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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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4쪽 | 540g | 140*210*25mm |
ISBN13 | 9791190422529 |
ISBN10 | 1190422522 |
발행일 | 2020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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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4쪽 | 540g | 140*210*25mm |
ISBN13 | 9791190422529 |
ISBN10 | 1190422522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4 추천의 글 아름답고 비효율적인 세계로의 초대 · 홍은전 12 프롤로그 닭을 실은 트럭 29 1부 | 몇 가지의 깨달음 35 1 이상하지만 진실인 37 2 장애란 무엇인가? 43 3 동물 불구들 68 2부 | 동물윤리를 불구화하기 103 4 말하는 침팬지 105 5 비장애중심주의와 동물들 118 6 동물이란 무엇인가? 159 7 침팬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179 3부 | 나는 동물이다 183 8 원숭이처럼 걷는 아이 185 9 동물 모욕 188 10 동물임을 주장하기 201 4부 | 자연 그대로 211 11 천생 프릭 213 12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하지만 몇몇 동물은 더 평등하다) 218 13 새로운 식탁 사교를 위하여 259 14 고기의 낭만화 270 15 고기: 자연재해 303 5부 | 상호의존 323 16 필요의 충돌 325 17 종과 능력을 넘어서는 돌봄에 관하여 344 18 보조견 365 감사의 말 373 주 381 옮긴이 후기 413 |
내가 참여하는 방식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부분 해시태그와 후원 클릭으로 끝나지만, 도움이 필요하고 일손이 모자라고 그보다는 문제와 현실을 인지하는 동료가 더 절실한 곳에 직접 방문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에게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빚지고 산다.
몇 주 전 유기견재활센터를 방문한 지인들은 아주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땀을 흘렸다고 했다. 매일 손을 보탤 이들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게 일의 양은 많았다고 한다. 개똥 치우는 일부터, 월동을 위한 주거 재료들과 이불을 교체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보람 있었다고.
이후 센터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전한 소식이 무척 어렵고 복잡한 생각을 하게 했다고 한다. 다양한 학대 상황에서 구출한 개들은 일정 기간 내에 입양이 성사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한다. 이런 방식의 시스템을 처음 설계하고 허용한 최초의 합의는 누가 왜 했는지 의문이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아주 거칠게 비유해서 다양한 학대를 당하던 아이들을 구출해서 돌보다가 일정 나이까지 입양이 성사되지 않으면 모두 안락사를 시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인간의 생명일 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 동물의 생명은 비용 계산을 끝내면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운 것이냐고 묻는다.
정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현실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회문화적 시스템이 잘못이라는 말인 줄은 알지만, 살리고 죽이는 일을 함부로 하며 살아도 우리 인간은 문제없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거냐고 묻는 것인 줄은 알지만, 묻는다 해도 뭐라 답할 수 있을까. 정답이 있으면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동물의 해방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마음은 공감이나 죄책감 같은 인간적인 것과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비장애중심 사회가 우리의 인간성을 억압하듯 인간중심 사화는 우리 동물성을 억압한다. 나는 내가 너무 인간적인 것에 지쳤고 동물적인 관계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해방감을 느꼈다. 기쁨만큼 슬픔을 바라볼 힘이 생기고 해방감만큼 책임감이 생긴다.
나는 일종의 분리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것은 한 사회에서 인종, 성별, 나이 기타 등등에 따라 분리되어 살자는 차별주의자의 것은 아니다. 얼마 남은 것도 없이 인간이 헤집고 파헤쳐 망가뜨렸지만, ‘야생을 그냥 좀 놔뒀으면 한다. Leave them alone!’ 인간이 위해를 가하지만 않으면 인간이 보호할 필요 없이 자연은 잘 살아간다.
친구들은 인간들은 서로도 그냥 두지 못해 늘 괴롭히고, 아직도 개인을 개인으로 존중하는 법도 모르는데 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비눗방울처럼 연약하고 바람만 가득한 내 생각을 동정하고 꾸짖는다. 동의하고 응원하고 싶으나 안타까워 그런 것이다.
인권의 기본인 이동권을 두고 기어이 ‘논쟁’을 하자는 무지하고 무례한 제안이 받아 들여졌고 온갖 행패를 부려 제가 원하는 일시에 진행된다고 한다. 화가 나는 대신 구역질이 난다. 박경석 대표는 욕은 얼마든지 더 먹어도 좋으니 장애인 문제가 가시화되고 방송에서 다뤄지는 게 소원이라고 그 모욕적인 곳에 모욕을 당하러 기꺼이 나올 것이다.
이런 권력이 좋은가, 자랑스러운가, 갖고 싶은가. 동물과 장애인을 이용하고 해쳐서 뭘 그리 대단할 걸 얻고자 하는 건가. 대한민국에서 비장애인 인간으로 사는 일이 때론 범죄처럼 느껴져서 땀도 나고 오한이 들기도 한다. 무력감을 이고지고 달 보러 나갈 거다. 오래 전 걷기 명상을 가르쳐준 그리운 스승을 그리며 오늘도 나가본다.
