신뢰, 협동, 사회자본, 공정성과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최근 들어 자주 부각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 p.184~185
현행 사회적 가치 평가방식은 한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 대다수를 구성하는 신생 조직의 욕구와 필요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들은 ‘너희는 무엇을 잘하느냐’는 물음보다 ‘너희는 누구이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보다 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조직의 활동과 목적, 영향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이들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와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