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11월 16일 |
---|---|
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238g | 120*186*20mm |
ISBN13 | 9788954445405 |
ISBN10 | 8954445403 |
출간일 | 2020년 11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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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238g | 120*186*20mm |
ISBN13 | 9788954445405 |
ISBN10 | 8954445403 |
MD 한마디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는 일] 제3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화제작. '변온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두 여성의 잔잔한 연대를 그린다. '변온인간'만이 경험하는 섬세한 사계절은 우리를 전혀 다른 차원의 긴장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말한다. 얼지 않고 안전한 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안부를 묻고 서로의 체온을 확인해야한다고. -소설MD 김소정
제3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 강민영 첫 장편소설 “이 소설을 얼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_이종산(소설가) 제3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부디, 얼지 않게끔』이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 여덟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강민영 작가의 첫 소설이자 첫 세계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문장”(노태훈 평론가) “신인의 패기”(소영현 평론가) “정확한 문장으로 세계를 직조해낼 줄 아는 작가”(안보윤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고 등장한 강민영 작가의 소설은 특히나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가만가만 움직인다. “얼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종산 소설가)이 들게 하는 이야기. 이 시대의 불안한 삶을 예민하게 드러내면서도 타인과 맺는 관계와 사람들의 선의를 통해 더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는 듯하다. 소설은 어느새 변온인간이 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나(최인경)’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달라진 내가 겪고 마주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담겨 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직장 동료 송희진이 있다. 공기를 가르며 달리고, 푸르른 산길을 오르고, 밥을 나누어 먹고, 쉼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체온을 확인했던,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도와주는 두 여성의 잔잔하고 단란한 연대가 소설에서 그려진다. |
프롤로그 봄 여름 가을 겨울 작가의 말 |
겨울이 오면 춥고 움직이기 싫어서 사람도 겨울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있어. 잠시만. 바로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생각했어. 언제부턴가 겨울 하늘이 맑지 않았는데, 어렸을 때 겨울 하늘은 맑았어. 겨울 냄새는 좀 맵기도 한데, 이제 그걸 느낄 수 있는 날이 적어졌어. 학교 다닐 때 한국 겨울은 삼한사온이라고 배우잖아. 사흘 춥고 나흘 따듯한. 그렇다고 아주 따듯한 건 아니지만. 추위가 조금 풀린 것 같고, 차가운 겨울 바람에서 봄기운을 느끼기도 했어. 추운 겨울이어도 파란 하늘이고 어쩌다 눈이 오면 좋았는데. 지구온난화로 괜찮은 겨울은 사라졌어. 아주 옛날에는 겨울 더 추웠을지도.
몇달전에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었어. 내가 아픈 건 아니었어. 난 병원 싫어하고 아파도 그냥 나을 때까지 기다려. 다행하게도 자주 아프지 않아. 어쩌다 한번이야.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 들어갈 때는 체온을 재야 했어. 그때 내 체온은 좀 낮았어. 35.6인가 35.7이었어. 어쩌면 일어나고 얼마 안 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 사람 체온은 36.5가 정상이라는데, 꼭 그렇지는 않대. 그것보다 1도 낮아도 이상한 게 아니래. 체온이 조금 낮아서 더 추웠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책에 춥거나 더운 게 나오면 나도 그걸 조금 느끼기도 해. 이 책 《부디, 얼지 않게끔》을 볼 때는 어쩐지 추웠어. 난 체온이 바뀌지 않는데. 난 여름 아주 힘들지 않아. 인경 만큼은 아니지만, 걸으면 땀이 나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더울 때 체온 재니 1도 올랐어).
여행사에서 일하는 최인경은 일로 베트남에 가게 돼. 여행사 사람은 함께 가는가 봐. 회계를 맡은 송희진도 같이 가. 인경과 희진은 말을 자주 나눈 사이는 아니었어. 희진은 더운 여름을 아주 싫어해서 베트남에 안 가겠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가야 했어. 회사 사람은 희진이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여름을 싫어한다는 말도 해. 잘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인경은 다른 사람이 덥다고 해도 더위를 느끼지 않고 한국보다 더운 베트남은 지내기 편했어. 희진이 그런 인경을 봐. 인경은 희진이 왜 자신을 볼까 해. 얼마 뒤 인경은 기분이 나빠서 희진한테 따져 물어. 그랬더니 희진은 인경한테 인경이 땀을 흘리지 않는다고 말해. 희진이 본 게 그거였다니. 인경도 그제야 자신이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사람은 다 더우면 조금이라도 땀을 흘려. 땀이 체온을 조절하잖아. 인경 몸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 천천히 바뀌었겠지. 그걸 자신은 몰랐다니. 인경은 그저 자신이 남보다 여름을 잘 견디나 생각했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 변온동물, 아니 변온인간이 되어 버렸어.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시간이 더 지나고 인경이 그걸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 해도 난 인경이 어떻게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해. 여기에서는 희진이 먼저 알아채고 인경한테 도움을 줘. 혼자보다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견디기 더 낫겠지. 희진이 있어서 인경이 아주 쓸쓸하지 않았을 것 같아. 혼자였다면 힘들었겠어.