"아직 자신에게 정의가 세워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른 누군가에게 세워져야 할 정의를 부인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또한 나는 동물해방 없이 장애해방은 없다고 믿는데, 둘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정치적 투쟁의 과정에서조차, 혹은 특히 그 정치적 투쟁의 과정에서야말로 더더욱 다른 피지배 집단들의 고통이나 주장에 뜻깊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열려있음˝을 인식하는 그런 윤리를 받아들인다면 어떨까? 공감은 한정된 자원이 아니다."
인간을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해보는 것만으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입이 동물적이라면(먹어야 살 수 있으므로) 손은 인간적(도구 사용)이므로 동물성 또한 인간에게 필수적이라고 한다. 우리 역시 동물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비장애중심주의(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에 저항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음식을 위해 동물을 상품화하고 도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도 정의로운 일도 아니다. 더 나은 인도적인 길이 있다.”(302)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며 결론적으로 장애운동과 동물권리 운동이 함께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장애중심주의는 종차별주의와 밀접하게 얽혀있다. 비장애중심주의란 인간중심적 세계관이다. 비장애중심주의는 비인간동물과 장애인의 삶과 경험을 덜 가치있고 폐기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종차별주의는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신념이다. 인간의 동물 이용 및 지배를 용인하는데 적절하게 사용한다. 창세기 아담에서 시작된 백인 위주의 인간상이 세계에 가하는 폭력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서구사상의 중심으로 간주 된 교회는 지식 생산에 대한 권위를 행사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와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에 대한 특정한 이해를 조장하고 있다. 인간은 동물보다 천사에 더 가깝다는 식으로. 이런 교회 권력은 자연철학, 과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아리스토렐레스는 인간의 영혼은 이성적인 면과 영양적인 면, 감각적인 면이 있다고 분류했다. 인간만이 이성적인 면이 있다고 함으로써 인간을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모든 억압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또 모든 인간은 서로 의존적인 존재다. 그런데 장애인이나 동물을 의존적이라 해서 억압, 학대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된다. 이런 억압과 착취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상호존중감이고 저자는 이 길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저자는 선천적 다발성 관절 굽음증이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이 프릭(기형)의 원인은 미군기지의 오염이었다. 미군은 원주민 거주지의 땅에 폐기물질을 묻었고, 처리되지 않은 폐기물은 그 주변의 땅을 오염시켰다. 그리고 수도를 통해 오염된 물이 각 가정에 공급되었다..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많이 들은 내용이지 않은가) 저자는 자신이 비록 기형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몸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장애를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장애는 장애 그 자체로도 가치 있기 때문에 그 장애를 고수하겠다는 저자의 단호함이 낯설었다. 그동안 장애인을 바라보는, 혹은 이해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생각에 같은 행성의 일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장애가 갖는 긍정성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 달라서 생기는 감각 기관의 차이를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동물이다”
장애인들은 장애가 단순히 결핍이라는 것에 저항한다. 장애는 예술이며 그것은 삶을 사는 독창적인 방식이다(닐 마커스)
좋든 나쁘든, 우리와 깊이 얽혀 있는 이 가축화된 동물들은 이들과 우리의 공진화로 인해 태어났다. 이 동물들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상기시켜주지만 또한 우리가 심각한 강제력을 동원하고 이들을 착취했다는 사실을, 즉 의존적이고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 위에 거의 항상 군림했음을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이 동물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자는 건 그들의 의존과 상호의존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자연스러움을 존중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와 함께 이 행성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로서 갖는 자연스러움 말이다.(364)
책을 다 읽고서야, 작가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그녀는 나의 예상처럼 밝고 환한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모르는 부분은 채워 가며, 내가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지식과 연결해가며 이해하려 애를 쓰고 읽었지만, 나는 자주 읽다가 멈춰서야 했다. 단어를 검색해보고, 인물에 대해 찾아보며 더듬더듬 책을 읽어내려갔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수업도 여러 번 했고, 인권에 대한 수업도 많이 했지만, 사실 동물과 인간을 '함께' 생각한다는 것이 이렇게 치열한 것인줄은 몰랐다.
공장식 사육때문에 동물들이 살고있는 공간의 협소함, 더러운 환경 등만 생각했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이 먹기 좋은 종으로 '만들어'지는 것까지는 몰랐다. 아니, 더 알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다. 이 세계에서는 인공수정과 유전자조작으로 각 '계급'에 맞는 사람들로 태어나고 길러진다. 일하는 다수의 하위계층에게는 뇌의 산소포화도를 줄여 지능을 낮춘다. 또한 일을 할 때 필요없는 꽃(자연)이나 책을 가져다 놓은 뒤, 아이가 반응을 보이면 전기충격을 줘서 관심을 차단한다. 우리는 이 세계가 끔찍하다고 말하면서, 이미 동물들에게는 이런 세계를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작가는 처음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된 '닭을 실은 트럭'에서 시작해 글의 말미에는 보조견 '베일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들은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이다. 작가는 말한다. 인간 역시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내가 동물을 먹고 있기때문에 동물보다 낫고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동물과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인간은 모두 부족한 존재이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동물과 인간이 의존적으로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일상을 살았듯이, 내일도 나의 일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육되는 동물들은 오늘도 수없이 알을 낳고, 사료를 먹고, 도축당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하지만 내가 그 동물들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는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고기가 아니라, 숨 쉬던 하나의 생명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며 잘 포장된 고기 코너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 우리의 삶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