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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등 임종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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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소설Q-09이동
박문영 | 창비 | 2020년 11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2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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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48g | 128*194*20mm
ISBN13 9788936438333
ISBN10 8936438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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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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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배에 얼굴을 파묻고 싶어요. 머리통도 쓰다듬어야죠. 망고가 엄청나게 큰 모습으로 나오지 않아도 돼요. 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모습 그대로를 보고 싶거든요. 가을 해가 눈부신 날이었는데 망고 귓등과 목덜미에서 카레 냄새가 났어요. 그날 오전에 카레를 만들었거든요. 향이 털에 밴 게 너무 귀여웠어요. 망고와 같이 있게 된다면, 걔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다른 소원은 없어요.
--- p.38~39

의존과 집착의 계기는 이렇듯 사소하다. 상대를 좀먹는 피폐한 관계도 가벼운 호감에서 출발한다. 다른 곳에서라면 달아났겠지만 여기라면 상관없지 않나. 노력하지 않기 위해 온 곳이니 극복할 것도 없다. 될 대로 되겠지. 더는 힘내라는 말을 듣지도, 하지도 않을 것이다.
--- p.49

의식을 열어 가상현실에 들어간다? 근데 거기서 누굴 만날 것 같아? 그냥 또 자기 자신이야. 수없이 많은 나를 보는 거라고. 다른 얼굴, 다른 모습도 죄다 변주된 것뿐이야. 죽을 때까지 자기한테 파묻히고 싶어? 스스로가 지겨우니까 다 때려치우려고 여기 온 거 아니냐고.
--- p.75

아예 몰랐던 건 슬프지 않은데, 왜 알고 나서부터는 슬퍼질까요. 허이경이 앞을 보며 답했다. 모르는 것까지 상상할 순 없잖아요. 그것까지 슬퍼하면 감당이 안 되니까요.
--- p.90

그러니 여기서 호시절 얘기만 주절주절 떠들어대지. 그저 전성기만 읊조려. 와, 소들도 그렇게는 되새김질 안 하겠다. 고심해서 좋은 시공간을 정하면 뭐해? 거기서 죽을 수 있으면 거기서 살 수도 있잖아.
--- p.119

언니는 가만 보면 말만 그럴싸해. 죽는 날만 되면 아무 시름 없이 행복할 것 같지? 선택하라니까 되게 대접받는 것 같고? 돌아가는 꼴을 좀 봐. 이게 열심히 기도하면 천국 간다는 말이랑 뭐가 달라? 우리가 힘든 건 마지막 체험을 기다리고 있어서야. 그럼 그날까지 또 버티게 된다고.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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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가장 행복한 순간에서 죽을 수 있다면, 왜 그 순간에서 살 수는 없는가? 어쩌면 이는 죽음에 사로잡힌 사람이 탐구의 끝에서 도달하는 결론이 아닐까. 이는 또한 우리가 살면서 종종 죽음을 직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죽음의 순간마저 설계하는 사람은 어쩌면 자신의 삶의 모든 순간이 빛나기를 바라는 사람일 것이다.
- 김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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