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반부가 캠퍼스 드라마 같은 유머와 풋풋함, 싱그러운 멜로로 관객들의 연애 세포를 자극한다면, 후반부는 캐릭터에 대한 한 배우의 확신이 생경한 상황에 맞닥뜨린 관객을 어떻게 설득의 땅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 「 Anatomy(연기 해부) 〈번지점프를 하다〉 서인우, 중년으로 점프한 청년의 영혼」 중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은 그렇게 전체 공기를 바꾸어 상대의 리액션을 지배하는 연기에 다다른다. 본능과 재능이라는 태생적 도구로 연기라는 독보적인 세공품을 점점 정교하게 완성해가고 있는 배우.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이라는 연기 장인이 빚어낸, 복제품을 만들 수 없는 진품이다.
--- 「 Anatomy(연기 해부)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ㆍ하선, 복제품을 만들 수 없는 진품」 중에서
"신나게 놀자, 행동 하나하나마다 명분을 주거나 개연성을 찾지 말고 그저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신나게 어울리자, 그 정도 이유라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오히려 크리에이티브적인 측면에서는 더 많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캐릭터의 행동 범위, 허용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자유로워졌던 것 같아요."
--- 「 Anatomy(연기 해부) 배우 이병헌이 말하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창이 캐릭터 구축의 비밀」 중에서
어떻게 하면 전라도 사투리를 희화화하지 않고, 밉지 않게 연기할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컸었죠. 흔히 코믹이나 조폭 장르에서 익숙하게 쓰이다 보니까 영화에서 배우가 전라도 사투리를 쓸 때의 선입견이 있어요. 안상구는 그런 우려를 안고 상투성의 늪에 빠지지 않겠다고 조심하면서 만들어간 캐릭터였죠.”
--- 「 Anatomy(연기 해부) 배우 이병헌이 말하는 〈내부자들〉 안상구 캐릭터 구축의 비밀」 중에서
“솔직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스스로를 가두는 벽이 없다는 건데, 그런 점이 이후 이 배우의 성장에 커다란 자유로움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심히 보면 그 개구쟁이 같은 천진함, 순수한 낙천성이 이 배우에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는 자유로움을 주고, 결국엔 그의 연기 세계를 확장시키는 자양분이 되는 것처럼 보여요."
--- 「 Collaboration(동료들) 영화배우 송강호가 말하는 이병헌」 중에서
“이병헌은 어떤 감독이든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방식으로 다 맞추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라는 우주의 평화와 밸런스를 창조해내는 배우인 거죠.”
--- 「 Collaboration(동료들) 영화감독 김지운」 중에서
현장에서 선배님을 몰래 지켜보는 게 참 즐거웠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도저히 모르겠을 때 모범답안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여전히 잘은 모르겠지만 ‘아! 이렇게 풀 수 있다니’하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탄식 같은 거.”
--- 「 Collaboration(동료들) 영화배우 박정민의 편지」 중에서
“만약 이병헌이 좋은 이야기만 듣고 살아왔다면 아마 지금 같지는 않았을 거예요. 지난 시간동안 찬사와 비난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고,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다가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죠. 그렇게 시대속에 살아남아서 그 경험들이 결국 연기를 통해서 나오는 것들도 지켜보게 되었고요. 만약 이 배우의 가치가 있다면 그런 드라마틱한 과정 속에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 Collaboration(동료들)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 중에서
이병헌은 보기 드물게 이종異種의 스타 유전자를 동시에 그리고 현재형으로 지닌 배우다. 90년대 TV의 ‘청춘스타’로 데뷔한 이후 30년 동안 이병헌은 스타덤의 권좌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한류의 물결,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변화와 확대를 거치는 동안 충무로, 일본, 할리우드 혹은 드라마와 영화를 유연하게 오가며 모든 곳에서 산업적으로 유효한 가치와 이질감 없는 스타성을 증명해왔다.
--- 「 Analysis(스타분석) 스타덤의 다섯 시대」 중에서
배우 이병헌이 극장에서 경쟁해야 했던 배우들의 면면 역시 흥미롭게 변모해갔다. 이성재, 유지태, 장동건, 차태현, 신은경, 정준호, 임창정, 김상경, 이준기, 권상우, 하지원, 원빈, 신하균, 정재영, 조승우, 박해일, 정우성, 강동원, 심은경, 유아인, 송중기, 박보영, 김남길, 손예진, 현빈, 공유, 유해진, 주지훈, 조정석 등이 시기별로 날아올랐다. 등장 이후 20년 간 가장 고른 성적표를 보여준 송강호를 위협하는 상대는 2008년 이후 빠르게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하정우였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 속에 이병헌이 있다.
--- 「 Analysis(스타분석) 충무로 박스오피스 25년의 흥행 주자들」 중에서
“이상적인 동료 배우란, 상대 배우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가능한 한 여러가지 감정의 경우의 수를 예를 들어 보여주거나 제시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건 비단 그 배우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뿐 아니라 자신을 포함해 현장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니까요.”
--- 「 Interview(인터뷰) 이병헌x백은하」 중에서
“저는 스스로가 먼저 자기에게 식상해지는 스타일이예요. 뭣도 모른 상태로 그냥 그 작품의 이야기가 좋아서 들어갔는데, 나중에 완성된 결과물을 볼 때 나도 몰랐던 내가 보였을 때, 그 ‘기대치 않은 기쁨’이 훨씬 크게 다가와요. 그게 훨씬 더 재밌고요. 그 때가 훨씬 더 짜릿하죠.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보다 기대치 않았던 것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되는 기쁨이.”
--- 「 Interview(인터뷰) 이병헌x백은하」 중에서
“배우인 내가 시나리오에 있는 인물을 정말 진실되게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밖의 시간의 내가 공상하고 상상했던 세계 속에서 하나씩 무의식적으로 꺼내 올 수밖에 없어요. 결국 나에게 연기란 그게 아닐까요?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세계.”
--- 「 Interview(인터뷰) 이병헌x백은하」 중에서
배우 이병헌은 현실의 ‘사실Fact’을 영화로 재연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저 많은 ‘진실Truth’ 중 하나를 품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대신 꼼꼼한 연기력으로 허구의 세상을 정밀하게 채우고,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순간의 진심을 담아내며 자신의 캐릭터를 ‘진짜 같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를 압도하는 ‘완벽한 가짜’로 만들어 낸다.
--- 「Byunghunology(이병헌론) 가짜 중에 제일 진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