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지혜 너머 자유의 세계로 끝없이 걸어갈 수 있기를!그리하여 산과 더 깊이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 있기를!모든 것을 비우고 산으로 간 저자 최성현의 마음은 세상 어떤 부자보다도 풍족하고 자유롭다. 그가 부르는 삶에 대한 찬가를 읽다 보면 느껴질 것이다. 그 마음의 바탕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는 것을. 그는 흐르는 개울물을 보면서, 달래를 캐면서,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 온몸과 온 마음을 자연에 충분히 기대 보면 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기쁨은 분명히 있고, 그것들이 다른 어떤 기쁨보다 크다는 것을.“눈여겨보아야 하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오가는 길손은 물론 마루 밑으로 굴러드는 나뭇잎 하나, 발밑을 기어 다니는 벌레 한 마리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하며 산다.” (15쪽)저자는 자신의 논밭이나 정원, 지구를 곧 ‘나’로 여기는 감각과 소양을 연마하며 권력과 부귀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바보 이반의 나라를 꿈꾼다. 편리하고 쾌적한 도시 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문명의 혜택을 등지고 살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그들에게 삭막한 도시에서 빠져나오라고, 산에 와서 한번 살아보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느끼는 산에 사는 기쁨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할 뿐이다. 봄눈이 내리는 날, 곧 온 세상을 뒤덮을 수십 가지 풀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볼 뿐이다.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다가오지만 좀처럼 집 밖을 나가기 힘든 세상이다. 꿈 같은 산 생활을 대비하는 준비물과 같은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맑고 청명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바보 이반의 더 바랄 것 없는 산속의 삶“숨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다”최성현의 나이가 스물여덟이 되던 해, 그의 삶은 한 권의 책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본의 자연농법 사상가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에 저자는 깊이 공감했고, 진정한 기쁨을 느꼈다. 최성현은 주저 없이 산으로 향했다. 그의 산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저자는 땅을 갈지 않고 풀이나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자연농법의 경작 방식을 취했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농사법이다. 지구 위 모든 동식물은 인간의 친구다. 단잠을 방해하는 쌀바구미, 온 집을 뒤져 가며 먹을 것을 찾아내는 집쥐, 아침저녁으로 수십 차례 피를 빠는 쇠파리, 입가에 묻은 과일즙을 핥는 땅벌, 감자밭을 망쳐 놓는 멧돼지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일상을 방해하고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 산속의 모든 일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쪽에 속하는 것처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산속 모든 생물과 하늘, 땅, 물, 바람, 해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은 저자의 마음은 이토록 간절하다. 자연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가득 담긴 이 책에서는 숲이 우거진 삼림욕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빽빽한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도 산과 나무가 보이는 듯하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농부의 땀 냄새가 나기도 하고, 추운 겨울날 장작불에 구운 밤과 고구마의 단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의 대자연을 벗하여 살아가며 즐거워한다. 산 생활의 진정한 기쁨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