여름에 인경은 달리기를 해. 운동 같은 거 잘 안 했는데, 겨울 날 준비를 여름부터 하게 된 거야. 지금 생각하니 나중에 알았다면 좀 힘들었겠어. 준비는 빨리 하는 게 좋잖아. 인경은 회사 사람 누군가 한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는데 희진과는 친해졌어. 그런 것은 좋은 거겠지. 난 이런 건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생각하지만. 이야기 세상에라도 그런 게 있어서 다행이기는 해. 여름은 인경이 지내기에 좋았지만, 가을이 올 때쯤부터 인경은 차가운 기운을 느껴. 그런 때는 차가운 것도 못 먹다니. 가을 장마가 찾아오기도 했어. 인경은 겨울을 나려고 난방 기구도 사지만, 첫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쯤에는 일상생활을 거의 못했어. 전기요금을 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회사에는 휴직계를 냈지만 다음에 돌아갈 수 있을지.
변온동물은 겨울잠을 자. 인경도 겨울잠을 자기로 해. 그 준비는 희진이 해줘. 인경은 눈을 감으면서 희진을 만나려고 봄에 꼭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해. 인경은 봄이 오면 일어나겠지. 인경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여름에는 희진과 다시 제주도에 갔으면 해. 난 겨울잠 자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겨울잠 자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못했군.
희선
부디, 얼지 않게끔
(제3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
강민영 저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16일
SBN13 : 9788954445405
ISBN10 : 8954445403
강민영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인 <부디, 얼지 않게끔>은 제3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강민영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변온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주인공인 최인경과 직장동료인 송희진은 그녀들의 직장인 여행사를 배경으로 특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 너를 기다릴 거야.”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 어느 여행사의 한여름 날, 베트남행 대학생 단체여행 건으로 인해 해프닝이 발생하였다. 여행사에서 인경은 해외단체여행객을 인솔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이번 베트남 행 대학생 단체여행 업무가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여행을 의뢰한 학교 측에서 여행사의 경리 직원을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로 인해, 경리 업무를 담당하는 희진이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베트남행 대학생 단체여행에 동행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위를 심하게 타고 여름과 뜨거운 햇빛을 끔찍하게 싫어해서, 여름철 해외여행은커녕 제주도도 가보지 못한 희진은 부장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회사 안에 시끄러운 소동이 벌어졌다. 은경과 희진은 한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지만, 서로 업무가 달라 가까울 일도 그리고 싸울 일도 없는 사이로 지내온 동료일 뿐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함께 베트남으로 가야한다니 서로 조금은 서먹함 더해지는 느낌이 그려진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인경과 희진이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면서 시작된다. 서로 별 말없이 데면데면할 것 같았던 두 사람은 베트남에 도착하고부터 조금씩 가까운 관계로 발전한다.
“그게 아니라, 주임님 원래 이런 성격인신 줄 몰랐어요. 사무실에서는 말도 별로 없으시고 딱히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신 것 같고, 이런 주임님이 되게 신선하네요.”
내말이 끝나자마자, 송희진이 가볍게 눈을 흘겼다.
“그거야 사무실에서나 그렇죠. 곽 부장이랑 정 팀장이랑 딱 붙어서 일하려면, 자연스럽게 철벽인이 되어야 하는 거, 대리님도 겪어서 아시잖아요. 괜히 웃는 얼굴 보였다가 얕보이는 것도 싫고, 그게 다 처세에요, 처세.”(p. 26~27)
더위를 심하게 타는 송희진과 더위를 의식하지 못 할 정도로 타지 않은 최인경은 하노이를 벗어나 목적지인 베트남 북부 사파에 도착하면서 더 친근한 사이로 발전한다. 그리고 더위를 절대 타지 않는 인경의 특이한 체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희진의 태도를 불편하게 여기던 인경은 노상 카페에서 희진과 이 건에 대해 서로 대화를 하다 인경이 ‘변온 동물’과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서울에 돌아온 두 사람은 겨울로 다가가는 계절의 변화를 대비하며 더욱 긴밀한 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 날씨가 차츰 추워지면서 점차 기력이 쇠진하고 있는 인경의 몸 상태에 대해 서로 걱정을 하며 변온 동물의 특징인 동면을 준비한다.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직장동료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누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여 아낌없는 배려와 마음 씀이 소설 속에서 그려지고 있다.
소설은 인경이 다시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겨울잠에 드는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부디, 다시 눈뜰 수 있기를.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기를. 우리가 만난 행복한 여름을 다시 경험할 수 있기를.
나는 눈을 감았다.“ (p.200)
강민영 작가는 <부디, 얼지 않게끔>에서 인간관계가 밀접했던 과거의 사회상과는 급격하게 변모하여 개인의 고립이 일상화된 현 사회의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 속에서도, 인간적인 호의를 바탕으로 한 연대의 힘이 사회적 고난이나 불의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소설을 덮으며 온갖 어지러운 기사들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보는 느낌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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